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천카이종은 마침내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유행에 민감한 선진국의 신세대에게 의체는 더 이상 장애인의 보조기구나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는 신체 부품이나 장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것은 우리의 희로애락을, 우리의 계급, 사회관 계, 기억을 저장했다. 당신의 의체는 바로 당신이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17,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단단한 호랑이.” 느린 궁수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작은 책상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여러 대의 고화질 모니터가 작은 화면들로 나뉘어 있었다. 숫자가 스크롤링되는 것도 있었 고, 웹페이지가 깜빡이거나 코딩이 진행되는 것도, 신음하며 떨리는 나체의 몸이 등장하는 것도 있었다. 남자는 뜨거운 소고기 완탕면을 흡입하고 있었다. 후루룩 쩝쩝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뤄진청은 뒤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마침내 단단한 호랑이가 흡족한 듯 고개를 들더니 꺽 하고 트림했다. “뤄 사장님처럼 귀한 손님이 무슨일로 여기까지?”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2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왜 고수는 항상 지하 같은 음습한 곳에서 뭔가를 후루룩 거리며 먹을 때 누군가 찾아오는 걸까요? 애플티비의 「슬로 호시스」에서 게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잭슨 램도 (어떤 병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늘 후루룩 쩝쩝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비슷한 설정일까 궁금해지네요.
"왜 고수는 항상 지하 같은 음습한 곳에서 뭔가를 후루룩 거리며 먹을 때 누군가 찾아오는 걸까요?" ㅋㅋㅋㅋ 빵 터졌습니다.
SBT의 엔지니어는 수술을 통해 침팬지의 뇌를 의체로 대체 했다. 그리하여 다양한 전기 신호로 뇌를 자극하여 특정 영역의 뉴런 다발이 어떻게 반응하고 변하는지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탐침으로 인한 손상을 피할 뿐 아니라 자극의 정밀성과 강도를 보장하는 반침습적 시술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스키너상자와 비슷한 상벌 시스템을 도입했 다. 축적된 실험 데이터를 통해 간단한 운동신경 매핑 모델을 구축했으며, 충분한 훈련을 받은 침팬지는 로봇 팔을 조작해 팔에 닿지 않는 음식을 집어 먹을 수 있었다. 실험자들은 또한 팬지 뇌 속 공포나 보상 영역을 자극하는 신호를 입력하여 동물 의 움직임을 지시하고 간단한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천재 하나가 인공 두개골에 바이러스 배터리를 장착했다. 그 결과, 털이 슬슬하고 따뜻한 피를 가진, 원격조종 암컷 침팬지가 탄생했다. 엔지니어들은 투표를 거쳐 옛날 로봇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여성 로봇의 이름을 따서 '에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 에바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는 약물을 주입하자는 대담한 제안이 등장했다. 이에 심각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이미 너무 많은 자금을 소진했고,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초기 시제품이 나오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똑똑해진' 에바는 예상과 다르게 모든 테스트 항목에서 예전보다 크게 낮은 점수를 보였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29-33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SBT-VBPI132503439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이제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실험에 이용된 침팬지 에바 이야기는 혹시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 싶어 찾아보았는데요. 그건 아니고 1988년에 비슷한 설정의 소설이 있었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Eva_(novel) 죽어가는 소녀의 뇌 패턴을 침팬지에게 이식한 후 일어나는 일들을 다룹니다. 뇌를 직접 이식한 건 아니고요.
에바 너무 불쌍.. 저는 혹성탈출이 생각났어요.
그러네요, <혹성탈출>도 있네요! ㅠㅠ
ㅠ_ㅠ 에바 너무 불쌍.. 22 그러네요, 혹성탈출! 책에서 에바가 사람처럼 발성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실패하는 부분도 눈에 띄더라고요. 지능만 높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발성 기관의 위치라든가 근육 구조 같은 신체적 문제가 있을 텐데 혹성탈출 영화를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책에서 그런 부분도 짚어주고 있네요.
미미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이미 에바처럼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스콧은 이 어린 여성의 몸에 실리콘섬의 순환경제 프로젝트보다 수천 배 더 값진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의 눈 앞에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증강현실 지도처럼 훤히 보였다. 그는 천카이종의 미성숙한 사랑을 이용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꾸며낸 후 실리콘섬을 떠나 미미의 잠재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국제 시장으로 데려갈 것이다. 필요하다면 콴둥 측이 제공한 성게 포장 박스를 열어 마지막 카드를 보여 줄 수도 있 을 것이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그거야? 스콧은 자신에게 물었다. 아니, 난 그녀를 구하고 싶어. 그녀를 해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38,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 『웨이스트 타이드』 읽기 4주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일정: 4주차 (07.12. 일 ~ 07.18. 토) 범위: 15~20장 드디어 마지막 주입니다 🎉 지난 주에 '웨이스트 타이드' 프로젝트의 실체와 '에바' 실험의 전말이 본격적으로 드러났고, 미미의 정체와 앞으로의 운명을 둘러싼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고 있습니다. 천카이종, 스콧, 뤄진청 등 인물들의 선택도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요 — 결말까지 전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읽으시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장면, 떠오른 생각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마지막 주인 만큼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감상이나 총평, 이 작품이 던진 화두(전자폐기물/환경, 계급, 사이보그화, 국가폭력의 은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과, 결말이 그 화두들에 만족스러운 답을 주었는지 자유롭게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고병권선생님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깊은 통찰이 느껴집니다. 선형적으로 변하는 건 없구나 싶습니다. 되먹임 고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항상 상호-작용하면서 복잡하게 엮이네요. 차페크의 로봇이 혹시 Labor에서 왔나 찾아보니, 그건 아니고 슬라브어에 뿌리가 있다고 합니다. 노동(력), 강제 노동(노역), 노예의 노동 이런 의미고요. 아래 링크 글을 보면, 카렐 차페크가 레이보리(Labori)가 어떠냐며 형과 의논하던 중, 요제프 차페크가 로보타(robot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초판이 1920년이라,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사람-노동자'를 기계처럼 부리는 포드주의, 테일러리즘, 산업사회를 고발하려고 '기계-노동자'를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대체로 그렇게들 분석하기도 하네요. https://l.muz.kr/bVZZ
미국 노동자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난하면서 한편 값싼 중국산 제품 덕분에 양호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감사해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129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FDA가 미국 내 임상실험을 엄격하게 금지한 후, 고위험 약물들의 임상실험은 대다수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었다. 루마니아 이아시, 인도 뉴델리, 튀니지 메그린,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처럼 부패가 만연하고 관리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단돈 몇 푼에도 수백수천 명씩 임상실험에 자원했다. 대부분 자금은 병원, 의사, 임상실험 대상자 모집책에게 흘러들었고 제약회사는 FDA 승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획득한 후 신약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피험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나이를 속였다. 가난하다는 것은 값비싼 현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그들의 몸은 신약의 유효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깨끗한 실험용 생쥐’라고 불렸다. 그들은 꾸깃꾸깃한 지폐 몇 장과 공짜 아침 식사를 대가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과 긴 잠복기, 높은 사망 위험을 감수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328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소설을 끝까지 읽으면서 처음에는 이게 뭔 말인가 하고 이해되지 않던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이해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ㅎㅎ 미미가 메카와 융합하는 과정(185-188쪽)이 저에게는 그런 예였습니다. 하지만, 필름, 스즈키 변종 바이러스, 헤디 라머의 이동통신 기술을 묶으면 충분히 가능한 과학적 원리에 의해 융합이 이루어졌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스즈키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미의 뇌는 엄청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되고 미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이 뛰어난 뇌(미미1)는 살길을 찾습니다. 미미의 몸에 붙어 있던 필름의 기능 중의 하나인 데이터 송수신 기능을 이용해서 메카의 제어컴퓨터로 미미1의 의식을 송신하죠(신경전달신호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전기신호이며 전기신호는 통신으로 송신 가능합니다). 블루투스 통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미미1은 헤디 라머의 의식 모델까지 탑재하고 있어서 이 정도 통신은 식은죽 먹기겠죠. 그 다음은 읽으신 대로입니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무차별적인 살육이죠. 뛰어난 뇌를 사용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테고, 그 결과 미미는 정신을 잃고 말죠. 이후에도 미미는 과도하게 뇌의 능력을 사용하면 에너지 소진으로 정신을 잃습니다. 쉬어야 하고 뇌를 계속 활용하려면 고열량 음식이 필요합니다. 마치 옛날 만화 <바벨2세>에서 주인공과 그의 숙적인 요미가 초능력을 많이 쓰면 급격하게 힘이 빠지는 것과 같은 설정입니다. 다음으로 이해가 어려웠던 내용은 미미는 초능력을 얻었는데 왜 뤄즈신은 초능력을 얻기는 커녕 의식불명이 되었을까요? 270쪽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놀랍게도 미미는 바이러스의 의식 억제 단백질이 안전 메커니즘처럼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전기 회로의 퓨즈처럼 뇌 신경의 정보가 특정 에너지 부하를 초과하면 활성화되어 연결을 차단하고 뉴런 소진을 막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뤄즈신의 차단 메커니즘은 안전 임곗값이 극도로 낮아서 실리콘섬 방언으로 생각하는 순간 퓨즈가 나가면서 신경 전달 회로가 차단되었다." 뉴런 소진을 막기 위한 억제 메커니즘은 신경학에 실제로 있는 내용인데, 실리콘섬 방언으로 생각하는 순간 임곗값이 터무니없이 낮아진다는 설정은 물론 허구겠죠. 그러나, 방언을 트리거로 응용하다니, 기가막힌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미미는 무당이 뤄즈신에게 붙여놓은 필름을 통해 뤄즈신의 뇌로 침입해서 그를 치료하죠. 실리콘섬 방언에 또다시 반응하면 안 되므로 아예 방언 구사능력을 없애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읽어도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임장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요. 81쪽의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무엇이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다는 뜻일까요. 이해되신 분의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그 점을 기억해!” 원 형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울리다가 점점 멀어졌다. “어차피 시간문제였다고!”
아~ 명쾌하고 쉽게(다 이해하진 못했지만요. ^^;) 하나하나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미미가 메카에 접신(?!)하는 게 이해가 안 됐었는데요. 왜 블루투스 생각을 못했나 모르겠네요. ㅎㅎ 저도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방언을 이용한다는 것이였습니다. 그게 퓨즈에 작동한다니, 상징적이기도 하고 너무 신선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어차피 벌어질 일, 시간 문제였다는 리 원의 말은 저도 아직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끝까지 읽고나도 여전히 물음표였는데, 밥심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쪼오금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저의 무지 탓이겠죠. 하하
속도제한 방화벽을 우회하는 건 중대한 범죄였다. 누구 한 명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방화벽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마치 낙하산 하나만 짊어진 채 고층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 같았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54,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또 다른 불확실성 요소는 미미의 현재 태도였다. 그는 미미를 찾아서 함께 실리콘섬을 떠나자고 설득해야 했다. 그런 다음 태평양을 건너 미국 전문가들로 하여금 그녀의 머리를 열고 그 안의 시한폭탄을 제거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현지의 전설보다 훨씬 기괴한 소리로 들렸다. 과연 그녀가 그의 말을 믿을까? 더 큰 의문은, 그녀가 천카이종의 도움을 필요로 하냐는 것이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63,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카이종의 경험상 이러한 효과는 모든 참가자가 똑같은 감정적 열정에 사로잡힌 월리주의 종교의식에서나 가능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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