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읽기모임합니다.

D-29
결국 폭력의 촉매로 작용하는 것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끝없는 위기감을 부추김으로써 절망감을 더욱 키운다. 극단주의자들이 퍼뜨리는 가짜 정보는 평화적 시위자들의 평판을 해치고, 조만간 반정부 집단의 반격이 일어난다는 확신을 시민들에게 주입하며, 자기들 운동 내부의 온건파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거나 반정부파에 비해 무능하고 허약하다는 인식 ─ 종종 그릇된 인식 ─ 을 퍼뜨린다. 바로 이 순간에 폭력 사태가 벌어진다. 시민들이 전통적 수단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 때다. 소셜 미디어가 부추기는 가운데 시민들은 이제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된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미국인이라면 모두 그렇겠지만, 나 역시 1월 6일 벌어진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척 익숙한 광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뒤 뻗대는 모습을 보니 마두로나 그바그보 같은 다른 대통령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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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국인데, 우리는 관용과 유서 깊은 민주주의로 유명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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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총기 소유권 같은 핵심적인 정책에 호소하고, 이민과 미국의 인구 구성 변화(2045년에 이르면 백인이 과반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에 대한 불안에 편승하면서, 농촌 백인들의 표를 점점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 총기 접근성을 제한하고, 미국 도시의 풍경을 뒤바꾸는 다양성을 끌어안음으로써 폭력을 줄이려고 하면서 ─ 점점 도시 정당이 되었다. 오늘날 농촌과 도시의 분열이야말로 민족을 지향하는 시민과 글로벌을 지향하는 시민 사이의 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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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 있는 한 연구에 따르면,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를 예상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지표는 경제적 안녕의 변화(이것은 후보 선호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가 아니라 〈소수 집단이 다수가 되는 미국majority-minority America〉이 등장할 것이라는 깊은 불안을 비롯한 지위가 위협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저스틴 제스트Justin Gest는 공화당의 지지율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백인 노동 계급의 미국인들에게 지난 몇십 년간 얼마나 많은 힘과 지위를 상실했는지를 묻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백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위협에 빠지는 실험을 진행하면 소수자들에 대한 징벌적 정책을 지지하는 백인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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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들〉의 불만은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닐지라도 대개 마음속 깊이 새겨진다. 트럼프 같은 정치 지도자들의 호소가 그토록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일랜드 공화군 지도자들은 개신교인들에게 경제적, 정치적 차별을 당하는 가톨릭교인들의 진정한 분노를 활용했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의 깊은 원한을 활용했다. 미국 공화당은 백인들의 불만을 끌어안음으로써 세계 곳곳의 〈토박이〉 운동을 옹호한 정당들과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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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희망이 사라지면 운동은 폭력에 의지하게 된다. 의사당 습격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처럼, 우파 시민들은 자신들의 지위가 추락하는 것에 분개할 뿐만 아니라 이제 체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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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현재 한국의 극우들이 왜 부정선거론에 기울게 되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오늘날의 민병대는 과거의 민병대와 성격이 다르다. 1970년대에 미국의 폭력적 극단주의 조직은 대부분 좌파 성향이었다. 오늘날에는 좌파의 비율이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에서는 인종적 동기의 공격을 모의하는 극우파 단체가 늘어났다. 현재 미국 극우 과격파의 65퍼센트 정도가 백인 우월주의 성향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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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까지는 포퓰리즘이란 주로 복지정책을 남발하는 좌파정부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지금 시대의 포퓰리즘은 극우 정당에 더 맞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날 미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미국은 아노크라시의 문턱에 선 파벌화된 나라로, 빠른 속도로 공공연한 반란 단계로 접근하는 중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의사당 습격 사건을 계기로 이제 정부는 극우파 단체들이 미국과 민주주의에 제기하는 위협을 간단히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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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은 과연 내전에서 자유로운 국가일까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면, 즉 이런 식으로만 내전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내전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 21세기에 자국 정부를 상대로 내전을 벌이는 이들은 전장을 아예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강력한 정부를 상대로 전통적 전쟁을 벌이면 십중팔구 패한다는 사실을 안다. 대신에 그들은 약자들의 전략, 즉 게릴라전과 테러리즘을 선택했다. 그리고 점차 각국에서 국내 테러 활동이 민주적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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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그 공격 대상 ─ 시민들 ─ 이 정치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테러 공격을 막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아일랜드 공화군, 하마스, 타밀 호랑이 등은 모두 일반 시민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길수록 정부가 평화를 대가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더 많은 양보를 할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극단주의자들이 이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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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내전에 일정한 유형의 종족 청소가 수반되며11 ─ 어느 정도 이런 텍스트들 때문에 ─ 미국에서 고조되는 극우파 테러 활동도 이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미국의 사회 질서를 개조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은 시민들이 연방 정부에 대항하게 만들고, 온건파를 설득해서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게 하고, 소수자들을 위협해서 침묵시키고, 새로운 이민자의 유입을 막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들은 또한 일부 사람들 ─ 소수자, 진보주의자, 이른바 〈사회주의자〉 ─ 만 도시와 주를 떠나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평범한 미국인들을 설득하려 한다. 농촌 중심부에 일련의 백인 종족 국가를 만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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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1단계, 2단계는 〈분류〉와 〈상징화〉이다. 권력을 쥔 한 정체성 집단이 시민들 사이의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그들을 집단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르완다의 벨기에 식민 지배자들은 원래 구별할 수 없었던 투치족과 후투족에게 신분증을 발급하면서 이런 분류를 시작했다. 그런 다음 그들 자신이나 다른 집단을 가리키는 일정한 표식을 도입했다(나치스는 스와스티카를 자기 것으로 내세우면서 유대인들에게 다윗의 노란 별을 옷에 붙이라고 강요했다). 이미 미국은 이 두 단계를 모두 통과하고 있다. 미국의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인종과 지리, 신앙으로 우리 스스로를 분류한다. 미국 극우 파벌의 성원들은 각각 상징을 차지했다. 오늘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남부 연합 깃발이나 프라우드 보이스의 오렌지색 모자, 샬러츠빌이나 의사당에서 극단주의자들이 과시하듯 걸친 하와이안 셔츠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양당 당원들은 전국적인 신분증 ─ 주민 등록증 ─ 을 발급해서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 두자고 제안하고 있다.14 그다음 3단계는 〈차별〉인데, 한 지배적 집단이 법률이나 관습을 동원해서 다른 이들의 권리를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것이다. 미얀마의 다수자인 불교도들이 로힝야족의 투표권과 일자리, 시민권을 박탈한 사례를 보라.15 4단계 〈비인간화〉는 이런 식이다. 권력자들이 대중적 담론을 이용해서 정규 시민과 표적이 된 소수자를 갈라놓으면서, 후자를 범죄자(세르비아인들이 보스니아 무슬림들을 지칭한 것처럼)나 인간 이하(후투족이 투치족을 〈바퀴벌레〉라고 부른 것처럼)로 폄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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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의 극단주의자들은 이른바 가속주의accelerationism를 신봉한다. 현대 사회는 구제할 길이 없으며 그 종말을 한시바삐 앞당겨야만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다는 묵시록적 믿음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미국을 반란 단계에서 위로 끌어올리고 또한 어쩌면 종족 청소로 이끌기 위해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다. 가속주의 신봉자들은 일반적인 수단 ─ 집회, 우파 정치인 선출 ─ 으로는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을 통해 변화를 재촉해야 한다고 믿는다. 테러리즘 전문가 맥냅이 설명한 것처럼, 그들은 충돌을 유발하기 위해 코로나 록다운부터 인종 정의를 위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실을 찾는다.25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 행동을 계기로 폭력의 연쇄 반응이 시작되어 온건한 시민들 ─ 정부의 억압과 사회적 불의를 눈뜨고 지켜보는 시민들 ─ 도 그들의 대의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이다. 맥냅은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극좌파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좌파 극단주의 집단 가운데 일부도 그들과 같은 운명임을 깨닫고 있다. 두 집단은 똑같이 불행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나 정치, 다른 모든 것에 대해 어떤 통제권도 없다. 결국 이런 식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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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재판 당시에 미국의 젊은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Gustave Gilbert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전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괴링은 이렇게 답했다. 「물론 사람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 농장에서 일하는 가난한 게으름뱅이가 기껏해야 몸 다치지 않고 농장에 돌아오는 게 최상의 기대인 경우에 왜 전쟁에 나가 목숨을 걸려고 할까? ……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건 언제나 간단한 일이야. …… 사람들한테 조만간 적한테 공격당할 테고, 평화주의자들은 애국심이 없어서 나라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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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서 폭력적인 종족 청소가 일어나는 데 굳이 인구의 대다수가 관여할 필요는 없다. 소수의 중무장한 시민들만 있어도 ─ 법 집행 기관과 군대의 도움이 결합되면 ─ 9단계 〈절멸extermination〉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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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 점수에 따르면 2016년 이래, 브이뎀에 따르면 2015년 이래 미국은 거버넌스의 질이 꾸준히 쇠퇴했다. 자유로운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책임성을 보장하는 중심적 기제이지만, 다른 많은 나라와 달리 미국은 독립적이고 중앙 집중화 된 선거 관리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 선거 전문가이자 하버드 대학교의 선거 적정성 프로젝트Electoral Integrity Project 창립 책임자인 정치학자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에 따르면, 새롭게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거의 모든 나라는 선거의 적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의 독립적인 선거 관리 체계를 만든다.9 이는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한국은 모두 민주주의를 처음 만들면서 이런 체계를 만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인도, 나이지리아 등 국토가 넓은 연방 민주주의 국가들 또한 이런 식으로 선거를 관리하고 있다. 캐나다의 선거 체계는 캐나다 선관위가 운영하며, 모든 투표자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똑같은 절차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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