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읽기모임합니다.

D-29
오늘날 미국의 극단주의자들은 이른바 가속주의accelerationism를 신봉한다. 현대 사회는 구제할 길이 없으며 그 종말을 한시바삐 앞당겨야만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다는 묵시록적 믿음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미국을 반란 단계에서 위로 끌어올리고 또한 어쩌면 종족 청소로 이끌기 위해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다. 가속주의 신봉자들은 일반적인 수단 ─ 집회, 우파 정치인 선출 ─ 으로는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을 통해 변화를 재촉해야 한다고 믿는다. 테러리즘 전문가 맥냅이 설명한 것처럼, 그들은 충돌을 유발하기 위해 코로나 록다운부터 인종 정의를 위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실을 찾는다.25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 행동을 계기로 폭력의 연쇄 반응이 시작되어 온건한 시민들 ─ 정부의 억압과 사회적 불의를 눈뜨고 지켜보는 시민들 ─ 도 그들의 대의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이다. 맥냅은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극좌파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좌파 극단주의 집단 가운데 일부도 그들과 같은 운명임을 깨닫고 있다. 두 집단은 똑같이 불행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나 정치, 다른 모든 것에 대해 어떤 통제권도 없다. 결국 이런 식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뉘른베르크 재판 당시에 미국의 젊은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Gustave Gilbert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괴링은 이렇게 답했다. 「물론 사람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 농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게으름뱅이가 기껏해야 몸 다치지 않고 농장에 돌아오는 게 최상의 기대인 경우에 왜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려고 할까? ……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언제나 간단한 일이야. …… 사람들한테 조만간 적한테 공격당할 테고, 평화주의자들은 애국심이 없어서 나라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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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서 폭력적인 종족 청소가 일어나는 데 굳이 인구의 대다수가 관여할 필요는 없다. 소수의 중무장한 시민들만 있어도 ─ 법 집행 기관과 군대의 도움이 결합되면 ─ 9단계 〈절멸extermination〉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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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 점수에 따르면 2016년 이래, 브이뎀에 따르면 2015년 이래 미국은 거버넌스의 질이 꾸준히 쇠퇴했다. 자유로운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을 보장하는 중심적 기제이지만, 다른 많은 나라와 달리 미국은 독립적이고 중앙 집중화 된 선거 관리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 선거 전문가이자 하버드 대학교의 선거 적정성 프로젝트Electoral Integrity Project 창립 책임자인 정치학자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에 따르면, 새롭게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거의 모든 나라는 선거의 적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의 독립적인 선거 관리 체계를 만든다.9 이는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한국은 모두 민주주의를 처음 만들면서 이런 체계를 만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인도, 나이지리아 등 국토가 넓은 연방 민주주의 국가들 또한 이런 식으로 선거를 관리하고 있다. 캐나다의 선거 체계는 캐나다 선관위가 운영하며, 모든 투표자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똑같은 절차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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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관위의 선거 부실운영사건이 일어난 뒤 이 내용을 보니 기분이 좀 묘하네요.
미국 정부는 또한 선거인단 제도를 재검토함으로써 초당파 정치를 강화할 수 있게, 그리고 충돌을 피하게 만들 수 있다. 선거인단 제도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 게리맨더링이기 때문이다. 미국식 제도는 상원에서 소규모 주에 어울리지 않는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분리를 악화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2000년 이래, 두 대통령이 일반 투표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해서 당선되었다. 일반 투표 결과로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하는 제도로 바꾸면 이런 일이 방지될 테고, 또한 인종 구분선을 가로질러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선거 승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에서 파괴적인 종족 파벌을 약화시키고 싶다면, 농촌 백인의 표를 특별 대우를 하는 대신 시민 한 명 한 명의 투표를 똑같이 중요하게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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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관련된 이 모든 문제는 정부의 정당성에 손상을 가하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며 거버넌스를 저하시킨다. 또한 나라를 다시 아노크라시 구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민주적 제도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해법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데 있다. 미국은 정부의 투명성과 유권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모든 시민에게 공평하고 포용적이게 만드는 방향으로 정부를 개혁해야 한다. 점점 더 협소해지는 시민 집단과 기업의 이해에 봉사하도록 제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방침을 바꾸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며,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모든 미국인이 쉽게 투표를 할 수 있고, 모든 표가 유의미하며, 이 표들이 워싱턴에서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도록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로비스트나 억만장자, 점점 줄어드는 농촌 유권자 집단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 분명해질 때에만 미국인들은 정부를 다시 신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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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그래서 실현이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바쁘고 생업에 지친 일반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외부자들이 손쉽게 불신과 분열의 씨앗을 뿌릴 수 있게 되면서 파벌주의가 창궐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2016년 볼티모어에 기반을 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조직가들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블랙티비스트Blacktivist라는 페이스북 계정은 경찰의 시민 폭행과 곧 열릴 집회에 관한 동영상들을 공유했다.48 또한 〈젊고 재능 있는 흑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등의 상품을 판매했다. 이 페이지는 36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것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의 공식 페이지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 후에 CNN은 블랙티비스트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침투하려는 크렘린의 시도와 연결된 470여 계정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인종적, 지역적, 종교적 긴장에 불을 붙이려는 원대한 목표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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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토) - 30일(화) : 7장부터 마지막까지 분량입니다.
미국이 진정한 다종족 민주주의의 약속을 완수하려면 심각한 위험을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아노크라시 구간에 빠지지 않고, 소셜 미디어를 제어해야 파벌주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2차 내전을 피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엄습하는 또 다른 위협에 대처할 대비를 해야 한다. 기후 변화가 그것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자연재해의 빈도와 심각성을 높이면서 우리의 연안 도시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열파와 산불, 허리케인과 가뭄을 야기한다. 또한 남반구에서 부유한 백인의 북반구로 향하는 이민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이런 도전을 알고 있으며, 행동으로 옮기려는 열정과 용기를 갖고 있다. 그들은 아메리칸드림의 새로운 얼굴이다. 기운이 빠질 때면 학생들을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려고 다짐한 첫 번째 세대의 학생들로 가득한 강의실보다 더 좋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졸리와 나는 지난해 12월에 여권을 갱신했지만, 미국을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우리는 이 나라를 너무도 사랑한다. 만약 미국이 세계 전체가 나아갈 길을 이끈다면,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전체가 나아갈 길에 앞장서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그 이행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미국은 역사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지 않다고 믿어야 한다. 미국은 놀라운 새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으며, 지금 우리는 우리의 건국 모토 ─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 ─ 에 걸맞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책을 다시 한번 읽고 느끼는 소감은, 이 책은 국가에서 정치적 갈등이 어떻게 고조되는가를 잘 보여줌과 동시에(그래서 물리적인 내전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리버럴로서 작가의 태도는 반대방향의 이유 - 보수파가 아닌 진보 진영의 태도가 정치적 내전을 부추기는 이유 - 또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밝히는 것처럼 대부분 국가의 내전은 종족주의의 발로에서, 지배적인 민족이 그 위치를 위협받을 때의 백래시로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갈등의 조용히 봉합하고 넘어간 국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극우의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을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주민들에 의한 너무 급격한 사회변화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책의 마지막이 너무 이상적인 진보적 담론 -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변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재 지구상에 이것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 오히려 너무 급격한 사회변화가 극우적 반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을 무시하고 있는 것 - 으로 보여 한 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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