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

D-29
장맥주님의 대화: 저는 조력자살 기관을 이용하러 네덜란드나 벨기에에 가는 건 영 안 내키는데... 제 안의 수전노 근성 때문이 아닌가 의심 중이에요. ^^
죽을 건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당가요?? 혹시 장맥주재단이라도 설립하시려고???
안락사 실행 권한의 적용 방식은 결국 광범위한 문화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수십 년 전 이 시스템이 정착된 후 별다른 저항 없이 사용 빈도가 상당히 크게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네덜란드인 사망자 35명 중 1명이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실패의 척도다.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확보해 줄 가능성이 있는 완화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뒤처져 있다. 어쩌면 안락사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탓에 장애가 생기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고통을 줄이거나 삶을 개선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강화됐을 수도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373쪽,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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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Hey님의 문장 수집: "안락사 실행 권한의 적용 방식은 결국 광범위한 문화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수십 년 전 이 시스템이 정착된 후 별다른 저항 없이 사용 빈도가 상당히 크게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네덜란드인 사망자 35명 중 1명이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실패의 척도다.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확보해 줄 가능성이 있는 완화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뒤처져 있다. 어쩌면 안락사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탓에 장애가 생기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고통을 줄이거나 삶을 개선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믿음이 강화됐을 수도 있다."
자체 근신 기간 동안 어쩌다 보니 다 읽어버렸는데(그믐과의 거리두기가 독서 효율을 높이는 아이러니!) 이 부분이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삶의 마지막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인데, 해당 문화가 무엇을 허용하고 선호하는가의 문제일 수 있고, 어찌 보면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ooHey님의 대화: 죽을 건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당가요?? 혹시 장맥주재단이라도 설립하시려고???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이제는 1등석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아, 정말 모르겠어요. 열여섯 청춘도 아닌데 오락가락하는 이 내 마음.
그들은 루 할아버지가 삶에서 관심을 기울여 온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곳에 옴으로써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지어 그런 방면에서 자신들이 무지함을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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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님의 문장 수집: "그들은 루 할아버지가 삶에서 관심을 기울여 온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곳에 옴으로써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지어 그런 방면에서 자신들이 무지함을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시스티드 리빙’, 그러니까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할아버지가 잘 살아가도록 돕는 걸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삶에서 할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와 기쁨을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려 하지 않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어시스티드 리빙’이라는 개념, 즉 일상적인 삶을 돕는 일의 성공 여부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위생과 안전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밀한 평가 기준이 있다. 이쯤 되면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지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윌슨은 가장 실망스럽고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이 노인들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들이 어디에서 살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대개 자녀들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SooHey님의 대화: 죽을 건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당가요?? 혹시 장맥주재단이라도 설립하시려고???
음.. 적어도 장맥주공장이랃..? 농담입니다. 맞아요. 나이가 들수록 소유욕이 줄어드는 건 그렇게 다 끌어모으는 데 현타를 느끼는 순간이 와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확실히 고급 요양원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은 필요하긴 하네요... 수입원은 줄어들거나 끊어지고 곧 소비할 기간만 남는 기간이 올테니.. 그리고 남편은 다른 아이들보다 좀 느리고 여러가지 정신적이나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적어도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는 어느 정도 자산을 남겨주고 싶은 것 같아요.
SooHey님의 대화: 자체 근신 기간 동안 어쩌다 보니 다 읽어버렸는데(그믐과의 거리두기가 독서 효율을 높이는 아이러니!) 이 부분이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삶의 마지막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인데, 해당 문화가 무엇을 허용하고 선호하는가의 문제일 수 있고, 어찌 보면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는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저도 그래요.. 좀 근신기간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읽다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져서 들어오게 되네요. 그리고 케이건 교수님 책 때는 재독인데도 다소 혼자 좀 너무 달렸나? 싶어서 이번에는 제 문장수집은 자제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다른 분들이 이미 달아주시고 좋은 글들도 너무 많아서 읽기만 해도 반나절이 가네요..^^;; 안그래도 인도나 동양의 문화와 서구문화 또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비교해보며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문화적 영향도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어요. 좋은 지적입니다.
borumis님의 대화: 전 맞벌이여서 첫째를 예전에는 부모님께 맡겼는데 그때도 너무 여러가지를 신경 써야 해서 편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결국 둘째는 좀 불안해도 타인에게 맡기게 되었는데요.. 엄마한테는 미안하거나 껄끄럽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요청하기 힘들었던 걸 솔직히 요청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은 오히려 엄마한테 얘기할 때보다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뭔가 엄마와는 아이를 키우기 전부터 좀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육아 방식이 너무 달라서 그런지 좀 맡기면서도 제가 돌아와서 뒤처리가 더 많이 해야하고 감정적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이모님께 맡길 때 더 마음도 몸도 편했을 때가 많았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육아 돌봄도 그런데 간병 돌봄도 어느 정도 사람마다 관계마다 케바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관계에 따라서 그리고 나이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만이 저 같은 중생에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장맥주님의 대화: 제 답변을 제출합니다. (4) 한참 고민했는데, 제 고민 수준도 @거북별85 님, @내일부터 님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계속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전제 아래, @씩씩한 님이 적어주신 대로 요양보호사 방문 서비스의 혜택을 보다가 요양원으로 가겠습니다. (@분홍하늘 님이 말씀해주신 시설도 호스피스가 아니라 요양원이지요?) @미식가들 님의 시할머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요양원에서도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합니다. @이카루스11 님과는 다른 의견입니다. 제 발로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좋은 삶을 제법 길게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관련해서 로봇과 강화복 기술 발전하기를 @다솜726 님과 함께 정말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렇게 망상은 아닐 거 같은 게, 엄청나게 거대한 시장이라 로봇업체들이 다들 노리고 있을 거 같습니다. 참 이기적이고 간사한 마음인데, 요양원 중에서도 고급 요양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마키아벨리1 님, @Lulurala 님처럼 돈을 저축해 두겠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저 역시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자식이 없어서, 제가 나이가 들었을 때 저를 부담하려는 혈육도 없을 거예요. 설마 조카들이 그러지는 않을 거 같고, 그러겠다고 말하더라도 제 쪽에서 사양하겠습니다. 저도 한때 나이 들고 나서 @jojo 님처럼 교외 주택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시의 복잡함을 떠나 커다란 개들을 키우며 사는 삶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간병을 하게 되고, 또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나이 들면 오히려 도심에 살아야겠더라고요. 병원과의 접근성 외에도 여러 가지 편의성 면에서 도시가 교외보다 훨씬 더 노인친화적, 교통약자친화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5) 요양원이라는 답을 정하고 나니, 입소를 굳이 최대한 미룰 필요가 뭐 있겠나 싶더라고요. 저의 답도 @joystory 님과 같습니다. 여러 방면에서 기초적인 생활 유지가 안 된다면, 요양원에 가서 도움을 받으며 살겠습니다. 예를 들어 용변 처리는 할 수 있어도 발을 씻는 게 불편하다든가, 혼자 쇼핑을 보기 어렵다든가 하면 요양원으로 갈까 합니다. 발을 잘 씻지 못하고 쇼핑을 갈 때마다 겁을 먹으면서 독립적으로 혼자 사는 삶이 자유와 독립, 고독을 얼마간 포기하고 요양원에서 사는 삶보다 더 질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생각할수록 씁쓸하네요.
맞습니다. 호스피스는 특정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입소 가능한 곳인데 주제에 부합하지 않는 답변이었네요. 저도 나이들 수록 오히려 교외에 사는 것이 노인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자율성의 문제와 소위 ‘길고 짧게와 짧고 굵게’ 사이의 딜레마를 생각하면 더 아득해지는 것 같아요.
죽음을 의미 없는 것으로 느끼지 않게 할 유일한 길은 자신을 가족, 공동체, 사회 등 더 큰 무언가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게 않을 경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저 공포로 다가올 뿐 이다. 그러나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는 믿음이 있다면, 죽음이 단지 끔찍한 공포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로이스는 말한다. 충성심은 "우리같이 평범한 존재가 겪는 역설적인 상황을 해결해 준다. 우리 밖에 전력을 다해야 할 대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안에 그 일을 기꺼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 그 일을 하면서 좌절하고 꺾이는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해지고 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 줌으로써 말이다…초월transcendence 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98,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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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하늘님의 문장 수집: "죽음을 의미 없는 것으로 느끼지 않게 할 유일한 길은 자신을 가족, 공동체, 사회 등 더 큰 무언가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게 않을 경우,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저 공포로 다가올 뿐 이다. 그러나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는 믿음이 있다면, 죽음이 단지 끔찍한 공포로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로이스는 말한다. 충성심은 "우리같이 평범한 존재가 겪는 역설적인 상황을 해결해 준다. 우리 밖에 전력을 다해야 할 대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안에 그 일을 기꺼이 해내고자 하는 의지, 그 일을 하면서 좌절하고 꺾이는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해지고 더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 줌으로써 말이다…초월transcendence 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종교 없이 이를 확신하고 위안을 찾으시는 분들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모두 단순한 기쁨이 주는 안락함을 찾게 된다. 동료애와 우정, 규칙적인 일상, 맛있는 음식, 얼굴에 와 닿는 햇살의 온기 같은 것 말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성취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단순히 존재하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야망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끼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남기고 갈 것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산다는 것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느끼도록 해 주는 목적을 우리 밖에서 찾고자 하는 깊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99,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분홍하늘님의 문장 수집: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하는지는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가설이다. 젊고 건강할 때는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믿는다. 가지고 있는 기능과 능력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은 네 손 안에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못 해낼 일이 없다." 젊은이들은 현재의 즐거움을 기꺼이 뒤로 미룬다. 이를테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과 자원을 얻는 데 몇 년이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그러나 삶의 시야가 축소되어 눈앞의 미래가 불확실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삶의 초점은 지금, 여기로 변화하게 된다. 일상의 기쁨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로 옮겨 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수집한 이 문장에서 다시 역주행을 하는 내용이네요. 일상의 기쁨이 중요해지만 그것만으로는 또 부족해진다는.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인간이 만족을 모르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일까요. 음…
지금 나누는 이야기에 들어맞는 기사가 있어 공유합니다. 돈을 많이 모아야겠습니다. 역시 정답은 경제력인건지. https://www.mk.co.kr/news/society/12096577?kakao_from=ma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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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in님의 대화: 올려주신 문장이 좋아서 여러 번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챠우챠우님, 고맙습니다.
이런 답글을 달아주시니 제가 더 고맙습니다. 힘겹게 끝까지 읽은 소설인데, 책에서 딱 한 군데 접어놓은 페이지가 저 문장이 있던 페이지였습니다.
장맥주님의 대화: @모임 안녕하세요, 여러분. 열띤 참여 감사합니다. 모임지기의 두 번째 질문 올립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1장과 2장에서 우리는 노화가 진행되면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며, 그때 많은 것이 허물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저도 이번에 고민해보려는 질문 두 가지를 드립니다. (4) 여러분 자신이 나이가 들어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십니까? 그 대책을 위해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은 무엇인지요? (5) 여러분에게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4)의 대책을 실행하려 하십니까?
며칠간 고민하다가 답을 올립니다. (4) 전혀 대책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돈을 많이 모아둬야겠다... 정도의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저보다 훨씬 건강하니까 제가 먼저 아프고, 먼저 설 수 없는 순간이 올텐데 그러면 나 없어도 고생하지 않도록 돈을 많이 모아둬야겠다 정도의 아주 순진한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5) 저에게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은 가족들과 대화를 못 나누게 되는 순간입니다. 암으로 투병하시던 아버지가 마지막을 맞이하실 때, 돌아가시기 직전에 2주간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알아 들으시기는 하는 것 같고 하고싶은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못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때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처럼 슬펐습니다. 저도 어떤식으로건 아프건 늙어서건 가족과 대화를 못 나누는 순간이 제가 '혼자 설 수 없는 순간' 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점점 근력이 약해지는 루게릭병 같은 퇴행성 질환을 앓게 되어서 폐렴이 걸리면 안되니까 기관절개술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기관절개술을 하면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지니까) 그 때는 어떤 식으로건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음.."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을 저는 글자 그대로 해석했습니다. 작년에 오른쪽 무릎을 심하게 다쳐서 휠체어 신세를 졌었는데, 무릎을 굽히지 못하게 되니, 침대에 눕기, 일어나기, 씻기, 속옷 갈아입기에 모두 문제가 생겼고, 가장 괴로운건 좌식 변기를 사용하는 것이 엄청난 고통의 순간이 되는 것이었지요. 그 자세로 앉고 일어서는 것은 정말 많은 관절과 근육의 힘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된 그 철제 봉들의 쓰임에 대해 이해하게 된 순간, 계단 한 개, 낮은 문턱이 얼마나 '장벽'이 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스운 건, 정작 아파서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아쉬운건 나인데, 그 자체로 짜증이 엄청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었어요. 또,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걷는 사람보다 훨씬 많이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6개월 정도 미리 거동 불편 노인 체험을 톡톡히 했지요. 장맥주님이 던지신, "혼자 설 수 없어지는 것"은 물리적인 것 뿐만 아니라, 성인으로서 행했던 모든 사회생활을 더 이상 혼자 처리하기 어렵게 되는 순간에 대한 것이겠지요? 누구나 혼이 떠난 나의 물리적 신체를 스스로 정리할 수 없는 것처럼, 싫어도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고 해서, 장렬하게 코끼리처럼 홀로 걸어들어가서 상아만 남긴 채 사그라질 동굴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지금은, 사회적 도움을 받는 것이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고, 병원-실버타운-요양원 순으로 옮겨갈 수 있는 돈을 모읍니다. 언젠가는 제 노화에 따른 사회시스템 이동에 소요될 비용을 모아둔 통장을 금융업무 대리인을 아들로 지정해 처리해야겠다 생각중인데 또 어찌 바뀔지 모르지요. 요양원도 60대쯤 되었을 때 이제 운전은 무리지 싶기 전에 미리미리 답사해보려 합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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