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불교는 만물을 다 보는데 다른 종교는 너무 인간 중심적이다. 인간이 뭐라고, 지구에 못된 짓만 저지르고 있다. 인간도 그렇지만 아예 지구를 만물에게 못살게 만들어 놓고 이제 달과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게 인간이다.
백지 앞에서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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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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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가 끝나고 주치의에게 내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다. 그는 책 선물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갑상선암에 관한 자신의 저서를 내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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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을 수용하게도 하고 망각이라는 진통제를 주입해주는 관대한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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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더 몸의 지배를 받는 것 같다. 그래도 몸에 힘이 있으면 뭔가 세상을 향해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차 몸이 부실하면 그것도 차츰 쇠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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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출납부에서 별로 할 게 없다. 자동으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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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에 너무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작가가 된 것이다. 괜히 그런 게 아니다. 자기의 타고난 성정을 뭐라 말고 그걸 현실에서 잘 활용하는 게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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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회수금 털고 그 이후 금고는 건드린 게 없고 현금 출납부와 마감과 결재만 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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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바라보고 인정해야 했다. 그래야 마음이 덜 병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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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빌 안 한다. 흐트러지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노랠 불러도 좋다. 너무 풍류를 모른다. 여유가 없다. 반도체 때문에 성과급 받은 걸 소비는 안 하고 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 돈 많이 줄 필요 없다. 소비할 사람들에게만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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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하루에 센 번 절하는데 그 옆에 돈이 있으면 재수 없다며 치우고 다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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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둬라
개인 문제도 그렇고, 사회도 상대가 도와 달라고
하기 전까진 그냥 둬라.
다 불필요한 오지랖이다.
요청도 안 했는데 돕는다고 나서는 건,
남의 인생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짓이다.
그냥 두면 대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게 더 많다.
괜히 끼어들어서-아무 쓸모도 없고 오히려 방해만 되어-더
일만 그르쳐 분란(紛亂)만 일으킬 수 있다.
그냥 뒀더라면 잘 해결됐을 것을.
전에 윤석열이 한국을 다스릴 때를 보면 알 것이다.
“제발, 뭘 하려고 하지 마라.”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를 쳤다.
이래서 책상머리에 앉아 구상하는, 머리 좋은 게으른
상사가 가장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계엄 명분을 쌓았다는
혐의로-그것만 가지고도-징역
30년 형을 선고(宣告)받지 않았나.
그러니 일단은 느긋한 자세로 굴러가게 그냥 두는 것이다.
무능한 내가 안 나서도 개인도 사회도
-나름의 질서 속에서-조화롭게 굴러가게 되어 있다.
인간 사회는 모순으로 덮여 있다.
모순 없게 내가 싹 뜯어고칠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여
구별만 잘하고 살아도 사회엔 무해(無害)한 존재가 된다.
자기 능력 밖 할 수 없는 것을 구별 못 해
하려고 덤비니까 일이 꼬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내가 생각하는 것처럼-그렇게 꼭 필요하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개입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실은 도움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돕되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라.
방기(放棄)하라는 말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자기 쓰임이 있나, 잘 살펴 효과 있게 도움을 주라는 말이다.
관심은 놓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은 요청 없는 끼어듦은 상대보다 자신을 더 위한 것이다.
남을 핑계 삼아, 남을 희생해 결국 자기만을 돕는 것이다.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 이것은 순 거짓말이다.
오직 자기를 위해서 그 말을 하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 옳다는 걸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상대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도와야 효과 있고 고마워한다.
그게 아니면,
자기 우월감의 소산(所産)이고, 상대에겐
귀찮은 잔소리와 간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자길 먼저 챙겨야 남도 도울 수 있다.
자기가 건강해야 남에게도 선한 영향을 준다.
엄마가 건강하고 씩씩하고 즐거워야
아이에게 실질적인 인생 도움을 주는 것처럼.
그 분야에 경험이 많고 수영을 잘하는 사람만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아니면 둘 다 물에 빠져 죽는 것밖에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자기를 먼저 안 챙기면 엄마도 아이도 같이
불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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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만행
그나마 불교는 만물도 두루 보는데 다른 종교는
너무 인간 중심적이다.
인간이 뭐라고, 지구에 못된 짓만 골라 저지르나.
인간 자신도 그렇지만,
아예 지구를 만물에게 못살게 만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 달과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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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졸도/포복절도
‘배를 부둥켜안고 넘어질 정도로 몹시 웃음’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는 ‘포복졸도’가 아니라
‘포복절도(抱腹絶倒)’가 맞는 표현이다.
참을 수 없이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을 때
‘포복절도’라는 표현을 잘 쓴다.
몇 페이지만 읽고도 포복절도를 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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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거리다/구시렁거리다
‘못마땅하여 잔소리나 군소리를 자꾸 되풀이하다’의 뜻으로
‘구시렁거리다’라고 표현한다.
자칫 ‘궁시렁거리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맞춤법에 틀린 표현이다.
‘구시렁대다’, ‘구시렁구시렁하다’도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그녀는 뭐가 불만인지 아까부터 구시렁거렸다.
저 인간이 구시렁대는 소리에 잠을 못 자겠어요.
그는 무슨 불만이 있는지 혼자서 무어라고
구시렁구시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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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나 만나봐야 상처만 주는 사람과는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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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나 종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범부 중생이 다 그렇다는 말이다. 일반 사람이 다 그런 노예 근성과 종 노릇을 스스로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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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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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가장 잘 쉬는 거라고 한다. 잠보다 더 잘 쉬는 것이다. 잠은 몸을 뒤척인다. 꿈도 꾼다. 그러나 명상을 몸을 안 움직이고 생각도 안 하는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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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수술을 받고 쉬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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