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이 모든 소문과 이야기에 따르면 집 내부는 텅 비어 있다. 강도들이나 사디스트 도착자들, 털복숭이 흡혈 괴물이 숨어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돌로 된 내장 같은 복도가 갑자기 수축하여 희생양을 납작하게 짓누를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발밑에서는 새카만 구멍들이 얼음장 같은 무덤의 악취를 내뿜으며 열린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이 음울하게 수축하는 길과 터널로 사람을 밀어 넣어 마지막 남은 돌 틈새로 기어 들어가 끼게 만든다고 한다. 벽지가 다 터진 텅 빈 방들에서는 천장에서 떨어진 회칠 조각들 사이로 끔찍하게 썩어 버린 부서진 뼈들이 피가 딱딱하게 굳은 넝마 위로 툭 튀어나와 있다고 한다......
저주받은 도시 pp.190~19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잠깐만요, 파니 후사코바. 그렇다면 뭣 하러 그 허황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다니신 겁니까?" 안드레이가 말했다. "사람들이 듣는데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우? 사람들은, 특히나 우리 같은 노인들은 심심하다우……"
저주받은 도시 p.21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러는 동안 안드레이는 자신이 대체 무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게임의 목적이 뭔지, 규칙이 뭔지,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이해해 보려 애썼다. 또, 어쩌다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느냐는 물음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닿기라도 할 듯 큰 소리로 울려 댔다. 그가 속한 군대의 믿음직스러운 군인이자 언제든 그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살인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고 그의 목표 말고 다른 목표는 전혀 모르는 자신이, 그가 정한 방식 말고는 그 어떠한 방식도 믿지 않는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계획과 세계의 계획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쩌다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을까.
저주받은 도시 p.24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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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그러는 동안 안드레이는 자신이 대체 무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게임의 목적이 뭔지, 규칙이 뭔지,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이해해 보려 애썼다. 또, 어쩌다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느냐는 물음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닿기라도 할 듯 큰 소리로 울려 댔다. 그가 속한 군대의 믿음직스러운 군인이자 언제든 그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살인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고 그의 목표 말고 다른 목표는 전혀 모르는 자신이, 그가 정한 방식 말고는 그 어떠한 방식도 믿지 않는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계획과 세계의 계획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쩌다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h_2CQ0G_Xdo 책의 228쪽부터 쭉 진행되는 '위대한 전략가'와 체스를 두는 묘사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실물 체스나 <황산벌>에서 나온 인간 장기가 생각났습니다. 인공말로 둘 때는 게임에 불과했지만, 실제 사람을 말로 두게 되면 이것이 전쟁을 기반으로 한 '전략전술 대결'이라는 섬뜩한 사실이 됩니다. 체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일반적인 범인凡人과 목적을 염두에 두는 전략가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대조되는 구도입니다. 이 게임에서 안드레이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친구 왕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죠. 안드레이가 졸卒의 위치인 폰을 지키는데 급급한데 비해 '전략가'는 필요하다면 폰을 잡기 위해 전차병-비숍 같은 패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해버리는 무정함을 보여줍니다. '전략가'에게는 자기 말들이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체스말은 아무리 뛰어나봐야 체스말일 뿐이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쓰임을 다하면 상대 말에게 잡아먹혀야 하죠. 안드레이는 왜 자신도 똑같이 헌신했던 이념의 신봉자인 '전략가'와 자신이 맞서는 위치에 있는지 자문하죠. 아무리 사상과 주의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순간은 결국 누군가를 희생할 수 있는 비정함이 있느냐 없느냐임을 보여줍니다. 안드레이는 사회주의와 민중의 해방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이념가이지만 막상 그 이념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정치 게임과 경쟁의 장에 들어서자 왕과의 인연에 끌려다니죠. 인연과 인간적 감정에 묶여있는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이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하며, 결코 이념을 완성시킬 수 없는 장기말 같은 존재들이기에 언젠가는 그 이념에 역으로 잡아먹힐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전략가'는 이념을 지상에 구현하고 완성하려면 무정하고 비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체스와 정치라는 게임,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무표정하며 인간이 아닌 듯한 전략가(스탈린)는 [실험]과 [인도자]와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이유도 목적도 모르는 [실험]을 구상하는 [인도자]들은 과연 정말로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이 있을까요?
그때 안드레이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게임들 가운데 가장 숭고하며 위대한 게임이고 언젠가 인류가 스스로에게 제시했던 위대한 목적을 기치로 내건 게임이지만, 안드레이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저주받은 도시 p.24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곳은 무엇이든 제때 하지 않으면 아예 못 하도록 정해져 있었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번복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저주받은 도시 p.22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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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나는 이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모든 게 이래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없다…… 그럴 수가 없다. 배우고 싶지도 않다……
저주받은 도시 p.24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https://en.wikipedia.org/wiki/Mikhail_Tukhachevsky 체스 대목에서 '전차병(비숍)'으로 언급되던 미하일 투하쳅스키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체스에서는 비숍이 대각선으로 칸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동성 면에서 중요한 말로 평가받는데요. 그의 종횡무진하던 전공과 무훈 그리고 인생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묘사 같네요. 투하쳅스키는 1893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방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에 중위로 입대하였고 1915년에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고요. 이 당시부터 이미 투하쳅스키는 포부가 대단하였는데 30살까지 장군이 되지 못하면 자신은 전장 어디에선가 죽어있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다섯 번의 탈옥 시도 끝에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여 1917년에는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에 가입합니다. 제정 러시아 때 장교로서의 교육과 경험을 갖춘 그는 적백내전 시기에 활약하면서 점차 무훈을 쌓게 되고요. 그러나 1920년에 러시아가 서쪽으로 확장하던 와중 폴란드-우크라이나와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바르샤바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스탈린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이 당시의 스탈린은 아직 서기장이 되기 전으로, 패전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비판했기 때문이죠. 투하쳅스키는 아직 후진적이었던 소련의 붉은 군대를 개혁하기 위해 현대적인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한 복합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강조하고, 현지의 군대와 사령관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수단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탈린은 투하쳅스키를 매우 싫어했지만 군의 현대화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그에게 권한을 맡겼다고 해요. 하지만 부됸니 (책의 주석에도 나오던 체스말 중 한 명) 를 비롯한 소련군 내 기존 장군들의 반대와 시기를 받아 해임됩니다. 투하쳅스키는 '종심 타격이론'의 군사이론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모루가 될 주력부대가 상대의 주력부대와 대치하여 맞서는 동안 틈이 생기면 기동력이 높은 기동부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틈으로 돌파해 들어가 적의 후방 급소를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기계화 된 병기와 부대 즉 현대화된 군대가 필요하며,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과 장교들이 요구되죠. 말은 단순하지만 당시 소련의 현실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매우 '시대를 앞선'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1936년에 투하쳅스키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1937년 5월에 극비리에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압송됩니다. 온갖 고문을 당하여 몸과 정신이 무너진 그는 자신이 독일과 내통한 스파이라고 자백했다는데... 당연히 정황상 이것이 진실일지는 지금도 미지수죠. 같은 해 6월, 몇 명의 배반 혐의가 있는 장성들과 함께 투하쳅스키는 당일 저녁 11시 35분에 사형 판결을 받습니다. 선고를 받은 지 1시간도 안되어 투하쳅스키는 그의 감방으로 끌려 들어가 머리 뒤에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그가 고문 이후에 쓴 자백서인데 중간의 얼룩들은 당시 흘린 핏자국이라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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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대화: https://www.youtube.com/watch?v=h_2CQ0G_Xdo 책의 228쪽부터 쭉 진행되는 '위대한 전략가'와 체스를 두는 묘사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실물 체스나 <황산벌>에서 나온 인간 장기가 생각났습니다. 인공말로 둘 때는 게임에 불과했지만, 실제 사람을 말로 두게 되면 이것이 전쟁을 기반으로 한 '전략전술 대결'이라는 섬뜩한 사실이 됩니다. 체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일반적인 범인凡人과 목적을 염두에 두는 전략가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대조되는 구도입니다. 이 게임에서 안드레이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친구 왕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죠. 안드레이가 졸卒의 위치인 폰을 지키는데 급급한데 비해 '전략가'는 필요하다면 폰을 잡기 위해 전차병-비숍 같은 패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해버리는 무정함을 보여줍니다. '전략가'에게는 자기 말들이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체스말은 아무리 뛰어나봐야 체스말일 뿐이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쓰임을 다하면 상대 말에게 잡아먹혀야 하죠. 안드레이는 왜 자신도 똑같이 헌신했던 이념의 신봉자인 '전략가'와 자신이 맞서는 위치에 있는지 자문하죠. 아무리 사상과 주의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순간은 결국 누군가를 희생할 수 있는 비정함이 있느냐 없느냐임을 보여줍니다. 안드레이는 사회주의와 민중의 해방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이념가이지만 막상 그 이념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정치 게임과 경쟁의 장에 들어서자 왕과의 인연에 끌려다니죠. 인연과 인간적 감정에 묶여있는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이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하며, 결코 이념을 완성시킬 수 없는 장기말 같은 존재들이기에 언젠가는 그 이념에 역으로 잡아먹힐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전략가'는 이념을 지상에 구현하고 완성하려면 무정하고 비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체스와 정치라는 게임,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무표정하며 인간이 아닌 듯한 전략가(스탈린)는 [실험]과 [인도자]와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이유도 목적도 모르는 [실험]을 구상하는 [인도자]들은 과연 정말로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이 있을까요?
전 처음에 체스 두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게 뭔 상황이야' 했습니다.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인간 말로 두는 체스더라고요. @은화 님 처럼 '이거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장면인데?' 했지만 정작 어떤 영화인지는 끝내 생각해내지 못했죠. ㅎㅎ 체스를 두는 문화권에선 인간 말로 두는 체스를 흔히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코는 차추아와는 무관한 자신만의 생을 살고 있었다. 코는 수사관 차추아의 걱정 따위는 조금도 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저주받은 도시 p.19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독일 놈들이 왔을 때는 앉아서 입을 딱 닫고 있어야 했지. 1948년 이후에도 또다시 입을 딱 닫고 보기만 해야 했우. 황금빛 봄이 왔을 때는 입을 아주 조금은 열어도 됐지. 그런데 세상에, 러시아인들이 전차를 타고 와서는 또 닥치라고, 또 조용히 하라고 했고...... 그러다 여기로 오게 됐는데, 여기도, 그러니까, 똑같구먼......"
저주받은 도시 p.21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노파가 대답할 새가 없었다.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복도에서 흥분한 목소리들이 흘러들었고 열린 문 사이로 까만 머리의 땅딸막한 자가 들어오더니 복도에 대고 소리쳤다. "그래요. 시급하다니까요! 당장 말해야 합니다!" 안드레이는 인상을 썼고 사람들이 그자를 복도로 끌어낸 뒤 문이 쾅 닫혔다.
저주받은 도시 p.21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지도에는 시너고그와 영화관 '새로운 환상' 사이에 분수대와 놀이터가 있는 작은 공원이 표시되어 있었다.
저주받은 도시 p.22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이곳은 무엇이든 제때 하지 않으면 아예 못 하도록 정해져 있었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번복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붉은 건물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내부에는 어떤 규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건물의 규칙이 곧 데스와 같다는 걸 알게 되죠. 무언가를 하는데 정해진 시간이 있고,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며, 그 룰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다보면 결국 실격됩니다. 그리고 이런 규칙은 체스를 넘어 전략가(스탈린)의 정적 제거, 즉 정치와도 연결됩니다. 스탈린과 그를 둘러싼 고관들은 스탈린이 정해놓은, 보이지 않는 어떤 불문율과 권력구도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눈 밖에 나면서 제거당하죠. 하지만 설령 규칙을 잘 따른다고 해도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닙니다. 체스말은 결국 체스말일 뿐이니까요. 건물/체제/정쟁의 밖에 있건, 그 안에 종속되어 있건 어디에도 대안이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은화님의 대화: https://en.wikipedia.org/wiki/Mikhail_Tukhachevsky 체스 대목에서 '전차병(비숍)'으로 언급되던 미하일 투하쳅스키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체스에서는 비숍이 대각선으로 칸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동성 면에서 중요한 말로 평가받는데요. 그의 종횡무진하던 전공과 무훈 그리고 인생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묘사 같네요. 투하쳅스키는 1893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방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에 중위로 입대하였고 1915년에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고요. 이 당시부터 이미 투하쳅스키는 포부가 대단하였는데 30살까지 장군이 되지 못하면 자신은 전장 어디에선가 죽어있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다섯 번의 탈옥 시도 끝에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여 1917년에는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에 가입합니다. 제정 러시아 때 장교로서의 교육과 경험을 갖춘 그는 적백내전 시기에 활약하면서 점차 무훈을 쌓게 되고요. 그러나 1920년에 러시아가 서쪽으로 확장하던 와중 폴란드-우크라이나와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바르샤바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스탈린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이 당시의 스탈린은 아직 서기장이 되기 전으로, 패전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비판했기 때문이죠. 투하쳅스키는 아직 후진적이었던 소련의 붉은 군대를 개혁하기 위해 현대적인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한 복합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강조하고, 현지의 군대와 사령관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수단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탈린은 투하쳅스키를 매우 싫어했지만 군의 현대화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그에게 권한을 맡겼다고 해요. 하지만 부됸니 (책의 주석에도 나오던 체스말 중 한 명) 를 비롯한 소련군 내 기존 장군들의 반대와 시기를 받아 해임됩니다. 투하쳅스키는 '종심 타격이론'의 군사이론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모루가 될 주력부대가 상대의 주력부대와 대치하여 맞서는 동안 틈이 생기면 기동력이 높은 기동부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틈으로 돌파해 들어가 적의 후방 급소를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기계화 된 병기와 부대 즉 현대화된 군대가 필요하며,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과 장교들이 요구되죠. 말은 단순하지만 당시 소련의 현실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매우 '시대를 앞선'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1936년에 투하쳅스키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1937년 5월에 극비리에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압송됩니다. 온갖 고문을 당하여 몸과 정신이 무너진 그는 자신이 독일과 내통한 스파이라고 자백했다는데... 당연히 정황상 이것이 진실일지는 지금도 미지수죠. 같은 해 6월, 몇 명의 배반 혐의가 있는 장성들과 함께 투하쳅스키는 당일 저녁 11시 35분에 사형 판결을 받습니다. 선고를 받은 지 1시간도 안되어 투하쳅스키는 그의 감방으로 끌려 들어가 머리 뒤에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그가 고문 이후에 쓴 자백서인데 중간의 얼룩들은 당시 흘린 핏자국이라고 하고요..
여담이지만 투하체프스키가 주장했던 '종심작전이론'은 러시아를 휩쓸던 독일군의 유명한 '전격전 (이것도 후대에 붙인 이름이지만)' 이론과 비슷한 내용이었다는 겁니다 (임무형 vs 통제형 전술, 소수의 돌파구에 병력 집중 vs 파상 공세를 펼치다가 약한 부분에 집중 등의 디테일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전차의 빠른 돌파력과 항공 지원, 보병과 전차의 협동 전투를 통해 전선에 돌파구를 만들고 그 쪽에 전력을 집중하여 적의 전선 방어 붕괴를 유도한다라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죠. 1930년대에 '독일이 예고 없이 침공을 해올 수 있다'라고 (스탈린이 결단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최고의 악몽 시나리오) 홀로 주장하던 투하체프스키가 살아 있었더라면 독소전 초반에 그토록 치욕스러운 소련의 연속적인 참패 시나리오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후대의 평가가 많았죠. 그렇지만 의심병 환자인 스탈린이 살려두기에는 투하체프스키는 너무 잘 났었죠. 게다가 잘 생겼었고...러시아 제국군 출신이고...
수천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며 눈물을 흘렸고 울부짖는 음악은 그들로 하여금 진정하지 못하도록, 떨쳐 내지 못하도록,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저주받은 도시 p.22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곳은 무엇이든 제때 하지 않으면 아예 못 하도록 정해져 있었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번복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단을 오른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제복모를 벗었다.
저주받은 도시 p.22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군복풍의 옷을 입은 연로한 파트너, 그의 상대만이 하얗게 센 묵직한 머리를 살짝 떨구고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잡아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소리 없이 텅 빈 홀 중앙을 돌아다녔다.
저주받은 도시 p.22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는 휜 다리로 마루를 단단히 딛고서 자신의 어마어마한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주위를 곁눈질했다. 그에게서 보드카와 말의 땀 냄새가 코를 찌르듯 풍겼다.
저주받은 도시 p.23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하지만 게임이 계속되는 긴 시간 내내 왕이 죽음을 앞둔 공포에 질려 차갑게 땀범벅이 된 채 아슬아슬한 위험 속에 있으리라는, 왕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커져 마침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고 커다란 피고름이 터져 왕이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고 말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저주받은 도시 p.23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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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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