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1~12장

D-29
그 다음 래닝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런 출처에서 악마주의로 기술된 적이 있는 신앙 체계의 목록을 작성해 제시한다. 여기에는 로마가톨릭,동방정교회,이슬람,불교,힌두교, 모르몬교, 로큰롤 음악, 채널링, 점성술, 뉴에이지 등 인류의 신앙 체계가 총망라된다. 마녀사냥과 유태인 학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관한 힌트가 여기 있지 않을까?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9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사실, 하느님, 예수,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와 아동학대가 사탄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래닝)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악마주의에 의한 학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아를 살해하고 제물로 바치는 그로테스크한 의식이 행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그런 주장이 반대파를 비방하고 중상하는데 사용된 상투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환자들이 무의식중에 속이고 있는 것은 치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프랭클의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실제로 체험한 이야기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8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치료사들은 과학적 방법이나 회의주의적인 정밀 조사나 통계학 또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 얼마나 배우고 어떻게 훈련받는 것일까? (중략) 심리치료사 대부분이 자기 일은 질문하거나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말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기괴하든 상관없이 받아들인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9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치료사들 사이에도 환자 획득 경쟁이 있고, 치료가 길어질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환자의 이야기에 회의주의적 의문을 던져 환자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은 치료사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찾아온 환자가 불면과 비만의 원인이 쭉 잊고 있던 부모의 학대나 악마 숭배 의식이나 외계인의 납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딜레마에 빠질지 깊이 생각해보는 심리 치료사가 몇 명이나 될까? 윤리적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대조 실험과 비숫한 것을 해보고 싶어진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이것이 가르쳐주는 것은 안전한 지면 위에서 살게된 이후 더 이상 경험하지 않게 된 것도 우리는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시에 걸리기 쉬운 상태에 있을 때 던져진 질문을 실마리 삼아 시작된 진술에서 유래한 가짜 기억이나 멋진 이야기를 듣거나 했을 때의 즐거움이 만든 오기억이나, 예전에 어디서 들은 건지 헷갈리는 흐릿한 망상 같은 것들이 실제 사건과 관계없이 주입되어 기억이라는 우리 머릿속 방대한 보물창고 어딘가에 박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2-253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10장 차고 안의 용
나의 주장을 논파할 방법도 없고 나의 주장을 반증할 만한 실험을 생각해낼 수 없다면, 용이 존재한다는 내 주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내 가설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해서 내 가설을 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두 주장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 반증할 수 없는 단정들은 아무리 영감이나 경이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진실과 관련해서는 가치가 없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신에게 증거 없이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용이 차고에 산다는 내 주장에서 실제로 알 수 있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우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뿐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7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접근법은 용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일단 부정하고 장래에 물리적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겉보기에 제정신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똑같은 이상한 망상을 공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찰하는 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9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닙치된 적이 있다고 거짓 증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이다. 그러나 휠씬 더 우려스러운 것은 너무 많은 치료사가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뢰인이 암시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나 자신들이 무의식중에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이다. 적어도 과학적 훈련을 받은 정신과 의사들과 그 밖의 전문 심리치료사들은 인간 마음의 불완전함을 알고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그들 중 많은 사람이 놀랍게도 환자들 또는 자칭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일종의 환각이거나 일종의 차폐 기억(sereen memory)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6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그러나 우리는 환각이 감각 박탈, 약물, 질병, 고열, REM 수면 부족, 뇌 화학 작용의 변화 등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61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위험이 크면 클수록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증거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판단할 필요는 없다. 확신을 얻을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7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그러나 나는 직감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세계를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할 때 뇌 말고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면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직감,직관,육감 따위로 번역되는 어떤 느낌이 속삭인다고 하더라도, 진짜 증거가 나을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7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에는 일화적인 주장을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 주장이 얼마나 진지하든, 그 이야기가 얼마나 감동적이든 상관없다. 또 그 주장을 내놓은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시민이든 중요하지 않다. 일화는 일화일 뿐이다. 예전의 UFO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일화적 주장에 오류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힘들다. (중략) 다만. 인간은 오류를 범하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일화적 주장을 신용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71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미군의 경찰과 사법 당국은 일화가 아니라 증거를 중시한다. 유럽의 마녀 재판이 일깨워 주는 바와 같이 용의자는 심문 도중에 위협받을 수도 있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기도 한다. 그리고 목격자도 잘못 볼 수 있다. 이것은 많은 탐정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꾸며내지 않은 사실 증거다. (중략) "증거가 있는가? 명명백백하게 물리적 증거나 예단을 내리지 않은 배심원들을 설득할 데이터가 있는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72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존맥의 사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문제는, 다들 쉽게 속는 사회에서(하버드 출신 정신 의학 교수까지 속아 넘어가지 않는가!) 비판 정신과 과학적 사고 방식을 더 넓게 더 깊이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76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다. 그러나 우주 공학자 제임스 에드워드 오버그(James Edward Oberg. 1944년~)가 언젠가 말했듯이. "뇌가 굴러떨어질" 정도로 마음을 열어서는 안 된다. 물론 새로운 증거가 떠오른다면 기꺼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증거는 강력해야 한다. 지식에 관한 한, 모든 주장이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의 증거 수준은 중세 스페인의 동정녀 마리아 발현 사건의 것과 엇비슷하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81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우리 앞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가능성이 클까? 성적 학대를 하는 외계인이 대규모로 지구에 침입했지만 우리는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사람들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묘한 정신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는 게 두 번째 가능성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82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외계인 납치 이야기가 뇌 생리학적 현상이나 환각, 아니면 어린 시절의 왜곡된 기억이나 꾸며낸 이야기라면 우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 문제는 인류의 한계와 관련된 문제이며 인간의 속기 쉬운 본성과 신념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우리가 믿고 기도하는 종교의 기원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UFO와 외계인 납치라는 주제에는 과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진정한 보물이 묻혀 있다. 그러나 그 보물은 분명 인류의 고향에서 유래한, 메이드 인 어스(Made in Earth). 즉 지구제라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82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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