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안녕하신지요! 서리북 에디터입니다. 독자님들, 어느덧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북클럽도 2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22호에 실린 일반 리뷰 여섯 편을 함께 읽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읽으셔도 좋고, 마음이 가는 글부터 자유롭게 골라 읽으셔도 좋습니다. 아직 특집 리뷰를 다 읽지 못하셨거나 뒤늦게 읽으신 분들은 특집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 주셔도 물론 좋습니다.
지금까지 몇몇 독자님께서 정성스러운 감상과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읽고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더 많은 독자님의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감상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마음에 남은 문장 한 줄,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목, 필자의 주장에 관한 작은 질문도 모두 환영합니다.
독자님들의 의견과 질문이 하나씩 더해질수록 이 북클럽이라는 나무도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우며 더욱 무성해질 것 같습니다. 🌳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에 관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좋고, 글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나 일상의 이야기처럼 조금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대화도 기쁘게 맞이하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비 소식이 계속 이어진다고 합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집에서 책 한 편을 천천히 읽고, 이곳에 생각을 살짝 보태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에도 독자님들의 다양한 감상과 질문을 기다리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한마디씩 들려주세요. 😊
[알렙/전자책증정]《서울리뷰오브북스》 2026년 여름호 함께 읽기 모임!
D-29

서리북editor
느티나무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죽지 않으려는 발버둥이 아니라,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고 기어이 연결되려는 고군분투에서 나온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 살아남기, 살아 내기, 살게 하기』 p5,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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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논픽션 작품이었네요. 리뷰를 쓴 유정훈 님의 ‘혼란스러움’(?)이 흥미롭네요. 21세기를 살아가는, 백인이나 흑인도 아닌 작가의 시선은 어떨지 읽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논픽션이 아니라 역사소설처럼 느껴진다는 서평 필자의 혼란에 주목해봅니다. 이건 주로 논픽션이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요소가 부족해 보여서 인지, 아니면 제3자의 관점에서 ‘보여주기’의 방식이 그렇게 여겨진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필자의 언급대로 소재 자체의 ‘매력’은 분명한 것 같고요. 이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현실에 어떻게 매칭될 수 있을지 생각해볼만하네요.

ICE9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려고 미루고 있었는데 아직 소설을 읽지 못했네요. 지구를 떠나는 이야기는 즐비한데 지구에서 버티는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없는듯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립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와 같은 작품이 떠오르긴 합니다. <해저 2만리>이후 해양 SF는 없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우주선 만들기보다 심해저 잠수선 제작이 훨씬 더 어렵다는 해양 탐사 연구자들의 언급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바다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 같아요. 생존은 연결됨이라는 리뷰 필자의 메시지가 인상적입니다.

오구오구
도밍고님의 대화: 「'경제적으로 멀쩡한 약자'를 위한 변론」을 읽고
서평의 개요에 등장하는 두 문장은 논리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사회적 소수자 혹은 약자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의 시간을 헐어 진솔한 경험을 연구자에게 털어놓을 별다른 유인이 없다는 거다."
"본인들이 인정하건, 혹은 인정하지 않건 간에 1인 가구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인류학의 대부분은 결국 약자들의 학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는 걸까요?
서평을 열며 1인 가구의 특성을 포지셔닝하기 위한 장치 정도가 아니었나 싶었지만,
이러한 단정들은 독자로 하여금 1인 가구를 지나치게 납작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더 나아가 1인 가구로의 전환은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1인 가구를 단일 집단만으로 볼 게 아니라, 더 세분화하여 정의하고, 각각에 맞는 복지 정책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경제적으로 멀쩡한' 1인 가구가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멀쩡하지 않은' 1인 가구가 존재할 것입니다. 이들의 출발점이 다른 만큼 '지속 가능한 자기 재생산'의 의미 역시 전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성별(남성과 여성), 세대(청년과 노년), 국적(내국인과 외국인)과 같은 요소들도,
1인 가구의 거대한 범주 내에서 더욱 분화되어 논의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읽고, 저마다의 결론을 대신 발화하여야 한다는 서평의 제언에 용기를 얻어, 저 역시 이 짧은 생각을 적어 봅니다.
@도밍고 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원저를 읽어보지 못했고, 그냥 리뷰를 읽으면서 뭔가 덧 붙이기가 조심스럽지만요. 책을 읽으며 든 사례가 생각납니다
제 주변에 독신 50대 여자 교수님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독신의 삶을 완전히 즐기시는 분인데, 50대가 되어서 몇번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일단 병원에서 입원이나 수술 시 수술 동의서 작성에 대해 보호자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강하게 분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보호자 상주, 긴급 연락망 등 의료·복지 인프라는 여전히 혈연·혼인 관계의 보호자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한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독거인의 약자성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혹은 구조적으로 만들어진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대해 미리 의료진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그 결정을 본인이 내리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의료진에게 위임할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퇴원하시고 나서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냉장, 냉동실에 먹을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간병인 도움도 받을 수 있었구요.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돌봄이 가족(특히 여성)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가족이 있으나 없으나 자녀가 있으나 없으나 돈이 많으나 적으나 삶의 마지막은 요양원에서 격리되어 죽음을 맞이하는게 일반적이죠. 그런 면에서 사회구조의 변화로 분석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약자성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1인 가구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는 것은 가족주의 사회에서 그런거 같고, 그들이 지금 다수가 되어 간다면 계속 약자로 봐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들이 인정하건, 혹은 인정하지 않건 간에 1인 가구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 1인 가구를 소수자이자 약자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바른 시작점이다….. 취약한 시민으로서의 1인 가구를 살필 필요가 있어서다. 18
관계망 인프라 설계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저의 짧은 직관으로는 우리의 법과 제도가 아직 너무나 가족 중심에 묶여 있고 사회적 혜택이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게 제일 큰 문제 같아요. 친한친구, 옆집 아줌마가 동거인으로 되어 있다면 그들의 관계를 인정하는게 빈곤이나 차별을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생각되구요. 법과 제도가 빨리 정비되는게 필요해보입니다.
현재의 청년 1인 가구가 경험 중인 곤경은 오늘날 노년 가구가 이미 겪고 있는 곤경과 본질적으로 동형이다…. 그렇기에 1인 가구 정책은 청년 주거 지원이나 고립감 완화 사업 같은 단편적 처방을 넘어, 앵애 주기 전체를 관통하는 관계망 인프라 설계의 문제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 25
다차원적 빈곤과 차별의 교차성을 인정! 26
위의 구절, 다차원적 빈곤과 차별의 교차성을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구요!!!!

오구오구
“ 본인들이 인정하건, 혹은 인정하지 않건 간에 1인 가구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 1인 가구를 소수자이자 약자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바른 시작점이다….. 취약한 시민으로서의 1인 가구를 살필 필요가 있어서다. 18
우에노 치즈코, <돌봄의 사회학>,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가정의 관계가 일종의 ‘산업군사형사회’라는 점을 제시한다. 가정이 담당하는 재생산이라는 역할 자체가 구조적으로는 예비군(자녀)을 잘 길러 내서 현역병(성인) 형태로 사회로 내보내고, 최후에는 시장에서 퇴출당한 퇴역병 (노인/병자/장애인)을 가정 내 돌봄 형태로 ‘폐기”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19
그렇기에 저자는 근래의 돌봄 논의를 인용하며 관계적 존재이자 상호 의존적인 존재로서 인간을 재정의하자는 데까지 나아간다…. 저자의 당사자성과 국내의 보수성 짙은 약자성 규정이 맞물린 결과로 짐작된다. 20
교토대학교 오구라 기조 교수의 진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 사회의 작동 원리를 ‘리의 사회’ 즉, 도덕적 위계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규율하는 사회로 규정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인이 표면적으로는 끊임없이 도덕적 위위를 다투지만, 정작 그 도덕의 실질적 내용은 경제적 위계로 갈음된다는 역설이다. 22
그러나 사회적 관계망의 부재를 기준으로 삼는 약자성은 청년 1인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23
현재의 청년 1인 가구가 경험 중인 곤경은 오늘날 노년 가구가 이미 겪고 있는 곤경과 본질적으로 동형이다…. 그렇기에 1인 가구 정책은 청년 주거 지원이나 고립감 완화 사업 같은 단편적 처방을 넘어, 앵애 주기 전체를 관통하는 관계망 인프라 설계의 문제로 재정의 되어야 한다. 25
다차원적 빈곤과 차별의 교차성을 인정!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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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 살아남기, 살아 내기, 살게 하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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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북editor
@도밍고 님과 @오구오구 님이 남겨 주신 1인 가구의 '약자성'에 관한 논의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1인 가구 내부의 차이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과 취약성이 가족 중심 제도에서 만들어졌기에 시대 착오적인 행정 절차가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개인의 종류도 다양화되고, 삶의 방식 또한 다채로워지고 있지만, 문서적인 업무와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세심하게 읽어 주신 덕분에 생각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ICE9 님꼐서 말씀해 주신 SF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해양 SF는 왜 없을까 궁금하네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우주는 무언가 신비롭고 도전적인 물성이라면, 해양, 심해는 공포와 미지의 영역인 듯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공포 콘텐츠가 많은 까닭도 이와 연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리북editor
@모임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어느덧 북클럽 3주 차가 시작되었습니다. 😊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는 박서영의 「헤매는 시간」, 홍한별의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와 전은지가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다룬 이마고 문디를 함께 읽습니다.
이번 주의 글들은 삶과 글쓰기 사이에서 헤매는 마음,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과 문학, 그리고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과 신호를 이야기합니다. 앞선 리뷰들보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되, 읽은 뒤에는 제법 긴 여운이 남는 글들입니다.
요즘 무엇을 쓰고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닿을지 알 수 없어도 누군가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 본 적이 있는지 떠올리며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생각을 이번 주에도 편히 들려주세요. 함께 천천히 읽어 보아요!

ICE9
홍한별 번역가의 솔직한 고백(?)을 읽어보니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도전적인 일인가 봅니다. ^^ 인공지능또한 이제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들 물리칠 수는 없을 정도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한국 사회는 특히나 새로운 정보나 기술에 대한 또래 압박(?)이 심한 나라 같아요. ‘지금 인공지능을사용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건 너의 책임이다’와 같은 무언의 압박이 배움에 느린 제게도 상당하게 느껴지거든요. 80대가 다 되어가는 부모님이 AI배워야하지 않냐고 우려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실감합니다.

서리북editor
@ICE9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사회에서는 AI를 활용해 (업무적으로나, 커리적으로)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뒤처질 거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 같아요. 다만 사화과학, 인문학 도서들에서는 AI의 발전과 적용보다 그에 따른 파괴와 피해에 주목하니, 괴리에 지치기도 합니다.

오구오구
“ 나 개인의 막막함과 우리 모두의 불안이 동시에 밀려오는 감각에서, 생존은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왔다. 거창한 위기가 아니어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 버팀이 사실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다.
그 버팀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가. 죽지 않으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지는 싸움을 하는 셈인데,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106
생존이란 어쩌면 그런 것인지 도 모른다. 죽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것. 결말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거기서 온다. 110
”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 살아남기, 살아 내기, 살게 하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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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그렇지만 나의 글은 얼마나 고유하고 독창적인가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교 우위를 점할 자신이 조금 없어지고 만다. 물 론 자크 데리다가 일찍이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내가 의미의 근원이라고 주장하기를 주저하는 까닭에는 내가 번역을 하는 사람-따라 쓰는 사람이라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31
그리고 언어의 가능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모어의 밖으로 나가는 것, 곧 엑소포니(exophony)를 유효한 전략으로 제시한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 있는 번역도 그런 글쓰기의 한 가지 방법이다. 231
이제 번역에서 뒤틀림과 균열에 신경쓰는 대신 그 빛을 바라볼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번역가는 책장을 뜻밖의 빛으로 물들일 기회를 만났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불협화음(cacophony)이 될지 엑소포니가 될지 번역가가 판단하는 지점에 문학이 있다. 233
”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 살아남기, 살아 내기, 살게 하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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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나는 손전등도 없이 복잡한 미로 속에 던져 놓고 네가 알아서 헤쳐 나오라고 하는 불친절한 글이 좋다. 그런 글은 만졌을 때 골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혼처럼 반투명한 상태로 머무를 뿐이다. 나는 그 안에 갇혀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왔던 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내가 지배할 수 없는 문장들 사이에서 헤매는 감각,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234
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용기 내 걸어간다. 물론 그곳에 가서도 헤매겠지. 책을 읽을 때처럼. 그러나 내가 원하는 틀 안에서의 방황이라면 영혼만은 안전하다. 마음속 보이지 않는 버스가 정해진 노선을 빙글빙글 돈다. 238
”
『서울리뷰오브북스 22호 - 살아남기, 살아 내기, 살게 하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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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오구오구님의 문장 수집: "그렇지만 나의 글은 얼마나 고유하고 독창적인가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교 우위를 점할 자신이 조금 없어지고 만다. 물론 자크 데리다가 일찍이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내가 의미의 근원이라고 주장하기를 주저하는 까닭에는 내가 번역을 하는 사람-따라 쓰는 사람이라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31
그리고 언어의 가능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모어의 밖으로 나가는 것, 곧 엑소포니(exophony)를 유효한 전략으로 제시한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 있는 번역도 그런 글쓰기의 한 가지 방법이다. 231
이제 번역에서 뒤틀림과 균열에 신경쓰는 대신 그 빛을 바라볼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번역가는 책장을 뜻밖의 빛으로 물들일 기회를 만났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불협화음(cacophony)이 될지 엑소포니가 될지 번역가가 판단하는 지점에 문학이 있다. 233
"
기존의 언어 습관을 깨뜨리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 단순히 다른 나라 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의 문화적 체험을 토대로 한 더 넓은 의미를 길어 올리는 전략이라는 정체성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AI 시대에 번역자들이 지게차 자격증을 따러 모두 떠났다는 쇼츠를 본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엑소포니를 추구하는 번역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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