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님의 문장 수집: ""순하기는 한데…… 잡아서 목줄을 매려 한다고 생각해 봐……"
"목줄이라니?"
"행정명령 507번. 모든 원숭이들을 등록하고 번호가 기재된 목줄을 착용시킨다. 목줄은 내일 주민들에게 나눠 줄 거야. 우리는 스무 개 채웠고 나머지는 옆 파출소에 넘겼으니 거기서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입은 왜 헤벌리고 서 있어……? 잔이나 가져와. 잔이 부족하네……""
이쟈는 주인공의 평가처럼,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며 모든 것들을 비웃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거슬려 보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지적대로 [도시]는 원숭이라는 문제를 '해결한다 vs 해결 못 한다'의 두 갈림길 중에서 '애초에 문제가 아니다'라는 방향으로 틀어버려 사람들을 제도와 집단에 쑤셔넣는 방향으로 덮어버립니다.
원숭이는 근본적으로 이 도시에 온 사람들과 처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에 저항하다가 결국 [도시]와 [실험]이라는 '이해불가'에 적응해버리죠.
형제작가는 꼭 외계의 환경만이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무수한 관료제와 형식과 절차에 둘러싸인 국가와 사회체제도 충분히 이질적인 공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원숭이가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이런 사태에 정작 필요한 관료들은 어디로 갔는지, 뭘 해야 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죠. 독자나 책 속의 인물들이나 모두 무지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응하기 위해 체계를 만들었으나 정작 그것들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보다 거대한 집단의 힘을 믿고 의존하던 개인들은 결국 가판대를 약탈하는 원숭이 몇 마리도 어찌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되죠.
[도시]와 [실험]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는 등장인물들처럼 독자에게도 의문을 던지는 시도 같습니다. 국가와 사회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