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그는 거대한 차량과 대인원을 이동시키는 범위 내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했다. 그는 순진하고 또 단순하게도 타인의 땅을 확신에 차 가로지르는 그의 장갑 함대가, 다발식 엔진을 장착하고 폭탄과 낙하산병들을 가득 채운 날아다니는 요새가, 타인의 땅 위 구름 속을 헤엄치는 요새가 영원토록 모든 것을 결정하리라는 사고에 익숙했으며 이 구체적인 꿈이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 물론 종종 천재적인 전략가가 정말로 천재적인지, 장갑차가 공격해야 할 시점과 공격이 향해야 할 방향을 동시에 결정할 수 있는지 빤한 의심을 해 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다른 이도 아닌 자신을, 이토록 유능하고 이토록 강인한, 다시없을 인물을 희생시킬 수 있는지, 엄청난 노력과 노동을 기울여 이룩한 그 모든 것을 어떻게 희생시킬 수 있는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리고 이해할 새도 없었다)……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은화님의 대화: 투하쳅스키는 죽어서도 제대로 묻히지 못했더군요. 돈스코예라는 지역에는 대규모 화장터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스탈린과 소련 공산당에 의해 처형된 주요 정계 인물들의 재가 함께 묻혔다고 합니다. 장소 자체도 악의적인 게, 과거 제정 러시아 시절 동방 정교회가 있었으나 소련의 박해로 철거된 곳으로 골랐다네요. 당연히 스탈린과 공산당의 위세가 한창일 때는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추모 공간이 되어 희생자들을 기리는 곳으로 바뀌어 있고요. 여러모로 비극적인 인생이라 지금까지도 러시아인들에게 기억되는 거겠죠. 포부와 능력과 자신감이 충만했으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주변환경에 의해 휩쓸리고 좌절 당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당시 독일도 투하쳅스키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걸 알았기에 일부러 소련 정보기관에 그가 서방과 내통한다는 거짓 정보들을 흘렸다고 하네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스탈린이나 소련에서 거짓 정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독일과 스탈린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옳다구나 하고 일부러 거짓임을 알면서도 투하쳅스키를 제거할 구실을 서로 서로 이용한 게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시대와 운과 사람이 따르지 않으면 어찌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인이네요. 조국에 충성을 다했음에도 적대국과, 지도자와, 주변의 전우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살다 간 운명..
흐루시쵸프 시절에 스탈린 격하 운동과 더불어 스탈린에 의해 억울하게 숙청당했던 인물의 복권 작업이 잠깐 이루어져서 투하체프스키 얼굴 나온 우표도 발행되고 했었지만 죽어서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2부를 완독했습니다. 안드레이가 갑자기 수사관이 되어 놀랐습니다. 정말 뜬금없는 전개. 각주가 없었다면 전혀 스타린을 떠오르지 못할 만큼 그 역사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생각해 보니 작가님의 작정한 돌려까기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부는 좀 스릴러 같은 전개 같기도 해서 빠져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안드레이의 미래가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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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략가가 위대한 이유는 모든 규칙을 지키며 게임 할 줄 아는 자가 이기지 않는다는 것을, 필요한 순간에 그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은 모르는 자신만의 규칙들을 게임에 적용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그 규칙에서마저 벗어나는 자가 이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어쩌면 날 때부터 알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이 상대의 말보다 덜 위험하다고 말한 자 누구인가? 개소리다. 자신의 말이 상대의 말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킹을 보호해야 한다고, 체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자 누구인가? 개소리다. 필요한 순간 나이트라든가 심지어는 폰으로 대체할 수 없는 킹은 없다. 마지막 행에 도달한 폰은 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자 누구인가? 개소리다. 때로는 그냥 폰으로 두는 편이 훨씬 유용하다. 다른 폰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낭떠러지 끝에 서 있게 두는 편이 좋다……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방금은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던 도널드가 체스보드에서 치워졌고 탁자 위 샴페인 잔 옆에 그가 남긴 권총과 유서가 놓였다. ‘기뻐하며 오지 말고 슬퍼하며 가지 마라. 권총은 보로닌에게 전해 주시오. 언젠간 쓸모 있을 테니.’ 벌써 아버지와 형이 할머니의 시체를, 오래된 침대보로 둘둘 감아 꿰맨 예브게니야 로마노브나의 시체를 얼음장 같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마당의 시체 더미 위에 얹었다…… 아버지는 피스카룝카 어딘가에 위치한 형제의 묘에 시체를 묻었고 음울한 운전사는 묏자리 하나에 최대한 많이 매장하기 위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으로부터 면도하지 않은 얼굴을 숨기며 얼어붙은 시체들 위로 로드롤러를 왔다 갔다 몰아 평평하게 다졌다…… 그리고 위대한 전략가는 너그럽게, 즐겁게, 악랄한 기쁨을 느끼면서 자신의 말과 타인의 말을 처단했고 턱수염을 기르고 훈장을 단, 그의 말끔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끔찍한 고문을 받다 죽었고 퀸이 되기 위해 서로를 밟아 가며 전진했으나 폰으로 남았다……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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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방금은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던 도널드가 체스보드에서 치워졌고 탁자 위 샴페인 잔 옆에 그가 남긴 권총과 유서가 놓였다. ‘기뻐하며 오지 말고 슬퍼하며 가지 마라. 권총은 보로닌에게 전해 주시오. 언젠간 쓸모 있을 테니.’ 벌써 아버지와 형이 할머니의 시체를, 오래된 침대보로 둘둘 감아 꿰맨 예브게니야 로마노브나의 시체를 얼음장 같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마당의 시체 더미 위에 얹었다…… 아버지는 피스카룝카 어딘가에 위치한 형제의 묘에 시체를 묻었고 음울한 운전사는 묏자리 하나에 최대한 많이 매장하기 위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으로부터 면도하지 않은 얼굴을 숨기며 얼어붙은 시체들 위로 로드롤러를 왔다 갔다 몰아 평평하게 다졌다…… 그리고 위대한 전략가는 너그럽게, 즐겁게, 악랄한 기쁨을 느끼면서 자신의 말과 타인의 말을 처단했고 턱수염을 기르고 훈장을 단, 그의 말끔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끔찍한 고문을 받다 죽었고 퀸이 되기 위해 서로를 밟아 가며 전진했으나 폰으로 남았다……"
이 대목에서 안드레이의 가족을 피스카룝카에 집단 매장했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피스카룝카는 독소전쟁 당시 레닌그라드 봉쇄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매장지였다고 합니다. <노변의 피크닉>을 읽을 때 @은화 님께서 형제 작가 중 동생 보리스가 레닌그라드 봉쇄를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였다는 사실을 알려 주셨죠. 보리스가 어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참혹한 기억을 작품 속에 넣었나 봅니다.
경쟁자들이 아니라 바로 파트너들이, 동맹자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으며 게임은 단 하나의 유일한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지지 않고 모두가 이길 뿐이었다. 물론 승리의 순간까지 살아남지 못한 자들은 예외겠지만……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 우리 중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사라졌어. 군에서는 사령부의 명령에 어디로, 왜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지 않거든…… 그 후로 난 그를 보지 못했어……” 나도 그랬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나도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편지가 두 통 왔다. 하나는 엄마에게, 하나는 나에게. 그 후 엄마에게 부고가 날아들었다. ‘귀하의 아들,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보로닌은 사령부의 군사 명령을 이행하던 중 명예롭게 전사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위대한 전략가가 처음으로 미국 제국군과 겨루며 자신의 힘을 시험했던 한국의 맑은 분홍빛 하늘 아래에서. 전략가는 자신의 위대한 게임을 했고 세료자는 자신의 그 많은 영예훈장들과 함께 그곳에 남았다……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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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님의 문장 수집: "“[…] 우리 중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사라졌어. 군에서는 사령부의 명령에 어디로, 왜 가야 하느냐고 물어보지 않거든…… 그 후로 난 그를 보지 못했어……” 나도 그랬다. 안드레이가 생각했다. 나도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편지가 두 통 왔다. 하나는 엄마에게, 하나는 나에게. 그 후 엄마에게 부고가 날아들었다. ‘귀하의 아들,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보로닌은 사령부의 군사 명령을 이행하던 중 명예롭게 전사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위대한 전략가가 처음으로 미국 제국군과 겨루며 자신의 힘을 시험했던 한국의 맑은 분홍빛 하늘 아래에서. 전략가는 자신의 위대한 게임을 했고 세료자는 자신의 그 많은 영예훈장들과 함께 그곳에 남았다……"
안드레이의 형은 레닌그라드 봉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나중에 한국전쟁에 보내져 전사했나 보군요. 소련은 한국전쟁의 공식 참전국은 아니었으나 애초 스탈린의 승인 하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만큼, 소련 군인들도 비밀리에 파병됐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나쁜 군인일 뿐이다. 정확히는, 군인일 뿐이다. 고작 군인이다. 사고할 줄 모르는, 그렇기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군인 말이다. 나는 위대한 전략가의 파트너나 동맹자가 아니라 그의 거대한 기계 속 자그마한 부품에 불과하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그의 이해할 수 없는 게임 탁자가 아니라 왕의 옆자리, 유라 삼촌과 셀마의 옆자리다……
저주받은 도시 제2부 수사관 제2장,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향팔님의 대화: 붉은군대를 창설한 군사 지도자(“조련사”)이자 뛰어난 대중 연설가(“위대한 연단”)였고, 스탈린의 최대 정적이었던 레프 트로츠키의 최후가 아주 상징적으로 묘사돼 있네요. 스탈린이 보낸 스페인인(“올리브처럼 까무잡잡…”)에게 등산용 피켈(“녹이 슨 커다란 삽”)로 암살당한 장소가 망명지 멕시코(“열대의 태양”)였다는 것까지…
2부 체스 장면을 읽으면서도 잘 몰랐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는데 러시사 역사를 알면 좋을 것 같은데, 전혀 모르니 작가의 상상대로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ㅜㅜ
himjin님의 대화: 2부 체스 장면을 읽으면서도 잘 몰랐었는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는데 러시사 역사를 알면 좋을 것 같은데, 전혀 모르니 작가의 상상대로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ㅜㅜ
저도 러시아 근현대사에 까막눈이라 작가가 의도한 바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2부를 읽은 것 같아 아쉽긴하더라구요.
은화님의 대화: https://en.wikipedia.org/wiki/Mikhail_Tukhachevsky 체스 대목에서 '전차병(비숍)'으로 언급되던 미하일 투하쳅스키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체스에서는 비숍이 대각선으로 칸 제한 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기동성 면에서 중요한 말로 평가받는데요. 그의 종횡무진하던 전공과 무훈 그리고 인생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묘사 같네요. 투하쳅스키는 1893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방 근처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에 중위로 입대하였고 1915년에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고요. 이 당시부터 이미 투하쳅스키는 포부가 대단하였는데 30살까지 장군이 되지 못하면 자신은 전장 어디에선가 죽어있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다섯 번의 탈옥 시도 끝에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여 1917년에는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에 가입합니다. 제정 러시아 때 장교로서의 교육과 경험을 갖춘 그는 적백내전 시기에 활약하면서 점차 무훈을 쌓게 되고요. 그러나 1920년에 러시아가 서쪽으로 확장하던 와중 폴란드-우크라이나와 충돌하게 되는데 이 때 바르샤바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스탈린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이 당시의 스탈린은 아직 서기장이 되기 전으로, 패전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비판했기 때문이죠. 투하쳅스키는 아직 후진적이었던 소련의 붉은 군대를 개혁하기 위해 현대적인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한 복합적인 작전수행 능력을 강조하고, 현지의 군대와 사령관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통신수단도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스탈린은 투하쳅스키를 매우 싫어했지만 군의 현대화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그에게 권한을 맡겼다고 해요. 하지만 부됸니 (책의 주석에도 나오던 체스말 중 한 명) 를 비롯한 소련군 내 기존 장군들의 반대와 시기를 받아 해임됩니다. 투하쳅스키는 '종심 타격이론'의 군사이론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모루가 될 주력부대가 상대의 주력부대와 대치하여 맞서는 동안 틈이 생기면 기동력이 높은 기동부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틈으로 돌파해 들어가 적의 후방 급소를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기계화 된 병기와 부대 즉 현대화된 군대가 필요하며, 속도전 내지는 전격전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과 장교들이 요구되죠. 말은 단순하지만 당시 소련의 현실에서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매우 '시대를 앞선'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1936년에 투하쳅스키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1937년 5월에 극비리에 체포되어 모스크바로 압송됩니다. 온갖 고문을 당하여 몸과 정신이 무너진 그는 자신이 독일과 내통한 스파이라고 자백했다는데... 당연히 정황상 이것이 진실일지는 지금도 미지수죠. 같은 해 6월, 몇 명의 배반 혐의가 있는 장성들과 함께 투하쳅스키는 당일 저녁 11시 35분에 사형 판결을 받습니다. 선고를 받은 지 1시간도 안되어 투하쳅스키는 그의 감방으로 끌려 들어가 머리 뒤에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첨부된 사진은 그가 고문 이후에 쓴 자백서인데 중간의 얼룩들은 당시 흘린 핏자국이라고 하고요..
이런 내용 알고 2부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감사합니다!^^주말에 2부 다시 훑어 봐야 겠어요.
borori님의 대화: 2부를 완독했습니다. 안드레이가 갑자기 수사관이 되어 놀랐습니다. 정말 뜬금없는 전개. 각주가 없었다면 전혀 스타린을 떠오르지 못할 만큼 그 역사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생각해 보니 작가님의 작정한 돌려까기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부는 좀 스릴러 같은 전개 같기도 해서 빠져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안드레이의 미래가 걱정되네요.
스탈린을 찬양하는 별칭 중에 'great helmsman (위대한 조타수)'가 있었지요...
https://en.wikipedia.org/wiki/Semyon_Budyonny 부됸니에 대해서도 찾아봤습니다. 세묜 미하일로비치 부됸니는 1883년에 돈 카자크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이전부터 카자크인들의 문화가 강했고, 카자크 기병대도 있었기에 말을 일찍이 접하는 환경이었는데요. 부됸니도 20대에 기병으로 입대한 뒤 제정 러시아와 붉은 군대에서 기병대로서 활약합니다. 처음에 트로츠키는 부됸니의 기병대 창설 제안을 탐탁치 않아 했는데요. 기병대라는 존재 자체가 왕자와 남작/백작, 기사 같은 구계급의 흔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에도 트로츠키는 "부됸니의 무리는 이 코자크 지도자가 이끄는 대로 어디든 따라갈 것이다. 오늘은 적군의 편에서, 내일은 백군의 편에서." 라며 경멸적으로 말할 정도였고요. 소설 속 체스 게임에서 트로츠키와 부됸니 간의 묘한 기류가 이제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트로츠키의 우려와 달리 부됸니의 기병들은 적백내전 때 백군을 크게 패퇴시키면서 그의 정치적/군사적 입지도 상승합니다. 허나 차츰 시대가 흐르면서 현대화 된 무기와 교리가 도입되고 있었으나 부됸니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부됸니는 말을 매우 좋아했고, 말에 대해서라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졌기 때문에 기병 지휘관인 그로서는 전차와 항공기로 기동력을 대체하려는 투하쳅스키가 밀어붙인 군의 현대화가 못마땅했나 봅니다. 투하쳅스키를 체포한 후 사형 선고를 내리는 자리에 있던 판사 중 한 명이 부됸니였고요. 이때 투하쳅스키의 죄에 대한 증언으로 부됸니는 '투하쳅스키의 소련군 현대화 개조와 전차단 창설 시도는 기병대에 비해 비논리적이고 열등하여 군을 내부에서 망가뜨리려던 파괴 공작'이라고 말했답니다. 참... 뒤끝이 장난 아닌 사람이네요. 웃긴 건 나중에 숙청의 여파가 부됸니에게도 미쳐서, 소련의 보안기관 NKVD가 그를 체포하러 집에 들이닥쳤을 때 부됸니는 즉시 스탈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여 체포를 면했다고 합니다. 과잉충성의 과정에서 스탈린도 모르게 부됸니가 숙청 목록에 오른 걸지, 아니면 스탈린의 '냉혹한 전략가'로서의 가면극인지 진실은 모르겠네요.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부됸니는 남서부 전선의 사령관이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독일군에게 포위 당하여 비행기로 탈출하지만 150만 명의 소련군은 그대로 포로가 되는 대참패를 겪었는데도 스탈린의 친구였기 때문에 별다른 처벌도 없었다 하고요. 그래도 차마 처참한 전과를 묵인할 수는 없었는지 이후 부됸니는 전선에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만 머무르다 별 탈 없이 90세까지 천수를 누리고 살다 갑니다. 소련 초기의 5대 원수 중에서 스탈린과 공산당의 대숙청에서 살아남은 둘 중 한 명이 부됸니였습니다. 사진 윗줄의 왼쪽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부됸니, 아랫줄 왼쪽이 투하쳅스키입니다.
“좋소이다. 그 얘기는 아직 하지 마십시다. 실험은 실험이고, 밧줄은 한낱 노끈에 불과할지니…… 이곳에서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곤 합디다. 거의 모두가 말이오. 게다가 그런 건 그 어떤 종교도 내다보지 않았지요. 한데 나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구려. 어째서 이곳에서도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남아 있는 거요? 절대악이 지배하는 왕국, 문에 ‘희망은 뒤로하고 들어오라……’라고 쓰여 있는 왕국에 말이오.”
저주받은 도시 p.256,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예전에 저쪽 세상에서 살 때 회화나 글에서 여러 차례 봤소이다. 성 안토니우스의 고백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지. 물론 그 글은 정전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겐…… 어쨌든 한마디로, 나는 그걸 읽었소. ‘그리고 또 내게 집이 생겼으매 그 집은 살아 있고 움직였으며 낯짝 두꺼운 줄 모르는 행위를 하였고 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방 안을 돌아다니고 잠을 자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더라……’ 내가 얼마나 정확히 인용했는지는 장담 못 하오만 원래 텍스트와 아주 비슷하긴 하오…… 그리고 또 히로니뮈스 보스가 있지…… 나라면 그를 성 히로니뮈스 보스라 했을 거요. 나는 그에게 많은 걸 빚졌소. 그가 나를 이에 대비시켰으니……” 그는 손으로 자기 주위를 넓게 훑었다. “그의 특출한 그림들이란…… 틀림없이 신이 그를 이리로 보냈던 거요. 단테처럼…… 그건 그렇고, 단테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원고가 남아 있는데, 거기에는 그 집이 언급된다오. 묘사가 어땠더라……”
저주받은 도시 pp.260~261,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나는 뭘 말하려던 게 아니오.”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집에 대해 묻길래 나는…… 물론 나는 신께서 영원한 지혜와 가없는 선을 베풀어 이전 생에서도 날 깨우쳐 주시고 나를 준비시킨 것에 감사해야만 하오. 나는 이곳에서 아주, 아주 많은 것을 알아 가고 있고, 이곳에 와 있으면서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힘도 없는 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오. 존재에 대한 지긋지긋한 몰이해와 지은 죄에 대한 지긋지긋한 이해라니. 당연히 그 또한 창조주의 위대하고 현명한 뜻일 수 있소. 자기가 지은 죄는 평생 의식하면서도 배상할 생각은 없는…… 보시오. 예를 들어 생각해 보구려. 젊은이, 대체 왜 신께서 당신을 이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한 것 같소?”
저주받은 도시 p.26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그렇군, 그래. 바로 여기서도 이런 식으로 자유의지에 대한 감각이 발생하는 거군. 이제야 알겠소. 그건 관성이오. 관성일 뿐이오. 젊은이. 당신은 내가 잠시 흔들릴 정도로 대단히 확신에 차서 말했소이다…… 혼돈을 체계화하느니 새로운 세계니…… 아니, 아니오. 관성일 뿐이오. 그건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거요. 지옥은 영원하다는 것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이제 겨우 첫 번째 굴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저주받은 도시 pp.263~26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안드레이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저주받은 도시 p.269,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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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록 음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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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폴스키의 책을 읽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6.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동구권 SF 함께 읽어요!
[함께 읽는 SF소설] 12.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기원 단장과 함께 스토리의 비밀, 파헤칩니다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2. 액션 + 로버트 맥키의 액션스토리 탐험단 시즌 2 : 장르의 해부학 읽기 3. 신화 4. 회고록과 성장물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 4회차[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3) 프랑켄슈타인[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2회차 『로빈슨 크루소』(다니엘 디포, 1719)[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
히어로와 함께
카라마조프의 피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연뮤번개] 3. [독서x관극x모임지기 토크] 우리 몸에 살고 있는 까라마조프를 만나다슬기로운 과학자의 여정
3권의 책 종류
『육식의 종말』완독 하기! (책 증정)[김영사/책 증정] 장안의 화제! 노화과학을 다룬 <우리는 왜 죽는가>를 함께 읽어요 [인플루엔셜/책증정] 진정한 앎은 무엇인가? <지식의 탄생> 읽고 함께 이야기해요!
청명하다, 꾸준히 읽는 중
독서기록용_웍과 칼독서기록용_필요의 탄생독서기록용_제자리에 있다는 것독서 기록용_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
삼국지를 가슴에 품다
삼국지 전권독파 - 요시카와 에이지 버전으로[모집] 평생의 숙제 인간관계, 삼국지의 영웅들에게 답을 묻다 (w. 『최소한의 삼국지』)
혼자이기에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부커상을 받았어요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서울국제작가축제X비채]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함께읽기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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