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1~12장

D-29
발현한 성인 중에 마녀와 이단을 고문하고 불에 태운 관행을 비판한 이는 하나도 없었다. 왜 없었을까? 성인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을까? 성인들이 그런 일이 악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없었을까? 왜 성모 마리아는 언제나 불쌍한 농부에게 나타나 높은 사람에게 알리라고 명령했을까? 왜 높은 사람 앞에 나타나 직접 경고하지 않았을까? 왕이든 교황이든 그 앞에 나타나 직접 말하지 않았을까?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24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우리는 결국 어떠 식으로든 꿈과 현실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한다. 모든 꿈은 꿈꾸는 사람이 꾸며낸 것이라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26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사람들이 납치 이야기를 꾸며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연자'가 성적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이야기만 다루려는 시청자 참여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는 사람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외계인 납치의 피해자임을 발견하는 것은 최소한 틀에 박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동료들과 심리 치료사들의 관심을 얻고 아마 언론의 주목까지도 모을 것이다. 발견, 홍분, 경외의 느낌을 받는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일어날 중요한 사건의 선각자나 그 사건을 일으킬 도구라고 믿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치료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치료사의 인정을 받고 싶다 하는 열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납치당했다는 것에는 어떤 심리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27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대조적으로 외계인 납치 사건의 경우에는 납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표하라고 권유하는 심리치료사들이 있고, UFO에게 납치되었다는 거짓 주장은 법적인 처벌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콜라 깡통에서 우연히 주사기를 발견했다는 것보다 불가사의한 목적을 가진 고차원적 존재에게 선택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만족감을 줄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28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9장 치료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경우, 특히 심리 치료사나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은 데다, '되살아났다는' 처음 기억이 유렁처럼 흐릿하고 꿈처럼 모호하다면 그 신빙성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4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잘못 기억하는 것이나 소급적 재가공은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다.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5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은 잔흑하기 이를 데 없는 학대의 기억마저도 사람들은 한순간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자신과 죽음의 수용소 사이에 감정적 거리를 두지 못하고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괴로워한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5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기억의 재생과 이후에 이루어지는 기억의 회복'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함을 알수 있다. 1.학대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2.피해자는 오랫동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6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어떤 경우든 일단 의심해 보는 것, 회의주의를 작동시켜 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양극단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까다로운 문제일 수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7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조사하면 할수록 어린 시절 성적 학대에 대한 기억을 재생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인다. 게다가 이런 기억 관련 이야기에는 제3의 부류가 존재한다. 악마 숭배 컬트와 관련된 억압된 '기억'이 그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8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그 다음 래닝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런 출처에서 악마주의로 기술된 적이 있는 신앙 체계의 목록을 작성해 제시한다. 여기에는 로마가톨릭,동방정교회,이슬람,불교,힌두교, 모르몬교, 로큰롤 음악, 채널링, 점성술, 뉴에이지 등 인류의 신앙 체계가 총망라된다. 마녀사냥과 유태인 학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관한 힌트가 여기 있지 않을까?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39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사실, 하느님, 예수, 무함마드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와 아동학대가 사탄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래닝)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악마주의에 의한 학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아를 살해하고 제물로 바치는 그로테스크한 의식이 행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그런 주장이 반대파를 비방하고 중상하는데 사용된 상투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환자들이 무의식중에 속이고 있는 것은 치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프랭클의 말이다.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와 실제로 체험한 이야기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8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치료사들은 과학적 방법이나 회의주의적인 정밀 조사나 통계학 또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 얼마나 배우고 어떻게 훈련받는 것일까? (중략) 심리치료사 대부분이 자기 일은 질문하거나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말하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기괴하든 상관없이 받아들인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49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치료사들 사이에도 환자 획득 경쟁이 있고, 치료가 길어질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환자의 이야기에 회의주의적 의문을 던져 환자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은 치료사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찾아온 환자가 불면과 비만의 원인이 쭉 잊고 있던 부모의 학대나 악마 숭배 의식이나 외계인의 납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딜레마에 빠질지 깊이 생각해보는 심리 치료사가 몇 명이나 될까? 윤리적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대조 실험과 비숫한 것을 해보고 싶어진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0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이것이 가르쳐주는 것은 안전한 지면 위에서 살게된 이후 더 이상 경험하지 않게 된 것도 우리는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시에 걸리기 쉬운 상태에 있을 때 던져진 질문을 실마리 삼아 시작된 진술에서 유래한 가짜 기억이나 멋진 이야기를 듣거나 했을 때의 즐거움이 만든 오기억이나, 예전에 어디서 들은 건지 헷갈리는 흐릿한 망상 같은 것들이 실제 사건과 관계없이 주입되어 기억이라는 우리 머릿속 방대한 보물창고 어딘가에 박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2-253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10장 차고 안의 용
나의 주장을 논파할 방법도 없고 나의 주장을 반증할 만한 실험을 생각해낼 수 없다면, 용이 존재한다는 내 주장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내 가설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해서 내 가설을 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두 주장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 반증할 수 없는 단정들은 아무리 영감이나 경이감을 준다고 하더라도, 진실과 관련해서는 가치가 없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당신에게 증거 없이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용이 차고에 산다는 내 주장에서 실제로 알 수 있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우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뿐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257p,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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