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은화님의 문장 수집: " 우리는 단순히 관료제와 커뮤니케이션 기관의 경영자들이 계약을 꾸민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사회적 통제를 통해 시스템 속에 무책임이 조직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인격적 의미의 조직화된 무책임은 현대 산업사회의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이다. 개인은 외견상 멀게 보이던 조직과 모든 곳에서 마주치게 되고, 경영 간부들은 물론 그들에게 조작당하면서 동시에 조작에 가담하는 하수인들 앞에서도 왜소하고 무력하다고 느끼게 된다. "
고층 빌딩 안에 있는 각 사무실은 방대한 서류철의 한 부분이고, 현대사회를 그 일상적인 형태로 가동하는 수십억 장의 종이를 생산하는 상징 공장의 일부다. … 당신이 결코 만든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수천 개의 규칙이, 당신이 만나본 적도 없고 만나볼 일도 없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 의해 당신에게 적용된다.
화이트칼라 - 현대 중간계급의 초상 p.289, 찰스 라이트 밀스 지음, 조형근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고층 빌딩 안에 있는 각 사무실은 방대한 서류철의 한 부분이고, 현대사회를 그 일상적인 형태로 가동하는 수십억 장의 종이를 생산하는 상징 공장의 일부다. … 당신이 결코 만든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수천 개의 규칙이, 당신이 만나본 적도 없고 만나볼 일도 없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 의해 당신에게 적용된다."
기업과 공기관, 정부의 관료제를 만화 캐릭터처럼 과장하고 희화한 것이 [도시]라고 느껴집니다. 어떻게 일이 처리되는지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명령이 내려오고, 왜 그런 지시가 내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시대로 모든 절차가 이행되죠. 그 익명성과 광범위함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다른 책이긴 하지만 사회교양서인 <화이트칼라>에서는 왜 현대인이 근원적인 무기력함과 무소속감, 무력함을 느끼는가를 다양한 면에서 분석하는데요. [도시]를 상상하며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회사 경영진의 의도나, '인도자'들의 알 수 없는 [실험]이나, 당의 높은 자리 어딘가에서 내려다보며 지시를 내릴 공산당 간부나 모두 근원적으로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겠죠.
은화님의 대화: 대통령 이름이라 하니 앞에서 언급했던 옥타비아의 우화 시리즈가 다시 생각나네요 ㅎㅎㅎ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로 남부가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배경도 그렇고, 제이 개럿이라는 극단적 사상가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모양새도 그렇고.. 마치 미래를 내다본 것만 같아서 2017년에 미국에서는 옥타비아가 다시 주목 받았다고 하죠. 제 기억이 맞다면 우화 시리즈 작중 시간대 배경이 2024년~2027년이었던 거로 압니다.
맞아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시작이 2024년이라서 2025년에 읽으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2023년이었나? '씨앗뿌'를 읽고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도 바로 읽고 싶었는데, 2027년에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뿌엥~~
ifrain님의 대화: <신이 되기는 어렵다> 를 읽어서 그런지.. 연결되어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네요. 작가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고민이 많은 것 같고 여러 형식(작품)으로 그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도 ‘쓰레기’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저주받은 도시>에서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요. 쓰레기와 관련해서 ‘냄새’도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어요. 작품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시각적으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있고요. 시각, 후각 적인 요소들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측면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사회학자, 교수, 지식인, 농부 등 여러 계층에 대한 문제도 건드리고 있어서..일반적인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를 무너뜨리고 뒤섞어 버리면서 각 계층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적인 속성을 드러내고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 작품을 볼 때 재미로 느껴집니다.
<저주받은 도시>를 썼을 당시에 벌써 쓰레기를 사회 문제로 받아들였다니...역시 현인들은 다르네요! 아님 그 시대에도 이미 쓰레기가 문제였을 수도?!
은화님의 문장 수집: "중간층에서 보면 관리는 일부는 당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고, 일부는 시스템이며, 일부는 당신 자신이다. … 당신은 권위를 행사하지만 그 권위의 원천은 아니다. 위에서 보면 당신은 관리되는 대상 중 한 명으로서 위협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래에서 보면 관리자 중 한 명으로서 도구로 보일 수도 있다. … 당신이 없으면 경영 관리조직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의 권한은 엄격하게 규정된 직무 행위의 궤도 안에 한정되어 있으며, 당신이 휘두르는 권력은 빌린 것이다. 당신에게는 부하의 표식이 붙어 있고, 당신의 말은 평범하다. 당신이 다루는 돈은 타인의 돈이고, 당신이 분류하고 섞는 서류에는 이미 타인의 표지가 남아 있다. 당신은 결정의 하수인, 권위의 조력자, 관리의 앞잡이다. 당신은 임금노동자보다는 관리에 더 가깝지만, 당신이 내리는 결정이 최종 결정인 경우는 거의 없다."
‘위에서 보면 당신은 관리되는 대상 중 한 명으로서 위협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래에서 보면 관리자 중 한 명으로서 도구로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이 휘두르는 권력은 빌린 것이다.’ 권력의 위태로운 속성을 보여주네요.
은화님의 문장 수집: " 우리는 단순히 관료제와 커뮤니케이션 기관의 경영자들이 계약을 꾸민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사회적 통제를 통해 시스템 속에 무책임이 조직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인격적 의미의 조직화된 무책임은 현대 산업사회의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이다. 개인은 외견상 멀게 보이던 조직과 모든 곳에서 마주치게 되고, 경영 간부들은 물론 그들에게 조작당하면서 동시에 조작에 가담하는 하수인들 앞에서도 왜소하고 무력하다고 느끼게 된다. "
‘조직화된 무책임’ 이라는 구절에서는 무책임이 조직화되었기 때문에 더욱 공고해지는 거라는 인상을 받게 되네요. 개인적인 무책임에 비해서 면피가 되고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게 되겠죠.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단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가 평범하고 성실한 관료일 뿐이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죠.
은화님의 대화: 기업과 공기관, 정부의 관료제를 만화 캐릭터처럼 과장하고 희화한 것이 [도시]라고 느껴집니다. 어떻게 일이 처리되는지 모르겠는데 어디선가 명령이 내려오고, 왜 그런 지시가 내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시대로 모든 절차가 이행되죠. 그 익명성과 광범위함에서 우리는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다른 책이긴 하지만 사회교양서인 <화이트칼라>에서는 왜 현대인이 근원적인 무기력함과 무소속감, 무력함을 느끼는가를 다양한 면에서 분석하는데요. [도시]를 상상하며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회사 경영진의 의도나, '인도자'들의 알 수 없는 [실험]이나, 당의 높은 자리 어딘가에서 내려다보며 지시를 내릴 공산당 간부나 모두 근원적으로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겠죠.
@은화 님께서 <신이 되기는 어렵다>에 이어 <화이트칼라>에서도 계속 언급하시니 저도 책을 찾아 열어봐야겠습니다. ^^
ifrain님의 대화: @은화 님께서 <신이 되기는 어렵다>에 이어 <화이트칼라>에서도 계속 언급하시니 저도 책을 찾아 열어봐야겠습니다. ^^
.. <저주받은 도시>에서도 계속 언급하시니 <화이트칼라>를 찾아 열어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문장을 써야하는데 잘못 썼네요 ㅎㅎ
나무타는산토끼님의 대화: 지금 5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SF라기 보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비슷한 우화에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정말,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고요.
은화님의 대화: 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 내가 천하를 저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게 두지는 않을 것이오. 조조의 이 말은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 번 보게 되면 잊을 수가 없죠.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이렇게 원문까지 같이 올려주시니 더 분위기 나네요.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사 같아요.
"맞아!" 이쟈가 인정했다. "목줄을 채우는 건 물론 해결책이 아니지. 가장 먼저 쥐어짜 낸 실무적인 해결책은 이거야. 원숭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 원숭이들이 전혀 없는 듯 행동하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해. 원숭이들은 너무 많고 세상이 뒤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주의거든. 그러던 중 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안이 하나 떠오른 거야. 원숭이들의 존재를 체계화하기. 혼돈과 말썽을 법의 틀에 욱여넣는,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우리 선한 시장 특유의 견고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거야! 동냥질을 하고 말썽을 피우는 무리와 패거리 대신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잖아! 빅토리아 여왕도 동물을 사랑했고 다윈도 동물을 사랑했어. 심지어 베리야도 어떤 동물은 사랑했다고 하고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3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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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맞아!" 이쟈가 인정했다. "목줄을 채우는 건 물론 해결책이 아니지. 가장 먼저 쥐어짜 낸 실무적인 해결책은 이거야. 원숭이의 존재를 숨기는 것. 원숭이들이 전혀 없는 듯 행동하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 또한 불가능해. 원숭이들은 너무 많고 세상이 뒤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주의거든. 그러던 중 단순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방안이 하나 떠오른 거야. 원숭이들의 존재를 체계화하기. 혼돈과 말썽을 법의 틀에 욱여넣는, 그런 방식으로 원숭이들을 우리 선한 시장 특유의 견고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거야! 동냥질을 하고 말썽을 피우는 무리와 패거리 대신에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모두 동물을 사랑하잖아! 빅토리아 여왕도 동물을 사랑했고 다윈도 동물을 사랑했어. 심지어 베리야도 어떤 동물은 사랑했다고 하고 히틀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편도 당신 편도 아닌 듯, 마치 구더기처럼 미끌미끌하며 모든 곳에 스며”드는 이쟈 캐릭터가 맘에 드네요! (1부 3장까지 읽었는데요, 이쟈가 어릿광대처럼 나대는 듯하면서도 말은 뼈 때리는 맞말만 하는 듯해요 ㅎㅎ) 이건 딴 소리지만, 독일에서는 개를 하루 두 번 산책시키지 않을 경우 학대로 간주되어 이웃에게 신고를 당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얘길 들었어요. 독일의 선진적인 동물보호법을 처음으로 제정한 게 히틀러 나치 정권이라죠. 대학살과 인종 차별의 대명사인 히틀러가 동물보호에 앞장섰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따로 없구만요.
안드레이는 그들을 현관으로 들여보낸 다음 말했다. "돈 줘. 술 사 오게 돈 좀 달라고!" "오토, 우리는 여기서도 배상금을 피할 수가 없네." 프리츠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3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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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안드레이는 그들을 현관으로 들여보낸 다음 말했다. "돈 줘. 술 사 오게 돈 좀 달라고!" "오토, 우리는 여기서도 배상금을 피할 수가 없네." 프리츠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
ㅎㅎ 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설거지를 마친 그는 물걸레를 잡았다. 그는 마치 자신의 몸에서 때를 벗겨 내듯 정갈하고도 열정적으로 닦았다. 그러나 다섯 개 방을 전부 닦을 수는 없었다. 그는 부엌과 식당, 침실까지만 청소하기로 했다. 나머지 방들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슬쩍 들여다봤을 뿐이다. 그는 이 방들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고 뭣 하러 한 사람에게 방들을, 그것도 이렇게 쓸데없이 크고 낡은 방들을 많이 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드레이는 그 방들의 문을 꼭 닫고 의자들로 막아 놓았다.
저주받은 도시 p.9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뭘 아는데? 네가 뭘 아는데?!“ 안드레이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고래고래 소리쳤다. “네가 여기서 대체 뭘 이해할 수 있는데?!”
저주받은 도시 p.10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모두가 하는 일을 너도 하면 되지. 직업소개소로 가서 노동수첩을 작성하고 접수대에 제출해…… 거기 직업 분배기가 설치되어 있거든. 그런데 저쪽 세계에선 무슨 일을 했어?”
저주받은 도시 p.10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얼굴을 맞대고, 바리케이드를 넘는 거다. 말하자면, 이쟈처럼 우리 편도 당신 편도 아닌 듯, 마치 구더기처럼 미끌미끌하며 모든 곳에 스며들지 않고……
저주받은 도시 p.10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쟈 카츠만입니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했다. “청소부지요.” “셀마 나겔이에요.” 셀마가 손을 내밀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창녀예요.”
저주받은 도시 p.10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셀마, 당신은 실험이 다름 아닌 실험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길 바라요. 실험은 실현도 아니고, 실효도 아니고 경험도 아니고 바로 실험이니까요……?”
저주받은 도시 p.11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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