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앞에서

D-29
공지영의 에세이를 동시에 읽고 있는데 이 글이 더 깊이가 있고 솔직한 것 같다. 아니 내게 맞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회사 자유게시판에 나름 글을 쓰고 있는데 전의 것은 지운 후 새로운 글을 올린다. 항상 내 글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에 쓴 글은 지금은 지워져 없다. 그 글로 인해 뭔가 엮이는 게 싫어 그런 것이다. 내 저작권도 있고. 구설수에 휘말리는 게 그렇게 싫다. 그리고 나부터 정년이 연장될 것 같다. 줄을 잘 선 것이다. 운이 좋은 것이다.
나는 소설을 썼기 때문에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를 가장 잘 쓴 글 같다.
삼십대 초반의 내가 썼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은 어리고 미성숙한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그즈음 어떤 다정한 선배가 문자를 보내왔다.
인간은 감정에 지배를 받는다고 하지만 일상이 그걸 덮는다. 사랑은,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나머진 다 먹고사는 문제다.
하지만 더 깊은 곳의 나는 내가 대면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을 다시 눈앞으로 끌고 왔다.
나의 기억을, 고통을 회피하는 식으로는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았다.
그 독자는 나보다도 그녀를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아 대개의 인간은 모든 감정을 다 가질 수 있다. 안 그러면 사이코패스다. 자기 연민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에게도 최소한의 친절을 베풀 필요가 있다고.
글 쓰는 이유 나는 글을 쓰는 이유가 자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게 있어 그런 것 같다. 말보단 글로 그걸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된 건 아마도 팔자소관(八字所關) 같다.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정식 작가가 안 되었어도 자꾸 글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런 것. 남에게 자기 글자랑 하는 것도 포함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내 진짜를 글로 내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많이 읽으니 아웃풋으로 글로 뱉어내고 싶은 것이다. 아니, 자동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감춰진 것들을 글로 토해내고 쓰다 보면 그 상처들이 자꾸 발견된다. 그걸 계속 글에 노출시켜 말리는 것이다. 최은영 작가는 <백지 앞에서>에서 “내가 미워하고 수치스러워했던 나의 모습을 대면하는 일이기도 했다.”라고 말한다. 결국 나를 점점 더 알고,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
메세지/메시지 ‘메세지’기 아니라 ‘메시지’가 맞다. 메시지(message) ①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어떤 처지나 뜻을 밝히려고 보내는 글 ② 작품이 담고 있는 교훈이나 의도 ③ 말, 글자, 기호 등으로 전달되는 정보 내용 광고는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출품작 하나하나가 완성도가 높고 메시지도 매우 뚜렷했다. 지영이는 음성 메시지를 확인했다.
소세지/소시지 다져서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 또는 얇은 막에 채워서 익힌 음식은 ‘소세지’가 아니라 ‘소시지(sausage)’가 맞는 표현이다. 아기에게는 햄이나 소시지처럼 방부 처리한 고기는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님에게 모욕을 당해 참고 넘어가는 건 책상이 앉아 책을 통과할 때다. 책은 만병통치약이다. 골방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독서하는 것만이 내게 유일한 치유법이다. 그러면 더 열정적으로 읽고 쓴다. 어쩌면 그게 고마운 일이다.
확실히 작가는 글과 생각을 잘 다루기 때문에 솔직히 잘 피해다닌다. 자기 변명의 명수인 건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눈이 잘 안 보여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친구가 없으면 못 사는 것 같은데 남자 입장에선 늙으면 친구가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책 읽으며 산책하며 혼자 노니는 게 제일이다.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며 깊은 사색에 빠지는 게 제일이다. 가치관이 달라 자기 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잘 맞는 가족이 최고다.
나와 다르다 관계의 문제는 자기가 중심이고 자기 위주에서 못 벗어나고 남은 절대 나와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남은 나와 다르다. 이게 철칙(鐵則)이다. 모두는 내 맘 같지 않다. 남은 내가 어쩌지 못한다. 남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으면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이게 인생이다. 태어나면 만나고, 죽으면 헤어지는 것이다. 내가 생겨나 남을 만나고 내가 죽으면서 헤어지는, 이 단순한 진리가 사는 동안 거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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