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안드레이는 온 힘을 다해 황동 문고리를 꽉 잡았지만, 문고리는 문의 나무에 연결된 듯 자라났다. 건물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고 안드레이는 떠나는 열차를 쫓아가듯 손잡이에 매달린 채 뛰었다. 안드레이는 문고리를 세게 잡아당기고 뽑다가 갑자기 뭔가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의 굽은 손가락들이 동으로 된 매끈한 타래에서 떨어졌다. 그는 뭔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엄청난 고통에 눈에서 불꽃이 튀고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그는 집이 뒷걸음치며 하나둘 불을 꺼 창문이 어두워지고 시너고그의 노란 벽을 돌아 모습을 감췄다가 불쑥 나타나 마지막 두 개 남은 환한 창문으로 마치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던 장면을, 그 두 개의 창문에서도 불이 꺼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장면을 보았다.
저주받은 도시 p.25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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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ain님의 문장 수집: " 안드레이는 온 힘을 다해 황동 문고리를 꽉 잡았지만, 문고리는 문의 나무에 연결된 듯 자라났다. 건물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고 안드레이는 떠나는 열차를 쫓아가듯 손잡이에 매달린 채 뛰었다. 안드레이는 문고리를 세게 잡아당기고 뽑다가 갑자기 뭔가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의 굽은 손가락들이 동으로 된 매끈한 타래에서 떨어졌다. 그는 뭔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엄청난 고통에 눈에서 불꽃이 튀고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그는 집이 뒷걸음치며 하나둘 불을 꺼 창문이 어두워지고 시너고그의 노란 벽을 돌아 모습을 감췄다가 불쑥 나타나 마지막 두 개 남은 환한 창문으로 마치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던 장면을, 그 두 개의 창문에서도 불이 꺼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장면을 보았다. "
이 때 안드레이 머리에 뭔가 세게 부딪쳐서 다치게 됩니다. 집(붉은 건물)은 멀어지고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이때 안드레이는 구급함을 열고 작은 거울을 보며 진물이 나는 상처에 초록 연고를 발랐다.) "
시종일관 등장하는 ‘붉은’ 건물의 붉은 색과 대조적으로 ‘초록’ 연고를 발랐다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마지막 부분에 안톤에 손에 혈흔이 묻었는지 알았는데 땅딸기 즙이었죠. 저에게는 잔인하다기보다는 위트있게 느껴진 대목이었어요. ‘초록 연고’ 부분도 그렇게 느껴져요. 실제로 초록색 연고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ifrain님의 대화: 시종일관 등장하는 ‘붉은’ 건물의 붉은 색과 대조적으로 ‘초록’ 연고를 발랐다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신이 되기는 어렵다> 마지막 부분에 안톤에 손에 혈흔이 묻었는지 알았는데 땅딸기 즙이었죠. 저에게는 잔인하다기보다는 위트있게 느껴진 대목이었어요. ‘초록 연고’ 부분도 그렇게 느껴져요. 실제로 초록색 연고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
초록색 연고하니 저는 영화 <슈렉>의 도입부에서 슈렉이 아침 일과를 준비하며 이를 닦을 때 쓴 치약이 떠올랐습니다. 슈렉이 늪지대에 사는 도깨비(오우거)다 보니.. 애벌레를 쭉 짜서 치약으로 쓰더라고요. 슈렉 자체의 피부색도 그렇고, 늪지대의 색감, 치약 색 등이 모두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이 자연에서는 굉장히 흔한 색이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는 막상 자주 쓰이는 색은 아니라 이질감이 있나 봐요. 영미권에서는 질투하는 심보의 표현으로 'green with envy ' 관용어도 있고, 또 독극물이나 강한 산성물질을 창작물에서 그릴 때 녹색으로 묘사하는 경향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의 주변에 자주 등장하던 색감이 초록색이었는데 여러모로 동떨어진 감각을 주는 색인가 봅니다.
ifrain님의 대화: 이 때 안드레이 머리에 뭔가 세게 부딪쳐서 다치게 됩니다. 집(붉은 건물)은 멀어지고요.
'붉은 건물'에 처음 들어설 때도 안드레이가 챙모자를 벗지 않아(벗을 수 없어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묘사가 있죠. 생각해보니 안드레이의 머리 쪽과 관련해 이런저런 사건이 많네요. 아마 챙모자를 못 벗는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과도 같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당시 권력다툼의 분위기를 비유한 것 같습니다.
은화님의 대화: 초록색 연고하니 저는 영화 <슈렉>의 도입부에서 슈렉이 아침 일과를 준비하며 이를 닦을 때 쓴 치약이 떠올랐습니다. 슈렉이 늪지대에 사는 도깨비(오우거)다 보니.. 애벌레를 쭉 짜서 치약으로 쓰더라고요. 슈렉 자체의 피부색도 그렇고, 늪지대의 색감, 치약 색 등이 모두 초록색입니다. 초록색이 자연에서는 굉장히 흔한 색이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는 막상 자주 쓰이는 색은 아니라 이질감이 있나 봐요. 영미권에서는 질투하는 심보의 표현으로 'green with envy ' 관용어도 있고, 또 독극물이나 강한 산성물질을 창작물에서 그릴 때 녹색으로 묘사하는 경향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의 주변에 자주 등장하던 색감이 초록색이었는데 여러모로 동떨어진 감각을 주는 색인가 봅니다.
슈렉이라는 캐릭터도 녹색이어서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어요. 저는 초록색 치약이라고 하니 먹개비가 떠오르네요. <고스터버스터즈>에서 식탐 가득했던 초록색 먹개비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지나간 자리에 점액도 남기고요. <위대한 개츠비>에서 녹색 빛은 개츠비가 열망했지만 닿을 수 없었던 데이지를 상징하기도 하죠.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한 환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은화님의 대화: 1부까지는 아직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2부부터는 [도시]의 내막과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하는데요. 2부까지 읽은 내용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1) 1부와 2부에서의 안드레이가 주는 인상은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요? 청소부/수사관이라는 직업일까요? 아니면 '붉은 건물' 사건 때문이라고 보시나요? 2) '왕'은 직업을 바꾸고 싶지 않다며 계속 청소부로 남기를 고집합니다. 그는 책임질 아내와 아이가 있음에도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자리에 가려고 하지 않죠. 왕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혼의 안정'을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의 안정'은 무슨 의미일까요?
전 안드레이가 1부나 2부나 별로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각종 사건 발생 시 대응하는 태도나 실험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왕과 이쟈에 대한 호불호의 일관성이 보여서요. 다만 직업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달라지면서 캐릭터도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3부에선 편집자로 직업이 바뀌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안드레이 캐릭터의 일관성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저의 독서 포인트 중 하나 입니다.
밥심님의 대화: 전 안드레이가 1부나 2부나 별로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각종 사건 발생 시 대응하는 태도나 실험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왕과 이쟈에 대한 호불호의 일관성이 보여서요. 다만 직업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달라지면서 캐릭터도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3부에선 편집자로 직업이 바뀌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안드레이 캐릭터의 일관성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저의 독서 포인트 중 하나 입니다.
흥미로운 의견이네요. 위치와 지위가 부여한 사회적 태도와 상황은 바뀌었어도 천성은 변하지 않았다라.. 왕을 좋아하는 걸 보면 안드레이는 체제에 순응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성격인가 봅니다.
ifrain님의 대화: 슈렉이라는 캐릭터도 녹색이어서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어요. 저는 초록색 치약이라고 하니 먹개비가 떠오르네요. <고스터버스터즈>에서 식탐 가득했던 초록색 먹개비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지나간 자리에 점액도 남기고요. <위대한 개츠비>에서 녹색 빛은 개츠비가 열망했지만 닿을 수 없었던 데이지를 상징하기도 하죠.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한 환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글자가 지워져서 오타가 되었네요. 끝부분에 제가 쓰려고 했던 건 ‘허망한 환상’ 입니다. =_=
당신은 언제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내게 파묻곤 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두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다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겐시에게, 당신은 러시아어로 말하고 있으며 겐시 자신은 일본어로 말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냈을 때, 당신 스스로 얼마나 놀랐는지, 얼마나 혼란에 빠졌는지, 아니 심지어 겁먹었는지 기억합니까?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익숙해졌고 그때 가졌던 의문은 이제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지요. 실험 조건 중 하나였던 겁니다.
저주받은 도시 56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붉은 건물'에 처음 들어설 때도 안드레이가 챙모자를 벗지 않아(벗을 수 없어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묘사가 있죠. 생각해보니 안드레이의 머리 쪽과 관련해 이런저런 사건이 많네요. 아마 챙모자를 못 벗는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과도 같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당시 권력다툼의 분위기를 비유한 것 같습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안드레이도 굳어 있었던 걸로 보여요. 다른 부위가 아니라 머리에 상처를 입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내적 갈등과 머리 속의 복잡한 여러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전의 허물없이 대했던 동료들을 의심해야 하고 혹시라도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심리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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