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오늘 하루 만에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사람들이 왜 도시로 온 건지, 여기서 말하는 실험의 의미가 뭔지 전부 의문 투성이인데다 혼란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네요. 이런 전개는 자칫 잘못 쓰면 소란스럽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음에도 '도시' 자체의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혼돈을 무게감 있게 제압하는 인상을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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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알지 못한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똥이라니. 그러는 당신은 적분이 뭔지 알까? 허블상수가 뭔지 알까? 누구나 모르는 게 있지 않은가……
저주받은 도시 p.1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너는 검수원이 자기 의지로 저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이해하잖아. 그는 수를 세기 위해 여기에 있는 거니까 수를 세는 것뿐이라고. 게다가 그가 제대로 세지 못하면 너도 알다시피 줄이 생기고. 줄은, 줄이지 뭐……"
저주받은 도시 p.35~3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럼 지도층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데?"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이쟈가 즐거운 듯 소리쳤다. "생각해 봐! 쓰레기를 치우고 있나? 치우고 있지! 쓰레기 양을 확인하나? 확인하지! 체계적으로? 체계적으로. 월말이면 쓰레기 매립양이 보고되지. 지난달보다 쓰레기양이 얼마만큼 늘었다고 말이야. 장관도 만족하고 시장도 만족하고 도널드는 불만스러워해. 그를 여기로 밀어 넣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스스로 온 건데도……!"
저주받은 도시 p.3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1부 1장을 읽었는데 굉장히 혼란스럽네요. 이 무질서와 혼돈 그 자체가 도시의 배경과 분위기를 설명하는 핵심이려나요. 전개가 예측이 안되서 흥미롭습니다.
1장 읽었습니다. 시작부터 아주 강렬하네요. 정말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요. 재밌습니다!
"내가 빈말로 당신더러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실제로 당신은 질투의 대상일 수밖에 없으니. 모든 게 당신을 비껴가지요. 혹은 당신을 통과해서 갑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겐, 나를 마치 증기 롤러처럼 뭉개고 가는 것 같아요. 성한 뼈가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1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저기, 도널드. 당신은 사회학자잖아요. 전 물론 사회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듯이 사회학은 그 어떤 방법론도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물론 저보다는 아시는 게 훨씬 많잖아요. 그러니까, 어디서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우리 도시로 오는지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그놈들이, 그러니까 살인자들이나 폭력배들, 도둑들이 여기로 오는 걸까요…… 설마 인도자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이곳으로 데려오는지 모르는 걸까요?" "아마 알았을 겁니다." 도널드는 새카만 물이 차 있는 무시무시한 구덩이를 단숨에 넘으며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날 때부터 도둑인 사람은 없습니다. 도둑이 되는 거지. 그리고 당신도 잘 알듯이, '실험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실험은 실험입니다……'" 도널드는 잠시 말을 멈췄다. "축구는 축구고요. 공은 둥글고 구장은 네모나고 가장 잘하는 사람은 이기는……"
저주받은 도시 제1부 청소부 | 제1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오늘 하루 만에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사람들이 왜 도시로 온 건지, 여기서 말하는 실험의 의미가 뭔지 전부 의문 투성이인데다 혼란스러운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네요. 이런 전개는 자칫 잘못 쓰면 소란스럽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음에도 '도시' 자체의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혼돈을 무게감 있게 제압하는 인상을 주고요.
아직 이 작품의 세계관에 적응을 못한듯요 ㅜㅜ 2부는 읽어야 좀 실험이 뭔지, 이 도시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으려나요. 아직까진 혼란스러워요. 안드레이 말처럼 "이해가 안되고, 하나도 모르겠어요."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겠지요!
그때 도널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빈말로 당신더러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실제로 당신은 질투의 대상일 수밖에 없으니, 모든 게 당신을 비껴가지요. 혹은 당신을 통과해서 갑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겐, 나를 마치 증기 롤러처럼 뭉개고 가는 것 같아요. 성한 뼈가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대체 무슨 말이에요?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도널드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다물었다. 안드레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멍하니 앞에 펼쳐진 길을 보다가 다시 도널드를 흘끗 쳐다봤고 정수리를 긁적인 다음 시무룩해서 말했다.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모든 게 잘되고 있는데......" "그러니 부럽다는 겁니다." 도널드가 거칠게 말했다.
저주받은 도시 25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거 들었어요? 범죄 척결 계획안 말이에요. 경찰을 해체한다네요! 대신 밤마다 광인들을 거리로 내보낸다나요. 범죄자들이랑 깡패들은 끝이죠. 이제 밤에는 광인만 집에서 나갈 수 있을걸요!" (이쟈 카츠만)
저주받은 도시 34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도널드는 잠시 고개를 돌려 안드레이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 무엇이 담겼는지, 비웃음인지 고통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순간 그는 안드레이에게 아주 늙은 사람으로, 완전히 시들어 버린 것 같고 또 왜인지 쫓겨난 사람으로 보였다.
저주받은 도시 47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나는 대답할 수 없어요……! 건축물의 부식, 기억합니까? 물이 담즙으로 변해 버린 사건은 기억하시는지요…… 어쨌든 그건 당신이 오기 전 일이고…… 이제는 보다시피, 원숭이들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내게 파묻곤 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두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다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익숙해졌고 그때 가졌던 의문은 이제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지요. 실험 조건 중 하나였던 겁니다. 실험은 실험일진대 여기서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저주받은 도시 p.56~5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다들 주위를 둘러보더니 시끄럽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금세 진중한 이의 입을 다물렸다. 첫째, 진중한 자가 여기에 있는데도 원숭이들은 어쨌든 중심부로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둘째, 자신들이 여기 있어서 원숭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진중한 자는 여기서 밤이라도 세울 셈인가? 여기서 살 텐가? 여기서 잘 텐가? 여기서 똥을 싸고 오줌을 눌 텐가……?
저주받은 도시 p.6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경직된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렸다. 다들 원숭이를 떠올렸다. … 지역 주민들은 이 부대가 뭘 해결할 리 없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건사해야겠다고 결심한 듯했다. 여성들은 지갑을 들고 사무적으로 입술을 다문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침 일을 보러 갔는데, 그중 대다수가 빗자루나 자루걸레를 들고 있었다. 들러붙는 원숭이들에게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가판대 주인은 상점 진열장의 빗장을 뜯어내고 박살 난 자신의 매대 주위를 둘러보고는 끙 한숨을 쉬고 등을 긁고 나서 뭔가를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이 늘어섰고 멀리서 첫 버스가 나타났다. 운전사는 교통법규라고는 통 모르는 원숭이들을 쫓기 위해 도시의 규범을 어겨 가며 경적을 울렸다.
저주받은 도시 p.79~8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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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경직된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렸다. 다들 원숭이를 떠올렸다. … 지역 주민들은 이 부대가 뭘 해결할 리 없으니 어떻게든 스스로 건사해야겠다고 결심한 듯했다. 여성들은 지갑을 들고 사무적으로 입술을 다문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침 일을 보러 갔는데, 그중 대다수가 빗자루나 자루걸레를 들고 있었다. 들러붙는 원숭이들에게 휘두르기 위해서였다. 가판대 주인은 상점 진열장의 빗장을 뜯어내고 박살 난 자신의 매대 주위를 둘러보고는 끙 한숨을 쉬고 등을 긁고 나서 뭔가를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줄이 늘어섰고 멀리서 첫 버스가 나타났다. 운전사는 교통법규라고는 통 모르는 원숭이들을 쫓기 위해 도시의 규범을 어겨 가며 경적을 울렸다."
처음에는 원숭이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가 해결이 안될 것 같아 보이니 차츰 일상적인 풍경인 것 마냥 혼돈을 또 하나의 규칙으로 만드는 모습이 그 자체로 유머포인트 같네요.
himjin님의 대화: 아직 이 작품의 세계관에 적응을 못한듯요 ㅜㅜ 2부는 읽어야 좀 실험이 뭔지, 이 도시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으려나요. 아직까진 혼란스러워요. 안드레이 말처럼 "이해가 안되고, 하나도 모르겠어요."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겠지요!
현재까지 읽은 부분의 감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가 작품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보니 2부까지 읽었는데요. 2부는 흥미진진 재밌습니다:) 검열을 피하려 일부러 1부는 읽기 힘들게 쓴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문장수집은 모임진도 따라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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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장에 나오는 건물? 경찰서?는 카프카가 떠오르는 듯요.. "상식적으로는 여기 어딘가에 본부라 할 만한 곳이, 이 모든 급박한 작업들을 지시하는 곳이 있어야만 했다. 첫 번째로 문을 열어 본 방은 비어 있었다." 53p
"뭣 하러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원숭이들요! 그것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거죠? 그것들은 대체 뭘 증명하는 건 가요?"
저주받은 도시 56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전 인류를 위한 행복이라!" 그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내뱉었다. "자네는 어떤가, 그걸 믿나?"
저주받은 도시 87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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