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그것은 수천년 전 부계 씨족 사회에서 시작된 공동체 생활로 규모의 농장 경제에 기반을 두고 공통의 성, 공통의 조상, 공동의 사당, 공동의 재산을 갖고 씨족법의 규제를 받으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동 제사에 참여하고 죽은 후 함께 묻힘으로써 강화되는 시스템이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기억해.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에겐 단 하나의 사회밖에 없었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 말이야."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수백수천 년간 멈춘 적이 없는 추세입니다. 대항해 시대를 통해, 무역을 통해, 문자와 종교를 통해, 곤충과 철새와 바람을 통해 심지어 바이러스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죠. 문제는 우리가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는 겁니다. 대신 우리는 아마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남극, 심지어 우주공간에서까지 약탈, 착취, 강제 추출을 끝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영원한 승자란 없습니다. 무엇을 얻든 언젠가는 잃을 것이고, 이자까지 더해서 갚게 될 것입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이 부분은 저도 챙겨두었습니다. 소름끼치는 역사적 사실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가 내세의 존재를 진정으로 믿는 한,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다고 믿고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건 다 현실이야."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죽음보다 훨씬 더 두려운 것은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잃는 것이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어쩌면 결국 언젠가 가상현실로 대체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겐 생과 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형태 없는 그리움과 기억을 물체 혹은 의식화된 퍼포먼스로 형상화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감각해진 감정을 다시 일깨우고, 한때 뼈가 시리도록 아팠던 상실의 고통을 끝없는 기억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의식이, 플랫폼이, 통로가 필요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역사란 어떤 사건에서 감정적 색채가 지워지는 과정이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미미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카이종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감탄과 깨달음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세상을 감추고 있던 안개가 걷히고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어떤 아름다움과 빛을 잃은 것 같았다. 카이종은 약간 후회되었다. 어떤 것은 기계적이고 유물론적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되며, 순수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은 보존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긴 인류 역사에 거듭 회자되는 사상이 하나 있다. 우주의 숨은 질서에 대한 헌신, 그리고 세상의 자연적 평형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다. 신은 그의 자녀들에게 공평하고 하늘의 원칙은 남아도는 것을 빼앗아 부족한 곳을 채운다. 운명은 스스로 정한 바가 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불공평한 부분을 발견하면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찾아내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다. 하늘이 그들에게 지위, 부, 미모, 재능, 건강을 주었다면 분명 다른 무언가를 대가로서 취했을 것 같았다. 그런 증거들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윤회'라는 이론을 발명하여 완벽한 등가를 이루는 시간 단위를 무한대로 늘렸다. 카이종은 과거에 이런 운명의 보존법칙을 비웃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러한 이론이 필요한 건, 그것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제한된 삶에 위안을 주어서일 것이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우리는 쓰레기 덕분에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집안을 일으키지만, 돈을 벌수록 환경은 더욱 나빠지죠. 꼭 제 목에 밧줄을 매고 잡아당기는 것 같아요. 더 세게 당길수록 숨은 막히는데 손을 놓자니 아래는 끝없는 낭떠러지인 거죠. 물이 너무 깊어요.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34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실리콘섬' 같은 곳의 딜레마이자 아이러니를 짧고 강력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이 너무 깊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웃 벽돌 책 방에서 지금 읽는 <쇳돌>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와요. 하나는 현재 진행중이고 또 하나는 근미래 SF인데 서로 통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근처에 제련소가 있어요. 거기 산이 썩어 있는 거예요. 제련소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주변 산들은 다 나무가 시커멓고. '정자, 난자 어떡할 거냐' 이런 현수막 걸려 있고. 여기 사는 애들은 제련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어요. 주민들이 사진 찍지 말라 그래요. [기피하고 싫어하지만] 이것 때문에 여기 사람들은 먹고사는 거고, 그런데 그게 자신들을 해치는 거고, 다른 자원이 없는 사람들은 이걸[기피 시설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절벽에 있으니까. 외부에서 보고 뭐라고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죠. 그럼, 먹고살 거 어떻게 해줄 건데? 얼마나 절박하면 핵폐기장까지 [유치하려고] 도끼 들고 나가고 그랬겠어요."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 4부 4장 김신애, 1984년생 “광부의 딸, 나를 찾아 돌아왔다”, 이라영 지음
쇳돌 - 사라지는 세계, 사라지는 노동, 사라지는 목소리를 채굴하기광산노동자의 가족이자, 양양광업소의 마지막 노조위원장의 자녀인 저자가 자신의 가족(그리고 광산업에 종사했던 이들)의 삶에서 출발해 기록한 광산, 폐광, 그리고 폐광 이후의 이야기다.
<쇳돌> 모임 봤습니다. 저도 그 책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제 발전에 수반되는 대가입니다. 모두가 말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38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산성 욕조에서 끓는 왕수王水에서 발생한 흰 안개와, 강가와 들판에서 끝없이 타오르는 PVC, 절연체, 회로기판의 검은 연기가 합쳐진 푸르스름한 회색빛 안개에 모든 것이 휩싸여 있었다. 대조되는 두 색깔이 바람에 의해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도록 고루 섞여 모든 생물의 모공 속으로 공평하게 스며들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39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스콧 브랜들은 문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이탈리아어 구절을 떠올렸다.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문에 새겨진 경고의 마지막 행이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49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린 주임과 천카이종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들이 표준중국어를 사용했더라면 번역기를 통해 직접 린 주임과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들은 여덟 개의 성조와 복잡한 변음 규칙을 가진 고대 방언을 사용했다. 스콧은 천카이종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천카이종이 가진 언어적 유산은 스콧이 보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졸업생인 그를 채용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7,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광둥성 산터우 지역의 방언에 대해서는 7쪽 '언어와 인명에 관한 옮긴이 노트_켄 리우'와 456쪽 '옮긴이의 말'을 미리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살짝 귀띔을 드리면, 이 지역의 복잡한 방언이 소설 속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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