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앞에서

D-29
남은 나와 같지 않다 한국에서 전쟁이 터지면 미군이 자기 나라처럼 한국을 지켜줄까. 그걸 생각해야 한다. 절대 안 그런다. 남 처분만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억울하게 죽을 뿐이다. 그냥 우선 느긋하게 지켜본 다음에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남은 나처럼 생각 안 한다. 아쉬운 건 바로 나다.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자 지구에서 폭탄으로 죽는 것보다 실은 더 신경 쓰는 게 인간이다.
일본처럼 모임과 정소에 따라 옷 고르기도 힘들다.
여자들은 과거를 잘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속물적일 수가. 우리나라만이 돈을 최고 행복의 잣대로 여긴다.
오늘 야간 근무는 기분도 별로 안 좋고 우울하고 컨디션도 별로다.
어제 피로회복제를 과하게 먹었더니 꼭 몸살 날 것 같다.
진상 승객 때문에 피로감이 확 가신다.
나는 내가 여성주의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결국 나이들면 자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작가는 기본적으로 다른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작가가 된 것이고 평범한 것을 싫어한다. 속은 그렇고 현실에선 구설수에 안 오르려고 평범한 것처럼 하는 게 작가다.
법륜처럼 세상엔 내가 안 나서도 그냥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게 많다. 내가 나서는 건 아무 쓸모도 없는 경우가 많다. 나설 때 나서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
원래 세상은 부조리한 것이고 모순이 있고 그렇지만 역시 한 가지 목소리만 들으면 안 된다. 그것만 들리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글도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곤란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 제한 없는 다양성이 좋은 사회다.
그렇게라도 문학 곁에 붙어 있고 싶었다.
그냥 좋으면 해야 하는데 목표를 세우고 상을 받겠다고 하고 그런 기대를 걸고 하면 더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게 세상 이치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해라.
글을 쓰는 건 팔자이고 기질의 문제라 어떻게 안 된다.
그건 아무리 꺼버리려고 해도, 꺼진 듯 보였다가도 다시 타올라 나의 어두운 내면을 비추었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글 경쟁대횐 나갈 필요가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들이 평가해 그냥 요식행위이고 그 지역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되어도 상장이 이름이 틀리게 나오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떨어져도 좋다. 실력이 없어 떨어진 게 아니다. 그리고 시간 낭비다. 경쟁도 아닌 곳에 안 나가 자기의 글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은 남아서 좋은 것이다.
댓글도 그렇고 자기 글에 대한 평가를 듣는 건 안 듣는 게 좋은 경우가 더 많다. 내 글 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댓글은 아예 안 본다.
자신이 뭔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그게 사실이면 받아들여야 다른 것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된다. 남은 그것까진 눈치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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