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사진 찍고 싶다고 맘대로 찍는 곳이 아니야, 돈을 내야 한다고."
"저, 저는 돈이 없어요. 저희 아빠가…”
"네 아빠가 부자인 건 알아. 여기 온 걸 아빠가 알면 넌 아마 맞아 죽을걸?" 원 형은 헬멧을 들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다가갔다."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 헬멧을 한번 써주면 돈은 안 받을게."
"원 형!" 미미는 그를 막으려 다급하게 외쳤지만 원은 뒤돌아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꼬마는 헬멧을 흘끗 보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미미는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찰칵 소리, 날카로운 비명, 뒤이어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숨을 깊게 한 번 들이마시고 셋을 센 후 소년에게로 걸어가 헬멧을 벗기고 상처를 닦아 주었다. 소년의 후두부 아래 피부가 바늘에 찔려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피가 흘렀다.
"괜찮아, 괜찮아." 그녀는 원 형 쪽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아니면 그녀의 두 눈 속에 불타는 분노가 밖으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착하지, 어서 집으로 돌아가렴.”
…
"뭐가 문제야? 토박이 새끼일 뿐이잖아." 원 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냐고?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만약 그 헬멧이…”
"그 꼬마 잘못은 아니잖아요." 미미는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작업장을 향해 걸어갔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어. 그 점을 기억해!" 원 형의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울리다가 점점 떨어졌다. 어차피 시간문제였다고!" ”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80-8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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