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누가 세계화의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교수에게 호명된 청년이 한참 더듬거리다가 반쯤 먹은 햄버거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맥도널드?"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58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학생 때 읽었던 책이 생각나네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최신 개정 8판세계적인 사회학자로,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포장된 대량화와 동일성의 위험성을 '맥도날드화'로 정의하며 전 세계에 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식품 분야에까지 문제의식을 던졌던 작품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의 최신 개정판이다.
와... 이런 책이 있군요! 작가가 이 책을 알았을까요?! 교과서 급의 책일까요? 개정 8판이라니~ @. @ 대학 교재들이 주기적으로 개정되더라고요.
네 맞아요. 사회학 교양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이 읽어보라고 하셨던 책입니다. 교재로 많이 쓴다고 하더군요.
오. 저 이 책 학부때 읽었어요. 추억소환
(62쪽) 마르디 그라Mardi Gras를 몰라서 찾아봤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A5%B4%EB%94%94_%EA%B7%B8%EB%9D%BC
감사합니다! 미국 최대 축제라니 얼마나 큰 규모일지 궁금하네요. 기원이 로마까지 올라가는 축제를 17세기에 프랑스계 미국인이 들여온 거군요. 올려주신 위키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팬테이크 데이'라고도 한다고 하고, 링크가 걸려 있어서 가보니 피터 브뤼헐의 유명한 사순절 그림이 소개돼있네요! 상세 그림에 정말 팬케이크가 있네요. 프레첼도 있고요! 축제나 종교 쪽은 잘 모르는데, 이렇게 그림을 보니 내용은 잘 몰라도 재미있네요.
어쩌면 결국 언젠가 가상현실로 대체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겐 생과 사의 경계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형태 없는 그리움과 기억을 물체 혹은 의식화된 퍼포먼스로 형상화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감각해진 감정을 다시 일깨우고, 한때 뼈가 시리도록 아팠던 상실의 고통을 끝없는 기억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의식이, 플랫폼이, 통로가 필요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65-66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역사란 어떤 사건에서 감정적 색채가 지워지는 과정이다. 카이종은 마침내 자신이 왜 역사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어린 시절에 도시를 옮겨 다녔던 경험 때문에 남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는 가족, 학교, 조직 혹은 대인관계 등 모든 관계에서 습관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역사가에게 필수인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일은 그에게 너무 쉬웠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카이종은 '우리의 일원'이라는 말의 의미와 무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66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날이 어둑해졌다. 천씨 가문 종묘 앞 광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반쯤 분해된 제단은 석양 아래 뼈다귀처럼 서 있었고 딱딱한 플라스틱 껍데기인 다스예가 바닥에 널브러져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단은 이미 치워진 상태였지만 제사용 양초와 향 몇 개는 여전했고 짓밟힌 과일과 채소와 지전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용 깃발은 보라색 바람에 펄럭였고 외로운 영혼들과 귀신들은 이미 배불리 먹고는 떠났다. 상인들은 돈을 세며 남은 음식들은 칩독들에게 주었다. 개들은 온 정신을 먹는 데 집중하면서 빠르고 기계적으로 꼬리를 흔들었다. 내년에도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74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2장 중원절 귀신 축제의 묘사가 인상적이네요. 축제가 끝난 후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다스예 동상(이라고 했지만 실은 플라스틱 껍데기였군요.)과 바닥에 짓밟힌 제물들, 돈을 세는 상인들과 남은 음식을 먹는 칩독들의 풍경이 실리콘섬의 굴레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네, 묘사가 자세하고 섬세하죠. 마지막에 남은 음식을 기계 개들에게 준다는 장면으로 섬의 현실과 구조가 가진 '씁쓸함'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원은 제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미미, 넌 진짜 내 친동생이랑 똑같아. 머리가 진짜 좋다니까" "미미는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중에 제일 우아해요! 왕관도 진짜 잘 어울릴걸요?" 시끌벅적하던 소녀들이 돌연 모종의 공감대라도 형성한 듯 순간적으로 미미의 머리에 헬멧을 씌웠다. 미미의 머리가 헬멧보다 조금 커서 헬멧의 곡선과 머리 사이에 약간 뜬 공간이 있었다. 원 형이 장난이 선을 넘기 전에 저지할 틈도 없이 여자 한 명이 헬멧을 힘껏 아래로 눌렀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미미는 뒤통수뼈 바로 아래 피부를 차갑고 날카 로운 무언가가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미미는 비명을 지르며, 왕관'을 벗어 바닥으로 내던졌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78,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여기는 사진 찍고 싶다고 맘대로 찍는 곳이 아니야, 돈을 내야 한다고." "저, 저는 돈이 없어요. 저희 아빠가…” "네 아빠가 부자인 건 알아. 여기 온 걸 아빠가 알면 넌 아마 맞아 죽을걸?" 원 형은 헬멧을 들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다가갔다."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 헬멧을 한번 써주면 돈은 안 받을게." "원 형!" 미미는 그를 막으려 다급하게 외쳤지만 원은 뒤돌아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꼬마는 헬멧을 흘끗 보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미는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찰칵 소리, 날카로운 비명, 뒤이어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 셋을 센 후 소년에게로 걸어가 헬멧을 벗기고 상처를 닦아 주었다. 소년의 후두부 아래 피부가 바늘에 찔려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피가 흘렀다. "괜찮아, 괜찮아." 그녀는 원 형 쪽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아니면 그녀의 두 눈 속에 불타는 분노가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착하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렴.” … "뭐가 문제야? 토박이 새끼일 뿐이잖아." 원 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냐고?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만약 그 헬멧이…” "그 꼬마 잘못은 아니잖아요." 미미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작업장을 향해 걸어갔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그 점을 기억해!" 원 형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울리다가 점점 떨어졌다. 어차피 시간문제였다고!"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80-8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원 형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미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뤄 가문의 아이에게도 동일한 일이 일어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어차피 시간문제'였다는 것도 무슨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원 형은 반쪽짜리 헬멧에서 튀어나온 바늘을 이리저리 연구하다가 가끔 우려 섞인 눈빛으로 미미를 바라보았다.” (79쪽)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만약 그 헬멧이….” (81쪽) 만약 그 헬멧이…. 헬멧으로 인한 상처가 뭔가 아주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니, 토박이 소년을 미미와 같은 위험에 처하게 해 놓아야, 혹시 미미의 몸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경우 약이나 치료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미미가 병에 걸리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겠지만 부잣집 토박이 아이가 병에 걸리면 어떻게든 치료법을 강구할 테니까요.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그 점을 기억해!” (81쪽) 근데 이 대목은 으음… 잘 모르겠네요. 쓰레기인간이 토박이를 다치게 한 것… 쓰레기인간들 vs 뤄씨 가문 등 토박이들과의 충돌? 같은 걸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대응이 바로 나온다는 게 좀 이상하죠? 뭔가 알고 있었던 걸까요? 읽어가면서 찾아봐야겠네요.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는 것이 뭘 말하는 건지도요. 소설이 전체적으로 아주 치밀한데, 이 부분만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제 기억이 문제일수도... ^^;)
그러네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대응이 바로 나온다는 게…. 뭔가를 알고 있었다? 토박이를 향한 증오심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원 형을 향한 미미의 예감도 염두에 두어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1장에서 카이종이 의문을 가졌던 스콧의 정체(?)도 궁금하고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오래된 작업장에 살면서 매일 쓰레기 더미에서 괴상한 부품을 찾아 집 문 앞에 쌓아 두었다. 마치 쓰레기 더미 위에 사는 민간 과학자 같았다. 미미에게 원 형은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다. 같은 지역 출신이고 같은 사투리를 사용했지만, 미미는 그의 말에 항상 뼈가 있다고 생각했다. "널 보면 내 여동생 아휘가 생각나." 원 형은 종종 미미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미미가 아휘에 관해 물으면 그는 언제나 다른 쪽을 보며 화제를 바꿨고, 그로 인해 더 비밀스럽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 왔던 미미는 항상 언니나 오빠가 돌봐 주는 다른 아이들이 부러웠다. 원 형의 존재는 그녀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으나 내면의 목소리는 항상 경고했다. 그에게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위험한 느낌이 나. 항상 조심해! 한 달 전쯤 원 형이 기괴한 물건을 가져왔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77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미미는 쓰레기 더미에 앉아서 부서진 의수를 만지작거렸다. 원 형은 반쪽짜리 헬멧에서 튀어나온 바늘을 이리저리 연구하다가 가끔 우려 섞인 눈빛으로 미미를 바라보았다. 문득, 어떤 생각이 미미의 뇌리에 스쳤다. 어쩌면 원 형은 겉으로만 쓰레기인간을 위해 일하는 척할 뿐, 실제로는 자기만의 은밀한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미는 자기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흠칫 놀랐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았을 뿐 그 얼굴 아래 어떤 영혼이 숨겨져 있는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79쪽,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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