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오늘부로 2부까지 다 읽었습니다. 2부는 1부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네요. 주인공의 성격도 그렇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이나 인물간 관계도 그렇고.. 꼭 다른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1부는 가장 낮은 위치에서 바라본 [도시]의 '불가해'한 모습에 초점을 둔다면, 2부는 [도시]가 미로 속에 뭔가를 꽁꽁 숨겨두고 있는 수상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네요.
1946년, 아내가 죽고 나서 호프슈타터는 사리분별이 흐려진 상태로 인도자의 설득에 넘어가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는지도 모른 채 딸과 함께 이쪽 세계로 이주했다.
저주받은 도시 p.12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때부터 정신 나간 대머리 호프슈타터의 가슴속에는 그 위대한 아리아인이, 총통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유대인들의 위협인 프리츠가 마침내 불행한 호프슈타터 일가를 정신없이 몰아치는 물결로부터 구해 물살 고요한 곳으로 데려다주리라는 맹목적인 희망이 싹텄다.
저주받은 도시 p.12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실험이 다 뭔가. 저 오토란 놈과 프리츠란 놈을 데리고 무슨 실험을 한단 말인가.
저주받은 도시 p.12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어쨌든, 그 어떠한 교육도 없고, 있을 수도 없어요. 생각해 봐요. 모두가 끊임없이 직업을 바꾸는데, 도시에 뭣하러 직업교육이 필요하겠어요?”
저주받은 도시 p.13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 이미 마시긴 했는데, 그러니까 얼렁뚱땅 마셨는데, 진지하고 근본적으로 우리의 실험을 위하여, 우리가 하는 옳은 일을 위하여 마셔야 해. 그리고 특히……”
저주받은 도시 p.14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러니까, 모든 계급에게 있어 지식인은 똥이야.” 안드레이가 이를 악물었다. “난 그놈들이 싫어…… 힘없는 안경잡이들, 수다쟁이들,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자들을 더는 참아 줄 수가 없어. 그놈들한텐 정신력도 없고 믿음도 없고 도덕성도 없고……”
저주받은 도시 p.14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내 생각은 이러네.” 유라 삼촌이 말했다. “인도자들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그들은 뭐랄까, 다른 종족이라고나 할까…… 그들이 우리를 수족관에…… 아니면 동물원 같은 곳에 넣어 놓고는…… 어떻게 되는지 보고 있지.”
저주받은 도시 pp.144~14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우리가 당면한 제일 큰 문제가 뭔가 하면, 역시 같아. 인류를, 우리 자신을 파악하는 것. 어쩌면 그들은 직접 우리를 파악하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파악하는 걸 도울 수도 있으려나?”
저주받은 도시 p.14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적인 소란이라든가 하는 모든 것이…… 어느 화창한 아침에는 우리의 언어를 뒤섞어 버릴지도 몰라…… 그들은 체계적으로 우리를 어떤 가혹한 세계로, 우리가 앞으로 언제나 영원히 살아야 할 세계로 밀어 넣고 있는 것만 같아.
저주받은 도시 p.14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 그리고 그렇게 걸러 낸 자들은 지구로 다시 던져 버릴 거야. 이곳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면 저곳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
저주받은 도시 p.14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인도자가 분명히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이상을 뒤돌아보지 않고 마지막까지 믿는 거라고. 불이해가 실험의 불변 조건임을 인정하는 거라고.
저주받은 도시 p.14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안드레이는 열띤 목소리로 겐시에게 이곳에서 자신은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특별한 만족감을 느낀다고, 자신은 청소부로 일하면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저주받은 도시 p.15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러시아 SF들이 왜 우화처럼 느껴지는지 '저주받은 도시' 책 뒤에 붙어 있는 저자 후기와 역자 해제를 보니깐 이해가 되네요.
은화님의 대화: https://en.wikipedia.org/wiki/The_Doomed_City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형제 작가가 작품의 제목을 지을 때 소련시대 화가인 니콜라스 레리히(Nicholas Roerich)의 동명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주받은 도시(The Doomed City)라는 제목의 그림이 여러 개라 구체적으로 어느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가져와 봤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첫 번째와 두 번째는 1914년에, 세 번째 그림은 1929년에 그렸다고 해요. 첫 번째 그림은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붉은 뱀의 똬리에서 위압감이 느껴지는군요. 어떤 그림을 말하는 것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일 듯 합니다.
들뢰즈, 통제 사회 질 들뢰즈는 1990년에 쓴 짧은 글인 「통제 사회에 대한 후기Postscript on the Societies of Control」에서 현대사회가 근대 규율사회와는 다른 '통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들뢰즈는 푸코의 분석을 따라서 학교, 병원, 공장, 감옥의 유사성을 짚으면서 글을 시작하는데, 로셀리니의 영화 <유로파51>에서 주인공이 공장노동자들을 보고 죄수들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들뢰즈는 시공간을 분절하는 이런 규율사회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로 새로운 제도와 권력에 의해 변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폴 비릴리오가 자유 부동 제어free-floating control의 초고속 형태ultra-rapid forms라는 새로운 통제 방식을 구상하고 분석한 것을 언급하며, 규율사회에서 통제 사회로의 변화가 유전공학, 분자 공학, 전자기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들뢰즈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스스로 개인 정보를 입력해서 거대한 통치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오늘날의 인간의 모습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묘사한 빅브라더의 지배는 전체주의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모습으로 더욱 은밀하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스며든 것이다.
라캉, 들뢰즈, 바디우와 함께하는 도시의 정신분석 1 - 과잉 도시 p.62, 장용순 지음
라캉, 들뢰즈, 바디우와 함께하는 도시의 정신분석 1 - 과잉 도시프랑스 현대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여 많은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의 후속작으로, 라캉, 들뢰즈, 바디우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를 진단하고 과잉에 시달리는 자본주의사회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대담한 기획을 총 3권으로 집대성한 시리즈이다.
ifrain님의 문장 수집: " 들뢰즈, 통제 사회 질 들뢰즈는 1990년에 쓴 짧은 글인 「통제 사회에 대한 후기Postscript on the Societies of Control」에서 현대사회가 근대 규율사회와는 다른 '통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들뢰즈는 푸코의 분석을 따라서 학교, 병원, 공장, 감옥의 유사성을 짚으면서 글을 시작하는데, 로셀리니의 영화 <유로파51>에서 주인공이 공장노동자들을 보고 죄수들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들뢰즈는 시공간을 분절하는 이런 규율사회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로 새로운 제도와 권력에 의해 변화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폴 비릴리오가 자유 부동 제어free-floating control의 초고속 형태ultra-rapid forms라는 새로운 통제 방식을 구상하고 분석한 것을 언급하며, 규율사회에서 통제 사회로의 변화가 유전공학, 분자 공학, 전자기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들뢰즈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스스로 개인 정보를 입력해서 거대한 통치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오늘날의 인간의 모습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묘사한 빅브라더의 지배는 전체주의로 실현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모습으로 더욱 은밀하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스며든 것이다. "
들뢰즈는 근대의 규율사회가 닫힌 공간을 만드는 고정된 주형mold의 방식을 따르는 반면 현대의 통제 사회(성과사회)는 연속적이고 열린 공간을 만드는 변조modulation의 방식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조의 방식은 더 유연하고 촘촘하게 개인을 길들이면서 통제할 수 있다. 예컨대 근대의 규율사회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이윤을 창출했다면 현대의 통제 사회에서는 금융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들뢰즈는 규율사회의 동물을 두더지로, 통제 사회의 동물을 뱀으로 비유한다. 두더지는 우직하게 구멍을 파지만 뱀은 유연하게 움직여서 경로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들뢰즈는 "뱀의 똬리coil는 두더지의 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라는 말로 통제 사회의 정교한 움직임을 암시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낸시 프레이저는 규율사회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디즘에, 통제 사회가 소량 생산 소량 소비의 포스트포디즘에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포스트포디즘은 피라미드식 위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형 조직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연속적이고 유연한 축적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는 들뢰즈가 말하는 리좀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라캉, 들뢰즈, 바디우와 함께하는 도시의 정신분석 1 - 과잉 도시 pp.62~63, 장용순 지음
ifrain님의 문장 수집: " 들뢰즈는 근대의 규율사회가 닫힌 공간을 만드는 고정된 주형mold의 방식을 따르는 반면 현대의 통제 사회(성과사회)는 연속적이고 열린 공간을 만드는 변조modulation의 방식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조의 방식은 더 유연하고 촘촘하게 개인을 길들이면서 통제할 수 있다. 예컨대 근대의 규율사회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이윤을 창출했다면 현대의 통제 사회에서는 금융을 통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들뢰즈는 규율사회의 동물을 두더지로, 통제 사회의 동물을 뱀으로 비유한다. 두더지는 우직하게 구멍을 파지만 뱀은 유연하게 움직여서 경로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들뢰즈는 "뱀의 똬리coil는 두더지의 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라는 말로 통제 사회의 정교한 움직임을 암시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낸시 프레이저는 규율사회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디즘에, 통제 사회가 소량 생산 소량 소비의 포스트포디즘에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포스트포디즘은 피라미드식 위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형 조직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연속적이고 유연한 축적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는 들뢰즈가 말하는 리좀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
<신이 되기는 어렵다> 이후 들뢰즈에 관해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침 처음에 올려주신 그림에 있는 뱀이 연상되는 대목도 나옵니다.
ifrain님의 대화: <신이 되기는 어렵다> 이후 들뢰즈에 관해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습니다. 마침 처음에 올려주신 그림에 있는 뱀이 연상되는 대목도 나옵니다.
'변조의 방식은 더 유연하고 촘촘하게 개인을 길들이면서 통제할 수 있다.' 뱀과 같은 유연성으로 그때 그때 필요한 경계를 유동적으로 에워싸고, 경계가 가변적이기 때문에 똬리의 안에 있는 존재는 자신이 갇혀있다는 느낌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 같네요. <1984>나 <시녀 이야기>는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감시와 억제로 자유를 묶어두는 디스토피아라면, <멋진 신세계>나 <화씨 451>은 쾌감과 환락으로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켜 자유를 잊게 만드는 디스토피아죠. 우리가 사는 현실은 위 작품들의 세계처럼 완전한 디스토피아도, 유토피아도 아니죠. 그럼에도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향을 꼽으라면 저는 후자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함과 안락함, 상쾌함과 즐거움으로 유도함으로서 반대의 세계가 있다는 상상력과 적응의 자유를 상실하는 거죠.
"익숙해지고도 남았을 시간 아닙니까!" 부장이 목청 높여 갈라지는 목소리로 색색대며 고함쳤다. "여기서 일한 지 벌써 꽤 됐는데 이제껏 사소한 사건 세 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니요. 보로닌, 당신은 실험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안드레이가 우울하게 말했다. "배우십시오. 배워야지요. 우리 모두는 배우는 중입니다."
저주받은 도시 p.17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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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 "익숙해지고도 남았을 시간 아닙니까!" 부장이 목청 높여 갈라지는 목소리로 색색대며 고함쳤다. "여기서 일한 지 벌써 꽤 됐는데 이제껏 사소한 사건 세 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니요. 보로닌, 당신은 실험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안드레이가 우울하게 말했다. "배우십시오. 배워야지요. 우리 모두는 배우는 중입니다.""
"나는 토마토나 키우고 싶습니다!" 부장이 말했다. "토마토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여기서는 왜인지 얼마를 준대도 토마토를 못 구하니…… 보로닌, 당신은 지금 일을 하는 중이고, 당신이 뭘 하고 싶은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가운데 건물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받은 겁니다. 그 사건을 수사하십시오. 당신이 능력 없다는 건 나도 압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건물 사건을 당신에게 맡기지 않았겠지요. 지금 같은 상황이니 맡기는 겁니다. 왜냐고요? 당신이 우리 사람이니까요, 보로닌. 왜냐하면 당신은 여기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게 아니라, 투쟁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험을 위해 이곳으로 왔으니 말입니다. 그런 사람은 거의 없어요, 보로닌.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당신 직급은 알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주받은 도시 p.17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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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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