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짜 삶은 언젠가 어떤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불완전해 보이는 여기에 있다.
백지 앞에서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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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는 건 내게 그 자체로도 치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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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많이 읽으니까 나이도 들고 눈이 너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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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자신은 미물에 지나지 않으며 그저 내 생각만이 자유로움을 알아야 한다. 그 생각이라는 것도 자기가 사는 세계의 틀에 실은 갇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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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해서 지하철에 인간들이 없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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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병원까지 운전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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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다음날 수술 시간에 맞춰 다시 오기로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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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보느냐고 엘리베이터도 안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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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면 글로 더 잘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말로 못다한 것을 글로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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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마취를 하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살인을 해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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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규정상 보호자는 한 명만 머무를 수 있어서 아빠는 내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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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타고난 성정 같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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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기 전까지는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쓴 시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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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떠나기 전 우리는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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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진짜 좋은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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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확실한 루틴을 갖고 살면 늙어서도 혼자 오래 살 수 있다. 마누라와 헤어진 후 늙은 남자혼자 9년이 지나도 거뜬히 혼자 살 수 있는 것이다. 치매도 안 걸린다. 루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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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현실
인간이 드높은 사상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기가 밑지고 결혼했 으면 그걸 받으려고 한다.
연애 땐 온갖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애걸해 결혼에 골인하면
이젠 싱대를 잡은 물고기 취급을 한다.
그동안 당한 수모를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이혼하자고 해놓고 현실을 극복 못 하고 그대로 살면
처음 그 말을 꺼낸 사람은 꼭 보복을 받는다.
잘생기면 얼굴값을 하게 되어 있고 돈이 많으면
돈지랄을 한다.
학력이 높으면 낮은 배우자를 무시한다.
안 그런 사람은 그걸 선택했으면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늘 인간은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걸 아예 감수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인간 현실에서 그렇게 인간은 사상적으로 고상하지 않다.
이게 진짜 인간이 사는 모습이다.
현실이 너무 비참하면 아예 인간과 세상은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현실에서 좀 떨어져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을 구축하면 된다.
인간 현실에 영향을 안 받는 것으로.
인간 현실은 자기가 구축한 이상과는
아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서 이상 구축은 신기루에 가깝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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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안 나올 수 없는데
누구는 칸트처럼 소요(逍遙)를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헬스나 목욕을 할 때 아이디어가
곧잘 떠오른다.
하여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면 어떤 곳에서든지
아이디어가,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생각이 머리에서 튀어나온다.
이들은 표절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왜 표절을 하나?”
“왜 AI에게 도움을 받나? 내 생각만 받아적기도 힘든데?”
기질과 타고난 열정이 중요한 것이다.
글재주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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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워라밸이 중요하다.
특히 정년이 3년 이하 남은 사람은 직장에
헌신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가 머리 잡고 쓰러지면 나만 손해다.
직장에서도 요식행위일 수도 있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건
‘미래 설계’와 ‘진로 설계’ 교육 아니겠나.
이런 흐름에 능히 갈아타야 한다.
나도 별수 없다.
나는 문학 수업을 듣고 싶다.
이런 교육이 있는 건 이제 슬 슬 직장에서 발을 빼란 뜻이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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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랭이/아지랑이
햇빛이 강한 날,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거리는 현상은
‘아지랭이’가 아니라 ‘아지랑이’라고 표현한다.
주로 맑은 봄날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많이 틀리는 것은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은 ‘실랭이’가 아니라 ‘실랑이’라고 표현한다.
아지랑이 때문에 사막 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아른아른 흔들려 보였다.
입국 수속에서 나의 여행 증명서에 나라 이름이
빠져 있는 바람에 잠깐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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