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앞에서

D-29
자기 자신에게도 최소한의 친절을 베풀 필요가 있다고.
글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쓰는 이유가 자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게 있어 그런 것 같다. 말보단 글로 그걸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된 건 아마도 팔자소관(八字所關) 같다.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정식 작가가 안 되었어도 자꾸 글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것. 남에게 자기 글자랑 하는 것도 포함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내 진짜를 글로 내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많이 읽으니 아웃풋으로 글로 뱉어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감춰진 것들을 글로 토해내고 쓰다 보면 그 상처들이 자꾸 발견된다. 그걸 계속 글에 노출시켜 말리는 것이다. 최은영 작가는 <백지 앞에서>에서 “내가 미워하고 수치스러워했던 나의 모습을 대면하는 일이기도 했다.”라고 말한다. 결국 나를 점점 더 알고,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
메세지/메시지 ‘메세지’기 아니라 ‘메시지’가 맞다. 메시지(message) ①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어떤 처지나 뜻을 밝히려고 보내는 글 ② 작품이 담고 있는 교훈이나 의도 ③ 말, 글자, 기호 등으로 전달되는 정보 내용 광고는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출품작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높고 메시지도 매우 뚜렷했다. 지영이는 음성 메시지를 확인했다.
소세지/소시지 다져서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 또는 얇은 막에 채워서 익힌 음식은 ‘소세지’가 아니라 ‘소시지(sausage)’가 맞는 표현이다. 아기에게는 햄이나 소시지처럼 방부 처리한 고기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님에게 모욕을 당해 참고 넘어가는 건 책상이 앉아 책을 통과할 때다. 책은 만병통치약이다. 골방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독서하는 것만이 내게 유일한 치유법이다. 그러면 더 열정적으로 읽고 쓴다. 어쩌면 그게 고마운 일이다.
확실히 작가는 글과 생각을 잘 다루기 때문에 솔직히 잘 피해다닌다. 자기 변명의 명수인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눈이 잘 안 보여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친구가 없으면 못 사는 것 같은데 남자 입장에선 늙으면 친구가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책 읽으며 산책하며 혼자 노니는 게 제일이다.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며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게 제일이다. 가치관이 달라 자기 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잘 맞는 가족이 최고다.
나와 다르다 관계의 문제는 자기가 중심이고 자기 위주에서 못 벗어나고 남은 절대 나와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남은 나와 다르다. 이게 철칙(鐵則)이다. 모두는 내 맘 같지 않다. 남은 내가 어쩌지 못한다. 남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으면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이게 인생이다. 태어나면 만나고, 죽으면 헤어지는 것이다. 내가 생겨나 남을 만나고 내가 죽으면서 헤어지는, 이 단순한 진리가 사는 동안 거듭되는 것이다.
연락은 안 말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자들은 자기에게 호감이 별로여도 자꾸 연락이 오는 것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인기가 있다는 말이니까, 아직 난 죽지 않았다는 증거. 어떻게 보면 어장관리하며 위안을 삼는 것이다. 얘한테 상처받은 걸 다른 굴에서 찾는 것이다. 굴을 여러 개 뚫어 놓는 것이다. 단물 다 빠진 중년으로 넘어가면서 집적거리던 놈팡이들이 더는 안 그러면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쓰는 게 가장 좋은 글을 탄생시키는 것 같다. 그냥 목적 없이 떠오르는 상념들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기대 기대하고 하면 더 안 되는 것 같다. 하던 지랄도 멍석 깔면 식는다. 남도 그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뭘 해주겠다고 해 놓고 안 해주면 실망한다. 그 말을 아예 안 하고 갑자기 선물 주듯이 서프라이즈하면 기쁨은 백 배가 되고 그에 대한 내 이미지도 한없이 솟는다. 그러니 나에 대한 기대도 남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자. 원래는 꾸준히 내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그러나 우린 그를 항상 기대하니까 실망하고, 나쁜 남자처럼 차갑게 굴다가 어쩌다 잘해주면 고마워하고 그에게 빠진다. 순간의 짜릿한 흥분에 빠진 것이다. 이러면 실은 안 된다. 나중에 꾸준히 잘해주던 사람의 진가를, 그 값을 톡톡히 치른 다음에 그가 진정한 진국임을 알았을 땐 이미 늦다. 이게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남자 번식, 여자 생존 자꾸 남녀 차별하지 말라고 하는데, 차이를 모르면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엄연히 현실에서 존재하는데 부정하면 나만 손해다.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른다. 분명히 남자는 번식 욕구가 더 강해 여기저기 거들떠본다. 그리곤 아니다 싶으면 다른 번식을 찾아 떠난다. 여자는 생존 욕구가 더 강해 관계에서 멀어지면 생존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내 새끼를 지킬 강한 남자를 원한다.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도 그런 생존 욕구의 발로다. 남자는 사냥하러 가서 사냥감을 혼자 독차지하면 좋다. 그래 혼자가 더 나은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집단생활을 해서 관계에서 멀어지면 생존이 위태로워 그렇게 관계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이 든 나도 이젠 혼자가 더 편하다. 누구와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하면 가치관이 안 맞아 실망만 하고 돌아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신뢰하는 존재 인간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자기를 지켜봐 주고 지켜주는, 돌아보면 언제나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어서 가라며 손짓하는, 어떤 경우에도 응원하고 박수 치는 그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덜 불안해하며 산다. 절대적 신뢰가 가는 그 누군가가 있으면, 자기 곁에 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살기 편안해진다. 그게 신이든, 엄마든, 책이든, 음악이든 절대 버리고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존재가 있다고 믿으면.
내게 글쓰기는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내 모습을 꾸미기 위한 장식도, 타인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도 아니었다.
쇼코의 미소보다 더 솔직하게 잘 쓴 글 같다.
과자 봉지, 편의점 도시락 등 생활 용품 포장 쓰레기가 많아 20L 짜리 쓰레기 봉지가 아주 유용하다. 쓰레기가 너무 많다. 저 다 오염인데 이 지구를 어찌 할꼬.
아무리 겉으로 쯕쭉빵빵해도 몸 속은 썩었을 수도 있다. 그건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의사들이 많아 서로 경쟁을 붙여 아픈 환자에게 갑질을 못하게 해야 한다.
아빠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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