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이여, 참 오랜 시간을 함께했구나,
화장찬 날도, 먹구름 낀 날도 모두 지나며.
정든 친구와 헤어지는 건 늘 어려운 일이지.
어쩌면 한숨 섞인 눈물이 날지도 몰라.
그러니 소리 없이 살며시 떠나가렴.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안나 레티시아 바볼드 「삶」 부분,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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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문
표지가 세 가지 버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림 분위기가 독특해서 서칭을 좀 해보았습니다. 관련 정보도 함께 나누어보아요~ 덕분에 영국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서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에릭 라빌리우스 Eric Ravilious (1903년 7월 22일 런던 출생, 1942년 9월 2일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사망). 영국의 수채화가, 판화가, 디자이너. 회화 외에도 책 삽화와 표지 디자인, 가구, 유리 제품, 직물, 웨지우드 도자기 공장 디자인 등 매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목판화가 중 한 명으로, 목판화 작품에서 대담한 색조 대비와 복잡한 패턴을 인상적으로 활용했습니다. 1940년부터 1942년까지 공식 종군 화가로 활동하며 노르웨이 해역의 모습을 그린 기억에 남는 수채화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 텍스트 출처: 옥스퍼드 미술 및 예술가 사전(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
이 삼면화의 패널들은 이스트본의 매너 가든을 모델로 테니스 코트를 그렸고, 세 패널을 하나의 연속적인 구도로 구성하여 경기의 진행과 선수들의 동작을 통해 세 부분을 연결했다고 합니다. 라빌리우스의 '테니스'는 아름다운 꿈과 같으며, 온 세상이 하나의 긴 전원 저택 휴양지인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는 그림입니다.
borumis
앗 안그래도 이거 개정판 이전에 그림이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이번 판도 좋지만 이 그림도 참 좋죠. 근데 전 이번 책과 저번 책만 알았는데 또 다른 버젼이 있나요?
디어문
그렇군요. 저도 여러 블로그에서 이 삼면화가 표지에 쓰였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요, 지금 보니 원본을 그대로 사용한 건 아닌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답변을 달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아무튼 이 삼면화의 그림이 모티브가 되어 표지로 쓰인 것 아닐까 싶습니다~ 관련된 정보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아티초크
10년 전에 출간된 동명 시집의 세 표지는 말씀하신 라빌리 우스의 그림이 사용되었고, 이미지 뱅크에서 사용권을 획득한 그림을 사용했다고 하니 참고하여 주십시오. 이번 신간의 그림에 관해서는 '옮긴이의 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발췌하여 보겠습니다. 표지 그림이 궁금한 @모임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의 원제목은 토머스 하디의 연작 소네트 「그녀가 그에게(She, to Him)」의 한 구절에서 빌려왔다. 화자는 여성이다.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이름이 잊힐 것을 알면서도 연인에게 말을 건넨다. “잃은 것은 나의 것이고, 탓할 것은 나의 것이 아님을 기억해요.” 상실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말을 건넨다. 인쇼는 이 구절을 그림의 원제목으로 삼았다. 인쇼의 그림속 두 여성은 황혼 무렵의 정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장면에서 셔틀콕은 공중 어딘가에 있고, 황혼은 이미 기울었다. 인쇼는 “서로 무관한 수많은 순간들을 한 화면에 구성함으로써 그 한 순간에 더 보편적이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림 속 두 여성처럼, 수많은 ‘여성 작가’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았을 테지만, 그들이 있던 자리에 그들을 지탱한 언어가 있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 - 옮긴이의 말(6쪽) 부분 발췌
poiein
작품, 아름답네요! 한참 바라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디에
“ "사내는 원래 그런 법이지." 그렇게 사내들의 시대는 이어졌다.
짓궂음과 부주의, 소란스러움은 모두 참작되고,
내팽개친 의무도, 파괴적인 난동도 너그럽게 덮어 주었다,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이라는 듯
순순히 내뱉는 이 한마디로ㅡ
사내는 원래 그런 법이니까!
이제 "여자는 원래 그런 법이지." 이 대비를 보라.
떠들썩한 젊음의 자리에 들어선 고요한 모성,
이제 전쟁은 없다. 돌보고 가꾸고
지혜롭게 길러내는 것이 여성의 방식.
평화롭고 결실 있는 노력 속에서,
사랑과 진실 안에서 그녀의 세계는 펼쳐진다.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p115 / 사내는 원래 그런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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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위의 시는 샬럿 퍼킨스 길먼의 시입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단편 소설 『노란 벽지』가 인상적으로 남아 있어서 이 시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설 이상으로, 몇 줄의 시를 통해 길먼이 비판하는 바와 투쟁의 의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티초크
길먼의 단편 「누런 벽지」(1892)를 인상적으로 읽은 분을 그믐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모임 여러분 가운데에서도 읽은 분이 계실 것입니다. 이 단편은 여성문학사뿐만 아니라 공포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입니다. 산후우울증을 앓는 여성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실제로 길먼은 딸을 낳고 우울증에 걸렸고, 당시 정신의학계 최고 전문가인 실라스 위에 미첼에게 엄격한 '안정 요법(rest cure)'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개월 뒤 길먼은 이 요법을 무시하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고 「누런 벽지」가 그 결과물입니다. 길먼은 이 요법 때문에 자신이 정신적으로 무너질 뻔했다고 판단했고, 「누런 벽지」에는 그런 의학계를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누런 벽지 - 샬럿 퍼킨스 길먼 단편선에디션F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길먼의 대표작 「누런 벽지」가 수록된 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샬럿 퍼킨스 길먼은 지금부터 100년 전 여성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독려한 활동가이자 작가로서 버지니아 울프, 케이트 쇼팽 등과 함께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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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뜰
읽지는 않았는데, 소설의 의의를 들었던 것 같아요. 여성에게만 강조되는 덕목이나 사회적 맥락이 남성과 대비되게 쓴 것 같습니다.
아티초크
“ 절망을 믿지 못하는 자들,
고통을 절반만 배운 자들만이 한밤의 공기를 가르며
비명과 원망 섞인 요란한 기도로
신의 옥좌를 향해 치닫는다.
(중략)
심성이 깊은 자여, 죽은 이를 향한 슬픔을
죽음과도 같은 침묵으로 표현하라.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슬픔」 부분,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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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문
개정판 화가는 David Inshaw 군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두 명의 영국화가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른 듯 비슷한 작품을 선별하신 안목에도 판사를~
디어문
허난설헌의 시를 읽으면서 바느질도 잘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노처녀로 남의 혼수만 만들고 있는 신세를 한탄한다는 내용이, 그녀의 실제 삶과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영 재에겐 무엇보다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허난설헌은 어린 시절 본가에서는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교육도 시키고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자랐던 터라 친정의 몰락과 함께 불행한 결혼생활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조선에서 태어나고 여자로서 아이를 갖지 못하고, 수많은 남자 중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세 가지 한’이라고 시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표현할 줄도 아는 진취적인 여성이었는데 말이죠. 자존감 높게 살아왔던 사람일수록 바깥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그 좌절감이 훨씬 큰 것 같아요.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시인의 상처입은 마음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borumis
허균도 허난설헌도 참...시대를 잘못 태어 난 듯...
borumis
“ 내 눈에 그는
- 사포
내 눈은 그를 신처럼 바라보네.
당신을 마주하고 앉아
그토록 달콤하게 속삭이는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 남자를.
당신의 그 혹하는 웃음소리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가슴속 심장은
하릴없이 요동을 치네.
내 눈이 당신을 바라보는 찰나에도
목소리는 이내 잠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
혀는 쩍 갈라져 버리고,
살갗 아래선 열꽃이 훅 지나가고
눈에선 빛이 사라지고,
귀에선 웅웅웅 무언가 울려대는데.
진땀이 온 몸을 적시고,
사지는 사정없이 떨리고,
나는 시든 풀보다 더 해쓱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 른다네.
그러나 이 모든것을 감내해야겠지. 가진 게 없다 해도..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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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저는 근데 이 시 (In my eyes he matches the gods라고도 번역된) 의 해석에서 좀 갸우뚱했는데요.. 물론 Phaon과의 이야기도 그냥 후세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Sappho의 삶이 전설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지만 Lesbos가 레스비안과 연관되었고 Sapphic이라는 단어도 있을 정도로 Sappho는 이성애자보다는 동성애자 아니면 적어도 양성애자였다는 설이 많은데요..
실은 제가 예전부터 웬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Sappho의 이 시를 좋아하고 아마 많은 LGBTQ 또는 저처럼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그리고 남성 이성애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레스비안이 느꼈던 임자(남성) 있는 여성을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과 다 가진 자를 향한 질투 등을 담은 시라고 해석해 왔는데.. 이번 시집에서 '화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신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했는데 전 오히려 화자의 사랑은 그 신같은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가 신처럼 (마치 주인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소유'하기 때문에 그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지 정작 화자의 사랑은 그 남자가 바라보는 '당신', 즉 남자에게 속해 있는 그녀를 무력감과 갈망이 교차하며 외바라기 사랑인 게 아닐까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Arlo Parks의 Eugene처럼 말이죠.
https://youtu.be/ikwBBNnn2gI?si=HrcBmcGBJzJmX41p
이처럼 문맥이나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서 전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이 처해 있던 환경 등을 보충설명해주는 것은 괜찮지만 해석까지 해주는 건 조금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한국 국어교육에서도 시나 소설 등에 대한 단일 해석을 달달 외우게 해서 단답식 답을 맞추는 것도 오픈북에 에세이 형식으로 시에 대해 리포트나 시험 문제를 풀었던 저로서는 좀 이 점이 아쉽긴 합니다.
도롱
뒤늦게 알게되었는데 제목과 소개를 보니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
poiein
고요한 무덤 하나 있으면 좋겠네.
졸졸 흐르는 실개울 곁에.
새와 벌과 나비들이
언덕 위에서 노래하는 그곳에.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루이자 메이 올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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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어려서 쓴 시라는데, 고단한 중년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무덤에 누워서야 비로소 쉴 수 있다는 걸 어린 루이자 메이 올컷은 알았을가요? 시인은 타고나는 듯 합니다.
유년의뜰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린 시절 시라고 하기엔 어딘가 자연 속에서 삶을 정리하는 정서가 느껴져서... 남다른 감수성이긴 했네요. 자녀가 이런 시를 쓰면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할 것 같기 합니다. 시적 감수성 이전에 어린아이가 죽음에 이런 시를 쓰다니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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