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팔님의 문장 수집: "방금은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던 도널드가 체스보드에서 치워졌고 탁자 위 샴페인 잔 옆에 그가 남긴 권총과 유서가 놓였다. ‘기뻐하며 오지 말고 슬퍼하며 가지 마라. 권총은 보로닌에게 전해 주시오. 언젠간 쓸모 있을 테니.’ 벌써 아버지와 형이 할머니의 시체를, 오래된 침대보로 둘둘 감아 꿰맨 예브게니야 로마노브나의 시체를 얼음장 같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마당의 시체 더미 위에 얹었다…… 아버지는 피스카룝카 어딘가에 위치한 형제의 묘에 시체를 묻었고 음울한 운전사는 묏자리 하나에 최대한 많이 매장하기 위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으로부터 면도하지 않은 얼굴을 숨기며 얼어붙은 시체들 위로 로드롤러를 왔다 갔다 몰아 평평하게 다졌다…… 그리고 위대한 전략가는 너그럽게, 즐겁게, 악랄한 기쁨을 느끼면서 자신의 말과 타인의 말을 처단했고 턱수염을 기르고 훈장을 단, 그의 말끔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끔찍한 고문을 받다 죽었고 퀸이 되기 위해 서로를 밟아 가며 전진했으나 폰으로 남았다……"
이 대목에서 안드레이의 가족을 피스카룝카에 집단 매장했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피스카룝카는 독소전쟁 당시 레닌그라드 봉쇄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 매장지였다고 합니다. <노변의 피크닉>을 읽을 때 @은화 님께서 형제 작가 중 동생 보리스가 레닌그라드 봉쇄를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였다는 사실을 알려 주셨죠. 보리스가 어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참혹한 기억을 작품 속에 넣었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