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umis님의 대화: 요즘 제 상태가 안 좋아서.. 막판에 글을 써봅니다. 여러분들의 답변들도 차차 읽어가겠습니다..
(8) 올해 봄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를 보면서 저는 피나 시체 해부에 익숙해서 그것 자체는 별로 거슬리는 게 없었지만... 이상하게 살아있던 모습 그대로 보존해 놓은 상어나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예술작품같은 triptych에 하나하나 실제 나비표본을 붙여놓은 것 등.. 존엄이나 품위는 과연 살아있는 자, 아니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면서 극도로 거부감이 들어서 전 이 전시회를 보러 온 것이 가장 후회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화가 두 분과 이게 과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아니 인간으로서 괜찮은 짓인가 하면서 논쟁을 벌였는데.. 한 분은 저와 동의하고 한 분은 예술은 예술로 봐야한다 하고 동의하지 않았어요 (실은 두 분 다 불교신자들입니다;;) 저는 신앙이 없지만 해부학 실습이 끝난 후 시신 기증을 해주신 고인분들을 위한 예배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수 블랙의 '남아 있는 모든 것'인데 법의인류학자로서 범죄현장, 전쟁터, 자연재해의 현장에서 시신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생전 고인의 정체성을 되찾아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이렇게 떠나간 이들, 심지어 누군지 정체성 조차 사라진 이들의 잔재들 속에서도 정체성을 찾아주려는 사람들의 노력 속에 그런 '품위'를 찾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서 어떤 기능을 한다는 현재만이 아니라 그들이 그동안 쌓아온 과거와 생명력 등 삶의 모든 것이 그들의 품위와 존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했습니다.
(9)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고통 속에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속으로 싸우고 있는 그 사람들의 품위를 봅니다. 예전에 인턴 때 중환자실에서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amputation하고 처음에는 무릎 아래, 그리고 나아가서는 더 위쪽을 절단해야했으나 갈수록 몸이 썩어가서 매일마다 가서 고름을 걷어내고 소독을 하고 붕대 등을 다시 갈면서 드레싱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분은 엄청 밝은 목소리로 항상 '안녕하세요? 냄새가 많이 나죠. 죄송해요'하고 인사하고 저도 '아니요, 이게 제 일인 걸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도 밝게 인사해주셔서 고마워요'하고 수다 떨면서 드레싱해드렸어요. 나중에는 정신도 영향이 가서 인사는 커녕 알 수 없는 소리만 내고 욕창도 늘어나고 결국에는 돌아가시긴 했는데요. 말이 줄어들고 알아들을 수 없게 되어가면서도 고름과 욕창이 늘어가면서도 계속 그분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제 기억에 남아있었어요. 말이 없어지고 그저 고통으로 누워서 끙끙댈 수 밖에 없던 마지막까지 싸워간 그분의 모습 속에 적어도 계속 지켜본 제 눈에는 품위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10) 저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 뿐만 아니라 삶은 회한의 반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매일매일 아니 매 순간순간마다 과거를 곱씹기도 하고 앗차 젠장 왜 그랬을까 후회하기도 하는데요.. 자살 시도를 했을 당시는 정신이 몽롱해서 회한보다는 그저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자살 시도를 실패하고 계속 상담 다닌 장시에는 후회가 밀려오더라구요. 하나는 테크니컬한 문제 (왜 그런 곳에서 바보같이) 또 하나는 제가 그런 생각을 한 걸 알고나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서요.. 어쩌면 죽기 전의 회한이 아무리 커도 죽은 후의 회한이 더 큰 여파로 남지 않을까 하는 것을 꺠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그 이후에도 힘든 고비가 몇 번 왔는데 어떻게든 그 되돌릴 수 없는 회한에 빠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노력을 해보았는데.. 여러가지 예를 들어 보면..
사소한 한 거여도 좋으니 힘든 걸 더 크고 깊어지기 전에 누구한테든 이야기합니다.
소모적인 생각에 빠져서 무한반복궤도를 돌지 않기 위해 일단 당장은 아예 딴 일을 합니다. (책상정리든 달리기든 그림이든)
그리고 저는 제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는 책과 논문들을 읽고 최대한 제 문제를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실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혼자 분석하다보면 자기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자기 중심적으로 빠지기 쉽더라구요. 니 문제가 너한테는 크고 중요한 일일지라도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면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라는 맥락화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 또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이 필요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