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향으로 써야지 하지 말고 그냥 지금 떠오르는 걸 쓴 후 그것에 맞게 적절히 제목을 다는 게 좋다. 제목을 먼저 달고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된다.
백지 앞에서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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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해야지 하고 하면 안 되고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된다. 글도 발동이 거리면 거침없이 써진다. 잘하던 지랄도 멍석을 깔고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하면 그 지랄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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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을 작가가 말할 때 그걸 다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이해 안 가는 건 그냥 넘어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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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보다 그냥 마광수나 김진명처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된다. 문학상에 낼 글을 쓸 시간에 자기가 진정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쓰는 것이다. 제도권, 문단 안으로 안 들어가도 좋다. 알고보면 다 기득권이고 문학 권력이다. 카르텔로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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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년을 매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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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건 맘대로 못 쓰고 개와 고양이와 노는 건 맘대로 쓴다. 이게 주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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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왜 이렇게 미신을 믿는 것일까. 다 이유가 있고 그것도 이해 못하냐고 할 것이다. 이해 못하겠다. 미신이 어딨나. 그냥 자연이지. 사람이 다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다. 뭐든 의미를 둬야 직성이 풀리는 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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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다 자기 입장에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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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말로 상처를 받아(미친년, 정신 이상자라도) 그걸 갖고 밤새 생각해 한숨도 못 자는 경우가 많다. 이게 예민해서 그런 것인데 이걸 갖고 글로 승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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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에세이를 동시에 읽고 있는데 이 글이 더 깊이가 있고 솔직한 것 같다. 아니 내게 맞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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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유게시판에 나름 글을 쓰고 있는데 전의 것은 지운 후 새로운 글을 올린다. 항상 내 글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 쓴 글은 지금은 지워져 없다. 그 글로 인해 뭔가 엮이는 게 싫어 그런 것이다. 내 저작권도 있고. 구설수에 휘말리는 게 그렇게 싫다. 그리고 나부터 정년이 연장될 것 같다. 줄을 잘 선 것이다. 운이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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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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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를 가장 잘 쓴 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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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초반의 내가 썼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은 어리고 미성숙한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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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어떤 다정한 선배가 문자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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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감정에 지배를 받는다고 하지만 일상이 그걸 덮는다. 사랑은,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나머진 다 먹고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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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깊은 곳의 나는 내가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을 다시 눈앞으로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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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고통을 회피하는 식으로는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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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독자는 나보다도 그녀를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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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완전하지 않아 대개의 인간은 모든 감정을 다 가질 수 있다. 안 그러면 사이코패스다. 자기 연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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