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그러나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언급되어 찾아보니 '미국의 호러/위어드 픽션 소설가. 크툴루 신화의 창조자이자, 현대 호러 문학과 서브컬처 전반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서,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기실 당대에나 후대에나 '문학적으로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터무니없이 장대하고 음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매력으로 가득한 독특한 정서와 세계를 통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열성팬들의 추앙을 한몸에 받는 이른바 크툴루 신화의 초석을 세운 장본인이다. 그의 작품과 세계 설정은 전 세계의 호러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편 그에겐 동시대 기준에서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영원한 오점과 꼬리표가 있다. '자신과 다른 부류의 것'들을 두려워하고 혐오한, 공포라는 감정과 늘 함께했던 인물임은 분명하다.' 라고 나오네요. 읽어보신 분들 추천하시는지 궁금하네요 :)
저로 러브 크래프트는 소설 삽화만 종종 구경했지, 소설은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아주 어둡고 기괴할 것 같습니다.
어둡고 기괴할뿐만 아니라 지루하기도 합니다. ㅎㅎ 러브크래프트 이 양반이 생각보다 옛날 사람이고(19세기 말에 출생) 편지쓰는 것을 좋아한 탓인지 문체도 다이나믹하지 않아서 속도감있는 현대 호러물에 익숙한 분들이 읽으려면 고생 좀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호러 컨텐츠 창작자들에게는 대부와도 같은 존재여서 그의 업적에 대해 뭐라 했다가는 큰일날겁니다. 우리나라에는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라고 무려 7권이 세트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주로 단편을 썼는데 그것들이 이 전집 세트에 실려있죠. 다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대한 공포(코즈믹 호러)로 인해 미쳐가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심각한 신경쇠약을 겪었다고 합니다. 읽은 소설 중 제목이 생각나는 작품은 전집 1에 수록된 <데이몬>, <인스머스의 그림자>,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 전집 2에 수록된 <광기의 산맥> 정도입니다. <광기의 산맥>만 중편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약간 깁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2차 컨텐츠로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괴기스러운 영화에 빠져있던 시절,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을 찾아 본 적 있는데요, 스튜어트 고든이라고 B급 영화를 잘 만든 분이 계신데 이 양반이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원작으로 <데이곤, 2001년>을, <허버트 웨스트 리애니메이터>를 원작으로 <좀비오, ReAnimator, 1985년>를 만들었더라고요. 글로만 쓰여진 그 괴기함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하며 봤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류의 영화(고어 영화)를 혐오하시는분들에게는 영화 관람이 끔찍한 경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 분위기를 비교적 평온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싶으신 분은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시면 됩니다. 러브크래프트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코즈믹 호러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1~7 세트 - 전7권공저작을 비롯한 러브크래프트의 전 작품과 그와 함께 레이 브래드버리, 할란 앨리슨, 프리츠 라이버 등 현대 장르문학을 일군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작품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을 포함하여 총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이곤스페인 연안의 포구 마을. 미국인 남녀 네명이 요트 놀이를 즐기고 있다. 평화롭던 뱃놀이는 갑작스레 밀어닥친 폭풍우로 난장판이 되고, 두 명의 남녀는 포구로 탈출한다. 하지만 도움을 받으러 간 그곳은 기이한 외모와 분위기의 마을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고, 그들은 남자와 여자를 공격한다. 이국적인 풍경과 로케이션, 그리고 바다의 전설과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전설의 실체까지. 브라이언 유즈나와 스튜어트 고든은 함께 스페인으로 간 뒤, 유럽의 전설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재현하는데 계속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천의 상영작이었던 브라이언 유즈나의 와 더불어 이 작품도 그런 맥락에 있는 영화다. 결말 부분은 통속적인 공포영화의 마지막을 뒤집어 놓고 있다. 유명한 공포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원작이다.
좀비오스위스 출신의 의학도 허버트는 미국의 어느 대학교로 전학온다. 그는 시체를 '재활성화'시키는 의학 기술을 사용하여 시체를 소생시키려 한다. 그가 세들어 사는 집주인 댄 케인은 같은 학교 학생인데, 이 기괴한 인물의 실험에 자신도 모르게 말려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이 소생시킨 시체들은 정상인이 아니고, 사람을 공격하면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뜻밖의 결과에 놀란 이들은 보완책을 연구하는데...
클로버필드일본으로 떠나는 롭을 위한 뉴욕시내의 송별 파티장. 친구 허드는 떠나는 롭에게 전할 마지막 인사를 캠코더에 담느라 분주하다.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려오며 파티장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이고, 지진이 발생한 듯 도시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린다. 당황한 일행 중 누군가가 급히 TV를 켜자, 뉴스에서는 ‘정체불명의 거대괴물이 맨해튼 시내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있다! 즉시 대피하라!’는 뉴스만이 반복된다. 다급히 옥상으로 올라가 바깥상황을 살펴본 롭과 일행은 처참히 파괴되어가는 도시와 ‘그 놈’이 날려버린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길바닥에 나뒹구는 사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다급해진 롭은 미들타운에 사는 여자친구 베스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불통이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분류하고 롭과 일행은 베스를 구하러 미들타운으로 향하는데…
예전에 그믐에서 <호러의 모든 것>을 읽었을 때 러브크래프트와 코스믹 호러에 대해서 배운 게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역시 작품을 직접 봐야 하나 봅니다. <좀비오>는 대단히 유명한 영화인 걸로 알아요. 잘 모르는 저도 제목을 많이 들어본 걸 보면요. 마지막에 추천해주신 <클로버필드>가 부쩍 땡깁니다. 이 작품부터 시작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밥심님 흡사 GPT ㅎㅎ 상세하고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궁금한데 공포물은 제 취향이 아니라 선뜻 도전하기가 망설여 지네요 ㅎㅎ
와~ 소개 감사합니다. 단숨에 많은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알 수 없는 뭔가에 대한 공포로 미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핵심 주제군요. ㅠㅠ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중에도 그런 게 있었던 거 같은데, 크래프트는 계속 이 주제를 팠나 봅니다.
잠에서 깨어나 창밖에 별이 총총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의 봐요. 그게 동공이에요. 그게 매 순간 계속 저를 보고 있어요.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일종의 조현병..? (물론 소설 속에서는 QNB의 부작용이지만)
미미가 스스로의 상태를 느끼고 표현하는 문장들이 아주 섬세해요.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작가가 아주 심혈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국땅을 전전하던 빛바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조건반사처럼 생물학적 혐오를 느꼈다. 그는 어떤 논리로도 그러한 표류를, 그리고 뿌리 뽑힌 삶을 아버지의 사랑과 연결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해가 흘렀음에도 그는 아버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는 아버지의 결정을 합리화할 확실한 증거를 여럿 댈 수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자신을 의지하는 가족들을 데리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땅과 모든 물질적, 문화적 토대를 떠나 다른 안정감을 찾는다는 건, 역사를 살펴봐도 전쟁 혹은 대기근 시기라면 모를까, 태평성대에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그렇지만 아버지의 탈실리콘섬이 천카이종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게된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요? 천카이종의 아버지가 실리콘섬에 남았다면, 그도 지금 세 가문의 일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 않을까요? 천카이종의 아버지는 다가올 실리콘섬의 '전쟁'을 예견한 게 아닐런지.
천카이종의 아버지는 실리콘이 현실을 그냥 외면하고 떠나버린 케이스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곳의 시스템을 발판으로 잘 살고 싶지도 않고, 그 현실을 바꾸지도 못하고(혹은 안 하고) 자신만 떠나버리는 거죠.
아 맞아요. 외면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예견은 너무 거창했어요 >< ㅎㅎ
그는 검지를 부드럽게 움직여, '미미'라는 이름의 정보 노드를 네트워크의 한가운데로 옮겨 왔고 금색 물음표를 표시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미미, 그녀는 도대체 어디까지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금색 물음표 ㅎㅎ)
빠바(ba7ba5)와 빠바(ba4ba)는 어떻게 다른지(271쪽)... 영상 1분 18초 쯤에 빠바, 마마 들립니다. 표준중국어는 빠(쾅 때리듯)바(아주 약하게 점 찍듯)인데, 차오저우어는 빠(상대적으로 짧게)바(↗약간 올리면서 길게 늘여서). 광둥어(홍콩영화에서 많이 듣던)와 억양은 비슷한 느낌이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h0obdYHNHz0
동영상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몇 초에서 나오는지 말씀 안 해주셨으면 전혀 못 알아들었을 거예요. ㅎㅎ;;;
미미는 매운 소스를 가져와 죽에 넣고 비볐다. 붉은색과 흰 색의 소용돌이, 강한 맛과 담백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혀의 미뢰를 자극했다. 천카이종은 미미를 바라보며 그녀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남녀 사이라기보다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는 죄수들의 감정 같았다. 그들은 실리콘섬의 이방인이었지만 그곳에 그물처럼 엮인 복잡한 감정을 부인할 수 없 었다. "뤄 씨 아저씨, 다 먹었어요." 미미가 고개를 들며 입 주변의 밥풀을 혀로 핥았다. 목뒤의 글자가 멈추지 않고 계속 빛났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5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이 장면, 묘했어요. 미미의 변화를 (거침없이) 밥을 먹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천카이종이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그런 미미를 바라보는 짧은 장면인데요. 마치 저도 천카이종 옆에 서서, 미미를 알 수 없는 기분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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