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앞에서

D-29
작가는 글 잘 쓰는 게 최고 장류진 작가가 얼굴이 예쁘긴 하다. 그런데 탤런트가 얼굴이 뛰어나면 연기가 파묻혀 연기파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작가도 얼굴이 곱상하면 글을 상대적으로 못 쓰는 것처럼 생각된다. 대신 책은 더 잘 팔린다. 그러니 뭐든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연기자는 무엇보다 연기 잘하는 게 최고이고, 작가는 글 잘 쓰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근데 솔직히 남자는 여자가 예쁘면 다 용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본능 아닌가.
십여 년 동안 외모에 대한 강박을 나름대로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드러내놓고 일하는 직업을 갖다보니 그런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기 외모를 가꾸는 게 뭐가 나쁜가. 칭찬 받으려고 화장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솔직히 기분도 좋고. 자기 만족도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설레면 그만이다.
자기 만족이건 남에게 좋게 보이려고 하건 자기를 꾸미고 연출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남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남 만나러 가는데 거지꼴을 하고 가면 그 상대방 기분이 어떤가. 꼭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나이에 맞는 관심사가 다를 뿐이다. 늙을수록 생활의 지지고볶음에서 나와 인생, 삶에 대해 떨어져서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솔직히 다 부질없는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고작 고런 걸로 괴로워?'
거기서 좀 떨어져야 심각하다면 심각한 것이고, 대수롭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그때그때 다르다. 홍상수 영화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인 것이다. 가능하면 그 안에서 나오는 게 좋다. 그대로 있으면 그 문제에서 놓여나기 어렵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중요한 결정을 하면 안 된다. 이상한 놈만 만나고 사기만 당할 수 있다.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자기 자식이 내 맘대로 안 되고 남의 자식처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하고 같다. 좀 떨어져서 보면 덜 진지하고 덜 심각해진다. 그걸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글로 옮겨라. 아니, 글로 옮기면 더 그렇게 되기 쉽다. 야밤엔 감성에 젖고 낮엔 이성(理性)이 작용해 낮 기준으로 그 글을, 자꾸 퇴고(推敲)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땐 그렇게 중요하던 것이 나중에 나이 지긋해 그것에 대해 가만 생각하면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웃음만 나올 뿐이다. 감정에 빠진 게 평상(平常)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행이니까 줄까지 서서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한식만 먹는다. 그게 다 부질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남 따라 하는 유행이 아니라 자기 실속만 차린다. 최은영 작가의 <백지 앞에서>처럼, “타인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해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렇게. 실은 이렇게 된 것은 좀 살다 보니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구별하고 그래서 할 게 점점 단순해져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할 수 없는 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전엔 이런 것에도 소득 없이 기웃거렸지만. 그러니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한다. 젊을 땐 쉽게 포기가 안 되기 때문이고 그땐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서 쉽게 놓여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에서 놓기 어려웠다. 내 것이 아니면 탁 놔버려야 하는데도. 그땐 내 것인지 확신이 안 선 것이다. 이젠 쓸데없는 건 많이 놓아버려 손바닥엔, 중요한 것만 남아 삶이 좀 더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생긴 대로 사는 게 상책임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인간은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힘들면 남을 생각하기 더 힘들고 심지어 상처를 준다. 그러니 평소에 자기를 건강하게 다스려 남에게 연민을 갖고 조금이라도 자기를 먼저 건강하게 유지하자.
솔직히 선생들은 자기들처럼 성실하고 교칙을 잘 지키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좋아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성생들에게 칭찬을 들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
"너희들 부모가 가난해서 이런 동네에 사는 거야."
갑이 되는 건 그 인간이 그럴만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자기에게 후과가 따르면 그러지 못한다. 이렇게 인간이 못됐다.
대부부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관계없을 만한 아이들을 골라서 폭력을 휘둘렀으니까.
자기와 성별이 같지 않고 나이도 아니고 지역도 학창 시절도 아니면 공감하기 더 어렵고 그 내용을 쓴 것이면 솔직히 읽기가 지루해진다. 특히 지금 컨디션이 안 좋으면 더 그렇다.
글은 겉으로 드러난 것에선 논리가 안 맞아도 그 속을 파면 그 감정이 맞는 경우도 많다. 시 같은 것이다.
유튜브에서 외국인이 참여하는 국뽕이 나오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물론 연출도 있지만 진짜 한국이 좋아 그런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 소용없다. 자기 루틴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잘살고 가장 오래 사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야만 자기한테서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소득도 가장 많다. 남 따라, 유행 따라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면 힘만 들고 행복하지도 않고 오래 살지도 못하고 소득도 없어 인생이 허무해진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도 내 관점이고 사람은 자기 관점을 없애기 그렇게 어렵다.
경찰이고 119이고 가능하면 안 부르는 게 좋다. 대면하기가 싫다.
법륜이 기후 위기와 세계 기아 해결이 목적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지구상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 목적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인간들이 물어보는 쓸데없는 물음엔 대답할 필요도 없다. 그것만 해결하려고 해도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작지만 한글 맞춤법 보급에 조금이나마 힘 쓰려고 한다. 나도 덩달아 공부하면서. 위대한 한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부키출판사/도서증정이벤트]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다!《프리라이팅》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웰다잉 오디세이로 계속 이어집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웰다잉 오디세이 2026] 6.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웰다잉 오디세이 2026] 5. 죽은 다음
천천히 읽어요
세계문학전집 느리게 읽기 (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함께 읽는 과학도서]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읽기 <지구의 짧은 역사> 3부
안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 책 리뷰 <지금, 그리고 그때>안노란책 리뷰 <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 책 리뷰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 앤 드 마르켄안노란 책 리뷰 <메데이아> 에우리페데스안노란 책 리뷰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하임 마이어호프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3.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
아티초크의 멋진 책!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
‘인생 록 음악’ 추천!
[그믐밤] 49. 국제 암석의 날 기념, ‘인생 록 음악’ 추천해주세요[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