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13.저주받은 도시 - 스트루가츠키 형제(1부)

D-29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협력을 강화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종류의 처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기념비적인 사례는, 해당 분야의 두 거물인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와 진화생물학자 W.D. 해밀턴이 1981년 수행한 게임이론 연구에서 제시되었다. 이 연구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두 명의 참가자가 각각 상대방과 협력할지 속임수를 쓸지 결정해야 하는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에 관한 것으로, 두 참가자가 모두 협력하면 각각 약간의 점수를 얻고, 서로 속이면 둘 다 잃는 게임이다. 당연히 항상 협력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대방이 협력하는 동안 당신이 보답하지 않고 뒤통수를 치면 상대방은 점수를 잃고 당신이 가장 큰 보상을 얻지만, 당신이 상대방을 지나치게 신뢰한다면 정반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액설로드와 해밀턴은 여러 게임이론가들에게 어떤 죄수의 딜레마 전략을 취할지 물은 후, 각 전략을 다른 전략과 200번씩 대결하게 하는 컴퓨터화된 라운드 로빈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건부 처벌을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 중에서 가장 단순한 전략인 팃포탯(맞대응) 전략이 우승했다. 팃포탯은 어떻게 전개될까? 먼저 협력한 다음 상대방이 배신하지 않는 한 계속 협력하고, 배신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협력해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계속 속임수를 쓴다면 계속 속임수로 응징하고, 다시 협력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다. 요컨대 명확한 규칙이 있고, 협력으로 시작하고, 부정행위에 비례하여 처벌하며, 다시 협력하면 과거를 용서하는 전략이다. 이 연구를 계기로, 다양한 사회적 종을 대상으로 팃포텟 전략의 변형과 그 진화, 실제 사례를 탐구하는 후속 연구가 시작되었다. "
최후통첩 게임이나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용되는 처벌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를 하는 것으로, '제2차' 처벌이라고 한다. 부정행위를 억제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훨씬 더 효과적인 메커니즘은 외부인이 개입하여 가해자를 처벌하는 '제3차' 처벌이다. 경찰을 생각해보라. 이것은 훨씬 더 정교한 처벌의 영역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유아는 처벌의 기초를 보여주지만 일관성 있게 처벌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제3자 처벌은 이타적인 행동으로,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처벌하려고 대가(예: 자신의 노력)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타성을 반영하듯,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친사회적인 경향을 보이며, 관점 수용과 관련된 뇌 영역이 유난히 활성화되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탁월하다. 더욱이 내집단의 친사회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피험자에게 투여하면 제3자 처벌의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제3자를 처벌하는 제4자 처벌이 있다.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을 고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명예 규정이나, 뇌물을 받은 경찰이 체포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제5자 처벌은, 부패한 경찰을 처벌하지 않은 경찰 심의위원회를 처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6자, 제7자... 나는 지금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행위자를 기꺼이 처벌하려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p.442~443,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최후통첩 게임이나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용되는 처벌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를 하는 것으로, '제2차' 처벌이라고 한다. 부정행위를 억제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훨씬 더 효과적인 메커니즘은 외부인이 개입하여 가해자를 처벌하는 '제3차' 처벌이다. 경찰을 생각해보라. 이것은 훨씬 더 정교한 처벌의 영역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유아는 처벌의 기초를 보여주지만 일관성 있게 처벌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 제3자 처벌은 이타적인 행동으로,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처벌하려고 대가(예: 자신의 노력)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타성을 반영하듯,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친사회적인 경향을 보이며, 관점 수용과 관련된 뇌 영역이 유난히 활성화되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데 탁월하다. 더욱이 내집단의 친사회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피험자에게 투여하면 제3자 처벌의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제3자를 처벌하는 제4자 처벌이 있다. 부정행위를 목격한 사람을 고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명예 규정이나, 뇌물을 받은 경찰이 체포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제5자 처벌은, 부패한 경찰을 처벌하지 않은 경찰 심의위원회를 처벌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6자, 제7자... 나는 지금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행위자를 기꺼이 처벌하려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설명하고 있다. "
멋진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수렵채집인이나 자급자족 농부 같은 소규모 전통문화권에서는 실생활에서든 경제 게임을 할 때든 제3자 처벌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부정행위의 발행을 충분히 인지하지만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 모든 사람이 서로의 사람됨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알기 때문에, 반사회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거창한 제3자 단속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사회의 규모가 커질수록 제3자 단속이 더욱 공식화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제3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제4자의 처벌은 제3자의 수가 적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경찰의 단속 대신 시민의 체포에만 의존한다고 하면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생각해보라.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제3자 처벌의 궁극적인 형태, 즉 인간을 감시하고 심판하는 신이 등장한 과정을 조명할 수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심리학자 아라 노렌자얀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소규모 사회집단에 기반을 둔 문화권에서 발명된 신들은 인간사에 관심이 없다. 익명의 행동이나 낯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할 만큼 커뮤니티가 커진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좋은 짓을 했는지 아는 '도덕적인' 신이 발명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다양한 종교에 걸쳐 신이 징벌적인 존재로 간주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익명의 동종교인에게 더욱 친사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p.443,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협력을 강화하려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종류의 처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기념비적인 사례는, 해당 분야의 두 거물인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와 진화생물학자 W.D. 해밀턴이 1981년 수행한 게임이론 연구에서 제시되었다. 이 연구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두 명의 참가자가 각각 상대방과 협력할지 속임수를 쓸지 결정해야 하는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에 관한 것으로, 두 참가자가 모두 협력하면 각각 약간의 점수를 얻고, 서로 속이면 둘 다 잃는 게임이다. 당연히 항상 협력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대방이 협력하는 동안 당신이 보답하지 않고 뒤통수를 치면 상대방은 점수를 잃고 당신이 가장 큰 보상을 얻지만, 당신이 상대방을 지나치게 신뢰한다면 정반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액설로드와 해밀턴은 여러 게임이론가들에게 어떤 죄수의 딜레마 전략을 취할지 물은 후, 각 전략을 다른 전략과 200번씩 대결하게 하는 컴퓨터화된 라운드 로빈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건부 처벌을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 중에서 가장 단순한 전략인 팃포탯(맞대응) 전략이 우승했다. 팃포탯은 어떻게 전개될까? 먼저 협력한 다음 상대방이 배신하지 않는 한 계속 협력하고, 배신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다시 협력해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방이 계속 속임수를 쓴다면 계속 속임수로 응징하고, 다시 협력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다. 요컨대 명확한 규칙이 있고, 협력으로 시작하고, 부정행위에 비례하여 처벌하며, 다시 협력하면 과거를 용서하는 전략이다. 이 연구를 계기로, 다양한 사회적 종을 대상으로 팃포텟 전략의 변형과 그 진화, 실제 사례를 탐구하는 후속 연구가 시작되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 언급된 게임이론과 접목해서 <저주받은 도시>를 분석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투르가츠키 형제가 책을 쓴 시기(1972)보다 이후에 나온 논문이지만 연결해서 생각해볼 내용이 많습니다. 1981년, 논문 제목은 <The Evolution of Cooperaton> 입니다. Science지에 게재되어 그해 가장 뛰어난 논문에 수여하는 뉴컴 클리블랜드Newcomb Cleveland Prize를 수상했어요. 논문의 핵심 질문은 "중앙정부나 법, 도덕과 같은 강제력이 없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어떻게 협력이라는 행위가 자발적으로 싹트고 유지될 수 있는가?" 입니다. 이타심이나 도덕성에 기대지 않고 순수한 이기심과 반복되는 관계만으로 인간 사회에 협력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수하적, 실험적으로 입증해낸 명작이라고 합니다. 책으로도 출판되었네요.
협력의 진화 (40주년 특별 기념판) - 이기적 개인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는 팃포탯 전략호혜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 진화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협력의 진화』는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획기적인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일시에 유명해졌으며,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2006년 개정판, 2024년 40주년 특별판이 출간되기까지 과학, 사회, 정치,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똥 말이야, 비쌌어?” 안드레이는 잘 모르겠다는 듯 웃었다. “글쎄, 뭐라고 해야 할지…..누구 똥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네가 살던 곳에선 값이 다 달라?” 왕이 깜짝 놀랐다. “우리는 똑같았거든. 그럼 누구 똥이 제일 비싸?” “교수 똥이지.”
저주받은 도시 15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대화: 1) 안드레이는 1부와 달리 2부에서 직업이 바뀌면서 정체성이 바뀌었습니다. 친근한 동료에서 위계질서가 있는 상하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죠. 겐시는 <도시신문>의 형사사건 담당 기자가 되었고요. 직업이 바뀌는 것을 거부한 사람은 중국인 ‘왕’뿐이죠. 친밀하고 평등했던 관계가 모두 다른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평평한 종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으면 각기 다른 구석에서 서로 다른 면을 마주보게 되는 것처럼 서로의 관계가 복잡해졌습니다. 안드레이가 바뀐 것은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붉은 건물’ 안에서 겪은 사건도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안드레이는 왕을 도와주면서 도덕적인 자아를 찾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것 같고요. 안드레이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에 오기 전에 천문학자였죠. 20세기 지식인이 경험한 사상, 이념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으려 노력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2) 왕은 안드레이와 다른 친구들이 겪었을 혼란스러움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크게 변화가 없는 삶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왕에게는 오히려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저주받은 도시>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에 모인 설정입니다. 인물들이 암묵적으로 위대한 실험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실험의 목적이나 구체적인 규칙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품이 쓰여진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작품 이해에 필수적인 것 같아요. 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련의 대숙청(1936~1938)과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비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오쩌둥은 스탈린이 정적을 제거했던 메커니즘을 학습하고 영향을 받아 ‘위로부터의 숙청’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폭동’ 방식을 택했죠. 홍위병과 대중을 선동해 기존 체제를 파괴하고 정적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습니다. 왕을 중국에서 지긋지긋한 문화대혁명을 겪고 실험 도시로 온 인물로 상상해보았어요.
ifrain 님이 말씀해 주신 걸 읽으니, 좀 더 생각하며 읽을 부분이 많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뭔지 감이 안 잡히는데,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역사/정치적인 걸 대입하고 싶어도 아는 바가 전혀 없어 뭘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읽었거든요. ^^
안드레이는 문을 살며시 닫고 벽에 기대어 섰다. 내면에 불확실한 공허감이, 뭐라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꾸중을, 상사에게 꾸중을, 날카로운 책망을 들으리라 예상했고 어쩌면 해고당하거나 경찰로 소속을 변경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사는 그러기는커녕 사실상 자신을 추켜세웠고 다른 사람들 가운데 특별하다고 해 주었으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건을 신임해 맡겼다. 불과 1년 전, 청소부였을 때라면 업무상 질책을 받으면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중요한 임무를 받으면 크나큰 희열과 뜨거운 열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두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을 살펴보려 애쓰는 동시에 또 다른 한편으로 피할 수 없는,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는 마땅히 직면할 수밖에 없는, 난처하고 불편한 심경을 더듬으려 애썼다.
저주받은 도시 181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꽃의요정님의 대화: ifrain 님이 말씀해 주신 걸 읽으니, 좀 더 생각하며 읽을 부분이 많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뭔지 감이 안 잡히는데,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역사/정치적인 걸 대입하고 싶어도 아는 바가 전혀 없어 뭘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읽었거든요. ^^
이번 기회에 당시 소련과 유럽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775 1부 모임 그믐방은 기간이 8/8일까지로, 2부 모임은 직후인 8/9일부터 이어서 시작하겠습니다. 2부 모임은 25일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8/9일 ~ 9/2일)
himjin님의 대화: 1) 무엇이 안드레이를 변하게 했는지 끝까지 읽어봐야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직업이 그를 변하게 했고, 안드레이라는 인물 자체가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유연하고 나쁘게 말하면 강한? 주관이나 주체성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주변 영향을 잘 받고, 잘 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왕의 심리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보수를 많이 주더라도 회사 대표라던가, 수사관처럼 스트레스가 많고, 워라벨 없고, 업무량 과도하고, 책임 권한 큰 직업은 부담스럽습니다. 여유 시간에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있는 직업이 좋아요. "영혼의 안정"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변질-변형되지 않도록 자신을 세우고, 멘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태 독서나 글쓰기, 창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 외의 일"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ps.책을 다 읽고 나면 위 생각이 바뀔 지도 몰라요. 왕이나 안드레이가 이후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왕의 '영혼의 안정'은 안드레이와 정 반대의 삶을 말하는 걸 수도 있겠군요. 자기 직업에 적성이 맞지 않아서 애를 먹고, 마음이 약한데 남을 몰아세우고, 그러다가 또 동료(가이거)한테 의존하게 되고, 할 짓 못할 짓을 번갈아가며 당해보고 또 남에게 전가해야 했던 안드레이의 모습을 보니.. [도시]에서 청소부의 업무가 고되더라도 영혼까지 흔들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남들이 쓰고 버린 온갖 폐기물과 찌꺼기들을 대신 모아 버려야 하는, 타인의 더러움을 대신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최소한 남에게 더러운 짓을 할 일은 없다는 점도 생각해볼만하고요.
ifrain님의 문장 수집: " 대숙청 이후 당, 정부, 군, 보안대 등 모든 기관의 고위 지도부는 대부분 초보자로 채워졌다. 이들은 당원으로 가입한 하층계급 출신으로, 서둘러 훈련을 받고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1939년의 역사 기록물을 보면 관료 집단이 대대적으로 파괴된 것을 알 수 있다. 공석이 많아 빈자리를 메울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거의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각 기관의 역사에 대한 기억은 사라졌고, 새로운 임명자들은 고군분투했다. 물론 이것은 일시적인 상황이었다. 1년쯤 뒤에는 각 기관의 직책들이 채워졌고 사람들은 업무 처리 방법을 배웠다. 전체적으로 그들은 더 젊고 더 잘 배운 탓에 전임자들보다 업무를 더 잘 수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1939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수년간의 거짓 경고에 이어 마침내 전쟁이 실제로 다가오고 있었다. "
안드레이의 상황과 많이 겹쳐 보이네요. 엘리트 계층의 체포와 당직의 끊임없는 고발/교체는 '붉은 건물'에서 둔 체스 상황극을 연상케 합니다. '붉은 건물'이라는 단어가 좁게는 크렘린과 붉은 광장을, 넓게는 스탈린의 영향력이 뻗치던 그의 권력무대를 은유하는 말이겠죠. 관료들이 계속해서 바뀌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잘 적응하지만 상당수는 그렇지 못한 모습에서 각각 가이거 프리츠와 안드레이의 적응력도 겹쳐 보이고요. 어쩌면 이 소설 목차에서 드러나는 직업의 강제적인 변경이 적어주신 문장처럼 대숙청 이후의 혼란을 빗댄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죽으면 그 다음 사람이 총을 이어 받아서 싸우라던 정치장교의 협박 겸 독려가 떠올라요. 안드레이의 원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잊고 있었는데 천문학자라니.. 다소 묘한 설정이네요. 저 멀리 떨어진 우주 속 별들의 운행과 위치와 천문을 읽는 직업이지만, 이제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뒤엉켜서 만들어가는 사회적 실험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까요. 역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나 봅니다.
“원숭이들이 도시로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도널드가 물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안드레이는 혼란스러웠다. “맞습니다. 그게 뭐 어쩄다는 걸까요?” 도널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기분 나쁜 웃음을 터뜨렸다.
저주받은 도시 47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대화: 1) 안드레이는 1부와 달리 2부에서 직업이 바뀌면서 정체성이 바뀌었습니다. 친근한 동료에서 위계질서가 있는 상하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죠. 겐시는 <도시신문>의 형사사건 담당 기자가 되었고요. 직업이 바뀌는 것을 거부한 사람은 중국인 ‘왕’뿐이죠. 친밀하고 평등했던 관계가 모두 다른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평평한 종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으면 각기 다른 구석에서 서로 다른 면을 마주보게 되는 것처럼 서로의 관계가 복잡해졌습니다. 안드레이가 바뀐 것은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붉은 건물’ 안에서 겪은 사건도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과 달라졌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안드레이는 왕을 도와주면서 도덕적인 자아를 찾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것 같고요. 안드레이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에 오기 전에 천문학자였죠. 20세기 지식인이 경험한 사상, 이념적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으려 노력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2) 왕은 안드레이와 다른 친구들이 겪었을 혼란스러움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살고 싶은 것 같아요. 크게 변화가 없는 삶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왕에게는 오히려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저주받은 도시>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에 모인 설정입니다. 인물들이 암묵적으로 위대한 실험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실험의 목적이나 구체적인 규칙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작품이 쓰여진 당시 시대적인 배경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작품 이해에 필수적인 것 같아요. 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련의 대숙청(1936~1938)과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비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오쩌둥은 스탈린이 정적을 제거했던 메커니즘을 학습하고 영향을 받아 ‘위로부터의 숙청’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폭동’ 방식을 택했죠. 홍위병과 대중을 선동해 기존 체제를 파괴하고 정적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습니다. 왕을 중국에서 지긋지긋한 문화대혁명을 겪고 실험 도시로 온 인물로 상상해보았어요.
안드레이는 지금 뭔가 중요한 지점을 포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끝까지 파고들어 분석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황동 손잡이가 달린 문으로 들어갔을 때의 안드레이 보로닌과 그 문에서 나온 후의 안드레이 보로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곳에서 그 내부의 무언가가 망가졌고 그가 무언가를 영원히 잃었다......그는 이를 꽉 물었다. '아니, 신사 여러분. 여기서 당신들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나를 들여보내서는 안 됐어요. 우리를 이렇게 간단히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매수할 수는 없습니다...... 분열할 수는 없습니다......'
저주받은 도시 p.293,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안드레이는 지금 뭔가 중요한 지점을 포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끝까지 파고들어 분석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황동 손잡이가 달린 문으로 들어갔을 때의 안드레이 보로닌과 그 문에서 나온 후의 안드레이 보로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곳에서 그 내부의 무언가가 망가졌고 그가 무언가를 영원히 잃었다......그는 이를 꽉 물었다. '아니, 신사 여러분. 여기서 당신들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나를 들여보내서는 안 됐어요. 우리를 이렇게 간단히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매수할 수는 없습니다...... 분열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안드레이는 구급함을 열고 작은 거울을 보며 진물이 나는 상처에 초록 연고를 발랐다.)
저주받은 도시 p.29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이때 안드레이는 구급함을 열고 작은 거울을 보며 진물이 나는 상처에 초록 연고를 발랐다.) "
(안드레이는 그때 자기 이마의 상처를 상기했고 또렷이 느꼈다.)
저주받은 도시 p.274,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문장 수집: " 안드레이는 지금 뭔가 중요한 지점을 포착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끝까지 파고들어 분석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황동 손잡이가 달린 문으로 들어갔을 때의 안드레이 보로닌과 그 문에서 나온 후의 안드레이 보로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곳에서 그 내부의 무언가가 망가졌고 그가 무언가를 영원히 잃었다......그는 이를 꽉 물었다. '아니, 신사 여러분. 여기서 당신들은 잘못 생각했습니다. 나를 들여보내서는 안 됐어요. 우리를 이렇게 간단히 망가뜨릴 수는 없습니다...... 매수할 수는 없습니다...... 분열할 수는 없습니다......'"
안드레이가 상처를 받아서 망가지고 무언가를 영원히 잃었다는 대목이죠. 상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여러 번 나옵니다. 앞 부분을 다시 보면서 상처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쪽, 저 위에도 우리같은 도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가설이 있었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네 절벽에서 떨어지는 거라고. 우리도 심연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 후에 두번이나 시체들의 신원이 파악된 거야. 알고 보니 우리사람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었어...... 그들이 어떻게 그 위로 올라갔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어. 아직까지는 무모한 절벽 오르기 선수들이었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도시에서 벗어나 위로 올라가려고 했던 사람들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아무튼, 아주 어두운 사건이야. 죽은 사건이지. 내 의견은 그래. 어쨌든,
저주받은 도시 186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악은, 언제나 계급적 산물입니다. 순수한 악은 없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게 엉켜 있죠. 실험이니까요. 우리에게 혼돈이 주어진 거예요. 우리가 그걸 바로 잡지 못해서 저쪽 세계가 처한 상황으로, 계급 분열과 그 비슷한 거지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회귀하거나, 혼돈의 고삐를 쥐고 그걸 소위 공산주의라는 새롭고 훌륭한 인간관계의 형태로 바꾸어 나가거나 하는 겁니다......
저주받은 도시 257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인도자가 말했다. 그는 미소지었다. 그는 안드레이를 보며 흐뭇해했고, 안드레이는 그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만이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수는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한 건 수동적인 태도, 그리고 허황된 무결함과 낡은 계율에 대한 믿음입니다! 낡은 계율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까요? 낡은 세계로 인도하겠지요." "맞아요!" 안드레이는 흥분해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너무나 잘 알겠어요. 그게 바로 우리 모두가 취해야 하는 태도겠지요. 개별 인격이 대체 뭡니까? 공동체의 단위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지요. 단위가 아닌 공동체의 선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선을 위해 우리는 자신의 낡은 계율에 얽매인 양심에 어떤 짐이든 짊어져야 하고, 성문법이든 불문법이든 어겨야만 합니다. 우리에게 법은 하나예요. 공동체를 위한 선."
저주받은 도시 324p,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ifrain님의 대화: 안드레이가 상처를 받아서 망가지고 무언가를 영원히 잃었다는 대목이죠. 상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여러 번 나옵니다. 앞 부분을 다시 보면서 상처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어요.
안드레이는 빌어먹을 시멘트 분수대 벤치에 앉아 벌써 미지근해진 축축한 손수건으로 오른쪽 눈 위에 심하게 난 상처를 더듬어 눌렀다. 그는 아주 고통스러웠다. 머리를 부딪친 부분은 두개골이 터진 것은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고 깨진 무릎은 쓰라렸으며 타박상을 입은 팔꿈치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으나 몇몇 징후를 보니 곧 아픔을 호소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난폭한 현실성을 선명하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저주받은 도시 p.252, 아르카디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보리스 나타노비치 스트루가츠키 지음, 이보석 옮김
이제 조금 적응이 됩니다. 어렵던 내용도 눈에 들어오고 해요. 앞으로 어띻게 전개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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