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두 명의 미미가 있었다. 미미는 점차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각각 ‘미미0’, ‘미미1’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74,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쓰레기인간들이 온다! 쓰레기인간들이 온다!" 실리콘섬 토박이들의 얼굴에 가득한 공포에 미미는 혼란스 러워졌다. 그녀가 익숙한 세계에서는 그러한 공포가 쓰레기인간들만의 것이었고, 토박이들을 마주칠 때 특히 그랬다. 그녀는 쓰레기인간들이 땅바닥에 꿇어앉아 용서를 비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그 강인하고, 연약하고, 늙고, 어리고, 더럽고, 힘없는 쓰레기인간들은 토박이의 옷을 더럽혀서, 무심코 너무 오래 쳐다 봐서, 아이를 만져서, 차에 부딪혀서, 혹은 그저 쓰레기인간이라는 이유로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했다. 그녀는 무릎 꿇은 사람들의 눈빛을 잊지 못했다. 그 눈빛은 불꽃이 얼어붙은 고드름처럼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만약 한 명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튿날 '착한 개'처럼 길바닥에서 썩은 시체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녀는 토박이들의 눈빛도 잊지 못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은 전혀 다른 인 종이라는 듯 턱을 치켜들고서 유전자나 문화적으로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을 가축 보듯이 내려보았다. 그러나 지금 토박이들은 두려워한다.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을까?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76,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1927년에 나온 독일의 흑백 무성영화 「메트로폴리스」(프리츠 랑)과 『웨이스트 타이드』의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지 좀 오래돼서 정확한 줄거리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어떤 과학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모습을 본 뜬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에 사람(여주인공 마리아)을 이식시키려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이후의 수많은 작품들이 이 영화 장면들을 오마주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도 노동자/자본가 대립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고, 마리아가 노동자들의 정신적 지주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래 링크에서 영화를 보실 수도 있네요. 요즘 영화 속도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저는 예전에 속도를 높여서 봤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ir5OzHUhCbQ 위키백과/메트로폴리스 https://l.muz.kr/R2Rk wikipedia/metropolis https://en.wikipedia.org/wiki/Metropolis_(1927_film) 영화 속 자본가의 건물 모습을 바벨탑에서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영화 속에서 바벨탑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있다고 하네요.(저는 잊어버렸습니다. -,-)
앞서 질문주신 "쓰레기 인간"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차별성 관련, 다른 책 읽다가 비슷한 느낌을 받은게 있어서 공유해요. 우리가 어떤 질병이나 성질을 가진 사람을 일컬을때도 해당자에게 병 자체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들을 조심해서 써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읽던 책에서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를 가진 주인공이 "she has bipolar (disorder)." 라는 말과 "she is bipolar" 라는 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왔는데, 이 소설의 "쓰레기 인간" 이 생각났어요.
이 병을 둘러싼 언어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어떤 사람들은 매디가 양극성 장애를 가졌다고 말하고, 또다른 사람들은 매디가 양극성 장애라고 말한다. 표현이 약간 다를 뿐이지만 커다란 의미 차이가 느껴진다.
매디는 언제나 매디
매디는 언제나 매디뉴욕에서 대학 생활을 이어가는 스무 살 매디. 겉보기에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지만, 그녀는 늘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변화와 행동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결국 양극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is bipolar" vs "has bipolar" 예를 보니 딱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쓰레기 인간"은 좀 더 심한 것 같아요. bipolar는 그래도 병명이지만, "쓰레기 인간"은 그 사람이 뭘 앓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로 아예 사람을 불러버리는 거니까요. 그 사람 자체가 쓰레기랑 동급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람의 목숨은 기계보다 훨씬 싸니까. 미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90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저는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사람들이 좀 더 동정심을 갖고 해파리들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을 퍼 올리면 되지 않나요? 돈을 위해서 함부로 생명을 죽여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104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시장이 다시 리모컨을 누르자 모든 것은 처음의 평온하고 푸른 모습으로 돌아갔다. 문어는 자갈과 모래 틈새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가 바닥과 하나가 되었다. "이 작은 생물은 지구상에서 인류와 가장 이질적인 생물 중 하나지요. 세 개의 심장, 두 개의 기억 시스템을 가졌고 온몸이 민감한 화학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로 덮여 있습니다." 시장은 진짜 문어 전문가처럼 강의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류와 아주 비슷합니다." " 환경에 민감해서 계속해서 자신을 바꾸고 변장하며 심지어 자신에게 현혹되어 죽음의 고리에 빠지기도 하죠. 한번은 거울 속 문어가 안정적인 패턴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꾹 참고 기다렸는데, 결국 죽은 문어만 얻었소. 그때 깨달았지. 안정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84,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린 주임은 임시 통행금지를 주장하고 있고, 뤄 사장은 모든 이주 노동자의 통신 채널을 차단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작은 소란을 진압한다 해도 큰 소란이 멀지 않을 겁니다." 뤄진청과 린이위는 서로를 무력하게 바라보았다. 오늘 웡 시장에게서 원하는 답변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패배를 인정한 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집무실을 떠나는 순간 시장의 의미심장한 작별인사가 들렸다. "실리콘섬이 어떻게 데이터 속도제한 구역이 되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뤄진청은 입술을 깨물었고 결단을 내린 듯 이를 악물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85,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리원의 안경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지만, 정말 안전한 땅이란 곳이 존재할까? 그 마지막 물음표가 뤄진청에게 너무나 슬프고 적막하게 다가왔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117p,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젊은 시절 뤄진청은 소유욕이 매우 강했다. 장난감, 자동차, 돈, 여자, 권력을 막론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욕망을 어린 시절의 결핍 때문으로 돌렸고, 나이가 들면서 그것이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것처럼 미화했다. 그러나 그는 소유만으로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음을 서서히 깨달았다. 자본이 흐르고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보화 시대에 부자가 되는 열쇠였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89-29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정보의 흐름을 완벽히 파악한 그(뤄진청)는 선박의 항로, 컨테이너 번호, 화물 적하 목록, 적재 시간, 출발지 위탁업체 정보 등 공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컨테이너 내 e-폐기물의 가치를 판단했다. 그후 예상 처리 시간을 바탕으로 상품 출하 시 예상 시장가격을 추정하여 최종 입찰가를 결정했고, 그 덕에 협상 자리에 충분히 무장하고 나설 수 있었다. 이 원칙 덕분에 뤄 가문은 모든 거래 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 그 결과 그 또한 업계에서 명성을 쌓았고, 뤄 사장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 … 그가 공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세 가문을 위협하는 리원을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 청년의 사고방식과 카리스마는 그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리원이 쓰레기인간만 아니었어도 뤄진청은 그를 동업자로 삼았을 수도, 함께 큰일을 도모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가설은 작디작은 전제 하나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90-29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뤄진청은 궁금했다. 이렇게 재능 있는 청년이 왜 쓰레기인간들에 섞여 희망 없는 하류 생활을 할까? …….. 다만 뤄진청은 리원이 실리콘섬이 정부의 행정처분을 받아 저속구역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도착한 쓰레기인간 대열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전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에 비해 새로운 노동자들은 조금 더 높은 임금을 받았는데, 이는 저속구역이 된 후로 많은 노동자가 떠나면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주 노동자뿐 아니라 가문 대대로 실리콘섬에 살던 일부 가족들까지 이민을 떠났다. 정보의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 하는 시대에 속도제한은 가치도, 기회도, 미래도 없음을 의미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9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그러나 그가 4년간의 성실한 학업을 막 마치고 첫 결실을 얻기 위해 구직 활동을 시작하던 찰나, 여동생이 실종되었다. '행방불명'이라는 단어가 얼음송곳처럼 그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자신만의 방식으 로동생을 찾기로 했다. 특정 방향으로 전파되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실리콘섬의 1P 사이에 퍼지면서 점점 더 많은 컴퓨터를 감염시키고, 쓰레기인간들이 자주 사용하는 웹 단말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단말기를 통과하는 모든 정보를 특정 단어, 구분, 의미 패턴을 찾는 알고리즘으로 필터링하는 것 외에는 아무 증상이 없었다. … 그는 엄청난 인내심으로 실리콘 섬 지하 포럼에서 돌아다니는, 암호화된 동영상을 구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93,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 오빠는 동영상을 실리콘섬 경찰에게 넘겼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동생의 시신이라도 찾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경찰은 다른 길을 택했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이 영상의 흔적을 전부 지우고 모든 정보 채널을 봉쇄했다. 그러곤 모래 더미에 머리를 파묻는 타조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이것이 그들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오빠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 그는 반격할 준비가 되었다. 매개변수를 수정한 바이러스는 실리콘섬의 데이터 터미널들을 휩쓸었다. 굶주린 메뚜기 떼처럼 그것은 접근한 모든 정보를 씹고 걸러냈다. 그 결과는 여러 차례의 라우팅을 거쳐 주요 언론 매체에 전달되었는데 그중에는 실리콘 정부의 주요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 관한 기밀문서도 있었다. 불붙은 성냥이 희미한 모닥불에 하나씩 떨어지듯 불길은 힘겹게 그리고 천천히 냄비 안 개구리를 익혔다. … 정부 고위층은 실리콘섬의 정보 유출 사건에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이는 부패와 부정행위 때문이 아니라 언론 매체가 지방 정부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담당 공무원의 승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 당국은 실리콘섬이 데이터 보안 관리에 소홀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결정했다. 실리콘섬은 동부 연해 지역의 높은 전송 속도에서 두 단계 강등되어 내륙의 낙후된 지역에서나 쓰는 저속구역에 갇히게 되었다. 데이터 특구만이 누릴 수 있는 정부 혜택뿐만이 아니라 더 이상 증강현실도, 기업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없었다. 세계 디지털 지도의 한구석에서 실리콘섬의 빛이 꺼졌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97-298,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실리콘섬이 어떻게 저속구역이 되었는지, 그리고 리원에게는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를 이렇게 다 설명으로 처리해버렸네요. 이야기로 풀어내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소설이 아주 길어졌겠죠? 중심 서사도 좀 흐트러졌을테고요. 혹시 시리즈 드라마로 만든다면 다 살려서 이야기에 포함이 되면 좋겠네요.
인간과 기계의 융합. 이 생각이 스콧의 머릿속에 건잡을 수 없이 떠올랐다. 몇 시간 전에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처럼 말이다. 일련번호 SBT-VBPI32503439인 의문의 의체는 마루뼈와 뒤통수뼈의 일부가 포함된 관상봉합과 시옷봉합 사이의 두개 골 뒤편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을 위해 설계되지는 않았다. 가운데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은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의 시상능을 재현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또다시 웨이스트 타이드 프로젝트로 돌아가야 한 다. 2차대전 중 미군이 어뢰의 항로를 유도해서 명중률을 높인 주파수 도약 암호화 통신모델의 특허는 훗날 퀄컴의 기반 기술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웨이스트 타이드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군은 SBT와 테라그린 리사이클링의 핵심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300개 이상의 특허를 신설 민간기업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웨이스트 타이드 프로젝트는 결코 중단된 적이 없다. 보다 분산되고 은밀한 방식으로 다양한 인류 기술 영역에 침투 하여 세계의 발전 궤도를 바꾸어 놓았다. 여러 차례 자금 조달, 분할, 합병을 거치며 아라시오재단 산하 여러 기업의 군사적 배경은 은폐되었지만 그들의 다양한 극비 연구 프로젝트는 은밀하게 계속 진행되었다. 이 중에는 스즈키 박사가 말년에 추진했던 프로젝트도 있었다.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를 사용하여 QNB로 손상된 무스카린 수용체를 복구하는 실험적 치료법이었지만, 연구 목표는 완전히 달라졌다. '스즈키 변종'으로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다른 신경 구조를 표적으로 삼도록 변형되어 놀라운 상업적 가치를 지닌 새로운 변종들로 진화했다. 그중 하나는 뇌 노화에 대항하는 최종 무기일 수도 있었다. …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 중 하나는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는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IDAC 억제제와 협력하여 노화된 축삭돌기에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영생을 향한 인류의 길에서 중요한 단계였으나, 인류가 연약하고 노화하기 쉬운 포유류의 껍질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07-30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미미와 뤄즈신이 썼던 헬멧이 머리에 맞지 않았던 이유가 이제 나오네요. 원래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에게 실험할 때 사용하던 헬멧이었던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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