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오디세이 2026] 7. 어떻게 죽을 것인가

D-29
나이가 들면서 척추전만증(정상적인 허리뼈보다 앞쪽으로 과도하게 휘는 현상-옮긴이)이 일어나니까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게 돼요" 박사가 설명했다. "그래서 앞을 똑바로 쳐다보면 젊은이가 천장을 보는 것처럼 돼 버리지요. 고개를 그렇게 쳐들고 무얼 삼킨다고 생각해 봐요. 가끔 음식이 목에 걸리게 마련이지요. 노인들한테 모두 있는 문제예요. 잘 들어보세요" 그제서야 나는 거의 매 1분마다 식당 안에 있는 누군가가 음식이 목에 걸려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사가 아내에게 당부했다. "여보, 고개를 약간 숙이고 먹어요." 하지만 잠시 후 박사 자신도 음식이 목에 걸렸다. 연어였다.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마침내 목에 걸린 음식을 게워 내는데 성공했지만, 다시 숨을 돌리는데 1~2분이 걸렸다" "내 충고를 내가 안 따랐네요." (p.27) (어떤 지식과 사실의 전달보다도, 제게는 노인병 전문의인 펠릭스 실버스톤 박사를 통해 가장 쓰라린 감정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기에 공유합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거북별85님의 대화: @joystory 님 기사 공유 너무 감사합니다^^ 인터부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 책도 읽고 북토크도 찾아갔는데도 찾아보지 못했네요 (그리고 한소범작가님 실제로 보니 사진보다 더 예쁘시더라구요^^)
오 저도 기회되면 한소범 작가님 북토크에 찾아가야겠어요! @거북별85 님의 독서 열정이 글타래를 통해 전해집니다^^
그믐에 참여한지 얼마 안 됐는데 다른 분들의 글타래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수다로 뻗어나갈 수 있다니 재밌습니다. 그리고 '글타래'를 접할수록 이 명칭이 너무 좋네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로 정하지 않은 것처럼, 죽는 것 또한 자기 결정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화로 인한 자연사 외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병사나 사고사도 있고, 자살로 인한 생의 마침표도 있기에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일로 두고 생각해 봅니다. 1) 신고하지 않고 선택을 존중합니다. 제가 그 노인이라면 어려운 결정을 존중 받고 싶은 마음이 전부이기 때문이고, 자녀라 할지라도 신고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심적 부담을 덜거나, 아직 조금 더 채우고 싶은 자기 감정에 기반한 이기심 뿐이기에 노인의 선택은 재고의 여지 없이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2) 일자리는 언제든 얻을 수 있고, 만들 수도 있으며 우울증은 생명에 위협적이긴 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기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이십 대의 결정을 반대하며 두 손 두발 들고 말립니다. 미취업 상태는 아주 큰 일 같지만 사실 너무나 별 일이 아니라고 갖가지 사례로 설득하고,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있기라도 하겠습니다. 제게는 "우리는 절대 죽을 것 같지가 않아" 라고 말하면서, 권위는 주장하고 본인들의 잘못과 실수는 반성하지 않으며, 자녀인 너희는 당연히 우리를 돌봐야 한다고 요구하는 80대 중반의 부모님이 계십니다. 삶의 유한함에 대한 인지는 안타깝게도 모두의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몸의 쇠락은 넝쿨이 자라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루하루 지내면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대로 적응해 가며 산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p.73,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그는 이 책임감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폭이 좁아짐에 따라, 아내를 돌보는 일은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나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있는 사람이에요. 그게 아주 기뻐요.” 그는 이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면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자신의 한계에 대해 정직해지지 못하면 아내에게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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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님의 문장 수집: "그는 이 책임감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폭이 좁아짐에 따라, 아내를 돌보는 일은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주된 요인이 되었다. “나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있는 사람이에요. 그게 아주 기뻐요.” 그는 이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도 면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자신의 한계에 대해 정직해지지 못하면 아내에게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 읽고 눈물이 핑 돌았네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저와 배우자의 미래도 그려지고... 갑자기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배에 물이 들어차서 다들 살기 위해 기를 쓰고 달아날 때 어느 노부부가 달아나기를 포기하고 침대에 누워 서로를 꼭 껴안는 장면이에요. 아주 짧은 장면이었지만 영화의 다른 장면보다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살다가 한 번씩 떠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해더라고요.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는 핵심 단어는 '집home'이었다. 집이야말로 개인의 우선순위가 제대로 존중되는 곳이다. 집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가재도구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집을 떠나면 그럴 수 없다. 이런 자유의 상실이야말로 루 할아버지나 제시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44,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누가 언제 자기 집에 들어올 수 있는지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항상 타인의 집에 들어간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게 달랐다. ... '어시스티드 리빙'이라고 알려진 윌슨의 개념은 아무도 보호시설에 감금됐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p.146~147,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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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문장 수집: "누가 언제 자기 집에 들어올 수 있는지도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항상 타인의 집에 들어간다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게 달랐다. ... '어시스티드 리빙'이라고 알려진 윌슨의 개념은 아무도 보호시설에 감금됐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
여기서 관건은 한 사람의 경계를 존중해준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적이 공간의 경계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정신적인 영역의 경계도 허물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 당했을 때 그 상황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1988년,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주민들이 자유를 위해 건강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건강도 유지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은 오히려 향상됐고, 심각한 우울증의 발생 건수는 감소했다. 정부 보조 비용도 요양원보다 20% 절감할 수 있었다. 윌슨의 프로그램은 완전히 성공을 거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48,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죽음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었는지를 깨달을 만큼 몸이 회복되고 나니, 내게 중요한 게 무언지를 보는 눈이 굉장히 달라졌어요. 중요한 것은 내 삶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53,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관점이 노인들의 생각과 얼마나 비슷한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러나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네 명이 모두 노인들이었다. 고관절 골절로 다리를 공중에 매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카스텐슨 교수는 그들과 마음이 통하는 걸 느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154,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그러나 삶의 시야가 축소되어 눈앞의 미래가 불확실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삶의 초점은 지금, 여기로 변화하게 된다. 일상의 기쁨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로 옮겨 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pp.155~156,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어제 7/7에 문을 닫는다는 책방 오늘에 다녀왔습니다. 거의 다 판매되고 몇 권 남아있지 않은 책들 가운데 그냥 나오기는 아쉬워서 필립 로스의 “새버스의 극장”을 구매했습니다. 이 또한 “죽음”에 대한 책이네요. 그믐에서 찐한 독서체험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괜히 의미부여하게 됩니다 ㅎㅎ
borumis님의 대화: 오타 발견; 1장 독립적인 삶에서 '앨리스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스토킹을 온 가족에게 나줘 주기도 했다.' 에서 스토킹-->스타킹, 나줘-->나눠
저는 스토킹이라길래 stocking 인가? 생각했어요 ㅎㅎㅎㅎㅎㅎ
"아뇨,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그저 허물어질 뿐입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몸의 쇠락은 넝쿨이 자라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루하루 지내면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대로 적응해 가며 산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벌어지면 모든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의학의 발전 덕분에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궤적을 걷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늘었다. 평생 건강하게 살다가 나이 들어 죽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령은 진단명이 아니다. 사망진단서에는 항상 호흡부전, 심장마비 등의 사인이 들어가게 마련이지만 사실은 한 가지 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게 아니다. 의학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여기저기 보수하고 기워 가며 유지를 하다가 신체 기능이 종합적으로 무너지게 되면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혈압을 낮추고, 골다공증을 완화하고, 이 병을 치료하고, 저 병을 주시하고, 고장 난 관절, 판막, 피스톤 등을 교체하면서 중앙 관게 센터가 서서히 쇠퇴해 가는 것을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궤적은 길고도 느린 과정이 됐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우리는 이렇게 변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길게 뻗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사는 것을 뭔가 당혹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 시기에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많은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그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새로 받아들여야 할 정상적인 상태이자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고 여기기보다 일종의 나약함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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