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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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11
거의 선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지기까지 않다. 더 오래 살려는 노력을 멈춰야만 더 오래 산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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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borumis님의 대화: 전 텀블벅에 익숙하지 않아서 티켓이나 특이한 레어템?같은 것만 파는 줄 알았는데 옷도 파는 줄 몰랐어요. 이런 것도 sns나 그런 인터넷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인스타 기능도 잘 몰라서 남들 다 하는 인스타 라이브 쇼핑도 해본적 없어요;;; 뻔한 SPA 인터넷 쇼핑 브랜드밖에 모르는;; 역쉬 꽃의 요정님 패션 항상 멋지던데.. 개념쇼핑의 패셔니스타였어요..
아..저도 SNS 잘 못하고 잘 모릅니다. ㅎㅎ 저같은 무지랭이가 광고하면 따라 들어가서 보는 거 같아요. 라방도 존재만 알지 전혀 해 본 적도 없고요. 심지어 인스타 올리는 사진인데 왤케 구리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어요. ㅎㅎ
전 일기처럼 안 까먹으려고 올리는 거라 사진 퀄리티는 별로 신경 안 써요. 뭐든 좀 대충대충하는 성격이라...
사실 텀블벅도 할 줄 모른답 니다~ 광고 따라 들어가서 한참을 헤메다가 가격표 보이면 사고요. ㅋㅋ
꽃의요정
장맥주님의 대화: 제가 벽돌책 읽는 트레바리 모임장을 했는데 거기서도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 나왔어요. 벽돌책이 배출한 커플... ^^ 흐뭇했고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두 분은 정말 극비리에 교제하셔서 아무도 눈치를 못 챘습니다. 그런데 두 분 중 한 분은 정식 멤버는 아니었고 트레바리의 제도 중 하나인 '놀러오기'로 오신 다른 모임 분이었어요.
트레바리 모임 이끄는 거 즐거웠는데, 제일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독서 토론했던 건 기억이 안 나고 같이 번개로 영화 "매버릭" 봤던 거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봤던 게 떠오르네요. 뭐지?
그렇죠. 책모임의 꽃이 잡담과 수다이듯이!
히어로
주어진 일정보다 이르게 완독했습니다. 필독도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좋은 책 알려주시고 함께 읽고 나누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제가 쓴 감상문입니다. 시간 나면 읽어보셔요.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삶
아툴 가완디 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나는 이율배반적이다. 나의 죽음과 타자의 죽음을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나만 이런 건지. 혹시 당신도 그렇지 않은지. 나는 이런 이중성이 나의 한계인지, 인간의 한계인지도 궁금하다.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모든 죽음은 단 한 번밖에 없는데 그것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죽을 뻔한 경험이 아닌, '죽었던' 경험. 이것은 인간의 영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말은 곧 모든 죽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인간은 자신의 한 번뿐인 죽음 앞에서 서툴 수밖에. 그렇다면 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 무지했고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경솔하게도 죽음을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 낭만화하고 있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했다. 이 책 덕분에 죽음이 조금은 더 형체를 갖추게 되었다. 사고로 인한 즉사가 아닌 모든 죽음은 의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부분, 즉 노화와 노쇠 과정(대부분은 고통을 동반한, 그리고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의학적 도움을 받으며)을 겪게 된 이후에 찾아온다는 진실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덟 꼭지의 소제목만 진지하게 읽어 봐도 마음을 후벼 파는 듯한 기분과 함께 그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로 시작해서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으로 끝나는 책이라니. 저자는 의사다.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함께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여정에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현대 의학이 어떻게 그 여정에 관여하고 있는지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되짚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로 독자를 공론장으로 초대한다. 동시에, 의사이자 한 사람, 이 두 정체성이 연합해 나가는 과정을 개인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독자는 자연스레 현대 의학을 대표하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치료, 간호, 보살핌을 받는 환자(대부분은 잠정적 환자)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글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나의 이율배반적인 입장도 어찌 보면 이 두 정체성 사이의 괴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 덕분에 그 선이 조금은 흐려진 듯한 기분이다.
언제부터 죽음을 의학의 실패 내지는 결함으로 이해하게 되었을까?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60세 남짓이었다. 지금은 80세를 넘겼다. 90세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늘어난 건 유년이나 청년시절이 아니라 노년이다. 게다가 노화는 예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시작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게 되면서 생겨난, 지극히 아이러니한 부작용이다. 덕분에 죽음은 늦춰졌지만 죽어가는 기간은 늘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기간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게 된 존재가 현대 의학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라는 참인 명제를 마치 거짓으로 뒤집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마치 어떻게 손만 잘 쓰면 죽는 시기를 원하는 만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것처럼 현대 의학은 죽음을 실험대 위에 올렸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를 거세시켜 버렸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가족을 포함한 지인의 죽음을 단 몇 시간만이라도 연장시키려고 애쓰게 되었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인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거나 온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누명 아닌 누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20세기말부터 시작되어, 특히 선진국에서는, 상식이 될 정도로 편만해진 기류다.
지금은 이런 기류를 비판적으로 보는 부류가 급속하게 많아졌다. 돈과 현대 의학의 결탁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조력사, 안락사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법제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분위기의 일환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성이 소거된 의사의 관점이 아닌 인간다움을 간직한 인간의 관점을 되살리는 시도를 통해 좋은 죽음과 그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여정을 좋은 삶으로 마무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짚어낸다.
저자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밝힌다. 인간은 스스로가 혼자 설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노년의 시기에도 사생활과 삶에 대한 주도권이 보장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의학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건강 상의 안전이 결코 인간의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도 충실하게 입증해 낸다. 인간은 단지 숨을 쉬고 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노쇠의 시기에 도둑처럼 찾아오는 무료함과 외로움과 무력감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현대 의학이 풀 수 없는 영역임을 반박할 수 없게 밝혀낸다. 인간은 몸만 가진 게 아니라 마음과 영혼도 함께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은 후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쓴다. "의학적인 의사 결정은 크게 실패를 했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피하느라 환자들에게 오히려 해를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허를 찌르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하기 어려운 질문에 봉착하고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쓴다.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고치려 애써야 할 때는 언제이고, 그러지 말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어떤 전율을 느꼈다. 현대 의학을 대표하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하기 힘든 말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의 투명성과 객관성, 그리고 진정성을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도 꼭 읽어야 하는 책임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며 느낀 소회와 함께 앞에서 다뤘던 주제들을 몸소 체감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이 책의 꽃이라고 보는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의사라는 정체성과 한 인간이라는 정체성이 서로 연합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과 실제의 연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차가운 메스가 떠오르는 기계 같은 의술이 아닌 따뜻한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그래서 사람 살리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의술의 중요성을 소리 없이 강하게 외치는 완벽한 마무리로 보였다. 그렇다. 저자가 쓴 대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공급자와 수혜자(잠정적 수혜자 포함) 할 것 없이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에게 강하게 울려 퍼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한 즉사가 아닌 한 누구나 노화와 노쇠를 겪으며 고통을 감내하며 몸과 마음이 체계적으로 하나둘씩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그러나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책 뒤표지에 쓰인 문장이다. 수십 번 읽어도 여운이 남는다. 우리 모두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인 그믐을 통해 (특히 교모세포종 재발로 인해 두 번째 수술을 막 마치고 회복 중인 김새섬님과 남편인 장맥주님이 이끄시는 '웰다잉 오디세이 2026'을 통해) 알게 되고, 함께 읽게 되고, 함께 나누게 되어 더욱 기억에 남을 책이었다. 좋은 책은 나눠야 하는 법. 나는 어떻게든 이 책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나의 이 짧은 글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부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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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꽃의요정님의 대화: 그렇죠. 책모임의 꽃이 잡담과 수다이듯이!
독서 모임의 꽃은 맥주 아니었나요...!?
리수스
장맥주님의 대화: @리수스 @ifrain
이 책 전체에서 한 문장만 꼽으라면 그 문장을 꼽으려고요. 슬프고 두렵고 강렬한 문장이네요.
@장맥주@ifrain
좋은 문장은 원어로 다시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리고 부모님을 뵈면서 저도 이 문장이 마음에 더 와 닿게 되었어요.
얼마전 어머니가 뇌출혈로 입원하셨었는데(다행히 휴유증 없이 퇴원하셨어요), 제가 젊어서 입원했던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나이드신 어머니를 돌보는 입장에서 경험하는 입원은 정말 다르게 느껴졌어요.
책을 읽다보니 죽기 전의 과정에서 가장 큰 주제어는 자율성과 고통의 문제로 집약되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살아왔는데, 그것이 언제가는 훼손되고 제한되어질텐데,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최대한 보장 받을 수 있을 지 고민하게 됩니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병으로 인해 자율성이 없어지고 고통이 커지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존엄사/안락사를 허락하는 것은 옳은가.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그로 인해 훼손될 수 없는 귀중한 가치 아닌가", "생명이 절대적 가치라면, 노인이든 신생아이든, 남은 생명이 길든 짧든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 문화에서, 우리는 생명의 가치도 생산보다 비용이 크면 가치가 없다는 경제학적 사고의 연장선 상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 "신체적 고통의 극심함이 안락사나 존엄사의 기준이 된다면, 정신적 고통의 극심함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등등의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장맥주님이 독서모임 서두에 제시하신 딜레마에 선듯 답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또 올려주시는 의견들을 보며 더 열심히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분홍하늘
“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5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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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히어로님의 대화: 주어진 일정보다 이르게 완독했습니다. 필독도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좋은 책 알려주시고 함께 읽고 나누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아래는 제가 쓴 감상문입니다. 시간 나면 읽어보셔요.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삶
아툴 가완디 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나는 이율배반적이다. 나의 죽음과 타자의 죽음을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나만 이런 건지. 혹시 당신도 그렇지 않은지. 나는 이런 이중성이 나의 한계인지, 인간의 한계인지도 궁금하다.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모든 죽음은 단 한 번밖에 없는데 그것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죽을 뻔한 경험이 아닌, '죽었던' 경험. 이것은 인간의 영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말은 곧 모든 죽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인간은 자신의 한 번뿐인 죽음 앞에서 서툴 수밖에. 그렇다면 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죽음에 대해 무지했고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경솔하게도 죽음을 문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혹은 신학적으로 낭만화하고 있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했다. 이 책 덕분에 죽음이 조금은 더 형체를 갖추게 되었다. 사고로 인한 즉사가 아닌 모든 죽음은 의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부분, 즉 노화와 노쇠 과정(대부분은 고통을 동반한, 그리고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의학적 도움을 받으며)을 겪게 된 이후에 찾아온다는 진실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덟 꼭지의 소제목만 진지하게 읽어 봐도 마음을 후벼 파는 듯한 기분과 함께 그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로 시작해서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으로 끝나는 책이라니. 저자는 의사다.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함께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여정에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현대 의학이 어떻게 그 여정에 관여하고 있는지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되짚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로 독자를 공론장으로 초대한다. 동시에, 의사이자 한 사람, 이 두 정체성이 연합해 나가는 과정을 개인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독자는 자연스레 현대 의학을 대표하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치료, 간호, 보살핌을 받는 환자(대부분은 잠정적 환자)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글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나의 이율배반적인 입장도 어찌 보면 이 두 정체성 사이의 괴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 덕분에 그 선이 조금은 흐려진 듯한 기분이다.
언제부터 죽음을 의학의 실패 내지는 결함으로 이해하게 되었을까?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60세 남짓이었다. 지금은 80세를 넘겼다. 90세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늘어난 건 유년이나 청년시절이 아니라 노년이다. 게다가 노화는 예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시작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게 되면서 생겨난, 지극히 아이러니한 부작용이다. 덕분에 죽음은 늦춰졌지만 죽어가는 기간은 늘어났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기간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게 된 존재가 현대 의학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라는 참인 명제를 마치 거짓으로 뒤집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마치 어떻게 손만 잘 쓰면 죽는 시기를 원하는 만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것처럼 현대 의학은 죽음을 실험대 위에 올렸고 인간다움이라는 가치를 거세시켜 버렸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가족을 포함한 지인의 죽음을 단 몇 시간만이라도 연장시키려고 애쓰게 되었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인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거나 온전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누명 아닌 누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20세기말부터 시작되어, 특히 선진국에서는, 상식이 될 정도로 편만해진 기류다.
지금은 이런 기류를 비판적으로 보는 부류가 급속하게 많아졌다. 돈과 현대 의학의 결탁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조력사, 안락사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법제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분위기의 일환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간성이 소거된 의사의 관점이 아닌 인간다움을 간직한 인간의 관점을 되살리는 시도를 통해 좋은 죽음과 그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여정을 좋은 삶으로 마무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짚어낸다.
저자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밝힌다. 인간은 스스로가 혼자 설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노년의 시기에도 사생활과 삶에 대한 주도권이 보장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의학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건강 상의 안전이 결코 인간의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도 충실하게 입증해 낸다. 인간은 단지 숨을 쉬고 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노쇠의 시기에 도둑처럼 찾아오는 무료함과 외로움과 무력감을 극복하는 해결책은 현대 의학이 풀 수 없는 영역임을 반박할 수 없게 밝혀낸다. 인간은 몸만 가진 게 아니라 마음과 영혼도 함께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은 후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쓴다. "의학적인 의사 결정은 크게 실패를 했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피하느라 환자들에게 오히려 해를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허를 찌르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하기 어려운 질문에 봉착하고 담담하게 다음과 같이 쓴다.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종종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고치려 애써야 할 때는 언제이고, 그러지 말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어떤 전율을 느꼈다. 현대 의학을 대표하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하기 힘든 말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의 투명성과 객관성, 그리고 진정성을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도 꼭 읽어야 하는 책임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며 느낀 소회와 함께 앞에서 다뤘던 주제들을 몸소 체감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이 책의 꽃이라고 보는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의사라는 정체성과 한 인간이라는 정체성이 서로 연합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이론과 실제의 연합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차가운 메스가 떠오르는 기계 같은 의술이 아닌 따뜻한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그래서 사람 살리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의술의 중요성을 소리 없이 강하게 외치는 완벽한 마무리로 보였다. 그렇다. 저자가 쓴 대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공급자와 수혜자(잠정적 수혜자 포함) 할 것 없이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모든 사람에게 강하게 울려 퍼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한 즉사가 아닌 한 누구나 노화와 노쇠를 겪으며 고통을 감내하며 몸과 마음이 체계적으로 하나둘씩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죽음은 없다. 그러나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책 뒤표지에 쓰인 문장이다. 수십 번 읽어도 여운이 남는다. 우리 모두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인 그믐을 통해 (특히 교모세포종 재발로 인해 두 번째 수술을 막 마치고 회복 중인 김새섬님과 남편인 장맥주님이 이끄시는 '웰다잉 오디세이 2026'을 통해) 알게 되고, 함께 읽게 되고, 함께 나누게 되어 더욱 기억에 남을 책이었다. 좋은 책은 나눠야 하는 법. 나는 어떻게든 이 책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나의 이 짧은 글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부키
#김영웅의책과일상
감사합니다, 작가님. 필독 도서라고 인정해주시니 기쁘고, 널리 알려주신다니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감상문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문단이 저희 부부한테는 선물 같아요. 아내에게도 전하겠습니다. ^^
저는 이번 독서를 일부러 천천히 하고 있는데, 다음 주쯤 가완디의 아버지 이야기를 읽을 거 같습니다. 저 역시 무척 감동적인 대목이었고 단행본의 마무리로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 까먹었어요... ^^;;; 기대됩니다.
분홍하늘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56,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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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호스피스 케어가 죽음을 재촉한다고 믿은 적이 있었다. 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높은 용량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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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맥주
“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환자들의 경우 호스피스 케어를 선택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생존 기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떤 질병들은 호스피스 케어가 생존 기간을 늘리는 듯했다. 췌장암 환자는 평균 3주를 더 살았고, 폐암 환자는 6주, 울혈심부전 환자는 6개월을 더 살았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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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그러나 그가 여전히 이 세상에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직은 세상이 루 할아버지가 좀 더 여기 머물러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27,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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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27,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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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 치료 비용은 U자 곡선을 그리며 말기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마지막 1년에 들이는 비용은 평균 9만 4000달러다. 현대 의학은 한 달에 1만 2000달러가 드는 화학요법, 하루에 4000달러짜리 집중 치료, 한 시간에 7000달러 짜리 수술 등으로 죽음을 미루려 애쓰는 데 능하다. 그러나 결국 죽음은 오고야 마는데도 어느 시점에 치료를 멈춰야 할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38,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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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남편은 기관을 절개해 영양공급관을 삽입한 채 오래 투병하다가 숨을 거뒀다. 그래서 그녀는 예전에 그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어머니를 포기할 수 없어서 각종 장치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구적인 기관 절개, 영양 보급 삽입, 신장 투석관 삽입 등이 이루어진 상태다. 지금 그녀는 각종 장치에 매달린 채 의식이 들락날락하며 표류하고 있는 중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39,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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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에 의존한 의학적 처치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에 따른 대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의료 복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40,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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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경우의 마지막 단계는 죽음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그 시기는 확실치 않다. 우리 모두는 이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42,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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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다‘는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웠다. 지난 몇 십 년 사이, 의학은 죽음에 관해 수백 년 동안 내려온 경험과 전통, 표현들을 더 이상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고, 인류에게 새로운 문제를 안겨 주었다. 바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p.243~244,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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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기는 내 집이 아니에요. 그 애들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 괴롭죠.”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사례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247,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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