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패러디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담아내지 못하는, 아니 어쩌면 그것이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부분은 의사라는 직업이, 특히 한국에서, 갖는 독특한 위상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의사는 베이비붐 세대 이전부터 Z세대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직업이며,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특권층으로 여겨질만큼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많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그 성공의 비결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직업이 의사였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의사를 선망하면서도 의사가 되지 못한 우리들은 의사의 삶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우리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그들도 가정의 불화로 가슴 졸이며, 그들도 인간관계 때문에 속상해하는 등 결국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드라마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잠시나마 그들과 연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과학자라는 직업은 아이들의 ‘장래 희망란’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자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초과학자들의 사회적 대우와 인식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평균 연봉만 따져도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열 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의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와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사회 생활을 시작했는데도 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과학자의 경우,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훈련받는 기간은 의사의 그것보다 일반적으로 훨씬 더 길며, 훈련을 마치는 시기도 정해지지 않아 평생 불안정한 상태에서 직업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평생 훈련생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의사의 경우, 의대만 나와도 개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레지던트 생활을 마치면 전문의로서 더 큰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의 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박사 학위를 힘겹게 취득했다 할지라도 (생물학의 경우 보통 6년 정도 소요된다), 박사 후 연구원이라는 고되고 불안정한 과정을 견뎌내야 비로소 한 실험실을 책임지는 자리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힘들고 긴 기간을 거쳐 실험실 보스가 된다 하더라도 연구비 획득과 학생 및 연구원 고용 문제에 부딪혀 하고자 했던 연구를 수행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후 10년에서 20년 정도 후에 겨우 조교수가 되었는데, 그마저도 불안정해서 본인은 물론 어느새 생겨난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고생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고 있다는 게 오늘날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 책은 20세기 말에 대학에 들어가 21세기 초에 대학원 생활을 하며 간신히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금도 여전히 과학계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과학자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와 동고동락하며 꽃다운 20대 후반을 함께 보낸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의사가 될 수 있었으나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기초과학에 몸을 싣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묵묵히 한국 기초 과학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생물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현재 모두 가정을 가졌으며 모두 한 아이에서 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개연성 있는 허구를 동원해 각색을 가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경우에 따라 두세 인물의 캐릭터를 한 인물 속으로 압축시킨 경우도 있고, 한두 인물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기본적인 장소는 포항공대이지만, 그곳의 위치와 시설 등의 세부사항은 허구를 동반합니다.
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D-29

히어로모임지기의 말
세실
신청하고 싶은데 전자책이 아직 안나왔나 봐요. 종이책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전자책이 빨리 나오길 기다려 봅니다. 좋은 모임되시기 바랍니다.

히어로
해외에 계신가 봐요. 전자책은 안 나올 확률이 높아요. 아쉽네요. ㅜㅜ

borumis
앗 세실님도 같이 하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고보니 여태까지 히어로님 책들이 다 좋았는데 종이책만 있어서 해외 계시는 분들이 접하기 힘든 게 참 아쉽네요..

히어로
항상 아쉬운 부분입니다. 종이책이 잘 팔리면 전자책도 만드는데 제가 인지도가 없어서 그 레벨이 아니랍니다. 이 책도 1쇄 1500부 중 이제 200여권 남았다고 하네요. 1쇄 완판되면 전자책도 만들지 않을까 합니다^^ 절판시킬 수도 있겠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히어로
함께 읽고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은 저의 대학, 대학원생 시절을 일부 소환하여 실제 이공계생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로 가공한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오토픽션입니다. 출판사에서 에세이로 분류했는데, 에세이적인 요소도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인 저는 소설로 분류하는 게 더 맞다고 본답니다.
요즘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활약으로 과학의 대중화가 많이 진척되었습니다. 우린 과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주워 들을 수 있고, 기후 위기와 관련되어 여러 멸종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며, 그 외의 온갖 궁금한 과학적인 상식들도 유튜브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인 지금의 사오십 대의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기초과학 전공을 장려하지 않지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장래희망에는 과학자라고 쓰는 아이들이 많았는 데 말입니다. 시대가 급변한 탓이겠지요. 아무튼 과학의 대중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척되었지만, 정작 과학자를 지망하는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줄어들었습니다. 과학 대중화는 과학자 양산을 낳지 않는다는 것을 우린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 전의 이공계생들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과학 대중화가 아닌 과학자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쓰였습니다. 과학이 친근해졌다고 해서 과학자가 친근해지는 건 아닙니다. 이 책은 과학이 아닌 과학자에 초점을 맞춥니다. 개인적인 서사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현장감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모임을 통해 과학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고, 우리의 아이들이 다시 과학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읽기 쉬운 소설로 썼기 때문에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실 수도 있겠으나, 일정은 다음과 같이 정해 봅니다. 다 읽은 분이 스포하면서 나누게 되면 읽지 않은 분들에게는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아래 일정은 읽기 일정이라기보다는 나눔의 일정으로 여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7월 13일 월요일 - 15일 수요일: 프롤로그, 1부 학부 시절
7월 16일 목요일 - 18일 토요일: 2부 대학원 1,2년차 시절
7월 19일 일요일 - 21일 화요일: 3부 대학원 3,4년차 시절
7월 22일 수요일 - 24일 금요일: 4부 대학원 5,6년차 시절, 에필로그
읽다 보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오토픽션만의 매력이죠. 모두 알려드릴 수는 없겠지만, 질문이 전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즐겁게 읽어나가도록 해요.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려 드립니다~!

borumis
전 고3 막판까지 문과반에 있었고 저희 부모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제가 문과로 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배신 때리고 이과 중 다소 응용과학 분야.., 그것도 부모님이 제 건강을 염려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하셨던 이과로 가버렸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엄빠 말 안 듣는 한 고집은 여전;;) 안타깝게도 가고 나서 제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또 그놈의 고집과 반항심 때문에 계속 버티고 지낸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그나마 그중 제 적성에 맞는 전공으로 향했고 대학원 실험으로 실험실에 막차 끊기기 직전까지 콕 박혀 실험하며 뭔가 평화로움을 느끼면서 진작에 기초과학이나 엄빠 말대로 인문학으로 갔을 걸 그랬나..하고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책을 집에 두고와서 오늘 저녁부터 읽어보겠습니다~

히어로
저도 고1 때 문과 진학을 했었더라면 인생이 확 바뀌었을 것 같아요. 이 책 함께 재미있게 읽어봐요~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북강녕
안녕하세요?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 『닮은 듯 다른 우리』에 이어 히어로 님 책으로 다시 독서모임이 열려 반갑게 참여합니다
이공계생들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한 단편소설(특히 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는 일상 과학으로 푼)로는 곽재식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고 반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도 부푼 기대감을 안고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숏폼의 시대, 독서율 감소는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은 이 질문의 답을 200년 전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문장들 속에서 찾아낸다. 그가 창조한 작품 속 인물들, 그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던졌던 치열한 물음은 시대를 건너 오늘날 우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우리 - 유전자, 센트럴 도그마, 인간다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생물학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기에 우리의 염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다. 이 책은 수 없이 많은 답 없는 궁금증을 기초 생물학에서 살펴보며 답을 찾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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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수북강녕님 반갑습니다. 한결같은 응원과 격려 감사합니다. 이 책은 저의 자전적 소설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북강녕
수북강녕 책방에서도 김상욱, 궤도, 심채경, 강양구 작가님들의 책이 팔립니다 작은 책방이라 판매고가 많지는 않지만, 책방지기의 취향과 추천에 의해 한때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반기 최다 판매 도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의 책이 많지도 않거니와 (대부분 일본 책입니다), 읽기 좋게 쓰여지고 홍보와 판매도 잘되는 책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AI 산업 가속화, 반도체 수요 급증 대비 공급 부족 등으로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일부 기업의 성과급 잔치 소식이 들리며 최상위권 대학의 해당 기업 계약학과들이 이번 입시에서 선전할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의 인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하고, 관련 학과들이 상승함에 따라 물화생지 기초 학문을 배 우는 학과들의 입결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만 보더라도 아이들(=학부모들)의 진로 희망 추이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상념 속에, 읽기 좋은 과학책, 과학자를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바라게 되네요 ♡
재미있는 과학책 읽기의 일환으로 이번 모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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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역시 유명한 사람들의 책이 많이 팔리는군요. ㅜㅜ 이 책이 더 재밌는데 말이지요.^^
수북강녕님 바람대로 과학자를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런 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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