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

D-29
원 형은 이 희귀한 물건이 실리콘섬에 도착하자마자 소유권을 주장했다. 원 형은 자신의 개인 실험실에서 눈에 보이는 손상을 모두 수리하고 바이러스 배터리를 재장착했다. 추가 연구 를 통해 메카를 두 가지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첫째, 원격제어 방식. 그는 통신 프로토콜을 해독하려 궁리했지 만 어떤 연유인지 시스템이 응답하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동작 감지 방식을 시도해야 했다. 이 방식은 누군가가 메카의 조종실로 기어 올라가 메카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모방하도록 조종해야 했다. 물론 원 형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다. 그는 고아인 아룽을 선택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62,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메카에 '바이러스 배터리'가 들어가는군요. 이것이 나중에 미미가 메카와 합체(?!)하게 되는 이유일까요? "물론 원 형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다. 그는 고아인 아룽을 선택했다." 원 형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문구네요. 미미가 원 형을 믿는 한편 믿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뭔가 목적이 있고, 뤄, 진, 청 가문 사람들처럼 원 형도 자신들을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어렴풋한 의심 같은 걸 평소에 느껴온 것 같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제가 이해한 바를 다음주말 쯤에 올리겠습니다. 지금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요.
오?! 안 그래도 바이러스 배터리가 뭔지 궁금했어요!? 그나저나 미미가 그런 신비의 소녀였다니~!
바이러스 강화 배터리에 대해서는 소설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활성 펩타이드가 배터리의 나노 구조를 강화시켜 내구성과 전원 공급의 안전성을 높인다고 설명(135쪽) 그런데, 본 소설을 읽는데 있어서 바이러스 강화 배터리의 원리를 이해못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도 좀 더 알고 싶으시면 링크한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IygCmIYOchg?si=1Mtb-l-mFQgi7AFn 소설에서 중요한 바이러스는 스즈키 변종 바이러스(309쪽)입니다. 그 바이러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이해하면 소설이 더 재밌게 읽힙니다. 그 점에 대해 제가 이해한 바를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밥심님, 어려운 내용을 정말 쉽게 잘 설명해주시는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아직 309쪽까지 안 읽었는데, 밥심님 설명에 더 관심이 생깁니다. ^^
아, 감사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때 어려운 기술 설명은 그러려니 하고 슥슥 넘겼는데, 그러다 보니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했더라고요.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 정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을 읽을수록 작가가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가져다가 소설에 직/간접적으로 묘사한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자료 조사를 엄청 했을 것 같아요. QNB도 실제 군에서 무기로 사용했네요. ㅠㅠ 입수할수만 있다면 사이비종교단체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QNB를 꾸준히 매입했을 것 같고요.
순간, 모든 기억이 폭풍처럼 의식의 정중앙을 휩쓸고 지나갔다. 반복적으로 찾아오던 빛줄기의 박자와 간격, 끈적이던 체액, 치욕, 시큼한 비린내… 분노가 소용돌이처럼 천천히 확장되더니 광폭한 노여움으로 변했다. 그녀는 그들을 향해 무모하게 돌 진했다. 의식은 고무 시트처럼 탄성 있고 얇게 펼쳐졌다. 자신을 능욕했던 남자에 거의 닿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파내 고, 머리뼈를 부수고, 뇌를 씹어먹고, 생식기를 반으로 물어뜯어 그의 입에 쑤셔 넣을 작정이었다. 그녀는 고문에 대해서 잘 알 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를 고문할 참이었다. 미미는 칼잡이, 까까머리, 문신남의 몸을 통과하는 자신을 느끼며 절망했다. 마치 촘촘한 비를 뚫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접촉도, 마찰도, 체온도 없었다. 점점 커지는 무력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게 내 영혼일까? 순간 미미는 친숙한 관조 해변을 '보았다. … 미미는 돌연히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 록히드 마틴의 검은 수호신이 비바람 속에 우뚝 서 있었다. … 순식간에 그녀는 그 죽음의 신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는 대신 허공에서 비스듬하게 내려왔다. … 텅 빈 조종실은 심연과도 같았다. … 미미는 형태 없는 장벽이 그녀와 로봇 사이에서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음을 느꼈다. 반쯤 부수다 만 금고 문처럼 마지막 손길 한 번이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그녀 앞에 펼쳐질 것만 같았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185,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미미와 메카가 합체하게 되는 기술적인 과정은 알기 어렵지만, 심리적이랄까 비물질적(?!)인 이유가 이 부분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해코지한 사람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냥 쓱 통과해버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뭔가 물질적인 것을 찾다가 메카가 눈에 들어온 것이죠. 그래서 메카로 돌진! 합체!! 이렇게 되는 것 같네요. ^^
너무 미신적으로 가는 것 같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전 인간의 '원한'을 믿습니다. 물론 좋은 기운도 믿고요. 그 전에 미미가 겪었던 기계적 고통과 그녀의 '한'이 연결되어 유체이탈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어요. 근데 전 이상하게 스칼렛 요한슨 나왔던 영화 '루시'가 생각났어요.
그러네요~ 루시! 본지가 좀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스토리보다 스칼렛 요한슨 연기가 더 좋았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요한슨이 나왔던 <공각기동대>랑 기억이 섞여서 떠오르네요. ^^;
스칼렛 요한슨 나왔던 공각기동대가 하도 욕을 먹어서 보기 싫었는데 보긴 했어요. 고백하자면, 원작 '공각기동대'의 명성만 숱하게 듣고 보지 않아서인지 전 영화도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원작의 어디가 훼손된지를 알아야 비판을 할텐데 무지랭이라.. 근데 <웨이스트 타이드>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네요! 아 가슴 뛰어~
공각기동대는 오리지널이 최고죠. ^^ 그래도 실사 영화로 보는 것도 저는 좋았어요. <웨이스트 타이드>는 뒤쪽으로 가면서 액션이 아주 내달리는 느낌입니다! 영화같아요. ㅎㅎ
루시!! 너무 찰떡이에요
"평소대로라면 그들은 우리 통신선을 감시할 거야. 그리고 길모퉁이마다 전방위 스마트 CCTV를 가동하고, 비디오 피드를 통해 우리 입 모양을 분석하는 등 쓰레기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겠지. 실리콘섬은 저속구역이지만 분명 전용 데이터 회선을 갖고 있을 거야. "내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어. 통제되는 바이러스 같은 건데, 활성화되었을 때 안경 두 쌍이 반 미터 내에만 있으면 다른 안경의 공유 설정을 깰 수 있고, 지정된 동영상 정보를 포함해서 자기 안경을 복제해서 보낼 수 있어. 앞으로 며칠 동안 우리는 입과 귀 대신 눈을 통해서 의사소통할 거야. 너희가 거울을 보고 말하는 모습이나 수상한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퍼뜨릴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젊은이들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천상의 신이라도 되는 듯 경 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리원을 바라보았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00,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실리콘섬이 저속구역인 이유가 나중에 나올 겁니다. (앞에 안 나왔죠? 제가 놓쳤나 해서요. ^^;) '쓰레기 인간'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단거리 통신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니, 곤충이 뿜어내는 페로몬 같은 것이 연상되네요. 힘없는 개인들을 개미에 종종 비유하기도 하는 걸 생각하면 상징적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린 주임은 초조함을 억누르려는 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테라그린은 언제나 세 가문을 장애물로 생각할 뿐 때로는 일부 가문과 동맹하여 다른 가문을 견제하는 분할통치 전략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테라그린은 항상 정부가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리기를 원하지만, 전거지김, 즉 뒤집힌 앞수레를 보고 얻는 교훈이 있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모릅니다. 테라그린은 환경보호와 생산성을 명목으로 실리콘섬을 설득하려 하지만 로봇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일 수 있다는 건 모르는 듯합니다. 토박이들은 잉여 노동자들이 어떻게 될지, 사회 불안 요소가 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 귀치다오 환경부 장관 이야기를 꺼내는데..." "아?" 스콧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당신네 데이터베이스가 항상 전능한 건 아닌 것 같군요. 당신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빼내려고 했던 청년은 급진주의 환경 단체 ‘콴둥'의 일원입니다. 콴둥의 설립자 궈치더는 커치다오 장관의 쌍둥이 동생이죠. 그러니 모든 일에 섣불리 결론 내리지 마세요. 중국에서는 흔히 '의논해서 결정하고, 그후에 움직이라’고 합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09,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그들은 우리를 '쓰레기인간'이라고 부른다. 쓰레기는 더럽고, 열등하고, 하찮고, 쓸모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매일 쓰레기를 만들며 그들은 쓰레기인간 없이 살 수 없다. 그들은 우리가 작업장, 폐수 웅덩이, 소각장, 버려진 들판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우리는 호텔 보안실, 식당 주방, 병원 멸균실에도 존재한다. 그들이 마시는 깨끗한 물, 운전하는 차,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베이비시터까지, 그들이 몸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하는 모든 장소가, 우리 쓰레기인간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터다. 그들은 정말로 우리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미미를 잡아갔을 때, 우리는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위세에 이미 길들었다.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굴욕과 폭력을 당하고, 이용당한 후 버려지고, 소리 없이 사라지 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구타, 담배로 지지기, 물고문, 절단, 강간, 전기 충격, 생매장 등 이 소녀에게 가해진 모든 고문을 상상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는 다음 차례가 우리가 아니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서 돌아왔다. 비 오는 밤, 벌거벗고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붉은 피를 흘리며 쓰레기인간들로 가득한 마을과 길거리를 통과했다. 좀비처럼. 하지만 모든 목격자에게 그들 또한 미래의 좀비에 불과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녀는 영매처럼 신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간은 존재 자체만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전쟁은 시작되었다.
웨이스트 타이드 Waste Tide p.211, 천추판 지음, 이기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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