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나는 대답할 수 없어요……! 건축물의 부식, 기억합니까? 물이 담즙으로 변해 버린 사건은 기억하시는지요…… 어쨌든 그건 당신이 오기 전 일이고…… 이제는 보다시피, 원숭이들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내게 파묻곤 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두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다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익숙해졌고 그때 가졌던 의문은 이제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지요. 실험 조건 중 하나였던 겁니다. 실험은 실험일진대 여기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저주받은 도시 p.56~5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다들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끄럽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금세 진중한 이의 입을 다물렸다. 첫째, 진중한 자가 여기에 있는데도 원숭이들은 어쨌든 중심부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둘째, 자신들이 여기 있어서 원숭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진중한 자는 여기서 밤이라도 세울 셈인가? 여기서 살 텐가? 여기서 잘 텐가? 여기서 똥을 싸고 오줌을 눌 텐가……?
저주받은 도시 p.6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경직된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렸다. 다들 원숭이를 떠올렸다. … 지역 주민들은 이 부대가 뭘 해결할 리 없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건사해야겠다고 결심한 듯했다. 여성들은 지갑을 들고 사무적으로 입술을 다문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침 일을 보러 갔는데, 그중 대다수가 빗자루나 자루걸레를 들고 있었다. 들러붙는 원숭이들에게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가판대 주인은 상점 진열장의 빗장을 뜯어내고 박살 난 자신의 매대 주위를 둘러보고는 끙 한숨을 쉬고 등을 긁고 나서 뭔가를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이 늘어섰고 멀리서 첫 버스가 나타났다. 운전사는 교통법규라고는 통 모르는 원숭이들을 쫓기 위해 도시의 규범을 어겨 가며 경적을 울렸다.
저주받은 도시 p.79~8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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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경직된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렸다. 다들 원숭이를 떠올렸다. … 지역 주민들은 이 부대가 뭘 해결할 리 없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건사해야겠다고 결심한 듯했다. 여성들은 지갑을 들고 사무적으로 입술을 다문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침 일을 보러 갔는데, 그중 대다수가 빗자루나 자루걸레를 들고 있었다. 들러붙는 원숭이들에게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가판대 주인은 상점 진열장의 빗장을 뜯어내고 박살 난 자신의 매대 주위를 둘러보고는 끙 한숨을 쉬고 등을 긁고 나서 뭔가를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이 늘어섰고 멀리서 첫 버스가 나타났다. 운전사는 교통법규라고는 통 모르는 원숭이들을 쫓기 위해 도시의 규범을 어겨 가며 경적을 울렸다."
처음에는 원숭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가 해결이 안될 것 같아 보이니 차츰 일상적인 풍경인 것 마냥 혼돈을 또 하나의 규칙으로 만드는 모습이 그 자체로 유머포인트 같네요.
himjin님의 대화: 아직 이 작품의 세계관에 적응을 못한듯요 ㅜㅜ 2부는 읽어야 좀 실험이 뭔지, 이 도시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으려나요. 아직까진 혼란스러워요. 안드레이 말처럼 "이해가 안되고, 하나도 모르겠어요."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겠지요!
현재까지 읽은 부분의 감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가 작품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2부까지 읽었는데요. 2부는 흥미진진 재밌습니다:) 검열을 피하려 일부러 1부는 읽기 힘들게 쓴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문장수집은 모임진도 따라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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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장에 나오는 건물? 경찰서?는 카프카가 떠오르는 듯요.. "상식적으로는 여기 어딘가에 본부라 할 만한 곳이, 이 모든 급박한 작업들을 지시하는 곳이 있어야만 했다. 첫 번째로 문을 열어 본 방은 비어 있었다." 53p
"뭣 하러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원숭이들요! 그것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거죠? 그것들은 대체 뭘 증명하는 건 가요?"
저주받은 도시 56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전 인류를 위한 행복이라!" 그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내뱉었다. "자네는 어떤가, 그걸 믿나?"
저주받은 도시 87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himjin님의 대화: 어쩌다보니 2부까지 읽었는데요. 2부는 흥미진진 재밌습니다:) 검열을 피하려 일부러 1부는 읽기 힘들게 쓴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문장수집은 모임진도 따라 올릴게요~^^
저는 1부까지 읽었는데 난장판인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실험'과 '인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아래 문장을 볼 때 타임머신까지 등장하는 것인가 하는 호기심도 일었습니다. “ 안드레이는 문득 자신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왔음에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대단히 중요한 단 하나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22쪽)”
밥심님의 대화: 저는 1부까지 읽었는데 난장판인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실험'과 '인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아래 문장을 볼 때 타임머신까지 등장하는 것인가 하는 호기심도 일었습니다. “ 안드레이는 문득 자신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왔음에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대단히 중요한 단 하나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22쪽)”
안드레이, 이쟈, 겐시, 왕, 셀마, 도널드, 프리츠 모두 전혀 다른 국적임에도 소설 속 내용처럼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신기했어요. 대화 맥락을 보면 2차 대전 중 또는 그 후에 넘어온 사람들도 뒤섞여 있는 모양이고요. 어쩔 수 없이 본래의 시간대에서 강제로 끌려왔다기 보다는 선택권이 있었고, 도시에 지금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왔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있는데.. [실험]이라는 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최대한 다양한 계층과 연령, 직업의 인간들을 불러모으는 게 규칙 중의 하나인가 싶네요. 저는 왠지 원숭이들도 초대받은 '손님'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금 5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SF라기 보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비슷한 우화에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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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있는데 어렵네요. 그래도 많은님들의 얘기에 이해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내가 빈말로 당신더러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실제로 당신은 질투의 대상일 수 밖에 없으니. 모든 게 당신을 비껴가지요. 혹은 당신을 통과해서 갑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겐, 나를 마치 증기 롤러처럼 뭉개고 가는 것 같아요. 성한 뼈가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저주받은 도시 p. 2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첫 sf 도전이라 진도가 안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내기 위해 댓글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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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화물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바로 그때 태양이 켜졌다. 옆 사람을 계속 잡아 가며 간신히 두 다리로 지탱하던 안드레이는 고개를 돌려 선홍빛 디스크가 늘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약동하듯 떨리다가 이내 점점 선명해지더니 주홍빛, 노란빛, 흰빛으로 차올랐고 일순간 꺼졌다가 바로 다시 전력으로 빛을 발하며 켜졌다. 더 이상 응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새날이 밝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도록 별 한 점 없이 까맣던 하늘이 흐릿한 회색빛을 띠더니 공기가 뜨거워졌고 마치 사막에서 불어온 듯 더운 바람 냄새가 풍겨왔다. 도시는 무無였다가 돌연 밝고 화사한, 푸른 그림자가 줄무늬를 드리운 거대하고 넓은 공간으로 변한 것 같았다…… 층층이 쌓인 집 위에 층층이 집이 쌓였고, 건물들 위로 건물들이 쌓여 있었는데 비슷하게 생긴 건물은 하나도 없었다. 오른편으로는 하늘로 이어지는 달궈진 노란 벽이 보이기 시작했고 왼편의 지붕들 위로는 바다처럼 푸른 공허가 펼쳐졌는데, 그 순간 목이 말랐다. 즉시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손목시계를 봤다. 8시 정각이었다.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전 인류를 위한 행복이라!" 그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내뱉었다. "자네는 어떤가, 그걸 믿나?"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정말로 천문학이라고? 형제, 그럼 자네는 그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온 건지 알겠군. 여기는 행성 같은 곳인가? 그러니까, 별인가? 우리 습지대에서는 저녁마다 이 문제로 논쟁이 벌어지네. 그러다 결국 싸움까지 가지. 맙소사! 밀주를 실컷 들이켜고는 끝장을 보는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쪽이 있네. 그러니까, 우리는 지구 내의 수족관 같은 곳에 있다고. 이렇게 커다란 수족관인데 그 안에 든 게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지. 맙소사! 자네는 과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우리가 도와줄게. 함께 싸우자고. 이곳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질서는 없지, 말썽은 많지, 불결하기 짝이 없고. 정직한 사람 하나하나가 귀해. 이리로 도망쳐 오는 시답지 않은 떨거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도 못 할걸! 물론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하지만, 묻고 싶은 충동이 종종 든다니까. 네놈을 뭐 하러 이리로 데려왔는지 아느냐고, 네놈이 대체 뭣 하러 여기 있느냐고. 네놈은 누구한테 필요한 거냐고……"
저주받은 도시 p.10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여긴 항상 원숭이들이 거리에 나다녀?" 셀마가 물었다. "아니." 안드레이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늘 나타났어. 네 도착을 기념하나 보지." "그것들도 사람으로 만들 건가?" 셀마가 짧게 물었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기며 코웃음을 쳤다. "글쎄. 어쩌면 정말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실험은 실험이니까."
저주받은 도시 p.107~10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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