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

D-29
읽지는 않았는데, 소설의 의의를 들었던 것 같아요. 여성에게만 강조되는 덕목이나 사회적 맥락이 남성과 대비되게 쓴 것 같습니다.
절망을 믿지 못하는 자들, 고통을 절반만 배운 자들만이 한밤의 공기를 가르며 비명과 원망 섞인 요란한 기도로 신의 옥좌를 향해 치닫는다. (중략) 심성이 깊은 자여, 죽은 이를 향한 슬픔을 죽음과도 같은 침묵으로 표현하라.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슬픔」 부분, p.71
개정판 화가는 David Inshaw 군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두 명의 영국화가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른 듯 비슷한 작품을 선별하신 안목에도 판사를~
허난설헌의 시를 읽으면서 바느질도 잘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노처녀로 남의 혼수만 만들고 있는 신세를 한탄한다는 내용이, 그녀의 실제 삶과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영재에겐 무엇보다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허난설헌은 어린 시절 본가에서는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교육도 시키고 재능을 인정받으면서 자랐던 터라 친정의 몰락과 함께 불행한 결혼생활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조선에서 태어나고 여자로서 아이를 갖지 못하고, 수많은 남자 중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 세 가지 한’이라고 시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표현할 줄도 아는 진취적인 여성이었는데 말이죠. 자존감 높게 살아왔던 사람일수록 바깥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그 좌절감이 훨씬 큰 것 같아요.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시인의 상처입은 마음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허균도 허난설헌도 참...시대를 잘못 태어난 듯...
내 눈에 그는 - 사포 내 눈은 그를 신처럼 바라보네. 당신을 마주하고 앉아 그토록 달콤하게 속삭이는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 남자를. 당신의 그 혹하는 웃음소리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내 가슴속 심장은 하릴없이 요동을 치네. 내 눈이 당신을 바라보는 찰나에도 목소리는 이내 잠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 혀는 쩍 갈라져 버리고, 살갗 아래선 열꽃이 훅 지나가고 눈에선 빛이 사라지고, 귀에선 웅웅웅 무언가 울려대는데. 진땀이 온 몸을 적시고, 사지는 사정없이 떨리고, 나는 시든 풀보다 더 해쓱해져,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네. 그러나 이 모든것을 감내해야겠지. 가진 게 없다 해도..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17
저는 근데 이 시 (In my eyes he matches the gods라고도 번역된) 의 해석에서 좀 갸우뚱했는데요.. 물론 Phaon과의 이야기도 그냥 후세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Sappho의 삶이 전설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지만 Lesbos가 레스비안과 연관되었고 Sapphic이라는 단어도 있을 정도로 Sappho는 이성애자보다는 동성애자 아니면 적어도 양성애자였다는 설이 많은데요.. 실은 제가 예전부터 웬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Sappho의 이 시를 좋아하고 아마 많은 LGBTQ 또는 저처럼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그리고 남성 이성애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레스비안이 느꼈던 임자(남성) 있는 여성을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과 다 가진 자를 향한 질투 등을 담은 시라고 해석해 왔는데.. 이번 시집에서 '화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신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했는데 전 오히려 화자의 사랑은 그 신같은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가 신처럼 (마치 주인처럼) 사랑하는 여인을 '소유'하기 때문에 그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지 정작 화자의 사랑은 그 남자가 바라보는 '당신', 즉 남자에게 속해 있는 그녀를 무력감과 갈망이 교차하며 외바라기 사랑인 게 아닐까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Arlo Parks의 Eugene처럼 말이죠. https://youtu.be/ikwBBNnn2gI?si=HrcBmcGBJzJmX41p 이처럼 문맥이나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서 전 시대적 배경이나 시인이 처해 있던 환경 등을 보충설명해주는 것은 괜찮지만 해석까지 해주는 건 조금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한국 국어교육에서도 시나 소설 등에 대한 단일 해석을 달달 외우게 해서 단답식 답을 맞추는 것도 오픈북에 에세이 형식으로 시에 대해 리포트나 시험 문제를 풀었던 저로서는 좀 이 점이 아쉽긴 합니다.
뒤늦게 알게되었는데 제목과 소개를 보니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
고요한 무덤 하나 있으면 좋겠네. 졸졸 흐르는 실개울 곁에. 새와 벌과 나비들이 언덕 위에서 노래하는 그곳에.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루이자 메이 올컷
어려서 쓴 시라는데, 고단한 중년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무덤에 누워서야 비로소 쉴 수 있다는 걸 어린 루이자 메이 올컷은 알았을가요? 시인은 타고나는 듯 합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린 시절 시라고 하기엔 어딘가 자연 속에서 삶을 정리하는 정서가 느껴져서... 남다른 감수성이긴 했네요. 자녀가 이런 시를 쓰면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할 것 같기 합니다. 시적 감수성 이전에 어린아이가 죽음에 이런 시를 쓰다니 하고요..
엘리자베스 드루 스토다드 89쪽, 이름없는 고통. 3연, 4연은 엄마의 정체성과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정체성의 대립이 짙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죽음으로 슬퍼하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시인으로서 살고싶은 갈망을 숨길 수 없음을 토로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 엄마가 되면 다른 모든 욕망들은 사라져야 하는 걸까요. 왜 여성만이 결혼으로 재능과 열정을 가정생활에만 쏟아야 했을까요. 자식을 잃은 참척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박완서 선생이 아들을 잃고 썼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도 나고 그때 박경리 선생이 와서 많이 위로해주고, 자식을 잃은 같은 입장이라서 그 위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그럼에도 두 작가 모두 계속해서 글을 쓰셨지요.
출산을 선택하면서 모성 신화와 불화화고 있다 보니 '이름 없는 고통'이 제게도 온전히 와 닿았답니다.
정답 같은 건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지금껏 있었던 적도없고. 그게 정답이야.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거투르드 스타인 / 「정답」p141
요즘 시대에는 흔한 문구가 됐지만, 당시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본문의 '혁신'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립니다. 소설도 인상적인데 시도 시원시원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믐 @모임 여러분.^^ 지난 주말부터 연일 폭염이 기승입니다. 어떤 방송을 보니 요즘처럼 무더위가 심할 때는 ‘물과 그늘과 휴식’이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라고 합니다. 신간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북클럽도 여름을 이기는 비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북클럽은 #편하게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되고, 2주차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2주차: 7.13(월)~7.19(일) ‘해리엇 먼로~조이 데이비드먼’(총50명)을 함께 읽고, 자유롭게 감상을 나눕니다. 이번 2주차 모임에서 함께 읽을 범위 가운데 국내 처음 소개되는 시인들이 많습니다. 조이 데이비드먼도 그 중 한 명인데, C. S. 루이스의 애독자에게는 아주 반가운 이름일 것입니다. 데이비드먼은 루이스의 저작을 읽고 기독교로 개종 후 그와 결혼했습니다. 데이비드먼은 “뼈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루이스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했으며, 1960년 4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212쪽) "부드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름답게, 아주 가볍게, 가볍게, 잔혹한 하늘은 떨어뜨린다 맞서 싸울 필요 없는 무언가를." - 「마드리드의 눈」 부분 발췌(213쪽) 조이 데이비드먼의 시로 마무리되는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2주차 북클럽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인류 역사상 이름이 기록된 최초의 작가 엔헤두안나에서 브론테 세 자매와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에 이르기까지, 지난 4천 년간 ‘시(詩)’라는 가장 내밀한 무기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온 여성 시인 100명의 슬픔과 열정과 고독의 연대기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시인들이 많아서 더욱더 이 책이 좋은 것 같아요. 특히 동구나 제3세계 시인들이 많이 보이네요.
들려줘요, 그 오래된 가락들을— 기억의 향기로 가득한 것들.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 은빛 바다와 윙윙대는 들판, 영원한 바위 위에서의 쉼과 꿈, 하늘이 우리 둘을 감싸 안고, 넘치는 행복과 삼킨 눈물들. 넘치는 행복과 삼킨 눈물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리카르다 후흐 「피아노 앞에서」 부분 발췌, p.121
누군가 편지를 받았다. 누군가 심장이 뛴다. 사과나무 꽃이 피었다—거기서 읽어야지.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마리아 파블리코프스카 야스노제프스카 「편지」 부분 발췌, p.181
나는 조용한 신사. 가만히 앉아 생각이나 하고 싶은데, 아내는 잉크처럼 검은 밤 속에서 회오리바람을 걷고 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애나 위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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