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냥 타고난 성정 같은 것이겠지.
백지 앞에서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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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기 전까지는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쓴 시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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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떠나기 전 우리는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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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진짜 좋은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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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확실한 루틴을 갖고 살면 늙어서도 혼자 오래 살 수 있다. 마누라와 헤어진 후 늙은 남자혼자 9년이 지나도 거뜬히 혼자 살 수 있는 것이다. 치매도 안 걸린다. 루틴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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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현실
인간이 드높은 사상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기가 밑지고 결혼했으면 그걸 받으려고 한다.
연애 땐 온갖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애걸해 결혼에 골인하면
이젠 싱대를 잡은 물고기 취급을 한다.
그동안 당한 수모를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이혼하자고 해놓고 현실을 극복 못 하고 그대로 살면
처음 그 말을 꺼낸 사람은 꼭 보복을 받는다.
잘생기면 얼굴값을 하게 되어 있고 돈이 많으면
돈지랄을 한다.
학력이 높으면 낮은 배우자를 무시한다.
안 그런 사람은 그걸 선택했으면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늘 인간은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한다.
그걸 아예 감수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인간 현실에서 그렇게 인간은 사상적으로 고상하지 않다.
이게 진짜 인간이 사는 모습이다.
현실이 너무 비참하면 아예 인간과 세상은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현실에서 좀 떨어져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을 구축하면 된다.
인간 현실에 영향을 안 받는 것으로.
인간 현실은 자기가 구축한 이상과는
아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서 이상 구축은 신기루에 가깝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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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안 나올 수 없는데
누구는 칸트처럼 소요(逍遙)를 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헬스나 목욕을 할 때 아이디어가
곧잘 떠오른다.
하여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면 어떤 곳에서든지
아이디어가,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생각이 머리에서 튀어나온다.
이들은 표절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왜 표절을 하나?”
“왜 AI에게 도움을 받나? 내 생각만 받아적기도 힘든데?”
기질과 타고난 열정이 중요한 것이다.
글재주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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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워라밸이 중요하다.
특히 정년이 3년 이하 남은 사람은 직장에
헌신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가 머리 잡고 쓰러지면 나만 손해다.
직장에서도 요식행위일 수도 있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건
‘미래 설계’와 ‘진로 설계’ 교육 아니겠나.
이런 흐름에 능히 갈아타야 한다.
나도 별수 없다.
나는 문학 수업을 듣고 싶다.
이런 교육이 있는 건 이제 슬슬 직장에서 발을 빼란 뜻이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란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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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랭이/아지랑이
햇빛이 강한 날,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거리는 현상은
‘아지랭이’가 아니라 ‘아지랑이’라고 표현한다.
주로 맑은 봄날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많이 틀리는 것은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은 ‘실랭이’가 아니라 ‘실랑이’라고 표현한다.
아지랑이 때문에 사막 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아른아른 흔들려 보였다.
입국 수속에서 나의 여행 증명서에 나라 이름이
빠져 있는 바람에 잠깐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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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엎다
‘업다’는 사람이나 동물을 등에 대고 붙잡아 두거나
천이나 끈으로 매어 붙어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엎다’는 물건을 거꾸로 돌려 위아래를 바꿔 놓는 것
혹은 그릇을 넘어뜨려 안에 든 것을 쏟아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는 발음이 비슷해도 뜻이 완전히 다르니 잘
구분해서 써야 한다.
그 여인은 아이를 등에 업고 먼길을 찾아왔다.
동생이 밥을 먹다가 국그릇을 엎어서 발을 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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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 질문
법륜에게 질문하는 걸 듣고 있으면
남자는 약간 철학적인 것을, 여자는 생활적인 걸 질문하는데
이런 걸 봐도 여자는 생활에 밀착되어 있고,
남자는 약간 거기서 떨어져서 질문하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왜 굳이 이런 걸 거론하느냐고 따질 수도 있는데
이런 차이를 모르면 생활하는데 자기만 어려움을 겪는다.
엄연히 존재하는 것을 가린다고 그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차별이 아니라 성차(性差) 인 것이다.
누구나 다 차이가 있고 남녀 간에도 분명 일반적으로
지금, 현재 그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걸 알아야 그 문제도 해결된다고 본다.
현황을 왜곡 없이 알아야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고
그 문제라는 것도 차츰 해결되는 것이라 본다.
아예 외면하고 덮어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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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나도 법륜과 같은 의견인데,
인간은 다 자기 본위(本位)라는 것이다.
잘해주던 남편이 갑자기 죽으면 “아이고, 나 혼자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살라고?” 하며 통곡한다는 것이다.
실은 남편의 죽음이 슬픈 게 아니라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사나
하고 자신에 대한 연민이 더 슬픈 것이다.
자기를 벗어나기가 그렇게 힘들다.
아니, 자기가 거기에 갇혀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안다고 해도 나오려는 의지도 없고
그렇다고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굴레라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하여간 무의식의 근저(根柢)엔 항상 자기가 있다.
다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살았을 때 자상하고 자기에게 잘해주다 죽으면 아쉬워하며
10년 이상을 그 좋았던 남편이 자기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같이 살 때 속만 썩이던 남편은 죽으면서 대신 난 홀가분해져
그의 부재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니-아니 실은
자꾸 웃음이 나게 해주니-살아서 잘 안 해준 것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도 어느 날 갑자기 자면서 편히 죽으면 자식들이
미처 준비 못 해 당황하고 힘들지만,
여러 해 고생해, 갖은 ‘병수발’ 다 들어줘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하고 바라면
부모가 정을 떼고 죽어 부모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
약해지니 그것 또한 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것엔 다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결혼에서도,
현실에서 인간 사상(思想)이 그렇게
우아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얼굴이 되면 얼굴값 하고 잘빠진 몸매면 몸매 값 하고
돈 많으면 돈값, 학력이 상대방보다 높으면
그 값을 해 상대를 깔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나보다 얼굴이 빼어나 바람을 피우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꿀리게 선택했을 땐 그것으로 문제가
일어날 걸 감안(勘案)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결혼을 향한 노력에서도,
그렇게 몸과 마음을 바쳐 갖은-자기가 생각하기에-
수모 끝에 결혼에 성공했을 때 계속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젠 자신이 받을 차례라고-이미 잡은 물고기로-
자신이 그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니까 고상한 게 아니라.
이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인간 심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꼴에 얼굴값 한다고 바람피우는 그 꼬라지가 도저히 견디기
어려우면 이혼해 버리고, 그래도 이것저것 따져 그것 말고는
좋은 게 좀 있어서 그냥 살 거면 그 정도는 감수하며
살라는 것이다.
“또 얼굴값 하네.” “또 돈지랄하네.” 하며.
감정에 치우칠 게 아니라 이왕지사(已往之事) 이렇게 된 거,
자신이 뭘 더 중히 여기고 뭐가 이익인지 따져
그쪽으로 중심을 잡고 딱 잘라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도 약간 중의 견해를 갖고 사는 것 같다.
기질(氣質)이 중의 그것이다.
“진작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가야 했나?”
인간들하고 같이 지지고 볶는 것보다는 거기서
한 발 떨어져 그들을 가만히 관찰하는 것을
더 즐겨 하니 말이다.
같이 엉겨 사는 것보다는, “그들이 왜 그러나?” 하고
인간과 그들이 만드는 세상의 본령(本領)을 캐고 싶은 것이다.
나는 중의 기질이 다분하다.
그래서 법륜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왜 자꾸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일까.
가짜 아닌 진짜 중은 생각이 자유로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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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대부분 구질구질 하게 사는 것하고 그 말 자체를 아주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대신 우아하고 엘레강스하게 사는 걸 좋 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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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정년 얼마 안 남은 인간은 자기 입장에서 지금 일을 그런 식으로 하면 그만이다. 누구를 자기 관점에서 간섭하면 안 된다. 자기 위치가 남과 달라 자기만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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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수속을 하고 아빠가 운전해서 집에 데려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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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을 남기고 아빠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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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지나오면서 본 벚꽃을 구경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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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개나리는 만개해서 봄바람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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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진하게 한 시간 정도 잤더니 야간 근무에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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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때도 할아버지는 내게 한 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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