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말고도 재미있는 일은 꽤 많습니다. 텃밭농사, 베이킹, 등산 등등등... :)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
D-29

SooHey

borumis
앗 @SooHey 님 제가 정말 못하는 세 가지를 딱 짚어주셨어요;;;ㅋㅋㅋ

미식가들
저도요...형광등 불빛이 약한 게 아니었다는....ㅠㅠ

SooHey
“ 뇌에서 가장 먼저 수축이 시작되는 곳은 계획과 판단 기능을 하는 전두엽과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다. 그 결과 기억력과 다중작업능력(다수의 개념을 취합해서 비교·평가하는 능력)은 중년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그 이후부터 점점 쇠퇴한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58쪽,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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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Hey
요즘 사람 이름이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나고, 뭔가 하러 갔다가 뭘 하러 왔는지 모르겠어서 돌아나오는 일이 왜 이렇게 잦아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ㅠㅠㅠㅠ

HL7707
이쯤해서 또 새로운 개념 하나를 제시하여 드리겠습니다.
저는 안락사, 조력사에는 아직 개념상 반대입장입니다만, 일부러 죽음을 앞당기지는 않으면서, 자연적인 경과에 따른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에서는 "완화적 진정(palliative sedation)"이라는 특정 정해진 형태의 의료적 조치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을 일일이 설명하긴 여기서 어렵지만, AI에 물어보시면 쉽게 설명해줄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수면내시경하고 비슷한 것이라고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훨씬 어렵고 복잡하지만.
꼭 힘들 게 사투를 벌이거나, 아니면 조력 안락사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유해드립니다.

borumis
와! 이런 전문적 소개 감사드립니다. 근데 완화적 진정과 조력사 사이의 차이는 약물 종류? benzodiazepine대 barbiturate, 투여량 외에 또 다른 의료행위의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중앙 보훈 병원에서 완화적 진정에 대한 동영상이 있네요.
https://www.bohun.or.kr/hospice1/na/ntt/selectNttInfo.do?mi=32867&nttSn=110112

HL7707
아니요, 조력사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완화적 진정은 치사량의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고 의식을 가역적으로 재우는 것이기 때문에(수면내시경처럼),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취지이지 죽음을 앞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진정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이 주입되고, 또 약을 중단하면 의식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상태가 안좋은 분들은 안될 수도 있지만). 완화적 진정은 일부러 죽음을 야기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조력/안락사는 이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특정 약물을 치사량으로 사용하며, 1회의 시술로 생을 종결하는 과정입니다. 완화적진정과 조력사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 차이는 조절되지 않는 정신/신체적 고통을 동반한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 고통을 덜어준다는 취지는 동일하지만, 인위적으로 삶을 마감하도록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orumis
아하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취지와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점도 중요하네요. 용량 뿐만 아니라 조력사는 benzodiazepine, 완화적 진정은 barbiturate을 쓸 것 같은데 맞나요?

HL7707
완화적 진정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 중 benzodiazepine도 포함됩니다. 조력사에서 어떤 약을 쓰는지는 문헌에서만 보고 경험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SooHey
앞서 다루었던 <죽음을 인터뷰하다>에서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 선생이 말씀하신 바로 그 내용과 관련 있는 듯하네요.
"암성 통증의 단계를 우리는 0에서 10으로 표현하는데 10은 정말 견딜 수 없을 때,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아플 걸 10으로 표현해요. 의사들이 만성 통증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쓰기 시작하는 통증은 4부터입니다. 4가 어느 정도냐면 치통을 겪을 때 4로 쳐요.. 7 정도면 아기를 낳는 고통이고요. 그런데 환자들 대부분은 10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비유하자면 매일 아기를 낳는 고통을 겪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
그런 끔찍한 고통이 매일 지속되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쓰면 그걸 0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이예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의학으로 통증은 95퍼센트가량 조절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암 환자는 통증이 줄어들도록 보살펴드려야 해요. 저의 외할머니가 왜 앉아서 돌아가셨겠어요? 너무 고통이 심하니까 그러신 거죠. 이제 그런 일은 없어야죠."

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우리 모두가 직면할 상실과 이별을 사유하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인터뷰집이다. 번역가, 소설가,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제18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박산호가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책장 바로가기

HL7707
책 속에 선생님 말씀도 맞지만, 완화적 진정은 글에서 언급한 통증조절 방법으로도 듣지 않는 상황을 전제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쓰더라도 조절되지 않는 신체적 정신적 괴로움이 너무 클 때 써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글 내용 대로 진통제를 얼마든지 써서 통증을 경감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깔끔하고 손쉽게 통증 조절이 잘 되지는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통증이 제일 흔한 문제이긴 하지만, 호흡곤란, 오심, 구토, 섬망 등 여러가지 복잡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척척 조절되기란 쉽지 않다보니, 결국 잠재우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일 때도 있습니다. 아주 널리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다른 조치를 충분히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 조절이 너무 안되어 환자나 가족들이 고통받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써볼 수 있는 조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borumis
Opiates로도 진정 안되는 통증을 전제한다면 그것은 호스피스 전문의가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건가요? 전 이게 항상 궁금했어요. 호스피스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페티딘 패치를 극미량 처방받은 적 있는데 병원에서 통증 사정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HL7707
네 통증사정은 기본적으로 환자분이 호소하는 증상, 위에 인용해주신 책에 나온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는 글, 손동작, 표정, 신음소리 유무 등으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borumis
저도 그런 줄로 알고 있었는데 병동에서 너무 인계가 안 되어 있던 건지..;; 교과서와 실제 현장과의 차이를 극심하게 느꼈어요..;; 제가 비로소 환자가 되니 그런 게 느껴지더라구요;;

장맥주
이번에도 정말 감사합니다. AI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이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군요... 정말 위안이 되었어요.
저희는 이번에 꼭 20일 입원했는데 2주 정도를 재활병동에서 옆 방 환자 때문에 적잖이 고생했어요. 깨어 있는 내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분이었는데, 특히 밤에 비명을 지르셨어요. 어지간히 무던한 편인 아내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고 까칫한 편인 저는... 뭐... 힘들었습니다. 진상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느 날 밤 새벽 4시 반까지 뜬눈으로 지새우고 나니 나중에는 담당 교수님과 주치의, 간호사들께 무슨 방법 없겠느냐고 하소연하게 되더라고요.
간호사들도 귀마개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미안해하셨습니다. 사실 저희가 듣는 설명은 그때그때 달랐는데 ‘그런다고 우리가 진정제를 놓을 수는 없다’는 설명을 하시는 분도 계셨고, ‘밤 몇 시 이전에 비명을 지르면 수면제를 놓는데, 저 분이 그 시각 이후로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비명이 너무 심한 날에는 간호 스테이션 옆 관찰실로 옮기기도 했는데(저희가 아니라 다른 환자가 요청한 거 같았습니다), 관찰실에 다른 환자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매번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환자 가족은 그 분을 2인실에 모시려 했는데 간호사실에서 “2인실은 절대 안 된다, 반드시 1인실에 둬야 한다”고 해서 1인실로 모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환자의 비명은 엄청 잦았는데, 1분에 2번꼴로 밤 내내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비명은 진짜 아파서 내는 소리 같지가 않았어요. “아파요, 아파 죽겠어요, 너무 아프단 말이에요, 살려주세요” 같은 말을 크고 조리 있게, 또박또박, 열의 없이 했습니다.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동정이 가는 비명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간호사는 그 환자 분이 통증에 민감하다고 했고, 어떤 간호사는 치매라고 했고(이 말을 듣기 전까지 저는 그 환자 분이 어린 소년인지, 나이 든 여성인지 몰랐습니다), 진통제가 안 듣는 통증이라거나 몸이 굳어서 그렇다고 설명하시는 분도 계셨죠. 퇴원 무렵에야 복도에서 그 환자 분을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고령으로 보였고,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비명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몸집이 작았어요.
이 이야기를 길게 적는 것은 그 환자 분 간병인 때문입니다. 저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받는다 해도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보살이나 다름없는 분이시더라고요. 어떻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저런 병을 앓고 있으면 저 직업 간병인처럼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옆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고,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완화적 진정이 환자뿐 아니라 간병인의 고통도 덜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두려움이 많이 가십니다.
비명을 지르는 환자 분은 저희가 퇴원하기 하루 전에 퇴원하셨는데, 그때 그 분 가족을 잠시 스쳤습니다. 간병인보다 오히려 더 사무적이고 무관심한 모습이었는데, 잠깐 위화감을 느꼈지만 이내 제가 그 위치였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환자 분은 이 병원을 나와서는 어디로 가시는 걸까 궁금해 하기도 했습니다.

박소해
ㅠㅜ......

borumis
이거 전에 암과책 오디세이에서도 들었던 일화인데.. 다시 들어도 안타깝네요.. ㅜㅜ 어느 정도 우리 나라 의료계의 현실 같아서.. 그런데 또 가족분들도 간병인도 케바케더라구요.... 저는 가족이 너무 힘들까봐 1차 뇌출혈에서 회복하고 어느 정도는 휠체어 타고 활동 가능했으니 결국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병동에서 2차 뇌출혈이 터져서 다시 중환자실로 가서 응급수술 받는 도중 정말 자기가 챙겨먹던 반찬만 쏙 챙겨가고 병실 정리고 뭐고 하나도 안 하고 갔다고 서둘러 달려온 친정엄마가 불평하긴 했어요.. 그렇게 힘든 경우에도 꿋꿋이 환자 곁을 지켜주신 간병인 분들도 당연히 많겠지만..(복 받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오랜 기간 그렇게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만큼의 상태가 지속되었다면.. 저희 가족도 그렇게 정성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었겠죠..(안그래도 평상시에도 자주 싸우던 사이라;;)

장맥주
@borumis 님, 뇌출혈 경험이 있으신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지금은 괜찮으신 거지요...?
저 비명 지르는 고령 환자 분 경험은 이번에 한 것이어서 아직 팟캐스트에서는 얘기하지 못했어요. 2시즌에서 김새섬 대표가 아주 상세하게 얘기할 예정입니다. ^^

앤한
2시즌 팟캐스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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