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맞아!" 이쟈가 인정했다. "목줄을 채우는 건 물론 해결책이 아니지. 가장 먼저 쥐어짜 낸 실무적인 해결책은 이거야. 원숭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 원숭이들이 전혀 없는 듯 행동하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해. 원숭이들은 너무 많고 세상이 뒤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주의거든. 그러던 중 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안이 하나 떠오른 거야. 원숭이들의 존재를 체계화하기. 혼돈과 말썽을 법의 틀에 욱여넣는,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우리 선한 시장 특유의 견고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거야! 동냥질을 하고 말썽을 피우는 무리와 패거리 대신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잖아! 빅토리아 여왕도 동물을 사랑했고 다윈도 동물을 사랑했어. 심지어 버리려고 어떤 동물은 사랑했다고 하고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저주받은 도시 p.112~11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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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맞아!" 이쟈가 인정했다. "목줄을 채우는 건 물론 해결책이 아니지. 가장 먼저 쥐어짜 낸 실무적인 해결책은 이거야. 원숭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 원숭이들이 전혀 없는 듯 행동하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해. 원숭이들은 너무 많고 세상이 뒤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주의거든. 그러던 중 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안이 하나 떠오른 거야. 원숭이들의 존재를 체계화하기. 혼돈과 말썽을 법의 틀에 욱여넣는,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우리 선한 시장 특유의 견고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거야! 동냥질을 하고 말썽을 피우는 무리와 패거리 대신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잖아! 빅토리아 여왕도 동물을 사랑했고 다윈도 동물을 사랑했어. 심지어 버리려고 어떤 동물은 사랑했다고 하고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순하기는 한데…… 잡아서 목줄을 매려 한다고 생각해 봐……" "목줄이라니?" "행정명령 507번. 모든 원숭이들을 등록하고 번호가 기재된 목줄을 착용시킨다. 목줄은 내일 주민들에게 나눠 줄 거야. 우리는 스무 개 채웠고 나머지는 옆 파출소에 넘겼으니 거기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입은 왜 헤벌리고 서 있어……? 잔이나 가져와. 잔이 부족하네……"
저주받은 도시 p.13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순하기는 한데…… 잡아서 목줄을 매려 한다고 생각해 봐……" "목줄이라니?" "행정명령 507번. 모든 원숭이들을 등록하고 번호가 기재된 목줄을 착용시킨다. 목줄은 내일 주민들에게 나눠 줄 거야. 우리는 스무 개 채웠고 나머지는 옆 파출소에 넘겼으니 거기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입은 왜 헤벌리고 서 있어……? 잔이나 가져와. 잔이 부족하네……""
이쟈는 주인공의 평가처럼,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며 모든 것들을 비웃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거슬려 보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지적대로 [도시]는 원숭이라는 문제를 '해결한다 vs 해결 못 한다'의 두 갈림길 중에서 '애초에 문제가 아니다'라는 방향으로 틀어버려 사람들을 제도와 집단에 쑤셔넣는 방향으로 덮어버립니다. 원숭이는 근본적으로 이 도시에 온 사람들과 처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에 저항하다가 결국 [도시]와 [실험]이라는 '이해불가'에 적응해버리죠. 형제작가는 꼭 외계의 환경만이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무수한 관료제와 형식과 절차에 둘러싸인 국가와 사회체제도 충분히 이질적인 공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원숭이가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이런 사태에 정작 필요한 관료들은 어디로 갔는지, 뭘 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죠. 독자나 책 속의 인물들이나 모두 무지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응하기 위해 체계를 만들었으나 정작 그것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보다 거대한 집단의 힘을 믿고 의존하던 개인들은 결국 가판대를 약탈하는 원숭이 몇 마리도 어찌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되죠. [도시]와 [실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는 등장인물들처럼 독자에게도 의문을 던지는 시도 같습니다. 국가와 사회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말이죠.
은화님의 대화: 오늘 하루 만에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사람들이 왜 도시로 온 건지, 여기서 말하는 실험의 의미가 뭔지 전부 의문 투성이인데다 혼란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네요. 이런 전개는 자칫 잘못 쓰면 소란스럽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음에도 '도시' 자체의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혼돈을 무게감 있게 제압하는 인상을 주고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초반에 읽기 어려웠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저도 출근하는 동안 거의 100쪽 읽었어요. 도널드는 자꾸 어느 나라 대통령이 생각나서 방해가 되었지만요. ㅋㅋ
은화님의 대화: 처음에는 원숭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가 해결이 안될 것 같아 보이니 차츰 일상적인 풍경인 것 마냥 혼돈을 또 하나의 규칙으로 만드는 모습이 그 자체로 유머포인트 같네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원숭이들 무리가 튀어나오는 부분에서 <눈먼자들의 도시>가 떠올랐어요. 전혀 관련성이 없는데 말이죠. 지금 <삼국지>에서도 메뚜기떼들이 출몰하는데, 자연이 예상밖의 일들을 행하면 인간들은 바지에 쉬한 것마냥 당황하는 거 같아요.
밥심님의 대화: 저는 1부까지 읽었는데 난장판인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실험'과 '인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아래 문장을 볼 때 타임머신까지 등장하는 것인가 하는 호기심도 일었습니다. “ 안드레이는 문득 자신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왔음에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대단히 중요한 단 하나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22쪽)”
이름이 나오는 사람도 있고, 외모의 특징으로 불리는 사람도 있고, 역할?로 불리는 사람도 있는데 뭣이가 기준인지 모르겠네요. ^^ 하지만, 스트루가츠키 형제책 중에 초반이 가장 재미있는 책이에요.
소라게님의 대화: 첫 sf 도전이라 진도가 안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내기 위해 댓글 달아봅니다
맞아요. 댓글 달아야겠다는 부담감 땜에 읽게 되는 게 책모임의 매력(채찍)이죠!!
꽃의요정님의 대화: 왜인지 모르겠지만, 원숭이들 무리가 튀어나오는 부분에서 <눈먼자들의 도시>가 떠올랐어요. 전혀 관련성이 없는데 말이죠. 지금 <삼국지>에서도 메뚜기떼들이 출몰하는데, 자연이 예상밖의 일들을 행하면 인간들은 바지에 쉬한 것마냥 당황하는 거 같아요.
<삼국지>는 아마도 제가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 아닌가 싶네요. 중학교 때인가, 아마 다섯 번 이상 읽었을걸요. 저의 최애 캐릭터는 본명인 조운보다 자인 조자룡으로 더 유명한 장수였죠. 월탄 박종화 선생이 세로로 쓴 책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선 못 읽었네요. <삼국지>도 재밌게 읽으시길…
밥심님의 대화: <삼국지>는 아마도 제가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 아닌가 싶네요. 중학교 때인가, 아마 다섯 번 이상 읽었을걸요. 저의 최애 캐릭터는 본명인 조운보다 자인 조자룡으로 더 유명한 장수였죠. 월탄 박종화 선생이 세로로 쓴 책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선 못 읽었네요. <삼국지>도 재밌게 읽으시길…
크으, 조자룡 멋있죠. 저의 최애(?) 캐릭터는 싸이코패스 차오차오! 조조랍니다. 제가 성격이 이상해서 조조에게 매력을 느끼나, 싶었는데 사실 조조도 인기가 많다는 얘길 듣고 안심했습니다.
향팔님의 대화: 크으, 조자룡 멋있죠. 저의 최애(?) 캐릭터는 싸이코패스 차오차오! 조조랍니다. 제가 성격이 이상해서 조조에게 매력을 느끼나, 싶었는데 사실 조조도 인기가 많다는 얘길 듣고 안심했습니다.
조조를 애정하는 분은 제 주위에선 처음 봅니다. 신기신기! <삼국지연의> 관련 영화나 보며 연휴를 즐겨볼까 하는 즉흥적 생각이 드는군요.
나무타는산토끼님의 대화: 지금 5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SF라기 보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비슷한 우화에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우화에 가깝다고 말씀하시니 중후반부가 더 궁금해지네요. 어서 읽어야겠습니다.
밥심님의 대화: 조조를 애정하는 분은 제 주위에선 처음 봅니다. 신기신기! <삼국지연의> 관련 영화나 보며 연휴를 즐겨볼까 하는 즉흥적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제 주위에도 없어요 ㅎㅎ 난세의 간웅 차오차오를 좋아한다는 게 역시 쫌 이상하지요. 근데 요즘 들어서는 조조가 다면적이고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라 해서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애써 자기합리화를.. ㅋㅋ)
꽃의요정님의 대화: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초반에 읽기 어려웠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저도 출근하는 동안 거의 100쪽 읽었어요. 도널드는 자꾸 어느 나라 대통령이 생각나서 방해가 되었지만요. ㅋㅋ
저는 아직 2장까지만 읽었는데 꽃의요정님이랑 다른 분들 말씀대로 흥미진진하고 어떤 얘기가 전개될지 도통 모르겠고 하여튼 넘 재밌습니다. <노변의 피크닉>은 정말 좋았고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그 정도만큼은 아니었는데, <저주받은 도시>의 매력이 <노변의 피크닉>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해요.
향팔님의 대화: 사실 제 주위에도 없어요 ㅎㅎ 난세의 간웅 차오차오를 좋아한다는 게 역시 쫌 이상하지요. 근데 요즘 들어서는 조조가 다면적이고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라 해서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애써 자기합리화를.. ㅋㅋ)
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 내가 천하를 저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게 두지는 않을 것이오. 조조의 이 말은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 번 보게 되면 잊을 수가 없죠.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꽃의요정님의 대화: ifrain 님이 사셨다는 말을 들으니, 저도 천권독서 포인트를 보태서 저 책 시리즈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타니스와프 렘 시리즈랑 스트루가츠키 형제 책이랑...스타니스와프 렘 시리즈는 민음사 포인트도 많으니 민음사에서 사고... 책쇼핑을 향한 의식의 흐름이 가장 즐겁습니다! ^^
천권 독서 포인트가 뭔가요? 천 권을 읽으셨다는 건가요?? ^^ 모임 전 수다에 댓글을 달아서 참여 신청이 안되어 있네요. 좀 늦었지만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은화
ifrain님의 대화: 천권 독서 포인트가 뭔가요? 천 권을 읽으셨다는 건가요?? ^^ 모임 전 수다에 댓글을 달아서 참여 신청이 안되어 있네요. 좀 늦었지만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은화
아마 경기도민만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미션을 완수하면 포인트를 주고, 지역화폐로 사용할 수 있어요. 올해부터 1인당 6만원인데, 예산이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었다고 벌써 끝났어요. 작년엔 3만원씩이라 11월까지 했는데 올해는 벌써 끝나다니~~ https://www.library.kr/bookpoint/main/homemain
안드레이는 문득 자신들이 각기 다른 나라의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왔음에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대단히 중요한 단 하나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릿한 기쁨을 느꼈다.
저주받은 도시 p.2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예전에는 이 모든 것이 유쾌한 말다툼으로 이어졌으나 지금 도널드는 아무 말도 없이 얇은 입술을 굳게 오므리고는 안드레이 쪽은 보지도 않았고, 그 때문에 이 일상적인 균열에 어떤 악의 어린 의도가 있는 것만 같았다.
저주받은 도시 p.2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안드레이 쪽 발판에 서서 창틀을 잡았고 가는 길 내내 불만스럽다는 듯 코를 킁킁댔다. 그 경찰관이야말로 묵은 땀 냄새를 풍기고 있으면서 무슨 냄새를 맡는다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순간 안드레이는 이 도시 구역의 수도가 이미 끊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저주받은 도시 p.2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저기, 도널드. 당신은 사회학자잖아요. 전 물론 사회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사회학은 그 어떤 방법론도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물론 저보다는 아시는 게 훨씬 많잖아요. 그러니까, 어디서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우리 도시로 오는지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그놈들이, 그러니까 살인자들이나 폭력배들, 도둑들이 여기로 오는 걸까요……
저주받은 도시 p.3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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