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

D-29
나는 넘실거리는 강물 위에서 수많은 세대가 손을 맞잡고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그곳에 데려감으로써 자신이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의 일부분이고, 우리도 그렇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399,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그럴 기회가 있었기에, 아버지는 우리에게 자신이 평화를 찾았다는 걸 알릴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도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400,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제 짧은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아마 그 때는 소변줄을 꼽으셨더라도 소변이 안 나왔을 겁니다. 임종기에 접어들면 신장이나 심장기능도 문제가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서 붓고 소변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동안 내가 뭘 잘못해서 더 힘드셨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분홍하늘 님께서도 그런 생각 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호스피스에서 충분히 덜 힘들게 잘 돌봐드린 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심각한 질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말고도 해야 할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다. 조사를 해 보면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통을 피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주변과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이 완결됐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기술에 의존한 의학적 처치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에 따른 대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의료 복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 미국 대통령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생각해 보자. 조지 워싱턴은 1799년 12월 13일 목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을 안 다음 날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존 퀸시 애덤스, 밀러드 필모어, 앤드루 존슨 등은 모두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이틀 안에 죽음을 맞이했다. 러더포드 헤이스는 심장마비를 일으킨 지 3일 후 숨을 거뒀다. 이보다 시간을 더 끈 대통령들도 있다. 제임스 먼로, 앤드루 잭슨은 점진적으로 시간을 오래 끌며 몹시 두려움에 떨다가 목숨을 잃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옛날에는 병의 발병을 인지하고 며칠 또는 몇주안에 숨을 거두었다는게 새삼 신기합니다 오늘날 죽음과 노화가 두러운 이유는 이 고통을 빨리 끝낼수 없다는 점인데요 과거처럼 빨리 죽음을 맞이하는게 오히려 좋은건지...책 속의 여러 긴 죽음의 과정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우리는 의사들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독성 약품을 줄 수도 있고, 종양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고, 환자가 먹지 못하면 영양 공급관을 삽입할 수도 있다. 언제나 무언가 할 일은 있다. 우리는 선택 가능성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대부분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의사는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약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뒤이은 설명은 나나 부모님이나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우리 셋 다 의사인데도 말이다. 너무 많은 선택지들이 있었고, 그에 따른 위험이나 효과도 너무 많아서 가능한 모든 경로를 검토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죽음 앞의 병의 통증은 실로 가늠하기조차 힘들텐데 그 앞에서 수많은 약과 치료법의 나열을 들으며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게 섬뜩합니다 ㅜㅜ 의사 선생님인 저자와 저자의 아버님도 힘든 선택인데 일반인들은 죽음 앞에서 주사위 던지기를 해야 할까요???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이해하는 게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아버지는 자신이 그어 둔 삶의 한계선을 다른 자리로 옮겼다. 바로 이것이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다.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간다는 건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어느 모로 보나 아버지는 각 단계에서 옳은 선택을 했다. 즉각 수술하지 않은 것, 병원 일을 그만둔 후에도 수술받지 않고 기다린 것, 거의 4년이 지나 걷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능력을 잃을 위협에 처한 다음에야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심한 것 등이 모두 잘한 선택이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일반인들도 저자의 아버지처럼 여러모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옳은 선택을 했던 아버지마저 진전없는 치료와 통증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이 두렵습니다ㅜㅜ
의사는 암 전문의를 만나 화학요법 치료를 계획하라고 권했다. 며칠 후 나는 클리블랜드로 가서 부모님을 만나 병원에 같이 갔다. 이제 암 전문의가 중심에 섰다. 그러나 그녀 역시 벤젤처럼 전체 그림을 보는 능력은 부족했고,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가진 의사가 너무도 필요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벤젤과 같은 의사분을 마지막 순간에 만나는건 거의 로또수준일까요??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을 돌보았던 게라심과 벤젤같은 의사분을 만나는건 거의 신의 은총이 있어야 가능할 듯 합니다~^^;;
따라서 아버지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버지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데까지는 이르지도 못했다. 그녀의 상담은 내가 환자들과 여태껏 해 온 상담, 그러나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게 된 상담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이 의사는 정보를 제공하고 아버지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빨간 약을 원하십니까, 파란 약을 원하십니까? 하지만 각 선택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노력을 너무 적게 하는 것만큼이나 너무 많이 하는 것도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현대의 수많은 치료법,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수많은 입시전형의 수시전형 같은 선택지들이 현대인들을 더 살기좋게 하는지 고통스럽게 하는지 의문입니다
사실 자살 기도를 했다가 살아난 사람들 중 극소수만 재시도를 하고, 대다수는 결국 살아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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