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까지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2부부터는 [도시]의 내막과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데요. 2부까지 읽은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1) 1부와 2부에서의 안드레이가 주는 인상은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청소부/수사관이라는 직업일까요? 아니면 '붉은 건물' 사건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2) '왕'은 직업을 바꾸고 싶지 않다며 계속 청소부로 남기를 고집합니다. 그는 책임질 아내와 아이가 있음에도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자리에 가려고 하지 않죠. 왕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혼의 안정'을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의 안정'은 무슨 의미일까요?
[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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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에필로그
책 속 부역자들의 문제는 이들의 기만이, 때로 아마도 거짓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기만이, 결국 자기기만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거짓 속에서 살다보면 흔히 그런 결과를 맞는다. 나는 책 앞부분에서 독재와 강점 세력에 저항했던 사람들 또한 이름이나 문서나 정체성을 꾸며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스스로를 기만하지는 않았다. 그늘 속에서 비밀스럽게 살았을지언정 진실 속에서 살았다. 반면 두려움이나 기회주의에 사로잡혀 거짓 속에 사는 사람들은 결국 거짓에 사로잡혀버린다.
기와시마 요시코와 프리드리히 바인레프와 펠릭스 케르스텐은 성장 배경이 복잡하고 다문화의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단테의 여덟 번째 지옥에 간 것이 아니다(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아홉 개의 지옥 중 여덟 번째 지옥은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간다). 타인을 속였기 때문에 다른 사기꾼들과 함께 여덟 번째 지옥에 간 것도 아니다. 이들이 지옥에서 고통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스스로를 속였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허구로 만들어버리면 아무런 정체성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독재 체제에 살고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 중 많은 수가 여전히 그런 우울한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 "
2부를 읽으면서 언급해주신 내용이 떠오르네요. 267~268쪽에 언급되는 '유다 스투팔스키'는 실존인물인 줄 알고 이름을 찾아봤지만 정보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허구의 인물인가 봅니다. 하지만 동포들을 게슈타포에게 팔아넘겼다는 대목에서 바인레프가 겹쳐 보이네요. 마침 노인이 [도시]를 지옥으로 언급하며 단테를 말하기도 하고요.

ifrain
은화님의 대화: 2부를 읽으면서 언급해주신 내용이 떠오르네요. 267~268쪽에 언급되는 '유다 스투팔스키'는 실존인물인 줄 알고 이름을 찾아봤지만 정보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허구의 인물인가 봅니다. 하지만 동포들을 게슈타포에게 팔아넘겼다는 대목에서 바인레프가 겹쳐 보이네요. 마침 노인이 [도시]를 지옥으로 언급하며 단테를 말하기도 하고요.
네 저도 그 노인이 나오는 부분을 읽으면서 찾아봤는데 실제 인물이 아니더라고요. 말씀하신 대로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살아남은 미꾸라지 같은 면모에서 바인레프와 겹쳐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ifrain
여기, 코앞에서 아주 촘촘한 망이 짜이고 있는데 나는 소문의 출처나 찾아야 하고……
『저주받은 도시』 p.30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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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다른 한편으로는 물론, 나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실험처럼 대대적인 과업에는 다양한 계급과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 이는 즉, 분열과…… 반목…… 유동적인 반목이라고는 하지만…… 적대적인 투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니…… ”
『저주받은 도시』 p.30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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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안드레이는 자신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일을 처리했는지 기꺼이 들려주었다. 질서를 바로잡았다고. 정의를 재정립했다고. 이 지독하게 불운한 하루의 유일하게 성공적이었던 일을 말해 주고 나니 흡족했다. ”
『저주받은 도시』 p.30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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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그 법은, 안드레이가 말을 잘랐다. “실험에 이로우라고 쓰인 거지 실험에 해가 되라고 쓰인 게 아냐. 법이 모든 상황을 예상할 수 없다고. 그러니 우리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
『저주받은 도시』 pp.312~31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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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자기 자신이 내린 결정이 그를 공포와 일종의 악마적인 즐거움으로 채웠다. 그 안의 모든 것이 흥분하여 날뛰었다.
『저주받은 도시』 p.31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 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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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이쟈가 계속 주춤거리자 프리츠가 그의 목깃을 잡아 몸을 돌린 다음 문으로 밀쳤다. 이쟈는 중심을 잃고 문설주를 잡았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는 상황을 파악했다.
『저주받은 도시』 p.31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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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이제 우울하고 지친 표정의 인도자가 다리를 꼰 채 가느다랗고 창백한 손가락으로 깍지를 껴서 무릎을 감싸고 앉아 안드레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양 입꼬리는 음울하게 내려가 있었다. ”
『저주받은 도시』 pp.320~32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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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실험을 위해서도 그렇지요.” 인도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겠지요. 우회하는 길은 없습니다. 그걸 지나서, 통과해 가야 해요. 우리에게 모든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우리에겐 특별한 부류의 사람들이 필요해요.” ”
『저주받은 도시』 p.32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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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맙소사.” 안드레이가 고뇌에 차 입을 열었다. “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더라면요! 이렇게 쉽게 엉키고 이렇게 모든 게 뒤섞였는데…… 저와 가이거, 겐시…… 때로는 우리 사이에 공통의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때로는 이 관계들이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는, 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파시스트였던 가이거만 해도 지금은…… 지금도 그는 극도로 불쾌한 인물이에요. 인간적으로라기보단 그런 부류는 마치…… 겐시도 마찬가지예요. 겐시는 사회민주주의자긴 하고 평화주의자에 톨스토이주의자지만…… 아니요, 모르겠어요.“ ”
『저주받은 도시』 pp.322~32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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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실수는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한 건 수동적인 태도, 그리고 허황된 무결함과 낡은 계율에 대한 믿음입니다!
『저주받은 도시』 p.32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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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 개별 인격이 대체 뭡니까? 공동체의 단위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지요. 단위가 아닌 공동체의 선을 이야기해야 하빈다. 공동체의 선을 위해 우리는 자신의 낡은 계율에 얽매인 양심에 어떤 짐이든 짊어져야 하고, 성문법이든 불문법이든 어겨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법은 하나예요. 공동체를 위한 선.” ”
『저주받은 도시』 p.32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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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
그는 일어나 금고를 잠그고 책상 서랍들이 잠겨 있는지 확인한 후 복도로 나섰다.
『저주받은 도시』 p.32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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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은화님의 대화: 1부까지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2부부터는 [도시]의 내막과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데요. 2부까지 읽은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1) 1부와 2부에서의 안드레이가 주는 인상은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청소부/수사관이라는 직업일까요? 아니면 '붉은 건물' 사건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2) '왕'은 직업을 바꾸고 싶지 않다며 계속 청소부로 남기를 고집합니다. 그는 책임질 아내와 아이가 있음에도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자리에 가려고 하지 않죠. 왕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혼의 안정'을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의 안정'은 무슨 의미일까요?
1) 1부와 2부의 안드레이가 다른 점은 수사관이 되면서 그에게 '배경'과 '권위'가 생겼다는 겁니다. [도시]의 묘사를 보면 모든 시민들은 주기적으로 직업을 바꿔야 하죠. 청소부일 때의 안드레이는 그의 주변인들과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유라 삼촌이나 이쟈, 가이거, 겐시 모두 출신과 직업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도시]에 적응하는 시민이자 노동자로서 연대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1부의 결말에서도 보면 이들은 식사 시간에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교류하고 먹고 마시며 한데 어우러집니다.
그런데 2부로 넘어오면서 안드레이가 수사관이 되면 그의 뒤로는 수사국과 국장이 버티고 있죠. 수사관은 의심스러운 용의자 또는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거동수상자를 데려와 취조하는 입장입니다. 피조사자는 수사관 앞에서 일방적으로 정보와 진실을 털어놔야 하는 위치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계단으로 치면 안드레이는 남보다 한 두 계단 위에 서서 남을 내려다 보는 위치가 됩니다.
2부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안드레이는 이런 직업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묘사되는데요. 수사관임에도 남을 몰아붙이거나 압박하지 못해서 계속 사건들이 쌓여있죠. 그런데 안드레이가 '붉은 건물' 사건을 맡은 이후부터 심성과 태도가 바뀝니다. 수사국장은 그를 질책하면서도 안드레이의 책임감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을 맡긴다고 은근히 추켜 세워주죠. 저는 이 지점이 안드레이가 바뀐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붉은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요.
가령 278쪽~288쪽에 걸쳐 안드레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왕의 편의를 봐주는데 이 모습이 마치 권력자처럼 묘사됩니다. 다른 피조사자에게는 허락하지 않았을 특혜들을 마구 제공하죠. 본인 스스로는 그게 '특혜'가 아니라,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으로 합리화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후 이쟈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데요. 평소 이쟈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 쥐 잡듯이 닦달하고 몰아세우죠. [도시]의 규율에 순응하는 왕은 비호를 받지만, 같은 친구였음에도 [도시]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던 이쟈는 위험분자가 되어 조사 받습니다.
안드레이가 '붉은 건물'을 추적했듯이 이쟈는 [도시]의 진실을 알아내고자 했고 둘 모두 진실의 추적자였으나 이제 한 명은 위압적인 수사관이 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무기력하게 끌려오는 격차가 생기는데요.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사회의 위협인지, 그리고 진실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혼동되기 쉬운가를 우회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느꼈습니다. (2부의 결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안드레이는 '붉은 건물'의 체스 게임에서 '위대한 전략가'(스탈린)처럼 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건 본인이 무기력한 희생양의 위치에 있을 때의 생각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안드레이는 스탈린처럼 관료제와 권력게임의 정점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도 조직의 위계에서 남보다는 한 단 위에 자리 잡고 있고, 자신보다 아래의 사람들에게 때에 따라 '자비를 하사하는 권력가'나 '무자비한 조사관'의 양면적 성격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냈죠.
안드레이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수사관이라는 지렛대가 이미 깔려있었고, '붉은 건물' 안에서의 사건(권력의 작동방식)이 결정적인 힘이 되어 안드레이에게 '사회가 만들어낸 인격'을 덮어 씌웠다고 생각합니다.

ifrain
은화님의 대화: 2부를 읽으면서 언급해주신 내용이 떠오르네요. 267~268쪽에 언급되는 '유다 스투팔스키'는 실존인물인 줄 알고 이름을 찾아봤지만 정보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허구의 인물인가 봅니다. 하지만 동포들을 게슈타포에게 팔아넘겼다는 대목에서 바인레프가 겹쳐 보이네요. 마침 노인이 [도시]를 지옥으로 언급하며 단테를 말하기도 하고요.
‘판 스투팔스키’ 라는 이름에서 판Pan 은 폴란드어로 ~씨Mr.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소전쟁 중의 폴란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인레프는 네덜란드계 유대인이었고요. 스투팔스키는 <저주 받은 도시>에서 유대인을 밀고한 가톨릭교도로 나옵니다.

꽃의요정
은화님의 대화: 1) 1부와 2부의 안드레이가 다른 점은 수사관이 되면서 그에게 '배경'과 '권위'가 생겼다는 겁니다. [도시]의 묘사를 보면 모든 시민들은 주기적으로 직업을 바꿔야 하죠. 청소부일 때의 안드레이는 그의 주변인들과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유라 삼촌이나 이쟈, 가이거, 겐시 모두 출신과 직업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도시]에 적응하는 시민이자 노동자로서 연대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1부의 결말에서도 보면 이들은 식사 시간에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교류하고 먹고 마시며 한데 어우러집니다.
그런데 2부로 넘어오면서 안드레이가 수사관이 되면 그의 뒤로는 수사국과 국장이 버티고 있죠. 수사관은 의심스러운 용의자 또는 물의를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거동수상자를 데려와 취조하는 입장입니다. 피조사자는 수사관 앞에서 일방적으로 정보와 진실을 털어놔야 하는 위치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계단으로 치면 안드레이는 남보다 한 두 계단 위에 서서 남을 내려다 보는 위치가 됩니다.
2부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안드레이는 이런 직업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묘사되는데요. 수사관임에도 남을 몰아붙이거나 압박하지 못해서 계속 사건들이 쌓여있죠. 그런데 안드레이가 '붉은 건물' 사건을 맡은 이후부터 심성과 태도가 바뀝니다. 수사국장은 그를 질책하면서도 안드레이의 책임감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을 맡긴다고 은근히 추켜 세워주죠. 저는 이 지점이 안드레이가 바뀐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붉은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요.
가령 278쪽~288쪽에 걸쳐 안드레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왕의 편의를 봐주는데 이 모습이 마치 권력자처럼 묘사됩니다. 다른 피조사자에게는 허락하지 않았을 특혜들을 마구 제공하죠. 본인 스스로는 그게 '특혜'가 아니라,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으로 합리화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후 이쟈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데요. 평소 이쟈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 쥐 잡듯이 닦달하고 몰아세우죠. [도시]의 규율에 순응하는 왕은 비호를 받지만, 같은 친구였음에도 [도시]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치던 이쟈는 위험분자가 되어 조사 받습니다.
안드레이가 '붉은 건물'을 추적했듯이 이쟈는 [도시]의 진실을 알아내고자 했고 둘 모두 진실의 추적자였으나 이제 한 명은 위압적인 수사관이 되어 있고, 다른 한 명은 무기력하게 끌려오는 격차가 생기는데요.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사회의 위협인지, 그리고 진실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혼동되기 쉬운가를 우회해서 보여주는 장면으로 느꼈습니다. (2부의 결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안드레이는 '붉은 건물'의 체스 게임에서 '위대한 전략가'(스탈린)처럼 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건 본인이 무기력한 희생양의 위치에 있을 때의 생각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안드레이는 스탈린처럼 관료제와 권력게임의 정점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도 조직의 위계에서 남보다는 한 단 위에 자리 잡고 있고, 자신보다 아래의 사람들에게 때에 따라 '자비를 하사하는 권력가'나 '무자비한 조사관'의 양면적 성격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냈죠.
안드레이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수사관이라는 지렛대가 이미 깔려있었고, '붉은 건물' 안에서의 사건(권력의 작동방식)이 결정적인 힘이 되어 안드레이에게 '사회가 만들어낸 인격'을 덮어 씌웠다고 생각합니다.
전 오늘부터 2부 읽기 시작했는데, 평행 우주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그러다가 '청소부하던 시절에는~' 이란 부분이 나와서 오해를 풀었네요!
1부 마지막 부분에서 다같이 토론?하는 부분은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이 떠올랐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

himjin
은화님의 대화: 1부까지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2부부터는 [도시]의 내막과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데요. 2부까지 읽은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1) 1부와 2부에서의 안드레이가 주는 인상은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청소부/수사관이라는 직업일까요? 아니 면 '붉은 건물' 사건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2) '왕'은 직업을 바꾸고 싶지 않다며 계속 청소부로 남기를 고집합니다. 그는 책임질 아내와 아이가 있음에도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자리에 가려고 하지 않죠. 왕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혼의 안정'을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의 안정'은 무슨 의미일까요?
1) 무엇이 안드레이를 변하게 했는지 끝까지 읽어봐야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직업이 그를 변하게 했고, 안드레이라는 인물 자체가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유연하고
나쁘게 말하면 강한? 주관이나 주체성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주변 영향을 잘 받고, 잘 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왕의 심리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보수를 많이 주더라도 회사 대표라던가, 수사관처럼
스트레스가 많고, 워라벨 없고, 업무량 과도하고, 책임 권한 큰 직업은 부담스럽습니다. 여유 시간에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있는 직업이 좋아요.
"영혼의 안정"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변질-변형되지 않도록 자신을 세우고, 멘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태
독서나 글쓰기, 창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 외의 일"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ps.책을 다 읽고 나면 위 생각이 바뀔 지도 몰라요. 왕이나 안드레이가 이후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꽃의요정
"붕어들, 어떻게 지내나요?"
"별일 없습니다. 고마워요."
『저주받은 도시』 아르카디 나 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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