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대화를 이으려는 마음이 없어 보이자. 리원은 혼자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실리콘섬에 온 지 일 년 반 정도 되었습 니다. 이곳이 너무 좋고 제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제가 회계 장부를 바로 잡으려고 주변 여러 마을을 방문했는데 어떻게 해도 숫자가 잘 안 맞습니다. 여기 계신 사장님들께서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는 기름때 묻은 공책 하나와 주판을 꺼내 뤄진청 앞에 정중하게 밀어 놓았다.
뤄진청은 곁눈질로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공책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경멸은 곧 놀라움으로 대체되었다. 공책에는 각 마을에 하역하는 폐기물의 종류와 일간 수량, 재활용 비율, 처리 기간, 금속과 플라스틱의 시장가격 변동 추이, 인건비, 전기 및 수도 요금, 임대료, 기계 및 장비의 감가상각비용 등의 데이터가 빼곡하게 열을 이루고 있었다. 모든 게 거대한 수학적 매트릭스 같았다. 뤄진청은 공개된 출처를 통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렇게 하나로 통합해서 정리한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공책의 마지막 장에는 빨간색 숫자들만 간단히 적혀 있었다.
계산에 따라 각 가문이 납부해야 할 세액과 실제로 납부한 세액이었다. 마지막에는 세무국 홈페이지의 '고액 납세자 표창' 보도 자료에서 수치를 참고했다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뤄진청은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보기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25-126,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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