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힌 시인에게 필기도구를 주지 않고 석판위에 분필로만 쓰고 지우게 했다는 지점에서 덜컥했습니다. 시인 스스로 말하듯 자신의 생각이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지점이 그랬고, 얼마나 시인의 생각을 두려워했으면 이렇게까지 했나 싶습니다. 사유를 쓰고 남기고 싶은 시인에게는 지독한 형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티초크/책증정] 세계 여성 시인선 100『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와 함께해요.
D-29

유년의뜰

borumis
Sappho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러시아의 사포'라고 불리는 소피아 파르노크에도 관심이 갔는데요. 6세때부터 동시대 시인과 다른 스타일로 두각을 보인 시를 썼던 천재시인은 억압적 소련 체제에서 레즈비언 여성이자 유대인으로 둘다 금기시되던 정체성으로 마찬가지로 억압받던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을 했는데 28년에 결국 그녀의 시 창작은 검열을 받아서 나중에는 외국 시를 번역하는 것으로 겨우 연명하고 살아갔습니다.
이 시집에서 소개된 '음악처럼'에서 나온 12월의 장미(또는 grey-haired rose)는 이 당시엔 아직 안 사귀었지만 나중에 30년대에 그녀의 중년의 연인이자 물리학자였던 Nina Vedeneyeva가 회색 머리의 뮤즈가 되어 32년에 쓴 시의 제목 '12월의 장미 (독일어 제목)/회색 머리의 장미(러시아어 제목) Rose des Dezembers(Седая роза)'는 마지막 연인 Nina Vedeneyeva가 되었다고 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혀 몰라서 영어로 번역된 걸 러시아 원문과 올려봅니다.
I love your sorrow as the music goes...
I love your sorrow as the music goes,
Your smile is similar to tears enlightened,
here is the smell of a December rose,
and here's the sound of glass in fighting.
러시아어로 보면
Как музыку, люблю твою печаль...
Как музыку, люблю твою печаль,
Улыбку, так похожую на слезы, —
Вот так звенит надтреснутый хрусталь,
Вот так декабрьские благоухают розы.

borumis
음악처럼
음악처럼, 당신의 슬픔을 사랑합니다.
눈물을 너무도 닮은 그 미소를-
금이 간 크리스탈은 바로 이렇게 울리고,
12월의 장미는 바로 이렇게 향기롭습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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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음악처럼 노래하는 슬픔, 눈물을 닮은 미소, 금이 간 크리스탈과 가장 추운 해가 저물 무렵 핀 장미는 가장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그녀를 닮은 듯합니다.

쑤이
"왕관 꼭대기에서 저렇게 빛나는 건 뭔가요?"
"얘야, 저건 너의 피요, 나의 눈물이란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파르빈 에테사미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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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내가 즐기는 날은 아무 일도 없는 날,
수첩 어디에도 약속이 적혀 있지 않은 날,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비타 색빌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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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나는 가난하고 또 외롭습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장 사랑하는
이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오 나는 행복합니다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강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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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
백 명의 시인들이 서로 닮아 있어, 신기하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완독했습니다. 함께 읽고 나눠 주신 말씀들 덕분에 책 한 권이 말 그대로 일파만파! 모두 고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디어문
C. S. 루이스와 조이 데이비드먼의 사랑과 이별은 영화 섀도우랜드 [Shadowlands] 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안소니 홉킨스와 데브라 윙거가 주연한 이 영화를 봤을 땐 한참 전이라 주인공들이 작가였다는 사실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었지만 이번 책에 소개된 작가 이야기를 읽어보니 새삼 다시 환기가 되네요. 평생 독신이던 루이스가 지적이고 당돌한 데이비드먼에게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C. S. 루이스는 데이비드먼을 떠나보내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신앙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내적 갈등을 겪었다고 하네요. 이 내용은 [헤아려 본 슬픔]이라는 책에서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아티초크
어제 저는 <섀도우랜드>를 https://www.youtube.com/watch?v=uKTosW22KeM 에서 보았습니다.^^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어서 @모임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평단의 찬사는 물론이고 흥행에도 성공했는데, 영국에서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보다 흥행 수익이 높았다는 군요.

도미니크
추천 감사합니다. 챙겨봐야겠어요

우주먼지밍
“ <차가운 석판 위 에 쓰다> 실비아 팽크허스트(1882-1960)
많은 시인이 연인에게 시를 바치며
그렇게 불멸의 생명을 주었노라 자랑할 때,
지워지는 게 운명인 석판 위에 새긴 내 진실한 문장들은
그대에게 닿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
오직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이 시대만이
정신에 복수의 낙인을 찍었습니다 -
감옥에서의 생각은 차가운 석판 위에만 적었다가
순식간에 씻어내야 한다고 명령하면서. ”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15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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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밍
저는 이 시도 참으로 좋습니다.
개혁을 외치면서도 생각 자체를 지우는 시대의 위선을 고발했다는 실비아 팽크허스트의 시.
오늘날의 혁신적 생각은 기업과 국가의 생산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 즉 '돈'이 것일 때 환영받고,
만약 어떠한 생각이 사회적 인습과 관습을 전복시키려 할 땨는 온갖 온/오프라인의 공격을 받기 쉽다는 것을
겪고 또 겪고 있는지라,
이 시에 눈길이 오래 머물러요.

우주먼지밍
<정답>
정답 같은 건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지금껏 있었던 적도 없고.
그게 정답이야.
_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세계 여성 시인선 100』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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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밍
책상 위에 붙여놓기 딱 알맞은 시를 발견했습니다.
티셔츠로 만들어도 좋을 임팩트 있고 간 결한 시가 아닐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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