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우리는 경험하는 자아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안다. 정점과 종점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억하는 자이는 꾸준한 행복감보다 순간적으로 강렬한 기쁨을 맛보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다지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6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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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o
장맥주님의 대화: @모임
안녕하세요, 여러분. 올려주시는 다양한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모두 감사해요.
모임지기의 네 번째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 올립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직접 다루는 사안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가 제가 떠올린 질문들이에요. 이번에도 제가 궁금해서, 팁을 얻고 싶어 올립니다.
(8) 존엄이라는 개념은 저에게 아직 너무 추상적이네요. 그래서 조금 각도를 달리 해서 품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품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의 품위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9) 위에서 정의한 인간의 품위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생리 작용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발휘할 수 있나요? 고통 속에서도 드러낼 수 있나요? 어떻게 가능한지요?
(10)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죽음을 예감하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상태에 대해서도 상상해 봅니다. 과거를 곱씹는 버릇이 있는 저는 그때 몇 가지 회한에 시달릴 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회한에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대처하는 좋은 요령이 있을까요?
(8,9) 품위에 대해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년 이상의 나이에 정돈된 외모와 옷차림,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들과 지위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정작 품위라는 말과 맞지 않는, 자기 욕심과 지위를 위해 추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본지라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깊이 존경하는 인물 중에, 전신화상을 입고 투병 끝에 지금은 사회복지학계에서 일하고 계신 이지선 씨가 있습니다. 그 분 자서전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차 뒷자리에 앉아 치킨을 먹는데 화상으로 잘 벌어지지 않는 손가락과 입으로 애를 써가며 치킨을 뜯어먹고 있으니 자기가 벌레처럼 느껴졌다고요. 저는 그런 자기 모습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러면서도 자기연민이나 부정에 빠지지 않는 그분의 태도에서 제가 접하기 어려운 높은 품위를 느꼈습니다. 누구에게나 결국 기본적인 이동이나 생리현상조차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매일매일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럴 때에도 쉽게 우울에 빠지지 않고 자기에게 아직 남은 날들과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품위 있는 사람이지요. 노화와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해 본 사람만 그런 품위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10) 아직 생물학적 죽음은 한참 남은 것 같지만(수명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만 통계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한을 느낄 때는 많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는지, 왜 그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잡지 못했는지, 내가 했던 어떤 잘못들은 바로잡을 수 없었는지 등등 말이지요. 제 경우에는 제 자신이 보잘것없는, 몇십억의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면서 회한을 많이 삭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실수를 많이 하며 고작 수십년을 살아가는 인간 중 하나일 뿐이고, 사람인 이상 잘못과 실수를 안 할 수 없으며, 내 작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세상에 끼칠 영향은 미미하니 후회 말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자유롭게 살아야겠다고요.
cjlove52
다솜726님의 문장 수집: "살아가면서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을 당할 때마다, 그리고 심신에 큰 타격을 입을 때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려운 것은 무엇이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기꺼이 포기할 용의가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최상의 행동방침은 무엇인가?"
@다솜726 님 , 스스로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질문이네요!!
정말 중요한 순간, 나의 이성을 흔들리게 하 고 정신을 못차리게 될 때 이 질문 적어놔야겠습니다!!
무엇보다 'T'가 되어야 겠어요~~
cjlove52
ifrain님의 대화: 이건 정말 만들기 쉬운 건데요. 계란물을 만들어서 스크램블 에그처럼 만들어 놓고.. 토마토를 잘라서 토마토를 따로 볶고 .. 나중에 둘이 합치는 겁니다. 저는 토마토를 볶을 때 멸치액젓이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양념으로 맛을 더해줍니다. 까나리액젓을 넣어도 맛있어요. 토마토는 좀 형체가 없어질 때까지 익히는게 저는 먹기에도 부드럽고 좋더라고요. 양파는 심심해서 넣었는데 안넣어도 되요. ㅎㅎ
@ifrain 님^^ 자세한 설명과 그림까지 넘 넘 감사해요!! 마침 완숙 토마토가 있어서 오늘 꼭 해 먹어 볼게요^^ 전 참치액젓이나 굴소스를 첨가해볼까요?ㅋㅋ
ifrain
cjlove52님의 대화: @ifrain 님^^ 자세한 설명과 그림까지 넘 넘 감사해요!! 마침 완숙 토마토가 있어서 오늘 꼭 해 먹어 볼게요^^ 전 참치액젓이나 굴소스를 첨가해볼까요?ㅋㅋ
참치앳젓과 굴소스 좋네요. ^^ 계란은 처음에 너무 많이 익히지 않는게 좋더라고요.. 나중에 토마토랑 다시 섞으면서 또 열이 가해지기 때문에요. 그리고 계란과 토마토 모두 부드러운 식감이 저는 먹기에 좋았어요.
cjlove52
ifrain님의 대화: 첫번째 사진 : A님의 작품입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 그리기 였어요. 이 카우보이 모자를 무더운 여름에도 꼭 쓰고 다니시는데 직접 그리고 오려서 만든 동물들로 모자를 장식하셨습니다. 독수리가 보이네요. 그림의 연출로 독수리가 입에 열매를 물고 있는 것으로 그렸어요. 풀밭 위에 떨어진 열매와 연결되어 보입니다. 작품 과정 중의 사진이에요.
두번째 사진 : C님 작품의 부분 컷이에요. 그림 실력이 상당하세요. 처음 유화를 그리셨다는 사실. 주로 본인이 가고 싶은 ..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풍경을 그리셨어요.
세번째 사진 : 또 다른 분이십니다. 사과를 좋아하셔서 사과를 그리신다고 했어요.
그림마다 이야기가 있고, 의미가 있어 그림을 계속 보게 되네요^^ 학생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소중 하게 생각해 주시고 아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참 따뜻하시고 좋네요^^ 수업시간이 평화로우면서도 즐거운 수업이었을 것 같아요^^
꽃의요정
희망은 계획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계획은 희망밖에 없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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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love52
“ 그녀는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컴퓨터 자판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우선 순위 중 하나였다. 스카이프와 이메일은 아버지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나 친척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통증 없이 살 수 있기를 원했다.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45,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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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love52
“ 나는 아버지가 일어서는 걸 도와 드렸다. 아버지는 내 팔을 붙잡고 걷기 시작했다. 지난 반년 동안 걸어 다닌 거라고는 거실을 가로지를 때 뿐이었다. 그 이상 걷는 걸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천히 농구 코트를 지나서 콘크리트 계단 20개를 올라가 관중석에 마련된 가족석에 앉았다. 그 광경은 나를 완전히 압도하고 말았다. 이것이야 말고 전혀 다른 방식의 케어-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의 의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려운 대화가 이뤄낸 일이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49,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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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love52
cjlove52님의 문장 수집: "나는 아버지가 일어서는 걸 도와 드렸다. 아버지는 내 팔을 붙잡고 걷기 시작했다. 지난 반년 동안 걸어 다닌 거라고는 거실을 가로지를 때 뿐이었다. 그 이상 걷는 걸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천천히 농구 코트를 지나서 콘크리트 계단 20개를 올라가 관중석에 마련된 가족석에 앉았다. 그 광경은 나를 완전히 압도하고 말았다. 이것이야 말고 전혀 다른 방식의 케어-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의 의학-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어려운 대화가 이뤄낸 일이었다."
저자도 아버지와 함께 농구코트를 지나 계단 20개를 올라 가족석에 앉았을 때 감동받고 압도되었지만, 아버지께서는
눈물을 삼키시지 않았 을까요? 저도 같이 눈물을 훔쳤네요~~
저도 치료과정에서 면역력이 약해져 집과 병원만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치료과정이 끝나고 회복되어
처음 회중이 많은 예배당에 들어가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순간,, 울컥했거든요 ㅜㅜ(개인적인 신앙이야기를 꺼내 죄송해요;;)
장맥주
ifrain님의 대화: 저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2년 간 유화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티스트’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년 간 수강생들이 수업에서 그려낸 작품들로 12월쯤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참여한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지체장애인, 지적 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인들이 참여한 수업이었어요. 연령대는 60대 전후가 가장 많았지만 간혹 20대도 있었습니다. 지체장애인은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었지만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신 분도 있었어요.
A. 소아마비가 있어서 평생 고통 속에 살아오셨어요. 다리와 손가락 관절이 휘어서 걷는 것도 가장 불편해보이시고 몸이 가장 안 좋아 보이셨어요. 그렇지만 항상 가장 많이 웃으시고 인생에 대한 긍정정인 철학이 뚜렷한 분이셨어요.
B. 큰 사고를 겪고 장애인이 되면서 가족 관계도 깨어지고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는 것 같습니다.
C. 몸도 불편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잠을 못자서 너무 괴로워 하셨어요.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증상들이 복합적인 것 같았습니다. 밤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지체장애인인 다른 분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는 조금 나은 것 같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든 측면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죽지 못해 산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지체장애인 분들은 전동차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복지관으로 오십니다. 비가 오거나 병원 예약이 있는 날은 참석 못하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지적 장애인인 분들도 몸이 건강하지는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신체적인 증상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미술 수업의 강사였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자세한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어요. 제가 보고 들은 것, 수강생 분들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서 최대한 그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A님 같은 경우는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데 평소에도 고통을 달고 사셨어요. 그분들에게는 고통이란 일반인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다르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인은 보통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고통이 사라진 후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A님은 그런 순간이 거의 없었거나 아주 짧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성적인 질환에 노출되어 고통에 익숙한 생활을 해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A님은 이미 그런 순간을 초월하신 거 같았어요. 아픈 일이 일상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초월한 듯한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고 자주 행복해 보이셨어요. 이분들에게 고통은 단지 신체적인 고통만을 의미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의 삶에 주어지는 여러 가지 제약, 사회적인 편견 등과 싸우면서 평생을 살아온 과정을 통해서 정신적으로 단단해지신 것 같았어요. 신체적·사회적 한계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매일 반짝이는 즐거움을 찾아오신 거죠.
수업을 진행하면서 놀랐던 점은 수강생분들이 평생 한 번도 그림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과정을 돌파해나가는 힘이 다들 대단했어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하니 오히려 독립적으로 삶을 일구어온 모습을 눈앞에서 그대로 보는 것 같아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주변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고 본인들의 그림 안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습니다. 물론 이분들도 강사인 저에게 ‘이렇게 해도 되나요? 저렇게 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해주고 정답이 없다고 꼭 말씀드렸어요.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정답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의 마음을 풀어내고 표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죠.
D. 올해 초 지인 분께 개인적으로 그림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 년 전 자궁암 이후 위암으로 전이되어 고생하셨지만 지금은 회복 단계에 있었어요. 그림을 잘 하고 싶으신 욕심이 많으셨는데 오히려 정해진 틀과 공식에 얽매여 생각하시는 면이 강했어요.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맞춰서 수업을 진행해드렸지만 그런 빡빡한 스타일의 수업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즐기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정답과 같은 사회적인 기준이나 틀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어요.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었지만 바꾸는 게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녀분들이 있는 지방에 내려가시면서 수업을 더 지속하지 못했어요. 아쉽지만 그분에게는 그림 수업이 쉼이 되지 못한 것 같았어요. 아직 채워지지 않은 화면의 공간이 ‘틀리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된 것이죠. 일상에서 내려놓은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날 거짓말처럼 그림 안에서 즐거움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며 다가올 고통을 두려워하는 건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고통에는 분명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율성과 자아효능감이 침해당하면 고통스러워합니다. 자긍심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내가 나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선택하고 제어한다는 느낌이 사람의 품위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외모와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도 있고 어떤 사람은 본인이 맡은 역할의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A님은 주어진 그림이라는 화면 안에서 주제와 형태, 색감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제어했어요. 중간에 제가 조언을 해드리기도 하고 A님이 저에게 질문을 하시기도 했지만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D님은 주어진 화면 안에서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계속 정답을 찾아서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선을 하나 그을 때도 맞는지 틀렸는지 두려워했어요. 이런 문제는 비단 D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분들로부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죽음의 모습도 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답도 없을 거고요.
한 편의 에세이 같네요. 이런 글을 토마토 농담 사이에서 불쑥 읽어도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
다른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저는 어떤 유형일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나는 고통에 익숙한 사람일까? 내 정신은 단단할까? 별로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젊을 때 제가 두려워하던 것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합니다. 싸워서 이겼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도 있고, 패배하고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았기 때문에 다시 겪는 것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는 않게 된 대상도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저절로 용기가 생겨서 좋네요.
그림 수업은 글쓰기 수업과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 거 같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에는 저는 기본적인 틀은 강조하는 편이거든요. 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의 관점에서 보라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 이상의 교훈적인 틀을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건 깨도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틀을 깨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jojo
ifrain님의 대화: 저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2년 간 유화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티스트’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년 간 수강생들이 수업에서 그려낸 작품들로 12월쯤 전시를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참여한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지체장애인, 지적 장애인 등 다양한 장애인들이 참여한 수업이었어요. 연령대는 60대 전후가 가장 많았지만 간혹 20대도 있었습니다. 지체장애인은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었지만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신 분도 있었어요.
A. 소아마비가 있어서 평생 고통 속에 살아오셨어요. 다리와 손가락 관절이 휘어서 걷는 것도 가장 불편해보이시고 몸이 가장 안 좋아 보이셨어요. 그렇지만 항상 가장 많이 웃으시고 인생에 대한 긍정정인 철학이 뚜렷한 분이셨어요.
B. 큰 사고를 겪고 장애인이 되면서 가족 관계도 깨어지고 혼자 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는 것 같습니다.
C. 몸도 불편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잠을 못자서 너무 괴로워 하셨어요.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증상들이 복합적인 것 같았습니다. 밤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지체장애인인 다른 분들에 비해 신체적으로는 조금 나은 것 같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든 측면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죽지 못해 산다.’고도 말씀하셨어요.
지체장애인 분들은 전동차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복지관으로 오십니다. 비가 오거나 병원 예약이 있는 날은 참석 못하시는 경우도 많았어요. 지적 장애인인 분들도 몸이 건강하지는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것이 신체적인 증상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미술 수업의 강사였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자세한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어요. 제가 보고 들은 것, 수강생 분들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서 최대한 그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A님 같은 경우는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데 평소에도 고통을 달고 사셨어요. 그분들에게는 고통이란 일반인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다르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인은 보통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고통이 사라진 후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A님은 그런 순간이 거의 없었거나 아주 짧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성적인 질환에 노출되어 고통에 익숙한 생활을 해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A님은 이미 그런 순간을 초월하신 거 같았어요. 아픈 일이 일상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초월한 듯한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고 자주 행복해 보이셨어요. 이분들에게 고통은 단지 신체적인 고통만을 의미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의 삶에 주어지는 여러 가지 제약, 사회적인 편견 등과 싸우면서 평생을 살아온 과정을 통해서 정신적으로 단단해지신 것 같았어요. 신체적·사회적 한계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매일 반짝이는 즐거움을 찾아오신 거죠.
수업을 진행하면서 놀랐던 점은 수강생분들이 평생 한 번도 그림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과정을 돌파해나가는 힘이 다들 대단했어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하니 오히려 독립적으로 삶을 일구어온 모습을 눈앞에서 그대로 보는 것 같아서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주변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고 본인들의 그림 안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습니다. 물론 이분들도 강사인 저에게 ‘이렇게 해도 되나요? 저렇게 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해주고 정답이 없다고 꼭 말씀드렸어요. 그림을 그리는 목적이 정답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의 마음을 풀어내고 표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죠.
D. 올해 초 지인 분께 개인적으로 그림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 년 전 자궁암 이후 위암으로 전이되어 고생하셨지만 지금은 회복 단계에 있었어요. 그림을 잘 하고 싶으신 욕심이 많으셨는데 오히려 정해진 틀과 공식에 얽매여 생각하시는 면이 강했어요.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맞춰서 수업을 진행해드렸지만 그런 빡빡한 스타일의 수업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좀 더 즐기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정답과 같은 사회적인 기준이나 틀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셨어요.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었지만 바꾸는 게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녀분들이 있는 지방에 내려가시면서 수업을 더 지속하지 못했어요. 아쉽지만 그분에게는 그림 수업이 쉼이 되지 못한 것 같았어요. 아직 채워지지 않은 화면의 공간이 ‘틀리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된 것이죠. 일상에서 내려놓은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날 거짓말처럼 그림 안에서 즐거움을 찾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며 다가올 고통을 두려워하는 건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고통에는 분명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이 있습니다. 인간은 자율성과 자아효능감이 침해당하면 고통스러워합니다. 자긍심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내가 나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선택하고 제어한다는 느낌이 사람의 품위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외모와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도 있고 어떤 사람은 본인이 맡은 역할의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A님은 주어진 그림이라는 화면 안에서 주제와 형태, 색감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제어했어요. 중간에 제가 조언을 해드리기도 하고 A님이 저에게 질문을 하시기도 했지만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D님은 주어진 화면 안에서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계속 정답을 찾아서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선을 하나 그을 때도 맞는지 틀렸는지 두려워했어요. 이런 문제는 비단 D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수업을 하면서 수강생분들로부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죽음의 모습도 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답도 없을 거고요.
ifrain 님 글을 읽고 있으면 저도 그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귀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맥주
“ 화학 치료제를 몸에 가득 부어 넣고, 부작용으로 생기는 구토증과 고통스러운 두드러기, 피로감에 찌들어서 몇 시간씩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패턴으로 남은 인생을 계획하고 싶지 않았다. 주얼 할머니는 아내, 엄마, 이웃, 친구 노릇을 다시 한 번 하고 싶었다. 그녀는 우리 아버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잘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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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나는 새라 모노폴리의 암 주치의였던 마르쿠 박사가 자신의 환자들에 대해 했던 말이 기억났다. “나는 1~2년 정도 그럭저럭 잘 지내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 환자들은 10~20년을 생각하고 와요.” 우리도 10~20년을 생 각하고 있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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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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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우리는 기억하는 자아─이 경우에는 예측하는 자아─에 귀 기울여야 할까? 그렇다면 그녀가 감내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니면 경험하는 자아에 귀 기울여야 할까? 이 경우 집으로 가기보다 수술을 받는다면, 다가올 시간 동안 평균적으로 고통을 덜 느끼게 될 것이고, 심지어 얼마 동안만이라도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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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경험하는 자아─순간에 몰입하는 자아─와 달리 기억하는 자아는 기쁨의 정점이나 비참함의 심연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인식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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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마지막 순간을 진정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물리학과 생물학, 그리고 우연일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우리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용기란 이 두 가지 현실을 모두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 우리에게는 행동할 여지가 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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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그럼에도 나는 의료 행위의 지평을 넓혀서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걸 돕는 일에까지 손을 뻗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그 힘을 남용하게 될까 봐 염려되는 것이 아니다. 안락사에 의존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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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수십 년 전 이 시스템이 정착된 후 별다른 저항 없이 사용 빈도가 상당히 크게 증가해 왔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네덜란드인 사망자 35명 중 1명이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사실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실패의 척도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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