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은화님의 문장 수집: ""나는 토마토나 키우고 싶습니다!" 부장이 말했다. "토마토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여기서는 왜인지 얼마를 준대도 토마토를 못 구하니…… 보로닌, 당신은 지금 일을 하는 중이고, 당신이 뭘 하고 싶은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가운데 건물 사건을 수사하라고 지시받은 겁니다. 그 사건을 수사하십시오. 당신이 능력 없다는 건 나도 압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건물 사건을 당신에게 맡기지 않았겠지요. 지금 같은 상황이니 맡기는 겁니다. 왜냐고요? 당신이 우리 사람이니까요, 보로닌. 왜냐하면 당신은 여기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게 아니라, 투쟁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험을 위해 이곳으로 왔으니 말입니다. 그런 사람은 거의 없어요, 보로닌.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당신 직급은 알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안드레이는 문을 살며시 닫고 벽에 기대어 섰다. 내면에 불확실한 공허감이,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꾸중을, 상사에게 꾸중을, 날카로운 책망을 들으리라고 예상했고 어쩌면 해고당하거나 경찰로 소속을 변경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사는 그러기는커녕 사실상 자신을 추켜세웠고 다른 사람들 가운데 특별하다고 해 주었으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건을 신임해 맡겼다. 불과 1년 전, 청소부였을 때라면 업무상 질책을 받으면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중요한 임무를 받으면 크나큰 희열과 뜨거운 열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두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살펴보려 애쓰는 동시에 또 다른 한편으로 피할 수 없는,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마땅히 직면할 수밖에 없는, 난처하고 불편한 심경을 다음으로 애썼다.
저주받은 도시 p.181~18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친구, 그 사건은 벌써 몇 년째 진행 중이야. 벽 아래에서 종종 산산조각 난 사람들이 발견되지. 벽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게 틀림없는 사람들이……"
저주받은 도시 p.18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도시에 소문이 돌았다. 우유 가게 앞에 늘어선 줄에서, 이발소에서, 그리고 동네 식당에서는 도시를 배회하다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벌리고선 숨죽인 채 부주의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끔찍한 붉은 건물에 대한 갓 태어난 전설이 불길한 속삭임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저주받은 도시 p.19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실종 사건은 테러 분위기를 부추기기 위한 평범한 살인 사건으로 분노한다. 헛소리와 위험한 속삭임과 거짓의 혼돈 속에서 지금도 계속 활동 중일 정보원들을, 불길한 안개를 드리우는 중심을 찾아야 한다……
저주받은 도시 p.19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1부와 2부의 느낌이 다른 점은, [도시]의 불가사의를 대응하고 파헤치는 방식입니다. 이는 목차의 소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안드레이의 직업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고요. 1부에서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원숭이 떼가 핵심이었다면 2부는 붉은 건물이 주요 소재입니다. 안드레이가 청소부일 때는 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을 모아 외곽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겨야 했죠. 그리고 안드레이는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도시]로 몰려든 검은 원숭이 떼를 거리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반면 붉은 건물은 쓰레기나 원숭이처럼 치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불시에 이곳 저곳에 나타나며, 그것을 목격했거나 빠져나온 사람들의 소문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수사관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안드레이는 탐정이 되어 건물의 근원을 역추적하고 이때부터 작품은 추리물이 됩니다. 1부에서의 [도시]는 지저분하고 통제할 수 없어서 그저 적응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2부의 [도시]는 모퉁이와 골목마다 가려진 그림자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겹겹이 쌓인 정보와 소문들이 만들어낸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헤매는 인상을 줍니다. 둘 다 [도시]의 불가해함을 다루지만 전개되는 방식은 각각 다르게 펼쳐지죠. [도시]의 풍광을 직접 낱낱이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사건와 주인공의 직업을 통해 머리에 그려지는 [도시]의 인상과 느낌이 달라지는 것도 감상의 묘미네요.
당신이 우리 사람이니까요. 보로닌. 왜냐하면 당신은 여기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게 아니라, 투쟁하고 있으니까! 당신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험을 위해 이곳으로 왔으니 말입니다.
저주받은 도시 p.178,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곳에, 바로 이 도시에, 우리 곁에, 우리 중에 실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다소 계산적인 이유로 온 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니힐리스트들, 내부의 은둔자들, 믿음을 잃은 분자들, 아나키스트들이지요.
저주받은 도시 p.17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 사건은 벌써 몇 년째 진행 중이야. 벽 아래에서 종종 산산조각 난 사람들이 발견되지. 벽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게 틀림없는 사람들이......"
저주받은 도시 p.18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도시에 소문이 돌았다. 우유 가게 앞에 늘어선 줄에서, 이발소에서, 그리고 동네 식당에서는 도시를 배회하다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벌리고선 숨죽인 채 부주의한 사람들을 기다리는 끔찍한 붉은 건물에 대한 갓 태어난 전설이 불길한 속삭임이 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저주받은 도시 p.19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 모든 소문과 이야기에 따르면 집 내부는 텅 비어 있다. 강도들이나 사디스트 도착자들, 털복숭이 흡혈 괴물이 숨어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돌로 된 내장 같은 복도가 갑자기 수축하여 희생양을 납작하게 짓누를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발밑에서는 새카만 구멍들이 얼음장 같은 무덤의 악취를 내뿜으며 열린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힘이 음울하게 수축하는 길과 터널로 사람을 밀어 넣어 마지막 남은 돌 틈새로 기어 들어가 끼게 만든다고 한다. 벽지가 다 터진 텅 빈 방들에서는 천장에서 떨어진 회칠 조각들 사이로 끔찍하게 썩어 버린 부서진 뼈들이 피가 딱딱하게 굳은 넝마 위로 툭 튀어나와 있다고 한다......
저주받은 도시 pp.190~19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잠깐만요, 파니 후사코바. 그렇다면 뭣 하러 그 허황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다니신 겁니까?" 안드레이가 말했다. "사람들이 듣는데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우? 사람들은, 특히나 우리 같은 노인들은 심심하다우……"
저주받은 도시 p.21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러는 동안 안드레이는 자신이 대체 무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게임의 목적이 뭔지, 규칙이 뭔지,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이해해 보려 애썼다. 또, 어쩌다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느냐는 물음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닿기라도 할 듯 큰 소리로 울려 댔다. 그가 속한 군대의 믿음직스러운 군인이자 언제든 그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살인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고 그의 목표 말고 다른 목표는 전혀 모르는 자신이, 그가 정한 방식 말고는 그 어떠한 방식도 믿지 않는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계획과 세계의 계획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쩌다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을까.
저주받은 도시 p.24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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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문장 수집: "그러는 동안 안드레이는 자신이 대체 무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 게임의 목적이 뭔지, 규칙이 뭔지, 왜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이해해 보려 애썼다. 또, 어쩌다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느냐는 물음이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에 닿기라도 할 듯 큰 소리로 울려 댔다. 그가 속한 군대의 믿음직스러운 군인이자 언제든 그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고 그를 위해 살인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고 그의 목표 말고 다른 목표는 전혀 모르는 자신이, 그가 정한 방식 말고는 그 어떠한 방식도 믿지 않는 자신이, 위대한 전략가의 계획과 세계의 계획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어쩌다 위대한 전략가의 적이 되어 버렸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h_2CQ0G_Xdo 책의 228쪽부터 쭉 진행되는 '위대한 전략가'와 체스를 두는 묘사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실물 체스나 <황산벌>에서 나온 인간 장기가 생각났습니다. 인공말로 둘 때는 게임에 불과했지만, 실제 사람을 말로 두게 되면 이것이 전쟁을 기반으로 한 '전략전술 대결'이라는 섬뜩한 사실이 됩니다. 체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일반적인 범인凡人과 목적을 염두에 두는 전략가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대조되는 구도입니다. 이 게임에서 안드레이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친구 왕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죠. 안드레이가 졸卒의 위치인 폰을 지키는데 급급한데 비해 '전략가'는 필요하다면 폰을 잡기 위해 전차병-비숍 같은 패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해버리는 무정함을 보여줍니다. '전략가'에게는 자기 말들이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체스말은 아무리 뛰어나봐야 체스말일 뿐이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쓰임을 다하면 상대 말에게 잡아먹혀야 하죠. 안드레이는 왜 자신도 똑같이 헌신했던 이념의 신봉자인 '전략가'와 자신이 맞서는 위치에 있는지 자문하죠. 아무리 사상과 주의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순간은 결국 누군가를 희생할 수 있는 비정함이 있느냐 없느냐임을 보여줍니다. 안드레이는 사회주의와 민중의 해방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이념가이지만 막상 그 이념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정치 게임과 경쟁의 장에 들어서자 왕과의 인연에 끌려다니죠. 인연과 인간적 감정에 묶여있는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이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하며, 결코 이념을 완성시킬 수 없는 장기말 같은 존재들이기에 언젠가는 그 이념에 역으로 잡아먹힐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전략가'는 이념을 지상에 구현하고 완성하려면 무정하고 비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체스와 정치라는 게임,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무표정하며 인간이 아닌 듯한 전략가(스탈린)는 [실험]과 [인도자]와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이유도 목적도 모르는 [실험]을 구상하는 [인도자]들은 과연 정말로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이 있을까요?
그때 안드레이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게임들 가운데 가장 숭고하며 위대한 게임이고 언젠가 인류가 스스로에게 제시했던 위대한 목적을 기치로 내건 게임이지만, 안드레이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저주받은 도시 p.24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곳은 무엇이든 제때 하지 않으면 아예 못 하도록 정해져 있었고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을 번복하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저주받은 도시 p.22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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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나는 이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모든 게 이래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없다…… 그럴 수가 없다. 배우고 싶지도 않다……
저주받은 도시 p.247,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https://en.wikipedia.org/wiki/Mikhail_Tukhachevsky 체스 대목에서 '전차병(비숍)'으로 언급되던 미하일 투하쳅스키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체스에서는 비숍이 대각선으로 칸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동성 면에서 중요한 말로 평가받는데요. 그의 종횡무진하던 전공과 무훈 그리고 인생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묘사 같네요. 투하쳅스키는 1893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방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에 중위로 입대하였고 1915년에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고요. 이 당시부터 이미 투하쳅스키는 포부가 대단하였는데 30살까지 장군이 되지 못하면 자신은 전장 어디에선가 죽어있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다섯 번의 탈옥 시도 끝에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여 1917년에는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에 가입합니다. 제정 러시아 때 장교로서의 교육과 경험을 갖춘 그는 적백내전 시기에 활약하면서 점차 무훈을 쌓게 되고요. 그러나 1920년에 러시아가 서쪽으로 확장하던 와중 폴란드-우크라이나와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바르샤바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스탈린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이 당시의 스탈린은 아직 서기장이 되기 전으로, 패전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비판했기 때문이죠. 투하쳅스키는 아직 후진적이었던 소련의 붉은 군대를 개혁하기 위해 현대적인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한 복합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강조하고, 현지의 군대와 사령관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수단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탈린은 투하쳅스키를 매우 싫어했지만 군의 현대화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그에게 권한을 맡겼다고 해요. 하지만 부됸니 (책의 주석에도 나오던 체스말 중 한 명) 를 비롯한 소련군 내 기존 장군들의 반대와 시기를 받아 해임됩니다. 투하쳅스키는 '종심 타격이론'의 군사이론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모루가 될 주력부대가 상대의 주력부대와 대치하여 맞서는 동안 틈이 생기면 기동력이 높은 기동부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틈으로 돌파해 들어가 적의 후방 급소를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기계화 된 병기와 부대 즉 현대화된 군대가 필요하며,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과 장교들이 요구되죠. 말은 단순하지만 당시 소련의 현실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매우 '시대를 앞선'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1936년에 투하쳅스키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1937년 5월에 극비리에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압송됩니다. 온갖 고문을 당하여 몸과 정신이 무너진 그는 자신이 독일과 내통한 스파이라고 자백했다는데... 당연히 정황상 이것이 진실일지는 지금도 미지수죠. 같은 해 6월, 몇 명의 배반 혐의가 있는 장성들과 함께 투하쳅스키는 당일 저녁 11시 35분에 사형 판결을 받습니다. 선고를 받은 지 1시간도 안되어 투하쳅스키는 그의 감방으로 끌려 들어가 머리 뒤에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그가 고문 이후에 쓴 자백서인데 중간의 얼룩들은 당시 흘린 핏자국이라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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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대화: https://www.youtube.com/watch?v=h_2CQ0G_Xdo 책의 228쪽부터 쭉 진행되는 '위대한 전략가'와 체스를 두는 묘사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실물 체스나 <황산벌>에서 나온 인간 장기가 생각났습니다. 인공말로 둘 때는 게임에 불과했지만, 실제 사람을 말로 두게 되면 이것이 전쟁을 기반으로 한 '전략전술 대결'이라는 섬뜩한 사실이 됩니다. 체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일반적인 범인凡人과 목적을 염두에 두는 전략가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대조되는 구도입니다. 이 게임에서 안드레이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친구 왕을 어떻게든 살려내는 것이죠. 안드레이가 졸卒의 위치인 폰을 지키는데 급급한데 비해 '전략가'는 필요하다면 폰을 잡기 위해 전차병-비숍 같은 패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해버리는 무정함을 보여줍니다. '전략가'에게는 자기 말들이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체스말은 아무리 뛰어나봐야 체스말일 뿐이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쓰임을 다하면 상대 말에게 잡아먹혀야 하죠. 안드레이는 왜 자신도 똑같이 헌신했던 이념의 신봉자인 '전략가'와 자신이 맞서는 위치에 있는지 자문하죠. 아무리 사상과 주의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순간은 결국 누군가를 희생할 수 있는 비정함이 있느냐 없느냐임을 보여줍니다. 안드레이는 사회주의와 민중의 해방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이념가이지만 막상 그 이념을 실현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정치 게임과 경쟁의 장에 들어서자 왕과의 인연에 끌려다니죠. 인연과 인간적 감정에 묶여있는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이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하며, 결코 이념을 완성시킬 수 없는 장기말 같은 존재들이기에 언젠가는 그 이념에 역으로 잡아먹힐 수 있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전략가'는 이념을 지상에 구현하고 완성하려면 무정하고 비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체스와 정치라는 게임,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 있는 무표정하며 인간이 아닌 듯한 전략가(스탈린)는 [실험]과 [인도자]와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누구도 가늠할 수 없고, 이유도 목적도 모르는 [실험]을 구상하는 [인도자]들은 과연 정말로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안위와 행복에 관심이 있을까요?
전 처음에 체스 두는 부분을 읽으면서 '이게 뭔 상황이야' 했습니다.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인간 말로 두는 체스더라고요. @은화 님 처럼 '이거 영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장면인데?' 했지만 정작 어떤 영화인지는 끝내 생각해내지 못했죠. ㅎㅎ 체스를 두는 문화권에선 인간 말로 두는 체스를 흔히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코는 차추아와는 무관한 자신만의 생을 살고 있었다. 코는 수사관 차추아의 걱정 따위는 조금도 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저주받은 도시 p.195,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독일 놈들이 왔을 때는 앉아서 입을 딱 닫고 있어야 했지. 1948년 이후에도 또다시 입을 딱 닫고 보기만 해야 했우. 황금빛 봄이 왔을 때는 입을 아주 조금은 열어도 됐지. 그런데 세상에, 러시아인들이 전차를 타고 와서는 또 닥치라고, 또 조용히 하라고 했고...... 그러다 여기로 오게 됐는데, 여기도, 그러니까, 똑같구먼......"
저주받은 도시 p.210,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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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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