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어제 밤중에 감기약먹고 몽롱한 상태에서 써서 그런가..;; 착각했어요;; déjà vu가 아니라 déjà écouté? 실은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거 제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이 얘기가 어딘가 친숙해서 새섬님이 얘기하신줄;; 중환자실에서 유일하게 정신이 비교적 멀쩡한 편이었는데 (그때는 처음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아직은 제1, 제2 뇌실이었고 통증 완화랑 만니톨로 부종 가라앉히고 나서는 수술 대기 중으로 관찰중이고 절대안정이긴 했는데.. 주변에 있는 환자 중 그렇게 소리지르고 조절이 안되는 치매인지 고통때문인지는 잘 몰랐어요.. 근데 그때 그분도 '아파요 아프다고요 ' 계속 그렇게 말했던 것 같기도;; 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요.. 그쪽이 궁금했지만 저도 침대를 벗어날 수 없어서.. 그나마 중환자실 내에서도 어쩌면 MRSA나 VRE같은 항균제 내성 때문인지 따로 분리된 공간에 있고 제 침대에서 멀어서 그렇게 크게 들리진 않았고 제 자신도 통증완화 약과 함께 약간 진정효과가 들어 있는 건지..몽롱한 상태여서 그나마 참을 만 했던 것 같아요;; 전 약 1주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그분은 이틀 정도 후 다른 곳으로 가시기도 하셨구요.. 그분이 가신 후에는 기계에서 나는 소리 빼곤 비교적 조용했어요.
두번째 뇌출혈은 다른 병원인데 계속 구토하고 너무너무 아픈데 자꾸 쓸데없는 pupil reflex만 확인하고 정작 약은 주지 않아서 담당 간호사에게 나중에는 지금 이렇게 아픈데 통증 사정도 안 하고 계속 주치의는 입원한지 사흘 넘었는데 아무 의사도 회진 오지 않고 간호사도 통증 사정은 전혀 안 했다. 지금 내 통증이 지금 1에서 10까지라면 지금 계속 6-7에서 오가는데..라고 말하다가 어? 아니, 8, 아니 9,... 아아악 데메롤 STAT! 약 좀 달라고!!'하고 정말 미친 년처럼 소리질렀더니 그제서야 간호사가 놀라서 뛰쳐나가더니 그토록 거부하던 진정제가 들어갔고 이번엔 드디어 주치의가 왔어요. 그래서 주치의에게도 그런 점에 대해 얘기하다가 뭔가 손발의 느낌이 뭔가 저리듯이 이상해진 게 느껴져서 '잠시만요 지금 뭔가 paresthesia가..'하고 말하는데 제 평소 발음과 어딘가 다르게 혀가 굳은 듯 어색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지금 고통은 약 들어가고 진정되었는데 paresthesia 뿐만 아니라 motor aphasia 느낌이 온다고 말했더니 주치의 안색이 싹 바뀌면서 결국 응급 촬영에 들어가고 바로 아까 통증과 함께 재출혈이 생겼고 이번엔 제4뇌실까지 퍼져서 지체없이 바로 응급수술 들어갔어요. 수술 준비와 전신마취도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수술 후에도 거의 마취에서 안 풀려서 주변 둘러볼 정신도 없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차라리 편한 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당시 안그래도 심약한 친정엄마가 아니라 그 성의 없던 간병인이 바로 제 옆에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놀라셨겠죠..
병원은 참 오래 있기 힘든 곳 같아요.. 환자에게나 보호자에게나.. 그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계속 그분 바로 옆에서 계속 지내셨으면 새섬님과 장맥주님도 그 보살같은 간병인분도 정말 힘드셨겠어요 ㅜㅜ
[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
D-29

borumis

ifrain
그 순간의 긴박감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본인이 환자이면서 동시에 본인의 상태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으셨네요. 보통은 이유를 모르고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두렵고 막막하기도 하거든요.

borumis
아.. 전 선천성 뇌동정맥류 기형인데.. 한참 전에 CT에서 발견하고 (꽤 거칠게 찍은 건데도 놓칠 수가 없을 정도로 컸어요 서울대 angio 전문 교수님이 자기가 본 것 중 두번째로 크다고;; NGS로 whole genome screening도 해서 가능한 관련 유전자도 죽 검색해봤지만 걸린 건 없구요;; 아마 그래도 논문 좀 쓰실지도.. 뭐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전 무조건 동의요^^;;) 그 후로 저도 관심 있는 분야여서 개인적으로 많이 공부를 했거든요;; 근데 정말 통증도 교과서에서 나온 thunderclap headache라는 표현 그대로 나오고 ... 머 공부한 게 레지던트 하염없이 기다리다 더 진행되기 전 제 스스로 캐치해낸데는 도움이 되었어요..;; 미용성형치과 등으로 몰리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현실 상 어찌보면 의사가 있는 것 자체도 감사하고 각자도생해야 할 때가 많아 더 두렵습니다. 터진 혈관 부분을 막긴 했지만 이제는 그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셔서 그 후 감마나이프라는 방사선치료로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하는데 추적관찰하는 와중에도 벌써 주치의가 2번 바뀌었어요^^;;;그만두시고 나가시는 선생님들이 많은 듯..

분홍하늘
환자와 간병인의 고통 모두를 덜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두려움이 많이 가신다는 말씀에 숙연해집니다. 옆 환자분들 코고는 소리에도 매우 괴로워하셨던 환자분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있어본 적도, 호스피스에서 계속해서 증량하는 모르핀이 마약성 진통제여서 그 부작용을 걱정해본 적도 있어서 @HL7707 님의 수면내시경과 같은 완화요법은 저에게도 위안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borumis
저두요.. 정말 큰 위안이 되어요. 이에 대해 들어보긴 했는데 한국에서 가능한 줄 몰랐어요;; 역쉬 전문가분에게 물어야..;; 저희는 옆 환자와 보호자 분의 젓갈?같은 음식 냄새 때문에 괴로웠는데 (제가 그 당시 계속 구토 증상이 있었을 때여서;;) 1인실이 그래서 그런지 대기도 꽉 찼더라구요;;

분홍하늘
아 음식과 냄새도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아무것도 못 드시니 병실 안에서는 저도 주로 입에 녹는 과자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간병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어쨌거나 환자분의 고통이 제일 극심하시다는 것을 깨닫게됩니다.

borumis
네, 계속 TPN 수액 영양 유지하다 갑자기 음식 냄새에 둘러싸이다보니 소화력도 떨어지고 당시 뇌출혈 영향도 있던 것 같구요.. 아무튼 여러가지로 평소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음식도 냄새만으로도 역해지더라구요;; 돌봄이나 간병 업무에서는 그런 것도 중요하다는 걸 저도 그제서야 느꼈어요.. 직접 환자가 되서 배운 게 많았 습니다.

장맥주
귀마개의 경우에는, 제 귀가 생긴 모양이 좀 이상한지 자고 나면 꼭 한 쪽이 빠져 있더라고요. 아내의 귀에 넣은 귀마개는 멀쩡한데요. ^^;;;
군대에서도 코 고는 후임 병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크게 코를 고는 병사가 들어왔는데 그 병사 때문에 내무반의 다른 병사들 전원이 몇날며칠 잠을 설쳤어요. 모두 괴로워했지만 당사자도 참 괴로워했네요. 아마 원래는 코를 골지 않던 청년이 군대에 와서 스트레스 때문에 골게 된 거 같은데... 그런데 잠귀도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그래도 자고, 어떤 사람은 한 잠도 못 자더라고요. 저는 평균 정도였습니다.

씩씩한
잘 읽고 있어요. 너무 늦게 문장수집 시작해 봅니다.

씩씩한
“ 현대 과학 기술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은 삶을, 더 오래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나이 들어 죽어 가는 과정은 의학적 경험으로 변질되었고, 의료 전문가들의 손애 맡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의학계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놀라울 정도로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15-16,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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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후에, 일흔이 되신 친척 분이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선택하시고 바로 돌아가시는 일이 생겼어요. 시어머니의 가족이었는데요. 치료를 하지 않았으면 몇 개월 더 사셨을 거라고 시어머니가 안타까워 하셨어요. 책의 도입부가 생각이 났지요.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이미 고령이셔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찌해야 하나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텐데, 건강하실 때 이야기를 나눠야 할텐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참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로구나 했어요. 두 분이 연명의료거부의향서를 작성하셨다는 말씀 해주셔서 고개만 끄덕끄덕.

아침바람
현대화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통제력을 누리는 삶의 방식을 제공했다. 거기에는 다른 세대에 덜 묶여 살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 노인들에 대한 존중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젊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존중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런 삶의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독립적인 자아에 대한 숭배가 삶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이라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가 온다는 현실 말이다. 언젠가는 심각한 질병이나 노환이 덮쳐 오게 될 것이다. 해가 지는 것 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가 독립이라면, 그걸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바람
과거에는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흔치 않았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은 전통과 지식, 역사의 수호자로서 특별한 기능을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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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조금 딴 얘기이지만, 인간의 노화에 대한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은 포식자의 부재로 해석하곤 한답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노화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잡혀먹히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노화는 잡아먹고 잡혀먹히는 환경으로부터 벗어난 이후에 가능해졌다고 해요. 의학의 발전은 이를 더 증진시킨 것이고요. 노화라는 현상의 근원이 의학 발전이 아니라는 점을 이런 식으로 짚어봅니다.

borumis
어쩌면 의학의 발전보다 농업 무기 제조술 그리고 이후에는 산업의 발전 (앗 총균쇠;?)이 포식자 부재 그리고 노화의 근원이 된 것일수도 있겠네요..

cjlove52
“ 그는 아내가 옷 입는 것을 돕고 복용해야 할 약을 챙겨준다. 아침과 점심을 챙기는 것도 그의 일이다. 아내를 산책시키고, 예약된 날에 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지금은 아내가 내 인생의 목적이에요"그가 말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84,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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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love52
제 2의 사랑이 시작된 것 같아요~~ 아내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건강과 자신의 능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재정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미리 준비한 덕분에 정겨운 사랑도 가능하네요. 부인 입장은 어떨까? 남편이 이렇게 말해주고 챙 겨주면 너무나 고맙고 둘만의 시간이 행복할 것 같아요. 현실이 만만치는 않지만 저라면 너무나 만족입니다. 남편과 저도 이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ㅎㅎ

박소해
@장맥주 작가님. 김새섬 대표님 근황이 궁금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위해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

장맥주
감사해요, 작가님. 지금은 퇴원해서 저나 아내나 밤마다 곤히 잘 자고 있어요. 작가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빌어주신 덕분입니다. ^^
수면이 정신건강에 진짜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

박소해
전 잠순이여서 ㅠ 장 작가님 불면의 밤 동안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작가님 모쪼록 건강 조심하시며 계속 그믐에 소식 전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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