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현지 사투리가 아닌 정확한 표준어로 말하는 뤄즈신 등장!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탱구밤이엄마

르구인
오.. 뤄즈신 깨어난 곳까지 가셨군요!! ^^
이 부분에서 전체 플롯이 확인되죠.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르구인
“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분야는 수천억 달러 규모 의 유망 산업이죠. 세계 제조업의 명맥이 달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실리콘섬은 선발자 우위를 한 덕분에 선진국보다 전환 난이도가 훨씬 낮고 선진국처럼 법적, 정치적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 필요한 것은 바로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을 줄일 기술과 현대화된 관리 시스템입니다. 현재 동남아와 서아프리카는 핫플레이스입니다. 거대 자금과 기업들이 몰려들어 한몫 잡으려고 난리죠. 테라그린 리사이클링이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신 분들께는 반드시 보답하죠."
스콧은 '보답'이라는 단어에 특히 힘을 주었다. 뇌물을 요구하던 필리핀 공무원들의 얼굴이 머리에 잠시 스쳤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2,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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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너무 어려워요." 린 주임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공해 주신 입찰 관련 문서와 제안서를 모두 꼼꼼히 살펴보았습 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제게 발언권이 없지만, 테라그린 리사이클링이 녹색 재활용 사업 분야에서 선두에 있다는 점과 제안하신 환경 리모델링 계획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섬 전역에 있는 수천 개의 작업장이 제거될 테 고 수입된 폐기물의 분류, 해체, 가공이 당신 측에서 이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겠지요."
스콧은 그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이해했다. 뤄, 린, 천 삼대 가문은 실리콘섬 전체의 전자 폐기물 회수와 처리 사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연간 수백만 톤의 처리 규모, 수십억 규모의 경제 적 생산량. 이렇게 큰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수익 재분배가 피비린내 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5,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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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 섬세한 인공 의수, 칩이 내장된 칩독, 증강렌즈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분야 vs 오염물질에 무작위로 노출되며 수작업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처리장 간의 간극이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에 따라, 상업성이 있는 기술인지에 따라 상용화 되는 속도가 다른것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것 같아 씁쓸하네요.

르구인
네, IT 쪽 일을 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기술적인 표현이 많고 세밀하죠.
그리고 그런 기술이 빈부에 따라서 어떻게 다르게 적용되고 이용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밥심
47쪽에 등장하는 로봇 팔이 ‘전원이 차단된 후에도 최대 30분까지 서브모터를 통해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고 묘사되어 있는데 ‘서브모터? 서보(servo)모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서브모터는 없고요, 서보모터를 잘 못 쓴 것 같습니다. 서보가 발음할 때 서브랑 비슷하고 뭔가 주모터를 지원하는 서브모터가 아닐까 오해하실수도 있어서요. 서보모터란 모터의 돌아가는 회전각까지 정밀 제어가 가능한 모터입니다. 사람 팔의 움직임을 흉내내려면 전력을 공급했을 때 웽 하고 그저 회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바퀴 돌고 예를 들어 120도만 더 도는 정도의 제어가 가능해야 합니다. 수술용 로봇이 미세한 수술을 하려면 움직임이 극도로 세밀하게 조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고도로 정밀한 서보모터가 장착되어야 합니다. 자동차에만 해도 창문 올리는데 쓰이거나 좌석 세팅하는데 쓰이는 서보모터를 포함해서 몇 십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로봇 팔이 자유도 6의 제품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움직임을 표현할 때 흔히 x축, y축, z축을 써서 나타내잖아요, 세 개의 축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자유도가 3이라 하고, 각 축을 기준으로 회전할 수 있으므로 또 자유도가 세 개 더해져서 총 자유도는 6이 되는 겁니다. 준군사용 모델답게 꽤 고급 로봇 팔인거죠. 군사급이나 고정밀 수술용 로봇 팔은 자유도가 하나 더 추가되어 7입니다. 사람의 팔꿈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유도를 하나 더 주죠.
그리고 로봇 팔의 최대 악력이 520뉴턴이라고 하면서 스콧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잖아요, 고교 물리 시간에 배운 것이지만 뉴턴이라는 단위는 일상 생활에서는 잘 안쓰기 때문에 520뉴턴이 어느 정도의 힘인지 감이 직관적으로 안오실거에요. 대략 10뉴턴을 무게 1킬로그램으로 보면 되니까 체중 52킬로그램의 여자가 그 남자의 머리위에 앉아 있다고 보면 될 정도의 힘입니다. 그 정도 무게로는 남자의 두개골이 부서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스콧은 생각한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향팔
우와, 이렇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라니요. 감사합니다! 서브모터가 아니라 ‘서보모터’였군요. ‘서보모터’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자유도 6’이랑 ‘520뉴턴’도 뭔지 모르고 그냥 멍-하니 읽었거든요. 밥심님의 글을 읽고 많이 배워가네요. 과알못이 sf문학을 읽을 때마다 살짝 겁이 났는데 이젠 밥심님 덕분에 든든합니다 ㅎㅎ

모시모시
오. 진짜가 나타났다!! ㅎㅎ 설명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르구인
우와~ 엄청난 설명 감사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정말 쉽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 @
서보모터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게 그런 것이었군요! 자유도라는 것도 그렇고요. 뉴턴 설명도요. 감이 딱! 오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o^

Kiara
와아!! 저도 주를 지원하는 서브라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서보모터라니욧!!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또 새롭게 다가옵니다. 고맙습니다 밥심님 :)

모시모시
“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억압당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그것은 역사를 통틀어 흔한 일이었다. 어떤 집단이든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더 높은 계급으로 규정하고 신, 국가 혹은 ‘진보’라는 이름으로 법과 규칙을 만들어 다른 계급의 삶을 지배하고 그들의 육체와 영혼을 소유했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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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마을에 거의 다 왔습니다." 조수석에 탄 린 주임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 맙소사…” 천카이종은 자기도 모르게 탄식했다. 스콧은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리콘섬의 상황에 관해 이미 수많은 자료를 검토했지만,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현실의 충격과는 비할 수 없었다.
헛간이나 다름없는 수많은 작업장이 거리 양쪽으로 마작패 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중간에 쓰레기를 운송하는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만 하나 나 있었다.
이미 분해되었거나 처리를 기다리는 금속 커버, 파손된 디스플레이, 회로기판, 플라스틱 부품, 전선들이 오물처럼 아무데 나 널려 있었다. 외지에서 온 노동자들은 파리처럼 그 안을 쉴 새 없이 뒤적거렸다. 가치 있는 부품들은 화로나 산성 욕조에 던져 넣어 구리, 주석뿐 아니라 진귀한 금, 백금 등의 희소 금속들을 추출했다. 남은 부분은 소각하거나 아무데나 내던져서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 그 과 정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8-3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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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마치 아래 기사에 나오는 사진들 풍경을 서술해놓은 듯 합니다. 글로 볼 때랑 이미지로 볼 때창 느낌이 또 다르네요.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professionals-network/gallery/2016/oct/18/the-e-waste-reduce-waste-old-technology-mountains-in-pictures

탱구밤이엄마
사진을 보니 훨씬 상상하기 쉬워지네요..

르구인
그렇죠!
가디언에서 이렇게 종종 사진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르구인
“ 스콧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토박이들은 그들을 ‘쓰레기 인간’이라고 불렀다. 여자들은 새까만 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하는 중이었는데 둥둥 떠다니는 개구리밥 주위로 비누 거품이 은빛 테두리를 이루고 있었다.
아이들은 섬유유리와 그을린 회로기판의 잔해가 반짝이는 검은빛 해안가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녔고 불에 덜 탄 플라스틱 잿더미에서 점프했으며 폴리에스터 필름이 둥둥 떠다니는 검푸른 연못에서 헤엄치며 장난쳤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인 것 같았고 즐거움을 방해하는 것은 없었다.
남자들은 웃통을 벗은 채 가슴에 붙인 싸구려 바디 필름을 뽐냈다. 짝퉁 증강현실 안경을 쓴 그들은 깨진 디스플레이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한 관개수로의 화강암 둑에 누워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 휴식을 즐겼다. 수백 년 전 벼농사에 필요한 강물을 끌어오기 위해 지어진 고대의 수로들은 이제 퇴색한 과거의 조각난 빛을 비출 뿐이었다.
"다 왔습니다. 아직도 내릴 생각입니까?" 린 주임은 자신도 방문객인 것처럼 조롱하는 말투로 물었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39-4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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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 그(천카이종)는 2년 전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찰스강 옆에 위치한 보스턴 대학교 캠퍼스에서 그는 토비 제임슨 교수의 역사 강의를 듣고 있었다. 백발 때문에 KFC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교수가 물었다.
"누가 세계화의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교수에게 호명된 청년이 한참 더듬거리다가 반쯤 먹은 햄버거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맥도널드?"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훌륭합니다." 제임슨 교수가 말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훌륭한 답변이에요. 이건 흔히 생각하는 상투적인 답변이 아닙니다. 맥도널드, 나이키, 할리우드 영화, 안드로이드폰…맥도널드에 들어가서 5.95달러짜리 세트를 주문하면 무엇을 얻을까요? 안데스 산맥에서 나온 으깬 감자, 맥시코의 옥수수, 인도의 흑후추, 에티오피아의 커피, 중국의 닭고기… 미국의 특산품인 코카콜라도 있죠. 제가 하려는 말을 이제 이해하겠습 니까?
세계화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수백수천 년간 멈춘 적이 없는 추세입니다. 대항해 시대를 통해, 무역을 통해, 문자와 종교를 통해, 곤충과 철새와 바람을 통해 심지어 바이러스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죠. 문제는 우리가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는 겁니다. 대신 우리는 아마존, 아프리카, 동남아지아, 중동, 남극, 심지어 우주공간에서까지 약탈, 착취, 강제 추출을 끝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영원한 승자란 없습니다. 무엇을 얻든 언젠가는 잃을 것이고, 이자까지 더해서 깊게 될 것입니다."
교수는 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릴 때처럼 강단을 탕탕 두드렸다. “수업을 마칩니다."
카이종은 현실로 돌아왔다. 실제로 테라그린 리사이클링은 실리콘섬 주민들에게 세계화의 악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을 제공하여 그들을 이 생지옥에서 구해내기를 원했으나 주민들의 답은 이러했다. "싫다. 차라리 쓰레기와 함께 살겠다."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58-5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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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구인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는 말에 꽂힙니다. 인류가 어떤 체제를 만들어낼 때 합의를 이룬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 드네요.(너무 비관적인... -.-)

탱구밤이엄마
힘 있는 자 (나라)들이 자기들 입맛대로 정해 놓은 걸 합의라고 부를 수 있다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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