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가 유방과 난소를 암 예방 차원에서 미리 절제했던 비슷한 시기, 생물학계에서는 또 다른, 역사에 길이 남을 기술이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른바 ‘유전자 가위Genetic Scissors’라는 이름을 가진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크리스퍼’의 개발이었다. 유전자 가위가 발견 및 응용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전자를 편집한다는 것은 극히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그래서 결코 상품화 혹은 상용화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의 등장은 이 모든 한계를 상당수 탁월하게 극복하였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사용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히는 계기가 되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사람은 실험용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게 될 때는 언제나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초 중국에서는 사람에게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여 유전자를 편집한 사례가 발생하고야 만다. 에이즈에 면역을 갖는 맞춤형 아기를 탄생시키겠다는 야심차고 비밀스러운 시도였다. 그러나 그 무모한 시도는, 너무나 당연하게 예상되는 결과였지만 실패로 끝을 맺는다. 표적했던 유전자의 편집이 불완전하게 일어났을 뿐 아니라 표적하지 않았던 DNA를 건드리는 현상까지 초래했던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돌연변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버린 결과를 초래한 셈이었다. 설사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로 인하여 전 세계적인 후폭풍이 야기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맞춤형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만으로도 인간의 윤리를 넘어 종교와 신의 영역까지 문제는 확장되었을 것이다. 2020년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현재, 아직까지도 유전자 가위 방법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만큼 기술이 완벽하게 제어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므로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중국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은 지금보다 더욱 미비한 기술력을 가진 상태에서 추진되었던 셈이다. 이런 기술적인 제약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가능성이나 실험정신만으로 사람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윤리.종교를 떠나 기술적인 관점만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성급해도 너무 성급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 사건은 벌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 실험을 책임졌던 중국 교수는 몸담고 있던 학교에서 해임되었고, 인간의 생명을 유린했다는 죄명까지 쓰면서 법정 형벌을 받게 된다. ”
『과학자의 신앙공부 -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과 신앙 이야기』 pp.158~160, 김영웅 지음, 신현욱 그림

과학자의 신앙공부 -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과 신앙 이야기저자는 인간이 탄생하는 가장 첫 단계의 세포였던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통해 ‘전능’이라는 단어가 그저 우연히 붙여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관용 어구처럼 사용해 왔던 ‘전능하신 하나님’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 볼 수 있게 해 준다.
책장 바로가기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