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아무도 대화를 이으려는 마음이 없어 보이자. 리원은 혼자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실리콘섬에 온 지 일 년 반 정도 되었습 니다. 이곳이 너무 좋고 제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제가 회계 장부를 바로 잡으려고 주변 여러 마을을 방문했는데 어떻게 해도 숫자가 잘 안 맞습니다. 여기 계신 사장님들께서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는 기름때 묻은 공책 하나와 주판을 꺼내 뤄진청 앞에 정중하게 밀어 놓았다. 뤄진청은 곁눈질로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공책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경멸은 곧 놀라움으로 대체되었다. 공책에는 각 마을에 하역하는 폐기물의 종류와 일간 수량, 재활용 비율, 처리 기간, 금속과 플라스틱의 시장가격 변동 추이, 인건비, 전기 및 수도 요금, 임대료, 기계 및 장비의 감가상각비용 등의 데이터가 빼곡하게 열을 이루고 있었다. 모든 게 거대한 수학적 매트릭스 같았다. 뤄진청은 공개된 출처를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렇게 하나로 통합해서 정리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공책의 마지막 장에는 빨간색 숫자들만 간단히 적혀 있었다. 계산에 따라 각 가문이 납부해야 할 세액과 실제로 납부한 세액이었다. 마지막에는 세무국 홈페이지의 '고액 납세자 표창' 보도 자료에서 수치를 참고했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뤄진청은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보기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25-126,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우리는 명예롭고 정당한 방법으로 실리콘섬 토박이들로부터 정의를 되찾을 거야. 우리 한 명 한명에게 속한 정의를.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사람의 운명과 같구나. 뤄진청은 혼잣말로 속삭였다. 너는 운명이 자기 손바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운명은 누구의 손에도 있지 않다. 운명은 자기만의 길이 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그녀는 영매처럼 신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오, 호치우숙이가 다시 나타났군요.
네, 그렇습니다~ 소설이 아주 촘촘해요. 다시 말해 복잡해요. ^^;
사올라 향을 온몸에 바른 채 버스, 지하철, 여객선을 비집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코를 막고 성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아무리 귀한 향수라도 그것이 어떤 종의 멸종의 대가로 만들어졌다면 참지 못할 악취가 될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16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으악! 갑자기 연애전선이! 바보.....
ㅎㅎㅎ 이 소설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을 똭! 짚어주셨어요~
지하철에서 졸면서 읽다가 잠이 확 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
희토류 였군요. 음 SF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현실과 맞닿아 있네요. 놀랍습니다 (긍정)!
경제 암살자들은 첨단기술, 대출 완화, 유리한 구매 조건 등 달콤한 미끼를 던지며 '발전'과 '공동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방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여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막대한 부채를 안김과 동시에 유전, 광물, 멸종 위기종의 유전자 등 귀중한 자원을 제공하는 계약에 서명하도록 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비밀은 희토류 금속이었다. 황금보다 훨씬 귀한, 재생 불가능한 자원. 희토류 금속은 동화 속 마녀의 마법 가루처럼 소량만으로도 기존 재료의 전술적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고 군사 기술을 놀랍게 발전시켜 현대 전쟁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자국에서 만들어 쓰면 자립에도 민주주의에도 도움이 되고 전쟁과 분쟁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희토류 문제를 보니 이 길도 험난하네요.
맞아요. 전기차배터리, 풍력 터빈 만드는데도 희토류가 필요한데 희토류 공급처 집중의 문제도 있고 희토류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도 문제인것 같더라구요. ㅜㅠ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깨끗함, 다양한 형태의 공정함, 다양한 형태의 행복이 존재하지만, 인간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선택된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중국 방문 전 그는 왕초보를 위한 중국 안내서를 읽었는데 그 책에 “중국인은 겉으로 하는 말과 속으로 하는 생각이 종종 다르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는 거기에 주석을 달았다. ‘미국인은 다른가?’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25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나는 거의 한 세기를 살면서 실리콘섬을 떠난 적이 없어. 이 땅의 논이 시들고 마르는 모습을, 토양이 독성에 찌든 황무지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았지. 산호섬이 폭탄으로 가라앉고, 만을 메워서 땅을 만들고, 항구와 다리가 농작물보다 더 빨리 솟아나는 모습을 보았어. 또한 바다의 군함이 은회색 등줄기를 드러내고, 물고기 떼들이 더 멀리 후퇴하고 점점 드물어지는 것을 보았다네. 확성기,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에서 축하 노래를 끝도 없이틀어 댔지만 정작 민간의 아픔을 다루는 희곡은 찾는 사람 들이 줄어들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네." " 실리콘섬은 심각한 병에 걸렸어. 단순히 약 처방으로 치료 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네. 이곳 민간 의학의 언어를 빌려 말하자면, 그런 시도가 더 큰 화기를 일으켜서 심장을 공격할 수 도 있어." 정말 이기적이군요. 노인의 말을 들은 천카이종의 첫 반응은 뜻밖에도 혐오였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억압당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것은 역사를 통틀어 흔한 일이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4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그는 지난 몇 주간 폐기물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에 깊게 접촉했다. 그는 어린 소녀들의 푸르스름해진 병든 얼굴과 화학약품에 부식되어 거칠고 얼룩덜룩해진 손을 보았다. 그는 메스꺼운 악취 속에서 숨 쉬었고, 음식이라 부르기도 힘든 식사를 맛 보았으며, 그들이 받는 형편 없이 낮은 임금을 알게 되었다. 카이종은 미미를 떠올렸다. 그녀의 순수한 미소, 그녀의 혈관 벽에 달라붙은 중금속 입자, 기형적인 후각세포와 손상된 면역체계를 생각했다. 그녀는 완벽한 자율성을 지닌,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작업 기계와 같았다. 그리고 이 땅의 또 다른 수억 명의 고급 노동 인력처럼 죽을 때까지 매일 지칠 줄 모르고 일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카이종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노인이 뒤돌아 넋 놓고 있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무심한 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쓰레기인간 소녀 한 명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던데." "이름이 미미입니다." 카이종은 일부러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5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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