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SBS에서 하던 드라마 [카이스트] 시즌 1 정말 재밌게 봤는데. 아시는 분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작가님은 96학번이신 듯하고, 한창 공부에 빠져있을때라 못보셨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책 보니 그 드라마 생각 많이 나네요.
드라마가 유치하지 않고 진짜 수작이었는데. 각본이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쓰셨던 송지나 작가였습니다. 그때가 힘들었지만 그립습니다 ㅎ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D-29

HL7707

수북강녕
닉네임을 보고 보잉 항공기가 떠올랐는데, @HL7707 님 종양학자시라는 소개를 발견하였습니다 :)
과알못으로서 잘 부탁드립니 다 ㅎ
고 이은주 배우님과 채림 배우님의 풋풋했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HL7707
종양학자라고 하니 과도하게 아카데믹한 느낌이 나네요. 그런 것은 이 방 모임지기님에게 더 맞갖은 표현인 것 같고 저는 그냥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입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도 겸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항덕이라 닉네임이 이렇습니다. 잘 알지는 못하고 관심만 많은.
감사합니다!

borumis
저도 이 드라마 참 그 당시 드라마로서 자연스러운 대사와 연기에 놀랐어요. 96학번이면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지는 않네요..!

히어로
헉. 네... 제가 좀 어립니다만 ㅋㅋ

borumis
ㅎㅎㅎ 도스토엡스키 책도 그렇고 뭔가 엄청 고참? 고수? 하여간 연배 있으신 교수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제 또래 동기들이 이제 신임교수가 많이 되었군요..ㅜㅜ (제가 늙는 건 생각을 못하는;;)

히어로
제 글이 늙어 보이나 봐요 ㅋㅋ

HL7707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근데 많은 독자들이 표지와 제목, 글 앞뒤 적힌 문구들을 봤을 때엔 이 책을 오토픽션이 아닌 자전적 에세이 100%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서문에 분명히 작가님께서 밝혀두셨기에 이 점이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문제는 제 자신에 있는 것도 같습니다. 위에 공지글에서 말씀하신대로 읽으면서 계속 이 부분에 집착하게 되네요. 이 부분은 사실일까? 이렇게까지 사실이라고? ㅋ
그리고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이라고 하셨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연관된 캐릭터성이 어느정도 부여되고 또한 특정 이름 그 자체에 대한 서사가 나오는데요 그럼 이 부분은 픽션이라고 봐야 하나요?
작가님께 이렇게 직접 질문한다는게 조금 예의에 어긋나는건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인데.. 그래도 그믐에서는 허용할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히어로
사실:허구=4:6 정도 됩니다. 오토피션의 마력이죠. 뭐가 사실인지 모르는 것. ㅋㅋㅋ
이야기 속 등 장인물 중 제 이름과 최고봉 빼곤 다 가명입니다. 여러 인물의 서사 역시 허구가 많습니다. 다 말씀 드리기엔 지면이 부족하고요. 북토크 같은 거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 번 하긴 했는데, 그때에도 다 구별을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여러 질문들이 많아서 말이죠.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ifrain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말씀해주시지 않으셨기 때문에(제가 모르기 때문에) 책 속의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

히어로
ㅋㅋ 사실처럼 느껴지시다니 완전 속으셨군요! 독자들의 이런 반응이 저자에겐 은근히 즐거움을 안겨준답니다^^

HL7707
혹시 어떤게 허구일지 맞춰봐도 되는건가요?

히어로
그럼요^^

ifrain
안녕하세요. ^^ 어제 밤에 책을 구입했는데 오늘 오전 7시 전에 도착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보겠습니다.


히어로
고맙습니다. 함께 재밌게 읽어보아요~

히어로
다들 오늘까지 학부시절에 대해 나누는데 인상 깊었거나 추억 돋거나 하는 장면 없었나요? 이 책 읽으신 많은 분들이 앞부분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와 비슷한 감성이 돋는다고 하셨는데 여러분도 그러셨는지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인의 학부시절 소환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ifrain
1부 학부 시절을 읽으면서 저 개인의 1996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96년은 제가 포항제철고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이거든요. 99학번으로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했던 저는 1996년에 고등학생 1학년이었어요. 고향이 경북이라 경북 과학고등학교(포항 소재)에 시험을 쳤는데 낙방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가게 된 곳이 포항제철고등학교였는데 1학기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때만 해도 기숙사가 없어서 외지에서 온 학생들은 주변 아파트 단지의 가정집에 방 한 칸 하숙하는 형태로 들어갔어요. 포항에서의 생활을 버티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포항제철고등학교와 포항공대가 위치한 마을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인 인상이었어요. 개미 한 마리도 다니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정돈된 곳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학교와 깔끔한 마을의 외관이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했어요. 당시 묵었던 집 아주머니께서 효자시장에도 한 번 데리고 갔는데 큰 감흥이 없었어요. 당시 정확하게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포항공대의 ‘통나무집’에 대해 들었어요. 그 숨 막히는 동네에서 숨 쉴 구멍이 될 만한 오아시스 같은 곳 일거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마도 포항공대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17살이었던 저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었죠. 그때 통나무집에 한 번 가봤더라면 내가 포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이름 때문인지 ‘통나무집’이 꽤나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을까.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런 것들이 괜히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숲 속에나 있을 것만 같은 곳이죠.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에서도 계속 통나무집이 등장하고 있는데 팍팍한 공대생과 대학원생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춘기와 청춘은 누구에게나 지독하게 아픈 시기일 테지만 돌이켜보면 저도 지독한 사춘기를 앓았던 것 같아요. 1학기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저에게 친구들이 반에서 송별식처럼 보내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학생을 잘 챙기지 못했다고 교장선생님한테 불려갔다면서 저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셨고요.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친구 두 명 중 한 명은 아빠가 목사였고, 또 다른 한 아이도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 교회에 다녔는데 중고등학교 때는 안 다니고 있었고요. 세월이 흘러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교회에서 7~8년 간 어린이부 교사로 봉사를 했습니다. 저는 그림마루를 맡았는데 함께 봉사한 친구의 고향이 포항이었어요. 몇 년 간 함께 봉사했는데 당시 포항에 지진이 나고 집안도 돌보아야 해서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서둘러 내려갔어요. 포항이라는 장소에 잠시 머물렀던 저에게는 포항이 그리 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을 읽으며 이해와 화해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히어로
같은 1996년인데도 포항에 대한 기억이 저와 많이 다르시군요. 저는 책에 썼듯이 너무 시골스러운 환경 가운데 한 세기를 앞서가는 듯한 포항공대가 있어서 부조화를 느끼긴 했지만 숨이 막힐 것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이 책으로 인해 말씀하신대로 포항과의 화해가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ifrain
아마도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가져본 가장 큰 실패감으로부터 복구되지 못한 마음을 끌어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게 만만치 않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고향에서 같이 포항제철고등학교에 입학했던 친구는 외동딸이었는데 엄마가 매주 다녀가시면서 살뜰히 보살폈어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일요일도 없이 365일 일하시는 분이었고요. 외지에 떨어진 고등학생의 생활이라고 해봐야 세들어 사는 아파트의 작은 방과 학교를 오가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볼 수 있는 것도 없었어요.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왕경태와 지욱이가 그 바닷가에서는 잠시나마 숨쉴 수 있었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HL7707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학부시절 보다 뒤에 조금 더 진지한 대학원 시절 이야기가 더 정이 가네요. 이제 저도 여기서 학번을 밝힐 때가 되었는지.. 97년도에 처음 대학교에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모든 아이들이 노는 것에 너무 집착하고 공부하는 것을 조금 비하하는 인식을 가진 것 같아서 적응을 잘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대학에 오면 모든 학생들이 학문에 열정을 불태울 줄 알았는데 ㅎ 너무 순진했던건지. 그렇다고 제가 학부 성적이 탑티어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냥 잘 놀고 공부도 잘 하는 아이가 인기도 많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학교 분위기에 조금 아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습니다. 저처럼 책 좋아하고 집 도서관 집 도서관 왔다갔다 하고 여자친구 없는 사람을 요새 말로 nerd로 보는 시각이 그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공부 열심히 하면서 진지해지고, 다들 좋은 친구로 동고동락해서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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