“ 유고슬라비아에서 내전이 분출한 것은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 보스니아 무슬림이 서로에 대해 내적이고 근원적인 증오를 품었기 때문이 아니다. 내전이 폭발한 원인은 기회주의적 지도자들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공포와 원한을 활용하면서 중무장한 폭력배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집단을 국민들 사이에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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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이런 정치적 착취는 사회 전반에 분열을 가중시킬 뿐이다.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정부가 과연 충돌을 해결하거나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지에 관해 신뢰를 잃은 시민들은 결국 가장 당파적인 당을 중심으로 결집한다. 그들의 삶만이 아니라 이익, 생활 방식,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념을 보호한다고 약속하는 당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다. 정치는 시민들이 나라 전체의 선(善)에 관심을 가지는 제도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기 집단의 성원들에만 관심을 갖는 제도가 된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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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종족적 민족주의, 그리고 파벌을 통한 표출은 한 나라에서 스스로 강화되지 않는다. 한 사회가 정체성 구분선을 따라 분열되려면 대변자가 필요하다. 특정 집단의 이름으로 기꺼이 차별을 호소하고 차별 정책을 추구하려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대개 공직에 오르거나 그런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 쟁탈전을 지지할 유권자 집단을 가두려는 방편으로 공포감을 자극하고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종족 사업가ethnic entrepreneur〉가 그것이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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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인도는 세계 곳곳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21세기에 손꼽히는 걱정거리는 민주주의가 쇠퇴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몇몇 거대한 민주주의가 쇠퇴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한때 정치가 주로 거버넌스 ─ 세금, 사회 안전망, 보건 의료, 교육 ─ 에 관한 각기 다른 전망을 둘러싸고 이루어졌지만, 바야흐로 정치인들과 정당들이 점점 정체성 ─ 종교적 견해, 인종적 배경, 도시와 농촌의 가치 ─ 을 중심으로 뭉치는 중이다. 종족적 민족주의 지도자들이 등장해서 시민들을 세속적인 사회적 이상으로부터 정체성 정치로 끌어당기고 있다. 그들이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에 하나로 뭉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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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2부까지의 내용은 주로 개도국이나 민족/종교적 파벌이 뚜렷했던 국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어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도 파벌화의 위험이 없지는 않은데, 요즘은 부동산/성별이 그 트리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jojo
“ 「믿을 수가 없었죠. 지금도 전쟁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아요. 다리스의 말이다. 하지만 외부 관찰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유고슬라비아 붕괴의 위험 신호를 알아챘다. 1990년 10월, 미국 중앙 정보국은 유고슬라비아가 2년 내에 해체될 것이며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 예상을 하게 된 한 가지 이유는 시민들이 각기 다른 종족 파벌로 꾸준히 뭉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중앙 정보국의 예상은 적중했다. 1년 반 뒤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다.
중앙 정보국의 다른 예상도 적중했다. 세르비아인들이 선동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밀로셰비치와 세르비아 극단주의자들이 폭력 사태의 지휘자가 되며 민족주의를 활용해서 세르비아인들을 결집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일반 시민들은 내전을 예상하거나 누가 내전을 시작할지 알지 못한다. 실제로 종족 사업가들이 자신들에게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다른 집단을 비난할 때 대개 보통 시민들은 잘못된 방향을 내다본다. 하지만 내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어디를 보아야 할지를 안다. 사람들이 가장 의심하는 집단이 아닌 경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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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그때부터 상황이 악화되었다. 무슬림들은 정부가 기독교도들의 폭력을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자체 무장 집단을 결성했다. 고전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이었다. 폭력 사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자위를 위해 무장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들에게 전쟁을 원한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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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민다나오 무슬림들이 반란을 일으 킨 이유는 무엇일까? 필리핀이 점점 더 아노크라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마르코스가 집권한 1965년, 그는 민주주의에 가까운 정치 체제(정치체 점수 +5점)를 물려받았다. 그는 4년 만에 이 체제를 잠식해서 확실한 아노크라시 구간(+2점)이자 내전이 벌어지는 티핑 포인트에 가까운 지점까지 몰아갔다. 개인과 소수 집단의 권리를 약화하고, 정부 권력을 확대하고, 법치를 잠식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축소하고, 대통령 권력에 대한 수많은 견제를 제거한 결과였다. 파벌화도 극심해졌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이래 필리핀 정치는 지역의 정치 집단 ─ 북부의 가톨릭과 남부의 무슬림 ─ 이 마닐라의 후원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지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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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파벌화된 아노크라시에 불만을 품은 채 살아가는 종족 집단은 어디에나 많으며, 대부분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에는 80개가 넘는 종족 집단이 있고 주요 종교만 최소 5개에 이른다. 하지만 오직 소수만이 조직을 이루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세계에서 종족적으로 가장 다양한 나라로 손꼽힌다. 360개가 넘는 부족과 종족-언어 집단이 있지만, 지금까지 4개 집단 ─ 암본인, 동티모르인, 아체인, 파푸아인 ─ 만이 무기를 들었다. 일부 집단이 나서서 싸우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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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지난 30여 년간 학자들은 1백 년 가까운 내전의 역사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 모음 몇 가지를 활용해서 하나의 답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한 가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실인데, 폭력적으로 바뀐 집단들이 대체로 정치 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집단은 투표권이 제한되고 정부 공직에 거의 전혀 들어가지 못한다. 정치권력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다. 하지만 학자들이 발견한 폭력의 가장 유력한 결정 요인은 한 집단의 정치적 지위의 궤적이다. 일단 권력을 잡았다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이 특히 싸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지위 격하downgrading〉라고 지칭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변이가 많지만,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서 누가 폭력을 개시할지를 예측하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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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위 격하는 정치적, 인구학적 사실인 만큼이나 심리적 현실이기도 하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지위가 격하된 파벌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집단의 성원들이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지위가 상실됨을 느끼고 그 결과로 원한을 품는다는 사실이다. 여러 사례에서 원한과 분노가 파벌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듯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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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가장 위험한 파벌은 한때 지배적이었으나 쇠퇴에 직면한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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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가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로 보면 한국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임금만 봐도 남성 쪽이 훨씬 높습니다), 과거와 상대적으로 비교해 자신이 온당하게 받을 것보다 못받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 백래시가 강렬하기 마련입니다.
jojo
“ 전문가들은 압하지야 인 같은 집단을 〈토박이sons of the soil〉라고 부른다. 전쟁을 벌이는, 지위가 격하된 많은 종족 집단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토박이〉는 한 지역의 원주민이거나 그 역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태어난 땅의 정당한 상속자로서 특별한 혜택과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집단이 지배적인 것은 그들이 다수 지위를 차지하거나 처음에 그 영토에 거주하거나 정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토착민〉이라고 여기며, 나중에 그 땅에 정착하거나 지역의 주요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들은 모두 〈외부자〉라고 규정한다. 1800년 이래 벌어진 내전을 다룬 한 연구에 따르면, 〈토박이〉 범주에 해당하는 종족 집단이 반란을 일으키는 비율은 약 60퍼센트로, 다른 범주 ─ 28퍼센트 ─ 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이런 집단이 위험한 이유는 저항 운동을 조직하는 역량이 강하고 불만을 느끼는 정도가 압도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 다 내전을 촉발하는 주체를 결정하는 데 주요한 요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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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리는 현재 미국의 MAGA와 이민반대흐름을 만드는 결정적인 감성으로 생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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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21일(일)까지 3-4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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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들은 대체로 어디서 내전이 발발하고 누가 내전을 시작하는지를 안다. 종족 파벌들이 지배하는 아노크라시 사회에서 지위가 격하된 이들이다. 그런데 무엇이 내전을 촉발하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한 나라가 결국 충돌로 치달을까? 시민들은 많은 고통을 흡수할 수 있다. 오랜 차별과 가난을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몰락하는 고통을 견딘다. 참을 수 없는 것은 희망이 사라지는 현실이다. 한 집단이 미래를 내다보는데 계속 고통만 받을 뿐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길로 폭력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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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거리에서 구호만 외쳤습니다. 아무도 우리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목숨이 남아 있는 한 구호를 외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정권이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대열에 합세해서 같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피 때문이죠. 피를 보고 사람들이 움직인 겁니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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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 자체는 내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실 시위는 기본적으로 희망에서 우러나는 행동이다. 일반 시민이 집을 나와 종이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가서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는 것은 정부가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의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정부가 자신들에게 총을 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 너무 무서워서 행동에 나서지 못하거나 ─ 결의를 불태우며 나가게 마련이다. 휴대 전화 하나만 달랑 들고서 거리로 나가는 것은 낙관적인 행동이다. 체제가 스스로 교정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알아사드가 시위에 직면해서 개혁을 이루었다면, 수니파는 피켓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시위가 실패로 돌아가면 희망이 사라지고 폭력의 구실이 생긴다. 시민들이 결국 체제에 대한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때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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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 충격적인 것은 이 시위들이 어느 때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에는 평화 시위의 성공률이 65퍼센트였다. 정부를 전복하거나 독립을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성공률이 34퍼센트로 떨어졌다. 체노웨스도 〈정말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체제들이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실패한 시위는 내전의 위기가 무르익은 나라에서 위험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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